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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Pet) 보험의 모든 것-질병 보장범위 제한적 진료비 표준화 절실
기사입력 2018.03.09 09: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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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에 지쳐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건 가족이 아닌 강아지뿐이더라.”

자녀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한 중년 가장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이 같은 아저씨 애견인뿐 아니라 외로움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들인 1~2인가구까지 늘면서 지난 2015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조사로 전체 인구의 22%, 약 10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도래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유·무형의 부담은 상당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보호자들이 버거워하는 것은 바로 의료비다. 의료 항목별로 표준수가가 있고 그중에서도 건강보험 부담분이 정해져 있는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 의료비의 경우 통일된 기준이 사실상 전혀 없어 비슷한 치료라도 기본이 수십만원, 비쌀 때는 수백만원에 달해서다. 그 결과 최근 보호자들은 민간보험사들이 내놓은 ‘반려동물 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일명 ‘펫보험’이라고 불리는 반려동물 보험은 이미 일본 등 해외에서는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특화보험으로, 갑작스럽게 생긴 반려동물 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롯데손보가 내놓은 ‘펫보험’은

현재 국내에서 펫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 세 곳이다. 가입대상과 보장내용 등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세부내역은 차이가 있는 만큼 가입을 고려하는 보호자라면 회사별로 내용을 꼼꼼히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

삼성화재가 선보인 ‘파밀리아스 애견의료보험2’의 가입 대상은 ‘만 6세 이하 개’로 한정된다. 반려견이 입은 부상(상해)과 질병 치료비를 기본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반려견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물었을 때 필요한 ‘배상책임손해’도 보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해와 질병 치료비의 경우 자기부담금 1만원을 뺀 치료비의 70%를 보장한다. 배상책임손해보험의 자기부담금은 10만원으로 상해·질병보다 다소 높다. 총 보상한도는 상해·질병·배상책임손해 구분 없이 500만원이다.

가입을 위해서는 반려견 등록이 필요하다. 가입 때 제출해야 하는 설문서에 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려견 얼굴사진 3매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

현대해상이 판매하는 반려동물 보험은 ‘하이펫 애견보험’으로 가입 대상은 만 7세 이하 개다. 당초 2007년 출시했다 손해율이 높아 4년 만에 판매를 중지했던 것을 지난해 재정비해 다시 내놓았다. 보험가입기간 1년간 생긴 상해사고 혹은 질병은 1회당 100만원 한도로 70%까지 보상한다. 자기부담금 1만원, 총 보상한도 500만원은 삼성화재 상품과 동일하다. 별도 특약으로 피부질환까지 보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품종을 속이는 등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가입할 때는 사단법인 애견협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펫보험 중 유일하게 개뿐 아니라 고양이까지 보장한다. 둘 모두 만 7세 이하일 때 가입 가능하며, 갱신 시 11세까지 보장된다. 애견보험의 보장기간은 1년이 기본이며 갱신도 가능하다. 보험료는 견종과 나이, 회사에 따라 다른데, 삼성화재 보험의 경우 1세 순종견 기준 연 49만원, 현대해상은 48만원 수준이다.

롯데손보는 소형견의 경우 1년에 약 28만원, 고양이는 22만원 선이다. 고양이의 경우 품종에 따른 보험료 차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슬개골·고관절 탈구, 임신 관련 치료는 보장 안 돼

다만 현재 국내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반려동물 보험의 보장범위나 가입대상이 제한적이라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펫보험’을 취급하는 특화보험사 출현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런 회사가 나오더라도 실제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마음 놓고 가입할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는 반려동물 보험에 걸려있는 가장 대표적인 제한은 바로 가입 나이다. 회사는 다르지만 모두 신규가입 가능 대상이 ‘최대 7세 이하’로 한정돼 있다. 최근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이 길어져 10살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사람과 비슷하게 고령인 10대 초·중반에 각종 질병이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정작 보험 보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는 보장을 받기 힘든 셈이다.

보험에 가입해도 보장이 안 되는 항목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슬개골·고관절 탈구다. 주로 두 발로 오래 서 있거나 미끄러운 바닥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탓에 다리에 무리가 가 무릎과 다리 관절이 빠져나오는 이 질환은 특히 말티즈와 치와와 등 소형견에게 쉽게 생기고 재발도 잦다.

임신·출산과 관련된 질병 치료비용이나 광견병, 심장사상충 등 백신비용도 펫보험이 커버하지 않는다. 찬반 논란은 있지만 반려동물의 수명 연장을 위한 필수 처치로 자리 잡은 중성화 수술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대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생기는 질병을 보상한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에 출시된 펫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은 고작 2000마리도 안 된다.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통계 확보해야 ‘좋은’ 펫보험 나온다

보험사들이 이렇게 한계가 분명한 펫보험을 파는 것은 진료비가 동물병원마다 제각각이다 보니 섣불리 보장범위를 넓혔다가는 손해를 볼 위험이 커서다. 지난 1999년 동물 의료수가 제도가 폐지되면서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는 같은 치료나 수술이라도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올 만큼 격차가 크다. 실제로 개의 슬개골 탈구 수술의 경우 낮게는 80만원부터 높게는 300만원까지 차이가 최대 4배에 달한다.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에서 도수치료 등 표준화가 안 된 비급여 진료에서 과도한 보험금 이 청구되는 문제를 겪는 것과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별도의 진료코드를 만들거나 적정 수가를 정하는 등 동물진료비를 표준화하는 등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펫보험 활성화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동물을 분양할 때는 무조건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도록 현행 등록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사 자체적으로 제대로 된 보험료를 측정하기 위해 통계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펫보험 시장 1위 보험사인 애니콤의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애니콤은 현지 동물병원과 제휴 또는 협력관계를 맺고 자체 개발한 동물병원용 전자차트시스템 등을 통해 진료비 통계를 모아 위험별로 세분화된 보험료율을 제시하고 있다.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자체 보유한 100여 명의 수의사 인력을 활용한 심사 절차를 거쳐 과잉진료가 있는지 잡아냈다.

일본도 국내처럼 동물병원 진료비가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국내 보험사들도 비슷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성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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