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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과의 전쟁… 규제 폭탄이 능사인가
기사입력 2018.03.09 0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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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부동산 종합정책인 8·2 대책(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 후 몇 차례 크고 작은 추가대책이 나왔지만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집대성은 8·2 대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8·2 대책을 보면서 참여정부를 떠올렸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17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끝내 집값을 잡지는 못했다. 서울 강남 등 급등지역에 집을 가진 소수는 즐거웠지만 대다수 서민에게는 아픈 기억이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일부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왜곡으로 규정했다는 점, 집을 사려는 수요는 억제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한 점,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정책 수립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당시 ‘하늘이 두 쪽 나도 잡겠다’던 강남 집값은 재임기간 중 60% 이상 폭등했다. 8·2 대책 후 시장 분위기도 아직까지는 참여정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특히 강남과 일부 주요지역의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반면 지방 집값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의 공통점이 하나 더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반포 주공 1단지



▶‘핀셋규제’ 강남 집값,

규제 후 가장 많이 올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8·2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8월 초부터 올해 1월 말까지 6개월간 전국 집값은 0.89% 올랐다. 서울은 2.6% 올랐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의 상승률은 4.99%다. 전국 평균에 비해 서울은 3배, 강남4구는 5배 이상 더 오른 것이다. 물론 강남4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시계열로 살펴보자. 강남4구의 주간 변동률은 8·2 대책 발표 직전 0.48%까지 치솟았다가 발표 직후인 지난해 8월 7일 기준 -0.11%로 급감했다. 이후 9월 4일(-0.03%)까지 약 한 달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9월 11일 0.01%로 반등에 성공하더니 꾸준히 상승폭을 키웠고 11월 27일에는 0.68%로 8·2 대책 발표 전보다 더 커졌다. 올해 1월 15일에는 0.88%를 기록했다.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이슈가 있는 송파구는 일주일 새 아파트값이 1.39% 올랐다.

8·2 대책 발표 후 아파트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유의미한 실거래 사례를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감정원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협력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단순 호가가 아닌 ‘거래 가능한 가격’을 취합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매도자들의 ‘희망시세’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집값 상승은 극소수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상승률은 1.61%, 지방 상승률은 0.25%에 그쳤다. 5대 광역시의 상승률이 0.73%였고, 8개 도(道)는 0.08% 하락했다. 서울 내에서도 노원구(0.86%), 은평구(1.16%), 강북구(1.21%) 등은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전국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나타난 가운데 서울과 비서울, 강남과 비강남, 지방 대도시와 소도시 등 전방위적으로 양극화가 극심하다.

재미있는 점은 상대적으로 급등한 강남4구와 마포, 용산, 성동 등 이른바 한강 변은 8·2 대책에서 ‘핀셋 규제’를 적용한 타깃이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됐다. 정부에서 고강도 규제를 예고한 지역의 집값이 더 오른 셈이다. ‘정부가 집값 오를 지역을 미리 짚어줬다’는 풍자 섞인 말도 나온다.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들이다. 내 집 마련 기회를 노리고 있는 30~40대 실수요자는 “정부 규제로 가진 자들의 배만 더 불렸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규제 후 양극화 심화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을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학습효과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집값 잡겠다는 정부를 믿고 주택 매수를 미뤘던 중산층은 미친 듯 오르는 집값을 보며 분노했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이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후 부동산 회의론자가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김 수석이 내정되자 이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집값 상승론에 베팅했다. ‘김수현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에서 섣불리 집을 사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내놓은 정책이 시장에서는 ‘지금이 집을 살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로 재해석됐고 ‘오를 곳은 결국 오른다’는 심리가 더해져 ‘똘똘한 한 채’에 매수세가 쏠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정책 약발 안 먹히고 카드는 동나

8·2 대책의 목적은 한마디로 ‘실수요는 보호하고 투기수요는 막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 발표를 종합해볼 때 실수요는 무주택 서민, 투기수요는 다주택자로 해석된다.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기 위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카드는 올해 4월부터 주택 매도 시 양도소득세를 최대 20%포인트 중과세하는 것이다. 중과세를 피하려면 거주 목적이 아닌 여분의 집을 4월이 되기 전에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 발표 후 올해 1월 한 달간 임대사업자 등록이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특히 임차수요가 많은 서울과 경기도의 등록 임대사업자 증가분이 전체의 70% 가까이 차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집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는 별로 없다. 강남4구를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매물이 씨가 말랐다. 매수자가 나타나면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린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 같은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졌고, 그 사이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강남은 물론이거니와 강북 주요지역의 30평대 아파트 매매가격도 10억원을 넘겼다. 서울, 수도권에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이 8·2 대책 후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거나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8·2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더 이상의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은 없을 것이라 공언했다. 참여정부 시절 십 수차례에 나눠서 내놨던 대책을 한번에 쏟아냈으니 당연히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장 흐름은 정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시작부터 총력전을 펼친 정부에게 더 큰 문제는 남아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보유세 인상 정도가 강력한 카드다. 하지만 보유세는 잘못 건드렸다가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현 정부 내각의 주요 참여주체인 참여정부 인사들은 과거 종합부동산세 적용 주택가격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췄다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반발에 시달렸던 트라우마가 있다. 더구나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은 지금 시점에서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보유세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무리한 구두개입으로 자충수

추가적인 시장 개입 도구가 막힌 상황에서 다급해진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고육지책은 투기단속과 구두개입이다. 하지만 과도한 구두개입이 오히려 스스로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많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여론몰이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올 1월 강남4구 재건축단지 15곳의 재건축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4000만원, 최대 8억4000만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당초 조합들이 예산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며칠 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주거복지협의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장관은 재건축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의 문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목동 등 기존 재건축 연한인 30년에 근접한 지역 아파트 조합에서 반발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자 김 장관은 “연한 40년을 말한 적이 없는데 언론에서 잘못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초 재건축 연한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응할 당시 김 장관은 사전에 준비한 메모를 보고 답했다. 이 같은 질문이 나올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답변을 준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튿날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기사가 언론 주요기사로 등장했을 때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국토부에서 서울 강남권 주요 구청 정비사업 담당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심사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관리처분계획 심사는 구청의 고유 업무다. 다만 업무가 복잡해서 구청 자체적으로 심사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감정원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돈을 주고 위탁 의뢰할 수 있다. 국토부는 용역비용을 면제해 주겠다며 외부검증을 독려했다.

국토부와의 회동 이후 송파구청은 작년 연말 접수된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을 한국감정원에 맡기기로 했고 서초구청도 위탁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반면 강남구청은 자체적으로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강남구청은 국토부 호출에도 유일하게 응하지 않았다.

강남구청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자 서초구와 송파구도 입장을 바꿨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 것도 한몫했다. 서초구 최대 재건축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400여 명은 서초구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결국 며칠 후 서초구청이 외부검증을 의뢰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송파구청도 외주를 철회했다.



▶유리한 말만 하는 정부…

“부동산 정책 아닌 정치”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도 논란이다. 이달 6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 참석한 김현미 장관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산정과정에서 대상 단지의 미래 집값을 어떻게 산출했냐”는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최근 5년간 상승률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답했다. 과거 추이를 통해 미래 상승률을 추정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김 장관이 언급한 최근 5년에는 정부가 2016년 11·3 대책 발표 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의 비정상적 상승’ 시기도 포함된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는 강남 집값이 비정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재건축 부담금을 산출할 때는 비정상적 급등이 계속될 것이라 가정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강남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거나 적어도 인위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닌가”라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권 의지에 따라 시장진단이 달라진다면 그 정부의 정책은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정부 대응도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반대하는 재건축조합은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이중과세 등의 논리로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법 위헌심판 결과를 인용하며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는 헌법정신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초과이득세법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과세 대상 이득의 공정하고 정확한 계측 ▲지급능력에 대한 고려 ▲시장가격 변동에 대비한 보충규정 부재 등을 문제시하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지적사항을 보완하지 못하면 위헌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시한부 또는 조건부 위헌 판결로, 합헌과는 동떨어진 개념이다. 당시 헌재는 토지초과이득세는 위헌요소가 다분하지만 일괄적인 위헌 판결을 내리면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입법부 차원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게끔 길을 터줬다. 결국 토지초과이득세법은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1998년 폐지됐다. 이 같은 전후사정은 생략한 채 정부는 ‘위헌은 아닌 것으로 판결됐다’는 부분만 발췌해 정책 추진의 논거로 사용하고 있다.

시장 안정화는 요원한 상황에서 무리한 구두개입만 하는 정부를 두고 일각에선 부동산을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수현 수석은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부동산 정책은 경제정책이기도 하지만 사회정책, 나아가 그 자체가 정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부동산 정치는 엄연한 현실이며 반길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아 의원은 “정부는 지금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생각보단 강남 재건축을 타깃으로 놓고 때려 지지율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순우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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