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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운용사 국내사와 손잡고 상품 출시 맞춤형 노후설계 TDF시장 주목
기사입력 2017.11.10 16: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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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공룡들이 한국 TDF 시장서 대리전을 펼치고 있어서 화제다. TDF란 연금펀드 형태로 중장기 맞춤형 노후설계를 위해 나온 상품이다. 가입자 나이에 맞게 펀드가 알아서 고위험자산과 저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하며 은퇴 이후 원활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20~30대 등 젊은 나이에는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늘렸다가 은퇴시기가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 수익을 까먹지 않는 식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상당수 직장인들이 TDF를 통해 은퇴 이후의 삶을 보장받는다. 미국에서만 지금까지 1000조원 이상의 상품이 팔려나갔다. 글로벌 전역에서 투자 더듬이를 세우고 있는 운용사들이 자동 자산배분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 자산을 관리해 주는 식이다.



▶뱅가드·JP모건·티로프라이스 등 국내사와 제휴

미국 TDF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전문 운용사는 총 5개 정도로 볼 수 있다. 1위는 뱅가드(Vanguard)다. 전체 시장의 31.8%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설정액이 1803억달러에 달한다. 2위가 피델리티로 점유율 21.9%에 설정액 1929억원 규모다.

세 번째로 시장 규모가 큰 회사는 티로프라이스(T Rowe Price)다. 시장 점유율 16.8%, 설정액은 1480억원 규모다. 4위가 점유율 6.1%를 들고 있는 캐피털그룹의 아메리칸 펀드(American Fund), 5위는 점유율 5.1%의 제이피모건(JPMorgan)이다. 그런데 이 상위 업체 5곳 중 4곳이 한국에서 대리전을 펼치는 모양새여서 화제가 되는 것이다. TDF는 은퇴시기에 따라 축적된 빅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자산배분을 해줘야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 경험을 해왔던 운용사와 손을 잡고 이들의 노하우를 이식하려는 운용사들의 노력이 활발한 것이다.

이 중 1위업체 뱅가드는 KB자산운용에게 힘을 빌려 주고 있다. 지난 7월 뱅가드와 KB자산운용은 TDF 출시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상태다.

3위인 티로프라이스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힘을 합치는 중이다. 지난 2월 양사는 공동으로 TDF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4월 한국에서 가장 먼저 TDF상품을 내놓은 삼성자산운용은 4위업체인 캐피털그룹과 제휴한 상태다. 이에 더해 한화자산운용이 미국 5위 업체인 JP모건과 함께 TDF 출시를 준비 중이다. 2위인 피델리티를 제외하고 미국 상위 5개사 중 4개사가 한국에서 대리전을 치를 준비를 마쳤거나 끝낼 채비를 하는 것이다.



▶국내 TDF시장 순자산 4500억원

TDF펀드를 굴리는 핵심 역량은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다. 글라이드 패스는 소득 변화, 시간 변화, 금리 변화에 따라 주식과 채권에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고 투자할지를 결정한 결과물을 말한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곡선처럼 생애 초반에는 주식형 비중이 높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은퇴 이후에는 주식형 비중이 크게 낮아지는 그래프를 그린다는 것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여기에 국내형·해외형 자산에 얼마나 투자할지까지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비법을 그대로 들여온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왜냐하면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통해 논리를 만드는 과정을 배우면서 한국 고유의 사정을 잘 입혀 새로운 버전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은퇴하기까지 과정이 많이 다르다”며 “해외에서 성공한 제도를 똑같이 베껴 한국에 들어오면 제도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미국 남성과 달리, 한국 남성은 군대를 다녀오는 등의 이유로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진다. 국가별 연봉은 물론 임금 구조, 해고 가능성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단 지금까지는 한국형 TDF 시장이 성공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이 모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TDF 시장 전체 순자산은 4500억여 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4월 삼성자산운용이 뱅가드와 손잡고 시장 문을 열어젖힌 직후 1년 반 만에 거둔 성과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 순자산 규모는 2300억여 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 반년이 되기 전에 800억원 자금을 모았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 9월 25일 기준 ‘삼성한국형TDF2045’의 3개월 수익률이 3.2%, 6개월 수익률이 7.8%다. 1년 수익률은 12%가 넘는다. ‘한국투자TDF알아서 2045’ 6개월 수익률 역시 7%가 넘는다. 아직 TDF 도입 초기이지만 나쁘지 않은 초반 스타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높아진 수익률이 펀드 설정액을 늘리는 선순환 효과가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더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 운용사도 TDF 시장 확대의 꿈을 꾸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신한금융그룹의 주주인 프랑스 BNP그룹 자산배분펀드 및 TDF 운용전문회사 ‘MAS(Multi Asset Solution)’와 제휴한 게 특징이다. 여기서 노하우를 얻어 신한BNPP자산운용이 직접 운용하는 구조다. 자산 배분과 글로벌시장에 대한 투자전략은 MAS의 노하우를 빌리고 이에 더해 신한BNPP자산운용이 국내시장에서 활동한 노하우를 섞어 자금을 굴리는 구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략배분TDF’란 이름으로 2017년 3월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부터 독자 능력으로 TDF 형태의 펀드를 굴려온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생소하다는 이유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올해부터 이를 TDF란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다시 시장 전면에 등판시킨 것이다.

TDF 시장의 확대는 한국 퇴직연금 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주의 깊게 관측해야 할 포인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시장의 평균 수익률은 1.8%에 불과했다. 기준 금리를 살짝 웃도는 수준으로 투자 수단으로는 실격에 가깝다. 수백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도 매년 5~6% 안팎의 수익을 낸다. 퇴직연금의 성적표가 유독 초라한 것은 예적금 위주의 무위험 자산에 돈을 깔아 놓기 때문이다. 반면 적극적인 운용으로 수익을 내는 호주 퇴직연금의 경우 2015년 기준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9.5%에 달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형으로 나뉜다. DB는 쉽게 말해 회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구조다. 그런데 대다수 기업에서 퇴직연금을 전문가가 관리하기보다는 비전문가가 돈을 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섣불리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를 할 수가 없다.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사했을 때 꼭 내줘야 할 쌈짓돈인데 잘못 돈을 굴렸다가 자금을 날리기라도 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당부서는 최대한 보수적인 자세로 돈을 굴린다. 절대 돈을 잃지 않는 게 1차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대다수 자산을 예금과 적금을 비롯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깔아 두는 것이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은 “기업 퇴직금을 굴리는 직원 입장에서 수익이 잘 나면 본전이지만 공격적인 운용으로 원금을 까먹으면 엄청난 인사 질책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담당자 입장에서 사력을 다해 자금을 굴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확정기여형(DC)은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예금, 펀드 등에 넣고 운용하는 상품 구조다. 내 퇴직금을 일하는 동안 스스로 굴려 추가수익을 내게 하는 것이다. IRP형은 퇴직한 근로자가 퇴직 때 받은 퇴직 급여를 운용하거나 일하고 있는 근로자가 DB나 DC 이외 추가로 돈을 더 태워 돈을 적립해 운용하는 식이다.



▶퇴직연금시장서 TDF 주목

지금까지 퇴직연금의 대세는 단연 DB였다.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식이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대로 회사 입장에서 퇴직금을 굴려 수익을 내기가 워낙 어려우니 앞으로는 DC가 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DC로 돌린다고 해서 바닥을 기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혈기 왕성한 근로자들이 위험상품 위주로 펑펑 베팅하면서 퇴직금을 까먹을 우려가 커진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DC형을 확대해 퇴직금을 잃는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DC형으로 전환하는 회사는 가장 먼저 직원 금융교육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때 TDF는 첫 번째로 거론될 만한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금융지식과 시간이 부족한 것에 따른 운용 부담을 느껴 줄을 서서 TDF 계약서에 사인하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이미 TDF가 보편적인 퇴직연금 상품이 됐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TDF 시장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한국시장에서도 TDF가 주목받을 시기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운용사들이 일제히 이 시장에 달려드는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TDF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미국 연금시장의 절대다수 비중을 TDF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한국도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등 선진 금융 기법에 대한 투자자 이해도가 급격히 올라오고 있다.
TDF가 생소했던 몇 년 전과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TDF로 자금이 몰리는 것 역시 금융지식의 부족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투자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거액의 자금이 있어야 투자상담을 받을 수 있는 PB(프라이빗 뱅커)와 달리 TDF는 상담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자산배분을 해주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장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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