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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M철수 논란이 해외자본 혐오 부추겨
기사입력 2018.03.28 11:36:42 | 최종수정 2018.03.28 13: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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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계와 금융계에서 ‘해외자본 혐오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월 말 GM의 한국 철수 시도가 알려진 이후 촉발된 이 같은 논란은 얼마 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중국매각을 추진 중이란 사실이 확인되면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세제지원 등 특혜를 줘가며 해외자본을 유치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한국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한국 경제에 ‘약’이 아닌 ‘독’이 됐다는 주장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3월 2일 ‘해외 매각 절대 반대’를 외치며 채권단과 대치 중이다. 이날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채권은행단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방안을 재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를 실사한 결과 계속 기업가치가 4600억원에 불과해 청산가치 1조원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며 “금호타이어 중국 사업장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워크아웃이나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 정도로는 이 같은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호타이어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중국법인 정상화, 채권단 손실 최소화의 관점에서 더블스타와의 협상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봤다”며 “더블스타가 제시한 비전과 운영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여 투자협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계약금은 총 투자액의 5%인 323억원으로 정했으며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올해 상반기 중 협상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로드맵을 밝히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 업체에 매각돼 몇 년 뒤 버림받느니 차라리 법정관리로 가서 회생기회를 모색하는 게 낫다”며 반발했다. 해외 업체가 국내 업체를 인수할 경우 국내 산업을 살리기보다는 관련 기술과 자산을 빼가는 데만 치중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채권단이 해외매각을 포기하지 않는 한 노사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채권단과도 대화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노조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다. 2005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고 2009년 쌍용차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해 버렸다. 이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관리하던 기간 중 쌍용차가 보유하고 있던 각종 SUV차량 설계 노하우를 중국으로 빼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현 상황으로 만든 노조가 적반하장식으로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다”며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가로막은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생산성은 떨어지는 노조”라며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들이 경영진과 채권단 탓만 하면서 해외매각을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 채권단 탓만 하는 노조

노조가 내세우는 ‘방산업체’ 논리에 대해선 “금호타이어가 공군항공기용 타이어 등을 납품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항공기용 타이어의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타이어 업체들이 생산을 안하는 것뿐이지 첨단기술이 필요한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타 업체들도 항공기 타이어를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해외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에는 한국GM을 둘러싸고 ‘해외자본 먹튀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월 13일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했다. 한국GM은 “최근 3년간 군산공장은 20%에 불과했던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미국에 있는 GM본사가 지난 몇 년간 심각한 손실을 낸 한국GM의 경영 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2조원가량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으며 작년에도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노조와 정치권은 GM 측이 한국GM이 단물만 빼먹고 도망가는 전형적인 ‘먹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은 “한국GM은 매출원가율이 93.8%로 국내완성차 4개사 평균 매출원가율(80.1%)보다 13.7%포인트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GM이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미국 본사에 차량을 판매하는 이른바 ‘이전가격 정책’으로 인해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 의원은 또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한국GM을 상대로 미국GM이 지나치게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줬다”고 지적했다. 미국 GM본사는 실제로 한국GM에 대출을 해줄 때 4.8~5.3%의 금리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GM이 4년간 챙긴 이자 규모는 44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GM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국GM은 원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연구개발비 처리 방식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GM 등 글로벌 기업은 연구개발비를 당해 연도 ‘비용’으로 분류해 처리하고, 연구성과가 확실해졌을 때 비로소 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한다.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국내 경쟁기업처럼 ‘자산’으로 처리하면 90%대가 넘는 매출원가율이 80%대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전가격 정책 논란에 대해서도 “이전가격은 글로벌 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정책으로 합리적이다. 책정하는 수출 가격은 시장의 경쟁적 환경에 맞춰 결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아무도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 한국GM의 상황을 도외시한 지적”이라고 일축했다. 한국 내 금융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차입을 했을 뿐이며 미국 GM본사가 책정한 이자율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에 대한 배당률(최고 연 7%)보다 낮기 때문에 결코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GM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인 산업은행의 실사가 나온 뒤에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확고하다. 미국GM 본사나 중국 더블스타가 진심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하려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을 ‘해외자본=먹튀’란 잣대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한인구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미국GM이 한국GM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되살리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따져야지 자본의 국적을 먼저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며 “해외자본을 유치해 한국 내 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외국자본은 ‘먹튀’란 논리 획일적 적용은 금물”

상하이차가 팔고 떠난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경영을 정상화시킨 사례에서 보듯 외국 자본이 한국에서 먹튀만 하고 떠난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다. 그보다는 한국GM이나 금호타이어의 가장 큰 문제는 각자가 속한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사실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이나 금융사 가운데 이들을 도울 의사가 있는 곳은 없다.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구하지 못해 파산하느니 해외 자본에 의탁해서라도 다른 기회를 모색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 입장에선 부실기업을 마냥 끌어안고 있어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 중 인수자를 찾는 게 가장 무난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해외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현 상황에서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행위는 의미 없다고 말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기업이 사업을 함에 있어 경영여건 등을 따져 사업을 철수하거나 공장을 폐쇄하는 건 해외 자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모두 하는 일상적인 활동”이라며 “해외자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은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행태에 대한 비난도 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노조는 남의 돈을 빌리면 그만큼 이익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며 “빌려온 돈을 자기들 월급 올리는 데 쓰라고 강요하다 떠나겠다고 하면 ‘먹튀’라고 하니 해외자본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이들에게 돈을 투자하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김동은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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