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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성장주 매력 줄어-가치주 투자 드디어 볕 보나
기사입력 2018.06.05 1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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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 투자는 고수의 영역이다. 며칠 공부한다고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 주식투자를 할 때 사람들의 관심은 오르는 종목에 쏠리기 마련이다. 주가가 오르면 시장은 왜 주가가 오르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인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리포트가 쏟아진다. 지금 안 사면 영영 기회를 잃어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주가가 막 오르는 주식에 베팅하다가 자칫 막대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한번 작전주에 제대로 걸리면 고점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고 다시는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내상을 입기도 한다. 열 번 베팅에 성공해도 한번 베팅을 잘못하면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게 주식시장이란 동네다. 거듭된 성공에 도취되어 주식시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것을 시장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오르는 주식마다 따라다니며 베팅하다가 패가망신한 스토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반해 가치주 투자는 고루하고 재미없다. 기본 논리는 간단하다. 기업가치 대비 싼 주식을 산다. 그리고 시장에서 주식이 재평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 말은 참 쉽다. 하지만 시간과의 싸움이다. 내가 내린 결정 하나만 믿고 언제 오를지 모르는 주가 상승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게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른다.

주식시장은 돈과 시간을 축으로 하는 전쟁터다. ‘언젠가 오르겠지’ 하고 묻어놓은 종목이 게걸음을 치는 사이 코스피가 20% 오르면 결국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 된다. 기다린 시간의 가치까지 합산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동료가 테마주를 잘 잡아 하루 만에 20% 넘게 먹었다고 자랑할 때 내 판단을 믿고 사들인 가치주는 더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가치를 알아주기 시작하면 주가는 소리 소문 없이 간다. 주가가 실시간으로 시장 가치를 100% 반영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성립한다면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펀드매니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주가는 항상 위아래로 슈팅을 한다. 오를 때는 기업가치 대비 더 오르고, 내릴 때는 기업가치 대비 더 내린다. 기업가치 변화폭 대비 주가 그래프 변동성은 훨씬 더 심한 것이다. 가치주 투자는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훨씬 내려간 시세로 거래되고 있을 때 과감히 베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시장이 열광할 때 이를 팔아치우는 것이다. 이성에 반하는 투자다. 그래서 가치주 투자는 어려운 것이다.

▶지난해부터 어려움 겪은 가치주 투자자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가치주 투자자는 어려운 국면을 겪었다. 지난해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업종이 강하게 시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올해 초까지는 바이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기업 이름에 바이오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가가 단숨에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반면 가치주는 여전히 시장 소외를 받으며 좀처럼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국면이 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을 대표하는 가치주들이 5월 들어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치주의 대명사 한국전력 주가 움직임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한국전력 주가는 지난 2016년 5월 주당 6만37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연일 내림세를 타고 있다. 한국전력은 한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종목 중 대표적인 저평가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넘게 거래된 적이 드물다. 시가총액이 청산가치 밑에서 머무르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저평가 국면에 익숙해져 있다는 얘기다. 꾸준히 내리막을 타던 주가는 지난 3월 26일 주당 3만600원까지 찍었다. 당시 한국전력 PBR는 0.3배 미만에 머물고 있었다.

이 당시 증권가에서는 한국전력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전력은 절대 망하지 않을 회사이고, 또 지금 주가가 역사적 최저점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전력 주가가 최저점을 찍을 무렵 한국전력 PBR는 0.28배 선까지 추락했다. 최근 10년래 PBR로 본 한국전력 밸류에이션은 아무리 많이 떨어져도 이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조심스럽게 반등이 예상되는 시점이라는 의견이 솔솔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이 예상한 사람들의 평가는 결과적으로는 적중했다. 한국전력 주가는 5월 2일 주당 3만8300원까지 반등했다. 40여 일 만에 주가가 20%가량 급반등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전력 PBR는 0.33~0.34배 선에 머무른다. 바닥 탈출에 성공한 한국전력 주가가 아직 더 갈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가치주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 역시 주가가 오르는 추세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지난 2016년 1월 22일 장중에 주당 3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5월 17일 현재 주가는 주당 6만원 안팎을 오르내리며 주가가 2년여 만에 두 배가량 오른 셈이 됐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최근 상승세에도 PBR는 여전히 0.67배 선에 머물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등 호재 여부에 따라 한국가스공사 주가 역시 더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가치주 펀드 중에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자산주를 담은 상품도, 그렇지 않은 상품도 있다. 하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통상 이 같은 주식 주가가 움직일 때 본격적인 가치주 장세가 왔다는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천대받던 소외주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반으로 장세 변화 기미를 재빠르게 포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치주가 주목받는 장세가 올 기미는 최근 시장 움직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옆으로 누운 기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거침없이 올라가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액면 분할 이후로 수급이 꼬였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고 개인투자자를 위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통상 이 같은 흐름에서는 탄력 있는 주가 흐름이 나오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당분간 횡보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장의 흐름은 여러 가지 변수가 뒤섞이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펼쳐지고 있다. 우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다. 지난해 연말부터 거침없이 내달리던 바이오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가 폭탄처럼 터지면서 영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를 큰 축으로 IT 밸류체인에 있던 종목 주가에도 뚜렷한 흐름이 관측되지 않는다.



▶미국 금리 인상이 성장주에 대한 믿음 퇴색시켜

게다가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3%를 돌파한 변수는 그동안 증시를 주름잡았던 성장주에 대한 믿음을 퇴색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금리는 성장주에 대한 시장가치를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가늠자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국채금리가 2%라고 하면 100에서 2를 나눈 50이란 숫자만큼 주식시장이 주가수익비율(PER)을 감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즉 금리가 연 2%로 매우 낮은 국면에서는 특정 성장주 PER가 50배만큼 올라가더라도 시장은 용인해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연 3%로 올라가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성장주 PER는 약 33배 선으로 낮아진다.

만약 금리가 연 4%로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용인되는 PER는 25배까지 떨어진다. 즉 성장주 전반에 걸쳐 풍부하게 부여됐던 프리미엄이 대폭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중 유동성은 자연스레 PER가 10배 미만을 밑도는 가치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래서 성장주와 가치주는 금리라는 핵심 변수를 축으로 한쪽 주가가 빠지면 한쪽 주가가 오르고, 한쪽 주가가 오르면 다른 쪽 주가가 빠지는 ‘뫼비우스의 띠’ 관계를 맺게 된다. 똑같은 현상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초저금리 국면에서 벗어나는 올해 장세는 가치주가 본격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올해는 확실히 가치주가 주목받을 상황에 놓여있다”며 “소외되어 있던 저평가 주가 키 맞추기 장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증시 주도주가 옮겨붙는 모양새가 뚜렷하다”며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치주 펀드에 대한 관심 높아져

이에 자산주 위주로 베팅하는 가치주 펀드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질 분위기다.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펀드, 프랭클린선택과집중펀드, 교보악사Neo가치주펀드, 신영마라톤펀드 등이 단기 수익률 측면에서 돋보이는 상품으로 꼽힌다.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펀드는 16일 기준 1개월 수익률 2.66%를 찍고 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9.46%를 기록해 10%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움직임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프랭클린선택과집중펀드의 1개월 수익률 역시 3.07%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교보악사Neo가치주펀드의 1개월 수익률 역시 3.54%로 양호하다. IBK밸류코리아펀드는 16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은 0.9%로 그리 높지 않았지만 연초 대비 기준으로는 수익률 4.08%를 기록해 주목할 만하다.

상장지수펀드(ETF)로도 가치주 베팅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가치주 투자철학에 입각해 만들어진 ETF가 여럿 상장되어 있다. ETF를 통해 투자하면 액티브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하는 순발력 측면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액티브 펀드 대비 확연하게 낮은 수익률을 감안하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장기로 돈을 묻어놓고 싶어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 1%포인트씩 아껴 모은 투자금이 복리효과를 내면서 장기 수익률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KB운용이 가치주 위주로 돈을 굴리는 헤지펀드 V&S자산운용과 손잡고 내놓은 KBSTAR V&S셀렉트밸류 ETF를 주목할 만하다. 고액자산가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 투자 철학을 저렴한 ETF 수익률을 내고 체감할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는 상품이다.

이 ETF는 삼성전자 메리츠화재 휠라코리아 기업은행 LS산전 현대건설 유니드 기아차 등을 들고 있다. 3개월 수익률은 -0.03%로 약보합세에 머물렀지만 1개월 기준 수익률은 1.54%로 살아나는 추세다.

KODEX 200가치저변동 ETF도 가치투자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대표 상품으로 부를 만하다. 3개월 수익률 2.04%, 1개월 수익률 1.44%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 한국전력 신한지주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주가 두루 포함되어 있는 상품이다. 상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주 위주로 종목을 편입해 펀드 변동성을 줄이려 한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가치주 펀드만이 가지는 종목 선택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TIGER 우량가치 ETF는 이 같은 아쉬움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상품으로 부를 만하다. 태영건설 신세계 한국가스공사 아세아시멘트 NICE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종목이 골고루 담겨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비중이 높은 것이 눈에 띄지만, 가치주 펀드 특유의 중소형 저평가주를 담으려는 노력을 ETF로 구현한 점이 돋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TREX 중소형가치 ETF도 흥미롭다. 이 ETF는 1개월 수익률 5.44%, 3개월 수익률 5.50%를 찍고 있다.
신세계 삼성엔지니어링 OCI GS건설 DGB금융지주 LS 두산인프라코어 키움증권 휠라코리아 등을 담고 있다. 이 역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가치주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는 상품이라 말할 수 있다.

이재원 V&S자산운용 대표는 “증시 변동성이 커져 확실한 안전마진이 있는 가치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라며 “당분간 가치주에 주목해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대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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