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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최고치 뚫은 일본 증시 빌빌대던 日펀드 1년 수익 50% 쑥
기사입력 2017.12.08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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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가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본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때 닛케이225지수는 2만2500 고지를 넘어 1996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 덕에 향후 일본 증시가 더 갈 것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단기간 오른 일본 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1월 15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삼성클래식일본중소형FOCUS연금펀드(헤지형)는 1년 수익률 50.49%를 기록했다. 삼성일본중소형FOCUS펀드(헤지형) 수익률 역시 1년 기준 49.96%에 달한다. 이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이 일본 스미토모미쓰이자산운용에 위탁해 굴리는 상품이다. 일본의 중소형 기업에 집중 투자해 최근 가파른 수익률 상승 수혜를 봤다.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경기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소비재와 핵심산업재 비중을 높여 일본 경기가 좋아지면 펀드 수익률도 따라 올라갈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펀드(헤지형) 1년 수익률도 41.71%를 기록 중이다. 연초 대비 기준으로도 수익률이 34.63%나 된다. 이 펀드는 일본 다이와증권과 제휴해 알짜 종목만 고르는 펀드다. 산업재와 IT에 고루 투자한다.

이밖에 피델리티재팬펀드, 스팍스본재팬펀드(헤지형), 삼성일본중소형FOCUS펀드(언헤지형),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펀드(언헤지형), 한화재팬코아펀드, 삼성노무라일본전환펀드 등이 1년 수익률 30%를 돌파했다.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출시된 펀드들도 하나같이 수익률 고공행진을 펼쳤다. 한국투자KINDEX일본레버리지 ETF(헤지형), KB KBSTAR일본레버리지ETF(헤지형) 1년 수익률은 무려 60%가 넘는다. 일본 지수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레버리지 형태로 상품을 구성하여 수익률 그래프가 더 가팔라진 덕을 톡톡히 봤다.

미래에셋TIGER일본ETF(합성 헤지형) 한국투자KINDEX일본Nikkei225 ETF(헤지형) 수익률도 20%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일본 증시에 베팅해 돈을 벌지 못한 투자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관건은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로 모아진다. 일본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만5000선을 찍은 뒤 잠시 조정을 거쳐 다시 상승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더 이어진다면 또 한 번 2만5000선을 돌파하고 탄력을 받아 그래프가 더 위로 치솟을 수 있다. 한번 박스권을 돌파한 일본 증시가 더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의견이다.



▶‘박스권 돌파 여력 있다’ 평가 많아

이와 관련 최근 국내외 증권사가 일본 증시를 바라보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9일 삼성증권은 아시아 투자콘퍼런스를 열고 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내년 전망에 대해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일본은 20년간의 저성장 시대를 벗어나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경제가 상승흐름을 탄 만큼 내년에도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할 거란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마사히 아쿠스 SMBC니코증권 수석 전략 애널리스트는 “2017년 상반기 일본 기업 실적이 탄탄한 덕에 일본 증시가 상승세였다”며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일본기업이 해외기업들보다 수익률이 높았을 때 일본 증시에 베팅하고 그 반대의 경우 주식을 매도하는 사례가 수년간 반복됐다”며 “글로벌 제조업 업황이 살아나고 이를 통해 일본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예견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차츰 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일본이 겪고 있는 고용란이 평균 임금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근 일본 고용 시장은 대학을 졸업하는 구직자가 직장 3~4곳에 동시합격해 기업을 골라서 취직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취직난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저출산 구도가 이어진 덕에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인구자체가 크게 줄었고, 마침 아베노믹스에 자극받은 일본 경제가 상승기조로 돌아서면서 취업시장에 미스매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노믹스 자극받아 상승 기조

그는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일본 기업이 결국 여성인력과 고령 인력도 전부 노동인력으로 편입시킬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내년 일본 평균 임금을 올려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결국 일본 증시가 또 한 번 점프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경제의 가장 기초가 되는 노동시장에서의 훈풍은 경제 상승 사이클을 좀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부동산 가격이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급등하거나 경제에 거품이 생겨 파생된 유동성이 증시를 밀어 올릴 경우에는 주식 시장 그래프가 오르는 것을 마냥 맘 편하게 지켜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자리가 늘고 월급이 느는 것에 대한 파급효과를 증시가 호재로 인식할 경우에는 좀 다른 얘기가 된다. 실물경제에 기반한 증시상승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일종의 ‘안전마진’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전의 양면이 균형 있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좀 더 긴 호흡으로 주식을 묻어 놔도 적어도 크게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일본 증시를 이 같은 시나리오에 입각해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일본의 유력 증권사 노무라가 일본 증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엔저(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 실적이 개선되며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엔저가 지속되는 이유는 일본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 유럽이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반면 일본만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엔화 가치가 떨어져 엔저 사태가 유발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일본 증시가 올해 달렸던 이유로 기업실적 호조, 글로벌 호황, 우호적인 금융 시장 등 호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호적인 금융환경에는 환율 변수도 당연히 들어간다.

일본 기업의 최근 모습은 화려했던 과거에 상당 부분 근접한 모습이다. 소니는 올해 2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이 부활하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잡힌다. 다이와증권이 분석한 일본 주요 200개 기업 중 2017회계연도 상반기 결산을 마친 기업 3분의 2의 이익이 예상보다 13% 늘었다. 아사히카세이,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7대 석유화학업체 모두 사상최고 순이익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양적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다, 심지어 일본은행은 유동성 축소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일본이 잃어 버린 20년을 벗어났다는 팡파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증시는 앞으로도 더 갈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올해 너무 올랐으니 그래도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낙관론에 무게를 둔 입장에서는 지난 2014년 초 일본 증시를 둘러싼 일련의 해프닝을 한번 복기해 볼 만하다. 이 당시 일본 증시는 새해 첫 거래일부터 지수가 2%나 밀리며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2013년 일본 증시는 그 해에만 57%나 급등했다. 당연히 과열 논란이 극심했다. 그러다가 새해 들어 첫날부터 지수가 크게 빠지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정장세가 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이 일었다.

당시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대비 2.35% 내린 1만5908.88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10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었다. 앞서 거론한대로 2013년 57% 뛴 일본 증시는 고도성장기인 지난 1972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 연간상승률을 기록했다. 도요타자동차는 50% 가까이 급등했고 일본 통신주인 소프트뱅크는 193%나 올랐다. 유명 펀드매니저조차 “일본 증시는 과매수 상태”라며 “차익실현 매물이 본격 유입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5%인 소비세가 8%로 올라가는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소비가 줄어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00개 이상의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소비세 인상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데이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50% 넘게 오른 증시에 뛰어드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일본 증시는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노무라증권은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살리는 데 성공하면 2018년에는 일본 증시가 2만5000선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례적인 평가를 내놨는데, 결국 이게 맞는 얘기가 됐다. 그것도 1년이나 일찍 현실이 됐다. 2017년 11월에 2만5000선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일본 증시를 비관적으로 봤던 다수의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셈이었다.

하지만 올해 역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에 “과열됐다”는 경계론도 나오는 것이다. 최근 주가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에서 ‘한 번은 큰 폭의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리포트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불확실한 북한과 미국 간 갈등은 한국 증시는 물론 일본 증시에도 리스크 요인이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근해로 떨어질 때마다 북한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 증시를 둘러싼 견해차를 놓고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어떤 돌발변수가 벌어져 자극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일본 증시 하락 압력보다는 상승 압력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일본 증시가 이제 막 박스권을 돌파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모두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본은 거품 경제가 극심했던 20여 년 전 화려한 과거에 발목 잡혀 이제 증시가 그 단계를 넘어서려 하는 중이라는 얘기다.

[홍장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7호 (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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