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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스타트업 입주에 카페·편의점도 들어서 도시재생으로 활력 되찾은 세운상가
기사입력 2017.11.10 16: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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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소재 세운전자상가~대림상가 3층. 굳게 닫힌 점포 셔터문 사이사이 그동안 세운상가 일대에서 찾기 힘들었던 특색 있는 소형 카페들이 영업 중이다. 연남동이나 경리단길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분위기를 풍겼다. 종묘에서 대림상가까지 구간을 정비하는 서울시 ‘다시·세운 프로젝트’ 1단계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들어선 가게들이다.

대한민국 최초 주상복합 세운상가군이 수십 년 동안의 방치와 슬럼화를 극복하고 새 시대를 맞고 있다.

다시세운보행교

다시세운광장



▶근대화의 상징 세운상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56달러에 불과했던 지난 1967년, 서울 도심 청계천변에 들어선 연면적 20만㎡, 17층 높이의 주상복합 세운상가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한때 ‘세운상가에서는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종합 전자제품 상가로서 전성기를 누렸고, 아파트에는 내로라하는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살았다. 준공식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로 국가적 관심이 뜨거웠다.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전까지 종묘 앞 세운지구 일대는 사대문 내 대표적 슬럼지구였다. 한국전쟁 이후 무허가 판자촌과 사창가가 난립했었다. 이에 서울시는 김수근 건축가와 협력해 세운지구 재개발에 착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지구는 대한민국 1호 재개발 지구이기도 하다.

개관 후 ‘천지개벽’을 겪은 세운상가는 당시 상류층의 최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으며 도심 대표 상권을 형성했다. 준공 당시 신문기사들은 ‘서울의 아파트 어디까지 왔나’라는 제목으로 세운상가를 대해부하며 대중에 소개했다. 주상복합 내 교회와 사우나까지 갖춘 세운상가는 50년 전 서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원스톱 주거 공간’을 제공했다.

하지만 영원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다. 신세계·롯데백화점과 용산전자상가 등의 등장으로 상권을 빼앗긴 세운상가는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문 닫은 가게와 공사현장 같은 길이 더 익숙한 그림이다.

이후 낙후된 세운상가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시장과 정치인이 해결사를 자처하며 등장했다. 하지만 세운상가의 재탄생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서울시장들의 치적이자 ‘전시행정’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결과다. 지난 1979년부터 수십 년 동안 재개발 사업 시도와 5번의 재개발 계획 변경이 추진됐지만 모두 실현성이 미약해 실패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백지화와 재추진을 되풀이하는 오락가락 행정으로 세운상가 일대는 슬럼화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과 상인들 몫이 됐다.

종묘 앞 옛 세운초록띠공원(현 다시세운광장)은 ‘전시행정’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상징적인 공원이다. 세운상가군을 전면 철거해 1㎞ 길이의 녹지축과 초고층 건물 건립을 공약했던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2009년 현대상가를 철거하고 현재의 세운초록띠공원을 조성했다. 현대상가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8개의 상가를 철거하는 계획이 나왔지만 얼마 안 가 철거는 중단됐다. 단순 계획 단계를 넘어 일부 철거까지 한 마당에 사업이 멈춘 것이다. 애꿎은 현대상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화려했던 계획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 사업성에 대한 논란은 사업을 중단시키기 충분했다. 당시 서울시는 예상 이주 보상비만 1조원에 육박한 전면 철거 사업을 추진했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힘을 받기 시작해 사업을 주도할 개발자를 찾기 어려웠다. 수익성 확보의 핵심 고리인 초고층 건물 가능 높이는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층수제한을 들고 나오면서 122m에서 62m로 반 토막 났다.

2년 간 지지부진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서울시장이 바뀌었다. 박원순 시장은 당선 후 세운상가군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로써 이미 2000억원 이상의 상가 철거·보상비를 쏟아부었던 세운상가군 철거 사업은 없던 일이 됐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있던 상인과 주민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고, 전면 개발이 예정돼 있던 상가 건물들의 노후화는 가속화됐다.

3층 보행데크 카페



▶‘다시·세운 프로젝트’ 시작

박 시장은 이미 철거를 시작했던 세운상가를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이곳을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하며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1단계 구간)인 종묘~대림상가 재생사업은 지난 9월 19일 개장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시가 지난 2014년 3월 세운상가 일대 재생을 결정한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보행로 정비를 통해 연결성을 강화하고 청년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1단계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총 사업비 535억 2700만원이 투입됐다. 삼풍상가~남산순환 구간을 정비하는 2단계 사업은 내년 착공 예정이다.

1단계 재생 완료로 시민들 발길이 끊겼던 세운전자상가 건물 옥상은 북한산과 남산 전경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변신했다. 종묘 등 서울의 도심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시는 이곳을 ‘서울 옥상’으로 명명했다. 옥상을 설계한 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측 박현진 씨는 “사방에 한국과 서울의 도시근대화 역사를 생생히 묵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옥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세운전자상가 옥상은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과 구조물뿐이었다. 서울시는 옥상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그늘 공간 등 쉼터와 옥상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도 새로 설치했다.

특히 세운상가 1단계 사업으로 단절됐던 서울 도심의 남북 보행축이 되살아났다. 서울시는 종묘와 세운상가 앞 ‘다시세운광장’을 잇는 횡단보도를 새로 설치했다. 종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세운상가 일대로 유입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기존에는 도로로 가로막혀 종묘와 세운상가가 끊겨 있었다.

아울러 시는 청계천 위를 가로지르는 총 58m 길이의 ‘다시세운보행교’를 복원했다. 단절됐던 세운전자상가와 청계·대림상가를 연결한 것이다. 두 건물 사이 공중보행교는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서울시가 철거했다. 강맹훈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다시세운보행교’는 종묘~남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남북축과 청계천이라는 동서축이 교차하는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운전자상가~대림상가 양 날개에 새롭게 정비한 3층 높이 보행데크는 각 길이만 500에 달한다. 이 보행데크를 따라가면 을지로까지 막힘 없이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지상과의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향후 서울시는 2단계 사업으로 삼풍상가부터 남산을 연결하는 보행축을 형성할 계획이다. 종묘와 남산을 잇는 단일 보행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을지로로 단절된 보행길을 보완하기 위해 대림상가와 삼풍상가를 잇는 공중보행교를 짓는다. 삼풍상가에서 호텔PJ까지의 구간은 건물 양쪽에 보행자 전용교를 새롭게 설치한다. 인현상가와 진양상가는 3층 높이의 데크와 지상 보행로 사이에 중간층 구간을 새롭게 조성할 예정이다.

또 남산1호터널 요금소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보행 다리를 조성하는 내용도 2단계 구간 설계안 포함됐다. 요금소 위를 넘어가 남산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놓는 것이다.

세운상가 보일러실



▶청년들 몰리며 활기 되찾은 세운상가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운상가는 서서히 활기를 찾고 있다. 상가 공실도 상당수 줄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강맹훈 기획관은 “3층 보행데크에서 4층 연결 계단을 만들면서 60%에 달했던 4층 공실률도 20%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해 세운전자상가~대림상가 구간 보행데크에 청년 스타트업 창작·개발공간 ‘메이커스 큐브’를 17개소 설치했다. 입주 기업 서큐러스의 박종건 대표는 “원래 세운상가 내에는 편의점이 없었는데, 최근 1층에 24시간 편의점이 생겼다”며 “낮이든 밤이든 일하는 청년 스타트업들이 입주하니 일대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 6시면 문을 닫았던 세운상가에 청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는 설명이다.

무허가 점포와 건물로 가득 찼던 3층 보행데크는 전기 자전거·자동차 개발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메이커스 큐브’에서 미니 전기차와 전기 자전거를 만들고 있는 씨에이씨는 학생 체험 워크숍도 현장에서 진행한다. 제조업에 관심 있는 어린 학생들을 불러들여 일대에 대한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김광일 씨에이씨 대표는 “진행 중인 워크숍은 LG재단의 ‘영메이커스 프로젝트’와 연계해 소외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중견·대기업 등 민간 자금을 세운상가로 끌어들여 지역을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세운전자상가 지하에 방치됐던 보일러실은 어느덧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해 볼 수 있는 ‘놀이터’로 바뀌어 있었다. 서울시와 서울시립대는 이 공간을 ‘세운캠퍼스’로 명명하고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한 기업은 물론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젊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세운상가 일대에는 특색 있는 카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타트업들이 세운상가의 ‘장인’들과 다양한 제조 부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 기존 상인들의 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광일 대표는 “우리의 아이디어와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 ‘메이드 인 세운’ 상품을 만들어 브랜드화하고 싶다”며 “그래야 세운상가 가족들 모두가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일단 유동인구 증가와 세운상가 활성화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세운청계상가에서 30년간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한 A씨는 “세운상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들이 점포에서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임대료 상승 요인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세운상가 일대 임대료는 벌써부터 오름세를 타고 있다. 청계상가 3층 기준 30㎡대 점포의 임대료는 한때 100만원을 넘었다가 세운상가의 노후화로 3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었다.
하지만 현재 세운상가 3층의 30㎡대 점포 임대료는 50만~60만원 선으로 올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프랜차이즈 입주 제한 등 상가군의 용도 지정 변경에 착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는 또 세운상가 기존 상인들을 ‘기술장인 마이스터’로 선정하며 새로 입주한 청년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김강래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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