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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격 변동성 커져 리스크 감안한 달러 환전 ‘쪼개기’가 답
기사입력 2018.03.09 09: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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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이민을 계획하고 있는 40대 A씨는 지난해 11월 자산을 몽땅 달러로 환전했다가 3개월 만에 3000만원을 잃은 처지가 됐다. 당시 달러당 1100원대였던 환율 기준으로 10억원을 90만9000여 달러로 바꿨는데, 연초 달러당 원화값이 크게 상승(환율은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1월 한 달간 종가 기준 달러당 원화값은 평균 1066.5원을 기록했고, 이를 기준으로 A씨의 자산을 다시 환산하면 9억6900여 만원에 불과하다. A씨는 “환전 당시 달러당 원화값이 1년 중 최고치(환율 최저치)를 찍어서 선뜻 ‘지금이 환전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예측이 빗나갔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A씨처럼 이민이나 자녀 유학, 해외여행 등을 앞두고 있다면 ‘환전 타이밍’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A씨에게 손실을 안긴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달러화가 쌀 때 사뒀다가 값이 오르면 팔아 차익을 누리는 ‘환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환율은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누군가는 손실을 보기 마련이다. A씨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투자법과 환율 전망을 전문가들에게 들어 봤다.



▶원화 강세에 ‘환테크’ 관심…“올해 환율 1050원”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해 9월 28일 1149원에 종가를 형성한 이래로 상승세다. 지난해 11월 중순 1100원 선이 무너진 후 꾸준히 1000원 후반대에 머물면서 1050원대를 노크하고 있다.

올해 1월 25일에는 종가 기준 1058.6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새로 썼다. 종가가 1060원을 돌파한 것은 2014년 10월 30일의 1055.5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달러당 원화값은 더 오를 수도 있었다”며 “원화값 상승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원화 강세 상황을 반영해 국내 외화예금 잔액도 천정부지다. 지난해 12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30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국인·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 은행 계좌에 외화로 예치해 둔 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 589억달러에서 40% 이상 늘어난 것이다.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만 놓고 보더라도 올해 1월 말 기준 외화예금 잔액은 526억달러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달러화만 511억달러로, 전체 외화예금의 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계좌에 넣어 두고 있다는 건, 달러값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익을 보려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전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달러당 원화값이 ‘적어도 1050원’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씨티그룹은 올해 초 연간전망 보고서에서 “달러화는 지난 6년간 강세 이후 고점을 지났다”고 짚었다. 이어 “과거 경험을 볼 때 달러화 강세장의 평균 기간은 6년이었고, 강세장 이후에는 10년간 약세장이 뒤를 이었다”며 향후 수년간 글로벌 달러 약세를 전망했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유럽·일본 등이 경기 회복세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달러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당 원화값 1050원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PB팀장도 “올해 달러당 원화값은 예상치 못한 요인만 없다면 1050~1090원 선을 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근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개선과 수출 호조, 지난해 11월 캐나다에 이어 스위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까지 발표되면서 원화 강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쌀 때 ‘분할 매수’하라…성향 따라 고르는 달러 상품

이에 ‘지금이 달러화를 살 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연말께 달러 강세가 찾아온다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차정숙 NH농협은행 국제업무부 과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완만한 긴축 사이클을 감안하면 올해 달러화는 U자형 모습을 보이며 연말께 제한적인 달러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 봤다.

다만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장의 차익실현을 기대하기보단 중·장기적으로 환테크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 번에 거액의 달러화를 매입하기보다는 분할 매수가 안전하다.

차 과장은 “환율 전망이 불확실하다면 매입 시점을 여러 번으로 나눈 후 외화예금에 예치해 두라”고 조언했다. 또 “환율 예약이체 서비스를 활용하면 원하는 원화값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각 은행의 ‘외화예금’은 가장 접근하기 쉽고 안정적인 환테크 방법 중 하나다. 달러가 쌀 때 사서 계좌에 넣어뒀다가 비싸지면 원화로 되팔아 차익을 보는 방식이다. 수시 입출금식 외화예금의 금리는 보통 연 0.01~0.1%로 낮은 수준이지만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따로 붙지 않는다.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단 달러값이 떨어져 발생하는 손실까지 보전해 주는 것은 아니다. 또 수시 입출금이 아닌 회전식 정기예금은 연 0.3% 수준의 좀 더 나은 금리를 주지만 만기를 지켜야 해 환율 변동성에 즉각 대응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 밖에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세전 연 1%대 수익률을 보장하는 단기 운용 상품으로 달러 단기자금펀드(머니마켓펀드·MMF)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외화예금 상품 가입 고객에게 해외송금·환전 수수료 면제나 환율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상품으로는 SC제일은행의 ‘초이스외화보통예금’, 한국씨티은행의 ‘자유전환예금’, 신한은행의 ‘외화체인지업 예금’, NH농협은행의 ‘다통화 월복리 외화적립예금’ 등이 있다. KB국민은행은 KB증권과 함께 외화예금 기능과 해외 주식투자 기능을 결합한 복합 상품 ‘KB글로벌 외화투자통장’을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각 은행의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외화를 사고팔 수 있는 인터넷·모바일 전용 외화통장도 출시돼 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 외화통장 ‘위비 외화클립’에 가입하면 하루 100만원 이하의 외화는 공인인증서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는 보통 연 1% 내외에서 최고 2%까지 외화예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익률을 보인다.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투자자에게 나눠 판매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사들여 약정된 이자를 지급해 주는 방식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도 얻을 수 있고, 자금을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좀 더 공격적이고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투자로는 달러 ELS(주가연계증권)나 역외펀드, 달러 ETF(상장지수펀드) 등이 있다. 홍승훈 KB국민은행 PB팀장은 “달러 ELS 상품은 보통 6개월 단위로 정기 상환이 가능하고, 최근 7~8%까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일반 ELS처럼 코스피200, S&P500 등 각종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지만 원화 대신 달러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수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정해진 이율을 받을 수 있다.

역외펀드는 해외 자산운용사가 국내 자금을 모아 해외 자산에 외화로 투자하는 펀드다. 역시 환차익과 펀드 투자수익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채권형 또는 주식형, 환헤지형 또는 환노출형 등 위험성과 수익성이 다양하다. 홍 팀장은 “고위험 펀드라면 투자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고, 원화가 기대와 달리 약세로 돌아설 경우 자본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반년 단위로 이익을 시현하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달러 ETF는 달러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그 방향성에 투자해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ETF는 달러가 강세일 때, 인버스 ETF는 달러가 약세일 때 수익을 낸다. 방향성만 맞추면 이득을 보지만, 예측이 빗나가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아직 어린 자녀의 유학자금 마련 등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달러 보험도 고려할 만하다. 보험료를 원화 또는 달러화로 환산해 납입할 수 있고, 노후 소득도 달러 등 외화로 돌려받는다. 다만 환급 시점에 달러값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달러 연금보험의 경우 10년 이상 납입해야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등 장기간 목돈이 묶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달러값이 떨어지면서 AIA생명의 ‘무배당 골든타임 연금보험’이나 푸르덴셜생명의 ‘무배당 달러 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이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달러가 쌀 때 가입하는 게 가입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 1월에는 메트라이프생명이 국내 첫 달러형 종신보험 상품인 ‘무배당 유니버셜 달러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올인’은 금물… 리스크 감안해 분산 투자해야

이처럼 ‘안전 자산’ 달러에 대한 투자 상품이 시중에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달러를 안정적인 투자처라고만 볼 수는 없다.

지난 2월 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과 뉴욕 증시 급락 여파로 환율이 큰 폭으로 요동치면서 환테크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자산 조정이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장중 1100원 근처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향후 환율 전망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조차 외부 요인에 의해 등락 폭을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달러 투자를 투기가 아닌 자산 분산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고재필 KEB하나은행 PB팀장도 “환테크는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투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의 개인 자산 투자가 주로 부동산에 ‘쏠림 현상’이 심했던 것에서 이제 주식·펀드·외환 등으로 분산하기 위한 차원이지, 너도나도 대박을 꿈꾸며 투자할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올해 주식 시장이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달러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홍 팀장은 “올해 초 여전히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달러 등 안전자산에는 전체 자산의 10~20% 정도만 투자하는 게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달러 투자가 영 불안한 경우엔 유로·중국 위안·일본 엔화 등으로 외화 투자를 분산해 볼 수도 있다.

이원휴 하나은행 PB팀장은 “유럽과 일본의 경기가 호황을 보이고 있어, 이들 국가가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각 화폐 가치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달러 외에 대체로 강세를 보이는 이들 통화에 대한 투자는 현 시점에선 매력도가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국내 외화예금에는 달러뿐 아니라 각국 통화로도 돈을 예치해 둘 수 있는데, 지난해 위안화 등의 잔액은 대체로 내림세였다. 위안화의 경우 5대 은행을 기준으로 지난해 6월 42억위안이 예치돼 있었지만, 올 1월 말에는 34억위안대에 머물렀다. 위안당 원화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에서 이미 차익 실현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주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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