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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주상복합으로 갈아타도 될까 “상대적으로 덜 올라” vs “환기·재건축 어려워”
기사입력 2018.06.05 10:56:06 | 최종수정 2018.06.05 11: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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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에서 자신이 소유한 전용 84㎡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최근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출퇴근이 편리하고 부모님 집과도 가까워 어린 자녀 양육에도 불편함이 없지만, 학군 문제가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큰 A씨는 아이들이 좋은 중·고등학교에 다니길 원했다. 현 정부 들어 자사고와 특목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이 없어지면서 좋은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강남에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됐다. 강북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간에 강남으로 이사 가면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스러웠다. 일찌감치 강남에 집을 마련해 자녀를 강남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집값이었다. 최근 들어 강남과 강북의 집값 차이가 더욱 벌어졌기 때문에 강북 아파트를 팔고 강남 아파트를 사면 집 면적이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직은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 두 아이가 한 방을 쓰고 있지만, 아이가 클수록 혼자 방을 쓰고 싶다고 떼를 쓸 게 뻔했다.

강북 집을 팔고 강남 집에 전세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집값이 치솟을 때 소외감을 느끼던 무주택자 지인들이 생각나 본인 소유의 집을 남겨두길 원했다. 아파트에 익숙한 A씨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대안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재건축 바람으로 덜 오른 주상복합

아파트 대안으로 부상

고심을 거듭하던 A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주상복합이었다. 도곡동에는 타워팰리스, 대림아크로빌, 아카데미스위트, 우성캐릭터빌 등 주상복합이 즐비하다. 이들 주복 중 지금 살고 있는 집 면적과 비슷한 매물을 확인하니 타워팰리스 전용 88㎡가 13억5000만원, 아카데미스위트 전용 83㎡가 10억원이었다. 타워팰리스는 지금 집을 팔고 조금 더 보태면 살 수 있고, 아카데미스위트는 취득세·양도세를 감안해도 추가 부담 없이 매수가 가능했다. A씨는 한때 ‘비싼 집의 대명사’였던 타워팰리스가 자신의 사정권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좀 더 알아보니 훨씬 넓은 집도 조금만 무리하면 충분히 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림아크로빌 전용 130㎡가 14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었다. 심지어 우성캐릭터빌 전용 167㎡는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면적이 2배에 가까운데 매물 가격이 10억원 정도였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인 도곡·대치동에 입성할 것을 상상하니 A씨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녀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지, 그리고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서초 푸르지오 써밋



▶주상복합, 재건축 사업성 낮아

세월이 흐를수록 불리

그런데 들떠있는 A씨에게 부동산 꽤나 잘 안다는 친구 B씨가 조언했다. 가격이 낮은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면 시세 상승도 기대할 수 있지만, 주복으로 이사 가면 더 이상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이 번쩍 든 A씨는 주복이 싼 이유를 찾아봤다. 재건축이 어렵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대지지분이 넓은 아파트는 재건축 때 면적이 더 넓어질 뿐만 아니라 일반분양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재건축 분담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심지어 용산구의 C단지는 일반분양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재건축 비용보다 더 커서 돈을 받고 재건축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주상복합의 대지지분은 아파트에 비해 훨씬 작았다. 타워팰리스의 경우 대지면적이 3만3637㎡인데 1267가구가 들어서 있다. 한 가구당 대지면적이 평균 26.5㎡에 불과하다. 중대형 면적 비중이 상당히 높은 단지임에도 대지지분이 작은 편이다. 현재 용적률이 900%가 넘어 부수고 다시 지을 때 연면적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반면 용산구 C단지는 공급면적 103㎡의 전용면적이 101㎡, 대지지분이 74.58㎡에 달해 재건축 사업성이 높다.

그래서 한번 주상복합의 가격 흐름을 살펴봤다. 타워팰리스 1차 전용 64㎡ 로얄층은 올 초 7억5000만원이었는데 지금 시세는 8억원이다. 올 들어 6.7% 올랐다. 반면 인근 도곡삼성래미안 로얄층은 올 초 11억원이었지만 현재 1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같은 기간 동안 18%가 오른 것이다. 타워팰리스 1차는 2002년, 도곡삼성래미안은 2001년 입주가 이뤄져 연식이 비슷하다. 둘 다 도곡동에 있으며 삼성이 지었다. 도곡삼성래미안도 용적률이 291%나 돼 재건축 사업성이 희박한 것은 타워팰리스 1차와 매한가지다.

도곡 타워팰리스



▶주상복합의 재발견…

재건축 가능한 아파트 점점 감소

주상복합으로 기울었던 마음을 정리하고 있던 터에 A씨는 주상복합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들어 주상복합이 아파트보다 크게 평가절하될 이유가 적어졌다는 주장이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가 주상복합보다 투자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용적률 상한을 채워 재건축이 쉽지 않은 아파트와 비교한다면 주상복합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서울에서 재건축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새로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을 상한까지 가득 채운 상태다. 2015년 입주한 래미안 첼리투스의 용적률은 328%다. 반포동과 서초동의 대장주로 군림하고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와 서초푸르지오써밋도 용적률이 각각 299%나 된다. 이들 단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되지 않는 이상 재건축 후 가구수를 늘리거나 가구당 면적을 넓히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 정부 들어 재건축에 대한 온갖 규제가 쏟아지고 있어, 일반 아파트가 우위를 점했던 ‘재건축 사업성’이 예전보다 줄어든 게 사실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에 큰 인기를 끌었던 주상복합이 뒤처지기 시작한 시점은 재건축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였다.

실거주 만족도는 오히려 주상복합이 아파트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고급 주상복합은 지하에 수영장과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등이 들어가 있다. 한 건물 안에서 다양한 레저 활동이 가능하다. 게다가 주상복합은 상업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역세권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박 위원은 “내 고객 중에서 주상복합에 살아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상복합의 단점…

관리비 많이 나오고 환기 잘 안돼

주상복합에 대한 의견이 워낙 분분해 A씨는 결국 주상복합을 눈으로 직접 보기로 했다. 도곡동에 들렀을 때 직접 가본 첫 주상복합은 유명 건설사가 지은 D였다. D에 들어가 보니 복도 조명이 다소 어두침침했다. A씨에게 주상복합 D를 안내해 준 중개업자는 “계약면적 3.3㎡당 관리비가 월 1만원 이상 나온다”며 “주민들이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주상복합 D는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이 잘돼 있기로 유명하다. 지하로 내려가 직접 보고자 했으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중개업자는 “오늘은 휴일이라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다”며 “커뮤니티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도 휴일에는 쉬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매물로 나와 있는 30층 집에 들어가 봤다. 작은 창이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도 활짝 열지 못하고 반 정도만 열리는 여닫이 창문이었다.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창문은 주로 한쪽 방향으로만 나 있었다. 부엌에는 창이 없었다. 타워형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시공실적이 많은 E건설사의 전무는 “양쪽으로 창문을 열 수 있는 판상형이 한쪽 방향으로만 창문을 열 수 있는 타워형보다 환기가 잘 돼 쾌적하다”고 말했다. 중개업자는 “주상복합 주변에서는 약국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이 있다”며 “주상복합 중에서도 조금 더 환기가 잘 되는 곳이 있는데, 이를 가려내는 게 좋은 주상복합을 가리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매물로 나와 있는 세대는 모두 북향 또는 서향이었다. 완전한 북향·서향이 아니라 북동향·남서향이라 해가 잘 든다고 중개업자가 설명했지만, A씨는 남향·동향이 인기가 높아 매물로 잘 안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아파트들이 많이 취하고 있는 판상형 구조는 대부분 동향 또는 남향이지만, 주상복합이 취하는 타워형은 구조상 북향과 서향 세대도 일부 나올 수밖에 없다.



▶전월세 수요 많은 주상복합

주택시장 냉각기에 하방경직성 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주상복합이 환기가 안 된다는 건 옛말이라는 주장이다. 박 위원은 “초기에 지어진 주상복합이 환기가 잘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지어진 ‘2세대 주상복합’들은 공조 시스템을 보완했기 때문에, 맞바람 치기 어려운 타워형 구조임에도 환기가 비교적 잘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이 얘기하는 2세대 주상복합으로는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용산 파크타워, 용산시티파크 등이 꼽힌다. 이들 주상복합에서 환기가 잘 안된다는 얘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는 게 박 위원의 설명이다.

전월세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주택시장 냉각기에 주상복합이 아파트보다 우위에 선다는 주장도 있다.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의 주가방어력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박상언 유엔컨설팅 대표는 “절세 목적으로 고급 주상복합에서 반전세로 사는 사업가나 회사가 임대료를 내주는 외국계 회사 임직원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이들은 아파트보다는 주상복합에 주로 거주한다”고 말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반 아파트에서는 월세 수요가 줄지만, 주상복합에서는 월세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주상복합 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하방경직성을 가진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서초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는 변호사 사무실로도 이용된다. 일반 아파트보다 월세 수요가 풍부할 수밖에 없다.



▶주상복합 수요층은 따로 있어…

공원같이 넓은 조경은 아파트가 한 수 위

A씨는 치열하게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론은 생각보다 싱겁게 내려졌다. A씨와 함께 주상복합 임장에 동행했던 부인 E씨가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자고 말한 것이다. E씨는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좀 더 사람 사는 동네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부인 말을 듣기로 했다.

주상복합에 대한 선호가 엇갈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반 아파트는 대개 주거지역에 위치하지만 주상복합은 대부분 상업지역에 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은 전문직은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한 주상복합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전업 주부는 일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1~2층에 상업시설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끄럽다며 주상복합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요즘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은 공원처럼 조성되지만, 주상복합은 공원과 같은 조경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도곡동(양재천)이나 한강로(용산국가공원)처럼 주변에 자연녹지가 펼쳐진 곳은 단지 내에 조성된 조경이 따로 없어도 편리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교육환경도 일반아파트가 더 유리한 편이다. 초·중·고가 대부분 주거지역 인근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곡동(타워팰리스, 대림아크로빌 등)이나 목동(트라팰리스)처럼 학군이 좋은 곳에 위치한 주상복합은 예외다.

애당초 주상복합이 처음 도입된 것도 편리한 도심 생활을 원하는 일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일종의 ‘틈새시장 공략’이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주상복합의 시세상승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주상복합을 원하는 수요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환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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