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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땅 보고 사면 늦어요” 파주 부동산 가보니…남북회담 호재로 문의 속출 하루 4~5건 실거래 성사
기사입력 2018.06.05 10:59:26 | 최종수정 2018.06.05 11: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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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인통제지역(민통선) 내부에 토지를 가지고 있던 김 모 씨는 남북관계가 급격히 나빠졌던 2년 전 급전이 필요해 땅을 처분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다시 땅을 매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최근 남북정상회담 등 호재가 이어지자 서둘러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어 직접 파주 부동산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땅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며 부동산 관계자의 다시 구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싶어 조금 더 떨어진 토지매입을 고려했지만 이미 3~4배 오른 땅도 있어 토지 매입을 포기했다.



# 서울에 거주 중인 50대 박 모 씨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파주지역 토지를 구입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토지 매입을 결심하고 곧바로 지역 공인중개사에 연락을 했으나 통상 계약금의 2배를 미리 낸 다른 매수희망자가 계약을 마쳤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땅을 묻지마 투자식으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망설였으나 이미 다른 매수희망자가 나타나 거래를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른 토지는 없냐고 되물었지만 소유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진 남북정상회담 결과 남북 교류확대 가능성이 감지됨에 따라 파주 부동산 일대는 역대급 호재가 나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춤하던 접경지대 부동산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파주 부동산 투자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여러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인 4월 말, 파주시 문산읍 한 공인중개소에는 토지 매입을 원하는 사람들과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토지주들의 전화가 쉴 틈 없이 걸려왔다.

직접 파주를 찾은 60대 매수 희망자 박 모 씨는 “파주에서 향후 투자가치가 있는 땅이나 1억~2억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토지를 찾는 중이다”라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토지가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직접 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아무리 전화를 해도 계속 통화 중이라 직접 부동산을 찾아왔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민통선 내부 땅은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매물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문산읍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 최 모 씨는 “새 정부가 들어선 1년여 전부터 민통선 내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최근엔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거래가 이뤄진 상태다”며 “3.3㎡당 10만원 선에 거래되던 일반토지 가격이 현재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 연결되는 통일대교 인근 토지의 경우 3.3㎡당 60만~70만원에 매물을 내놓는 등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의 전언이다.



▶파주일대 부동산도 훈풍

현재 가장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매물은 민통선 내부 토지에 집중돼 있다. 소액 투자용 매물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간혹 그러한 매물이 나오더라도 이미 선점해둔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매물을 쓸어가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관계자는 “과거엔 수천만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매물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민통선 토지가 기본적으로 큰 면적단위로 묶여 있어서 기본 거래액 단위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남북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땅을 직접 보지도 않고 매수해 가는 ‘묻지마 투자’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씨는 “부동산 투자 차 땅을 직접 보겠다는 사람들은 이미 늦은 것”이라며 “지금은 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계약금을 넣어야지 거래가 성사될 정도다”라고 밝혔다. 부동산 관계자는 이미 오른 토지를 매입하기보단 아직 개발과 거리가 멀더라도 가격이 싼 외곽 부동산을 추천하기도 했다. 아예 민통선에서 가치가 떨어지는 외곽지라도 일단 매입해 놓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과열양상을 띠면서 민통선 부동산 거래 시 통상 계약금의 2배를 치르고 매물을 선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매수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아예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미리 내버려 거래를 무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하루에 성사되는 거래건수만 4~5건에 이르면서 한 달 만에 1년 치 거래량을 채웠다”며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가장 많은 문의 연락이 왔고, 회담 전후로도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방문한 공인중개사무소에는 1시간 사이에도 수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방문객도 분 단위로 줄을 이었다. 해당 공인중개사 대표는 “만약 지금이라도 투자를 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서둘러서 매물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계속 땅값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금도 충분히 늦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파주 부동산 훈풍은 실제 거래량에서도 증명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자료에 의하면 4월 한 달 동안 파주 문산읍 토지 매매거래는 40건을 기록해 한 달 사이 14건이 증가했다. 무려 53%가 증가한 셈이다. 5월 2일엔 경기도 연천 한 임야가 감정가의 124%의 가격에 낙찰되며 고가낙찰 이슈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철원군의 밭 역시 최근 경매에서 111%의 낙찰가율을 기록했고 파주시 월롱면 논은 105%의 낙찰가율로 평균을 웃돌았다. 파주시 아파트값 역시 올랐다. 5월 10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의하면 5월 첫째 주 파주시 주택 매매가격은 전 주보다 0.26% 상승했다. 지난 2월 둘째 주 이후 13주 만에 반등했다. 이 역시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의하면 4월 한 달 동안 파주시 토지, 임야 거래량은 807건으로 1월 (527건), 2월 (530건)을 상회했다. 본격적인 남북해빙모드로 접어든 3월엔 796건, 4월 800건 등 거래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실상 과열양상을 띠고 있는 접경지대 투자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금은 땅을 보지도 않고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로또 같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남북관계란 것이 쌓는 데는 수년, 수십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인 만큼 어느 정도 위험부담은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현재 민통선 부동산은 비정상적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신중론을 넘어 회의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많다. 파주를 다녀온 투자자 손 모 씨는 “막상 파주에 와보니 상당히 위험부담이 큰 투자라는 판단이 섰다”며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투자하기엔 여전히 돌발변수가 많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남북관계와 접경지역 부동산 투자는 같이 움직이는 톱니바퀴와 같은 관계다”며 “한쪽이 잘못되면 나머지 변수 역시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투자자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짜배기 땅들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덕에 큰 성공과 부를 안겨줬다. 대표적으로 신도시, 산업단지, 철도와 도로건설을 통해 천문학적인 땅 보상이 이뤄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땅을 살 때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으며 특히 건물을 짓기에 용이한 땅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땅을 사기 위한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이용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투자해야 중장기적으로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통선 토지 10만원서 2배 올라

통일대교 인근 60~70만원대 ‘부르는 게 값’

북한과 1㎞ 이내 거리인 민통선에 투자 훈풍이 불고 있는 것과 달리 문산역이 있는 문산읍 시가지 주변 부동산은 차분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지역 개발이나 도로 교통망 확충 등의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은 통일대교 주변에 몰려있을 뿐 나머지 지역의 분위기는 잠잠한 편이다.

정치 리스크뿐만 아니라 지역별 편차가 있는 만큼 파주시 전체적으로 남북정상회담 훈풍이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지 공인중개사 최 모 씨는 “문산역 인근인 문산리 일대 부동산은 10년 가까이 활발한 거래 없이 잠잠하다”며 “개발가치가 있는 토지나 임야가 없고 아파트나 주거지가 많은 문산리는 되레 투자쏠림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잠재 가능성이 충분한 논, 밭 등 미개발토지에 대한 투자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해 아파트나 주택 투자는 사실상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진 상태다.

유사한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북한과 거리가 먼 파주시 운정신도시 역시 남북정상회담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듯 조용한 분위기였다. 신축 아파트가 즐비한 운정신도시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여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박민주 씨는 “운정신도시는 사실상 하나의 신도시 개념으로 생각해야지, 접경지역의 요충지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동네 주변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곳에서 분양 중인 오피스텔 및 사무실 분양전시관에는 방문객 부족으로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분양전시관 관계자는 “일부 청약 희망자들이 남북정상회담이 분양 및 향후 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남북관계의 영향권이 미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부 접경지역과 선호지역을 제외한 파주 전역은 큰 영향이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은 접경지역을 제외하고 경기도, 강원도 곳곳에서 관측할 수 있는 결과”라며 “접경지역과 가까울수록 매매가가 올라가고, 도로 및 항공 교통 시스템이 발달해 있는 지역이어야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파주 지역은 고속광역열차 GTX-A 노선이 들어설 예정으로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발전 호재가 여럿 존재하는 만큼 그러한 부분까지 포함해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투자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파주 지역의 특성상 단순히 남북관계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동훈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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