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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이후 다시 짜는 부동산 투자전략 집 팔라는 정부… 다주택자 출구전략 필요할까
기사입력 2017.10.20 14: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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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지난 6월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이하 6·19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8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하 8·2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조만간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실수요·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이어지는 발표 내용을 들춰 보는 다주택자들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순수한 재테크 목적이든, 실거주 겸 투자 목적이든 이들을 ‘투기꾼’으로 보고 집을 팔라는 정부 앞에서 다주택자들은 출구전략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현실에서 투기와 투자도 선을 그을 만한 분명한 잣대는 없다. 주택시장 규제가 ‘정서법’이라는 성격을 다분히 가지는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다주택자는 투기꾼으로 비친다. 주거 복지와 주택 시장 활성화가 동시에 실현되는 건 쉽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대 정부의 주택 시장 정책을 볼 때 장기적으로 정부는 집값 잡기에 실패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 볼 때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

6·19대책과 8·2대책, 그리고 이어지는 각종 규제는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사라질 수 있는 극복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제약 조건이다. 규제 대상이자 전쟁 선포의 대상이 된 ‘투기세력’, 다주택자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나갈 것이냐 아니면 남을 것이냐(to exit or to remain)’.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대해 따져 볼 시점이다.

아파트 숲이 빼곡한 서울 전경



▶매수세 관망, 급히 팔면 제값 못 받아

일단 다주택자 상황으로부터 빠져 나온다는 쪽을 먼저 생각해 보자.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내 집 언제 살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집 언제 팔까’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서울 아파트를 사두면 언젠가는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 속에 2014년 이후 ‘분양권·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역세권 중소형 기존 아파트’는 매수 관심 리스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를 사들인 사람들은 상당수가 지금 ‘매도 압박’을 받는 다주택자들이다.

‘살 집 아니면 파시라’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마따나 규제의 표적이 되느니 세놓은 집을 파는 것은 단기적인 리스크·대출부담 줄이기 측면에서는 바른 선택이다. 하지만 집은 화장품이나 옷, 카메라 같이 한 번 샀다가 되파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 서울 아파트 한 채의 매매가격이 최소 3억원을 넘나든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오가는 집이니 만큼 팔 때 팔더라도 가능한 제값을 받고 팔기 위해선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 타이밍은 거시적인 주택경기를 떠나 단기적으로는 매수·매도자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8·2대책 이후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과 민간업체인 KB은행·부동산114 등이 서울 아파트 시세 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대책 이후 얼마 만에 하락했는지, 반등했는지는 당장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매수세가 잠잠한 가운데 오르락내리락하는 호가를 중심으로 산정한 주간 시세이다 보니 실제 거래 상황을 명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당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구체적인 지역의 매수세와 정부 대책 집행 캘린더다. 일단 9~11월은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는 하반기가 성수기다. 특히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식의 내 집 마련 매수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청약가점제를 강화하는 한편 당장 소유권 이전등기 시까지 서울 아파트 분양권 되팔기를 전면 금지했고, 새 아파트 분양에 대해서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매개로 중도금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식으로 분양 시장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에게도 청약 당첨을 통해 집을 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다.

실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직주근접’형 지역에서는 집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가격 방어를 할 수는 있다. 서울 시내 전세가율이 높은 대표적인 곳은 서남권 구로·금천·동작, 서북권 마포·서대문·은평, 강북권 성북·동대문구 등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말 서울 전세가율 상위 지역은 기존에 ‘갭투자 성지’로 불리던 성북(83.01%)과 중랑(80.46%), 동대문(80.18%), 관악(79.64%), 구로(79.38%), 서대문(78.66%) 등의 순이다.

한편 전세가율 외에 홀수 해에 통상적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올랐다는 통계 변수가 올해에도 유효하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1990년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라 임대차 기간이 2년으로 정해진 이후 집주인이 세입자와 계약을 하는 2년마다 전세금이 이전보다 올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을 기점으로 홀수 해에 두드러지게 서울 전세금이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방에 대해 단언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이미 주요지역 전세가율이 80%를 향해 갈 정도로 전세금이 오를 대로 오르면서 더 이상의 급등세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홀수 해 경험칙에도 불구하고 홀수 해인 올해 전세금 상승세는 둔화된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반기(1~6월)를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올해 0.4%로 2015년(3.8%) 이후 감소세다. 서울 역시 올해 1.2%로 2015년(5.2%)과 2016년(1.3%)에 비해 상승세가 줄었다. 매매가격 상승세가 전세금보다 가팔랐거나, 전세금 수준이 오를 대로 올랐거나, 갭투자 활성화에 기댄 전세 매물 증가로 인해 수급 조정이 되었을 가능성이 배경으로 꼽힌다. 전세금 급등이 일어나는 경우 매매전환 수요가 늘 공산이 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매수 수요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은 낮다. 다주택자가 내놓은 집을 선뜻 사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모·자식 간 ‘부담부 증여’ 유리

여유가 있는 장년층 다주택자들은 자식에게 집을 넘겨주는 방법을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양도와 증여를 두고 ‘어떤 방식으로 주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4월 1일 이전에 주택을 과감히 처분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 주기 아까운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

부모·자녀 간의 양도는 돈을 받고 파는 ‘양도’와 무상으로 넘겨주는 ‘증여’가 있다. 양도세는 양도(매매) 차익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고, 증여세는 증여 재산의 액수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이 때문에 똑같은 7억원짜리 아파트라 해도 양도차익이 적으면 양도세가 적은 반면 증여세는 시세 차이에 관계없이 비싼 집일수록 더 많은 세금이 과세된다. 물론 각자의 사정에 따라 세금 부담은 다르다. 부모가 취득한 지 오래된 부동산은 양도차익도 클 가능성이 높아서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많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몸값이 비싼 부동산은 증여세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다만 기준 세율을 보면 과세표준 10억원까지는 양도세 세율이 증여세보다 더 높다. 10억원을 넘으면 양도세율과 증여세율과 같아지고, 30억원이 넘으면 증여세 세율이 더 높게 된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아파트는 30억원을 넘지 않는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중위 매매가격 모두 6억원을 넘어섰다. 강남권 전용 135㎡ 이상 대형면적 아파트 중위가격이 16억원 선이다.(중위가격이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값으로 중간 정도의 가격선을 말한다)

세무전문가들은 특히 ‘부담부 증여’를 추천하는 편이다. 통상적으로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형식만 양도로 해놓고 정상적인 대금 거래 없이 부동산을 넘겨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부모, 자식끼리 또는 배우자 간에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 등기형식(양도·증여 등)과 상관없이 가족 간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대금 거래가 없는 비정상적인 양도를 하는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적지 않은 금액을 추징당할 수 있다. 다주택자인 부모가 실제로 자녀들에게 돈을 받고 집을 파는 것(양도)이 아니라면 증여 형식을 통해 집을 넘겨야 하는 이유다.

부담부 증여는 양도세와 증여세가 혼합된 형태다. 문진혁 세무법인 다솔리더스 대표세무사는 “단순 증여에 비해 부담부 증여가 세금 절약에 유리하다”며 “은행대출이나 전세보증금 등 부동산 담보 채무가 있는 경우 담보채무액에 해당하는 양도세는 부모가 내고 부동산 값에서 담보 채무액을 뺀 나머지 가액에 대해서만 자녀가 증여세를 내는 것이 ‘부담부 증여’”라고 설명한다. 다주택자인 어머니가 대출 4억원을 끼고 산 7억원짜리 마포구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7억원 중 아들이 승계받는 은행 대출 4억원에 대해서는 증여자인 어머니가 양도세를 내고 아들은 차액인 3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 물론 은행 대출 4억원과 대출이자는 반드시 대출 승계를 받은 아들이 내야 한다. 문 세무사는 “세무서의 사후추적을 통해 대출 원리금을 증여자인 어머니가 대신 낸 사실이 밝혀지면 채무인수가 부인돼 7억원 전체에 대해서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담부 증여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단지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최근에 거래된 주변 매매 사례를 기준으로 증여가액을 계산하기 때문에 8·2대책 이후 아파트 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기다렸다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후 증여해도 나쁘지 않다. 다만 다주택자인 경우 내년 4월 1일 이후부터 양도세가 중과되므로 적어도 3월 말까지는 부담부 증여를 끝내야 한다. 이 밖에 부담부 증여 시 부동산담보채무액의 기준액을 두고 혼란이 생길 여지가 크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 간이 계산한 결과와 실제 내야 하는 액수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잠실 부동산중개업소

▶‘장기 보유·임대사업자 등록’도 방법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면 내년 4월 이전에 집을 파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집을 팔 생각이 없는 다주택자들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은 대표적인 출구전략으로 통한다. 임대주택 등록제는 4~8년(의무 임대기간) 동안 소유한 집을 임대만 놓을 수 있고 팔지 못하는 대신 이 기간만 지나고 나면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생각한다면 우선 자신이 소유한 집이 양도세 중과 면제 대상인지 여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이하 특례법)상 수도권 군·읍·면 소재 혹은 수도권 이외 지역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인 집 등 16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양도세 중과 대상인 주택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강남에 아파트가 한 채 있고 분당에 7억원짜리 아파트가 있으면 2주택자가 되지만, 강남 아파트와 더불어 경기도 파주시에 3억원 미만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1주택자로 분류돼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다만 내년 2월께 특례법이 개정을 앞두고 있어 법이 바뀌는 대로 내 집이 중과세 면제 대상인지 여부는 그때 가서 다시 따져 봐야 한다.

최고 62%(3주택자)까지 부과되는 양도세를 피하려면 일단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우의 수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주택공시가격이 6억원(수도권은 3억원)을 넘는다면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해서 세금을 줄이겠다는 계산이 빗나갈 수 있다. 임대 개시일을 기준으로 시가 6억원이 넘는 집은 의무임대기간을 채웠더라도 양도세가 중과된다. 이는 다주택자가 세금절약 효과를 보지 못함과 더불어 ‘매매’를 통한 출구도 막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별다른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 등이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 주택임대소득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지역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입대상자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구 서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신DTI 도입되면 다주택자 추가대출 어려워

4월 이전에 다주택자들이 대거 집을 팔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4월 이전에 그만큼 괜찮은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라면 내년 초가 좋은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자기 자본금이 넉넉지 않다면 아무리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알짜 매물이 나오더라도 ‘그림의 떡’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10월 추석 연휴 이후 ‘신(新)DTI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가계부채대책을 내놓는다. 신DTI까지 도입해서라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를 차단하고 가계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신DTI가 도입되면 새로 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반영해 대출 한도가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기존 대출의 이자(연간 이자 상환액)만 반영됐지만, 내년부터 대출 원금까지 반영되면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다주택자가 집을 한 채 더 사기 위해 추가로 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8·2대책으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이미 DTI가 30%로 강화된 마당에 신DTI까지 도입되면 다주택자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는 대폭 줄어든다.

한편 정부가 집 투기와의 전쟁에 칼을 빼든 만큼 유동자금은 땅이나 수익형 부동산(상가·오피스텔)에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말이다. 다만 이들은 주거상품인 아파트와는 대출구조나 수익 흐름, 시장 특성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쉽게 발을 들일 만한 것은 아파트와 유사한 오피스텔 정도다.


땅이나 상가는 증여를 목적으로 한 투자인 경우에 생각해 볼 만하다. 땅과 상가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비교할 만한 유사 매매사례가 드물다. 이 때문에 실제 시세에 비해 훨씬 낮은 기준시가(공시가격)가 증여가액으로 계산된다.

[김인오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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