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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한 은행주, 금리인상 타고 내년엔 오를까
기사입력 2017.12.08 14:37:33 | 최종수정 2018.01.04 09: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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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는 거침없는 랠리를 내달렸다.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업종 주가가 죽죽 밀고 올라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중 대표적인 업종이 은행이라 할 만하다. 은행은 그간 저평가주를 논할 때 단골손님으로 거론되는 대표 업종이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도 안되는 절대 저평가 영역에서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시가총액이 은행을 청산할 때 받을 수 있는 가치의 절반 미만에서 머무는데도 은행을 바라보는 눈길은 호의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모든 은행 업종 주가가 다 올랐다. 적어도 여름까지는 뜨거운 시세를 분출했다. 하지만 이후 은행에 대한 해묵은 관치 논란이 또 불거지며 은행 업종 주가는 다시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은행업종은 어떻게 짚어 봐야 할까. 오랜만에 저평가 탈출 기미를 보였던 은행업종은 짧은 주가 조정을 거쳐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상반기 은행업종의 주가 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부터 짚어 보자.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주가는 주당 1만2000원 선이었다. 그전에는 더 쌌다. 지난해 초 우리은행 주가는 주당 8000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PBR 0.3배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1차 민영화 시도가 성공하며 주가가 탄력을 받았고 연일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면서 잠잠하던 주가가 폭발적으로 뛰었다. 은행주 주가가 무겁다는 속설은 적어도 올해만큼은 상식에 벗어난 얘기였다. 시나브로 뛰던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7월 장중 주당 1만9650원을 찍으며 2만원 고지를 코앞에 뒀다.

경쟁 은행 주가 추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금융 주가는 지난해 11월 주당 4만원에서 7월 주당 6만원까지 상승했다.

주가가 주당 4만원에서 6만원 고지까지 50% 상승할 때 약간의 기술적 조정을 거친 것 외에 주가 상승을 가로막을 뚜렷한 악재는 불거지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12월 주당 3만원 초반 대였던 주가가 지난 8월 주당 5만2000원 선까지 올랐다. 신한지주 주가는 지난해 11월 주당 4만2800원까지 떨어졌다가 올 8월 주당 5만5000선으로 회복했다.

기업은행 주가는 올해 4월까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다가 이후 급격한 상승랠리를 펼쳐 결국 올 8월 고점을 찍었다. 국내 은행주 주가 등락을 보면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하나같이 올 7~8월 고점을 찍은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타는 모습이다.

잘나가던 은행주 주가에 급브레이크를 잡은 변수는 무엇이었을까. 이 변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 역시 점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은행주의 주가 발목을 잡은 핵심 변수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었다. 은행주가 사상 최대 이익 랠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성장이었다. 올해 한국 부동산 시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 위주로 뜨거운 상승랠리를 보였다. 분양권 시장에 웃돈이 붙으며 거품논란까지 불거졌다.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 추후 시세 상승을 예상하고 전세를 끼고 아파트 여러 채를 매입하는 고전적인 투자 수단이 소위 ‘갭 투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또 한 번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필요한 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해 일선 은행창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으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횟수가 줄어들게 되면, 은행 실적을 개선했던 중요 변수가 사라지는 셈이 되니 천정부지로 올랐던 주가가 내려간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 주택담보대출 확대는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주가상승 카드다. 리스크를 거의 지지 않으면서 이자수익을 칼같이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할 때는 한국감정원 혹은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아파트 평균 가격치를 통상 참고하는데, 시중에 거래되는 가격보다 하향 조정되어 있는 사례가 많다. 이 가격을 근거로 감정가의 60~7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대출금을 떼이더라도 은행은 이를 경매에 넘겨 절대 손해 보지 않을 만큼의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주택은 경매시장에서 낙찰이 잘 되는 특급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런 알짜 상품 판매가 더뎌질 분위기로 흘러가니 은행 주가는 자연스레 조정받는 구조로 돌입한 것이다.



▶내년 주요은행 실적 전망 밝아

여기에 때마침 북핵 변수가 시장의 화제로 떠오르며 많이 오른 은행주가 조정받는 빌미를 제공했고, 탄력 있게 오를 것이라던 미국 기준금리 역시 인상속도가 늦춰질 거란 전망이 떠돌았다. 은행주에 우호적이었던 모든 환경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이들 변수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 이대로 은행주는 잠깐의 시세분출을 뒤로 하고 다시 변방으로 밀려나게 될까.

이와 관련 최근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내년도 은행 이익 추이를 바라보는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하나금융을 포함한 상장은행(지주)의 2017년도 순이익은 12조6100억원으로 추정했다. 최고의 실적을 보였던 2011년 11조8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을 거라는 분석이다. 내년 순이익 역시 올해 대비 소폭(0.2%)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내년 은행 순이익이 올해 대비 6%나 늘어날 것으로 봤다. 주춤했던 주가가 내년 다시 탄력을 받을 거라는 전망이다.

지금까지 은행 주가를 가로막았던 가장 큰 우려는, 올해 실적이 좋았던 은행이 내년에도 이만큼 성적을 낼 수 있겠느냐로 모아진다. 하지만 내년 실적 역시 견고한 추세를 이어간다면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던 은행주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11월 말 현재 은행주의 평균 PBR은 0.5~0.6배 선으로 여전히 극심한 저평가 국면이다. 2017년 말을 강타하고 있는 바이오 종목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의 IT주에서 시작된 랠리가 코스닥으로 옮겨붙어 활활 타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고 PBR이 수십 배에 달하는 등 바닥을 딛지 않고 주가가 공중에서 떠다니는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는 이치다. 언젠가 실적과 배당이 받쳐 주는 안정적인 종목 위주로 사이클이 온다면 그때 은행주가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 은행주는 PBR이 1배 미만에, 연 2~4%가량 배당수익을 낼 수 있고, 실적까지 전년 대비 상승할 수 있는 ‘3박자’를 다 갖췄다는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에 수급만 받쳐 주면 주가가 뜨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다.

현 국면이 금리인상 구간인 것도 은행주를 바라보는 시선에 점수를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제롬 파월(Jerome H. Powell) 연준 이사가 지명됐다. 그는 통상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급격한 유동성 조이기는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그 역시 큰 흐름에서 현 시점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시기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금리 인상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분류할 만하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인상 시점만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3명의 금통위원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내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올해냐 내년이냐를 따지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고, 당초 연 3% 성장할 거라던 한국 경제가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잡히고 있다. 모든 시장 상황이 금리를 올릴 수 있게 밑자락을 깔아 놓은 형국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은행은 가장 먼저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는 투트랙으로 은행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로는 주식 시장 심리가 은행주 주가를 밀어 올린다. 금리 인상 직후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잠잠하던 은행주 주가가 한번 점프할 수 있다.

두 번째 경로는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오른다. 증권가에서는 금리가 25bp 오르면 NIM이 적게는 2~3bp, 많게는 4~6bp 정도 올라갈 거라 예상한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만든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게 올라가면 은행 수익성도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는 NIM 상승에 따른 은행 수익 향상이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 관치 논란 유의해야

그렇다면 적정 투자시점은 언제로 봐야 할까. 지금 당장 은행주에 베팅하기에는 시장 전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린다. 우선 정부의 관치 논란이 또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은행 민영화와 실적개선을 이끌었던 이광구 행장은 최근 사퇴했는데, 후임자로 “내부 출신은 안 된다”는 정부발 뉴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1차 민영화 이후 남은 예금보험공사 지분(18.52%)도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놓겠다는 게 당초 시나리오였지만 매각 시점 역시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 관치 논란이 불거지자 예보는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정부 지분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새 행장을 뽑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뒷말이 나오면 이는 은행주 전반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은행주 주가 부양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BNK금융그룹에 취임할 당시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따라서 보수적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단 당면 과제인 우리은행 관치 논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체크하고 마음의 결정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소나기는 일단 피해가자’는 전략이다.
11월 중순 들어 은행주 주가는 하락을 멈추고 횡보 초입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대외 변수가 주는 악재가 종결되면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을 준비가 됐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1년 넘게 상승하다가 최근 주춤한 은행주 주가는 봄철 중 꽃샘추위가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금리와 은행주 PBR 상관계수가 0.85로 높은 상황에서 업종 전반 주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7호 (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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