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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로또’ 만들어준 강남…아직 입성 기회는 있다
기사입력 2018.03.28 11: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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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대로 12길에 들어선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18년 초 분양 시장의 관심은 온통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쏠렸다. 강남에서도 개포·대치·도곡 라인에 비해선 평가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일원동 소재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카페에는 이 단지에 대한 글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넘쳐났다. 견본주택을 채 오픈하기 전부터 홍보관과 분양사무소에는 하루에 100통씩 전화가 걸려와 업무를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분양가 등 여러 가지 사안이 쉽게 풀리지 않아 당초 예상됐던 3월 첫 주 분양개시는 둘째 주로 밀리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이 소식을 미처 듣지 못한 사람들이 견본주택 개관예정 장소로 몰려와 허탕을 치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지다.

상황을 살펴보면 이 같은 ‘소란’이 무리는 아니다. 일원동이라고 해도 중동중·경기여고, 개포고 등 학군이 좋고, 3호선 대청역·분당선 대모산입구역까지 더블역세권이다. 거기다가 가장 중요한 점, 분양가가 3.3㎡당 평균 4100만원대였다는 점이 가장 컸다. 가장 작은 전용 63㎡ 11억원대, 76㎡ 13억원대, 84㎡ 14억원대, 103㎡ 17억원대, 118㎡ 19억원대였다. 숫자 자체만 놓고 보면 ‘저렴하다’고 하기 어렵지만, 인근 시세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올해 입주 예정인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의 전용 84㎡ 분양권은 이미 2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래미안 루체하임은 영동대로를 끼고 있는 디에이치자이보다 훨씬 더 일원동 안쪽으로 파고들어 위치하고 있어 입지적으론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낫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교통 측면에서도 대모산입구역(분당선)과 대청역(3호선)을 모두 이용 가능한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더 유리하다. 그런데도 가격은 같은 면적 대비 수억원이 저렴하니 사람들이 온통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게다가 청약 당첨확률도 과거 다른 강남권 단지들보다 훨씬 높았던 편이었다. 강남 사상 최대 물량인 일반분양 1690가구다. 통상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은 200가구 내외인 경우가 많았고, 사상 최대 규모였던 가락시영 재건축 ‘헬리오시티’도 1200여 가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 물량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분양예정인 둔촌주공이 나오기 전까지 일반분양 1690가구는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높은 용적률과 건폐율, 중도금 대출 불가 방침, 자금조달계획서 면밀 검증 등 최근 강남 집값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부의 매서운 감시라는 3대 악조건이 있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매력적인 강남 단지다.



▶분양가 낮추려다 보니 ‘청약 로또’ 등장

이 같은 ‘청약 로또’는 좀처럼 일반분양가를 높이려고 하지 않는 정부의 강박이 만들어 낸 결과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띠자 분양가를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인근 시세보다는 과거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분양승인을 해주는 상황이다. 몇 년 전 분양가에 맞춰 분양승인을 내주다 보니 현재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로또’가 되는 상황의 반복이다. 더구나 중도금대출이 어려워지니 청약가점이 높아도 돈 없는 흙수저는 언감생심 쳐다도 못 보는 상황이지만, 수중에 현금 10억원 정도를 들고 있는 중산층 이상 부자들에겐 그야말로 ‘눈에 잡히는 로또’인 셈이다.

디에이치자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올해 강남 로또는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3월 분양한 ‘논현 아이파크’는 아파트 99가구, 오피스텔 194실로 작은 단지지만,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들어서는 단지인 데다가, 전용 47㎡의 경우 분양가가 9억원이 안 되기 때문에 중도금대출도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포인트였다. 심지어 전용 47㎡는 총 54가구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초소형면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 같은 구성을 한 것인데, 중도금 대출도 가능한 금액대가 나와 인기는 상당했다. 강남은 아니지만 ‘범강남’으로 구분되는 과천 일대에서 분양한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과천 위버필드’도 3.3㎡당 3000만원대 초반 가격의 분양가가 나와 가장 인기가 좋은 전용 59㎡의 경우 중도금 대출도 가능권이라 도전해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이 서초동 1336번지에 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서초우성1차 래미안(가칭)’도 4월 나왔다. 총 1317가구 규모의 대규모 단지인 데다가,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과 가까운 강남역 생활권이다. 올 초 입주를 시작한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의 시세가 전용 84㎡가 이미 18억원을 넘었고, 일부 매물 호가는 20억원에 육박한 상태라 3.3㎡당 가격이 5000만원을 넘었다. 신규 분양인 서초우성 재건축은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분양됐다.

강남권 분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개포 주공4단지 아파트



▶향후 강남 분양 물량 상당히 많아

향후에도 강남 분양은 상당히 많다. 신규 강남권 분양은 디에이치자이 개포와 논현 아이파크가 그랬듯, 현재 주변 아파트의 시세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하는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일단 대어급 범강남권 분양을 살펴보면 그 물량이 생각보다는 적지 않은 편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개포그랑자이’다. 총 332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일반 분양 물량은 239가구로 많지 않지만 워낙 입지가 좋고 초대형 단지인 데다가 ‘학군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강남 분양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볼 분양이다. 현재 분양은 하반기 중으로 예정돼 있으며, 전용 59~132㎡까지 다양한 타입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 다른 대어급 단지로는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서초그랑자이’가 있다. 1481가구 대규모 단지로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공급한다. 전용 43~119㎡까지, 초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하며 일반분양은 215가구 남짓이다. 강남역 역세권인 데다가 경부고속도로 등도 가깝다. 하반기 GS건설이 과천에서 분양하는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프레스티지 자이’도 관심사다. 2145가구 대단지인 점도 매력적이지만, 일반분양분이 전체 가구 수의 3분의 1이 넘는 886가구나 되기 때문에 당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남권이라고 분류됨에도 불구, 강남보다 3.3㎡당 1000만원가량 저렴한 분양가도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규모는 크지 않고, 일반분양도 적지만 뛰어난 입지 때문에 가점이 높은 사람들이 도전해 볼 만한 단지들도 있다. 서초 삼호가든3차(219가구), 삼성동 상아2차(115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진 않지만, 입지가 좋은 데다가 주변 시세보다 여전히 저렴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많은 인기가 예상된다. 만약 가점이 높지 않은데, 자금여력이 어느 정도 된다면 이들 단지에 중도금 대출이 건설사 자체 보증으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한 후 잔여물량 추첨에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잔여물량은 정당계약 후 남은 가구를 추첨을 통해 배분하는 것인데,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는 만큼 자금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도전해 볼 만하다.
통상 강남의 인기단지로 분류되던 곳들도 중도금 대출이 건설사 자체보증으로라도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잔여 물량이 꽤 됐다. 작년 개포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가 대표적이었는데, 이 단지의 경우 분양 가구 수의 20%가 잔여물량 추첨 분으로 나와 추첨일 오전 청약통장 없이 집을 사려는 1000명의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 강남권에서 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가점이 높지 않은 부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금수저 청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인혜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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