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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한 줄로 쌓듯 올려 대지 효율성 높여 자투리땅 싸게 사서 집 지어 보세요
기사입력 2017.04.21 16:19:41 | 최종수정 2017.04.21 16: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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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명의 아들을 둔 직장인 B씨는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 있는 60㎡의 땅에 연면적 84㎡의 2층집을 지었다. B씨는 “전세로 살던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논다며 아래층 주민과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작은 땅이지만 아이들과 마음껏 뛰고 소리 지르며 놀고 싶어 저렴하게 매물로 나온 땅을 매입해 원하는 스타일로 집을 지었다”고 말했다. 새로 지은 집에서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계단을 푹신하게 만들어 아이가 뛰어다니다가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혹시라도 아이들끼리 옥상에 올라가서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안전망을 설치했다.



# 직장인 A씨는 2015년 서울 동작구에 3층 높이의 단독주택을 지었다. 맞벌이 부부인 A씨가 두 직장의 중간 지점에 집을 짓기로 하고 찾아낸 곳이다. 대지는 차도 드나들기 힘들 정도로 좁은 2m 도로에 접해 있다. 덕분에 싸게 땅을 살 수 있었다. 37m² 의 땅에 A씨는 거실, 부엌 등을 층별로 배치하고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했다. 땅값을 포함해 집을 짓는 데에는 모두 2억7000만원이 들었다. 집을 설계한 건축가는 우물터만한 작은 땅에 들어선 집이라며 ‘우물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 집은 동네 주민들에게 ‘5평 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층 바닥 면적이 17.3m²로 ‘5평(16.2m²)’을 조금 넘기 때문이다. A씨는 “집이 좁지만 아내와 둘이 살기엔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협소주택’이라 불리는 도심 속 작은 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자투리땅에 짓는 만큼 땅값이 저렴하고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협소주택을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협소주택이란 A씨의 ‘5평 집’처럼 66m² 이하 규모의 도심 자투리땅에 4층 이하로 짓는 집을 뜻한다. 원룸을 한 줄로 높이 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작은 땅에 짓기 때문에 ‘틈새주택’ 혹은 ‘땅콩주택’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구(舊) 도심 저층 연립주택 사이나 이면도로와 인접한 작은 땅에 들어선다. 뉴타운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땅에 지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지면적은 작지만 층수를 올려 거실과 방, 주차장까지 만드는 등 공간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외관 디자인부터 내부까지 독특하게 만들다 보면 동네 명물이 되기도 한다. 2000년대 후반 일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주택 유형이다. 협소주택이라는 말 자체도 일본에서 유래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도시 외곽에서 전원주택을 짓는 게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도심 내에서 초소형 주택을 짓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협소주택 (사진제공=박영채사진작가)



▶전월세값 치솟자 협소주택 관심

협소주택이 관심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지역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7년 2월 59.8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값 지수는 지난달 103.2까지 72.6%나 올랐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평균적으로 매년 5.6%씩 오른 셈이다. 20~30대 직장인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진 상태다. 실제로 협소주택을 짓겠다며 건축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20~30대다. 그렇다고 서울 외곽이나 신도시 아파트를 사는 것은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려 싫다. 신도시라 해도 교통이 편리한 지역이라면 아파트 가격이 서울 못지않게 비싸다. 주거공간이 쾌적하고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비싸지 않게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협소주택은 이런 고민에서 등장한 새로운 유형의 주거공간이다.

협소주택을 짓는 데는 주변 아파트 시세의 절반 정도 든다. 총 공사 비용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울의 땅 구입비용은 3.3m²당 1500만~2000만원, 건축비는 3.3m²당 700만~800만원, 측량 및 설계 예산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가령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대지 33㎡를 매입하려면 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연면적 99㎡ 정도의 집을 지을 경우 설계비와 시공비를 3.3㎡당 750만원으로 계산해 약 2억3000만원 정도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땅값을 더해 총 4억3000만원 정도가 든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땅이 작더라도 집을 지을 수 있는 반듯한 땅들이 좋다”며 “또 길이 너무 비좁을 경우 건축행위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협소주택 (사진제공=한글주택)



▶땅 경매 활용 저렴하게 토지매입

협소주택을 지을 때 중요한 것은 측량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동네의 경우 지적도 상의 면적이 실제 면적과 다른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지어진 집들은 무허가 증축으로 옆집과의 경계가 모호한 채 집을 넓히는 일이 빈번했다. 기껏 확보한 건축면적도 벽체 두께와 마감을 제하고 나면 더욱 줄어들기 일쑤다. 협소주택 소유자들 중 상당수는 “원래 1층에 세를 주고 2~3층에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측량 후 실제 면적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나 어쩔 수 없이 전 층을 실거주에 사용하게 됐다”고 말한다.

땅 경매를 활용하면 저렴하게 도심 내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 경매에서 성공하려면 현장조사는 필수적이다. 경매로 나온 주택에서 전세로 사는 임차인이나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이야기를 들어 집 시세를 파악하고 주변 비슷한 지역의 단독주택과 아파트 매매가를 살펴보면 대략 낙찰가를 예상할 수 있다.

협소주택 건축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설계 작업을 맡은 건축사무소에 본인의 의견을 잘 전달해야 한다. 많은 주택들을 살펴본 뒤 집 내부에 꼭 갖춰야 할 것들이 뭔지를 잘 정리해서 건축사에게 얘기해야 설계 작업에 반영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 머물면서 원하는 대로 시공이 잘 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완공 후에도 하자 보수가 잘 이뤄지도록 믿을 만한 곳에 일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이 너무 높지는 않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땅값이 상승하면서 토지 매입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총 예산을 대략적으로 정하고 일반 아파트나 주택을 매입하는 비용과 비교해 봐야 한다. 또 작은 지분이 있는 곳은 주택밀집지역들이 많아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클 수 있다. 사전에 모든 문제를 조율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사람은 완성된 주택을 사는 것이 좋다.

서비스 면적인 다락방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아이디어다. 다락방은 법정 면적에 속하지 않아 단독주택을 지을 때 인기가 많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협소주택 (사진제공=토맥)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는 협소주택

협소주택은 향후 투자 대상으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자 단독주택이 재조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협소주택은 단독주택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협소주택 건축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고 싶어 하는 수요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협소주택에 입주하고 싶어 한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층간 소음 문제가 없으면 작더라도 ‘내 집 마당’을 거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김포 자이더빌리지가 33 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GS건설과 같은 대형건설사도 단독주택 시공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협소주택은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가구주택을 지을 때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다. 차가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공간에 지어지기 때문에 공사비도 일반적인 주택에 비해 1.5배 더 든다. 이 때문에 협소주택 투자는 건축 기간 동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이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노은주 가온주택 소장은 “1~2인 가구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며 “가구 수가 적고 도심에 ‘나만의 집’을 갖고 싶어 하는 고소득자의 협소주택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협소주택이 투자대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지 활용 차원에서

협소주택 지원 확대 필요

협소주택 활성화는 한정된 토지를 좀 더 알차게 사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공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대규모 필지는 활발하게 개발됐지만 도심지에 남은 소규모 필지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방치돼 있었다. 협소주택이 좀 더 활성화되려면 법과 조례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쪽 대지 경계선에서 1.5m를 떼어야 하는 ‘일조권 사선제한’이나 ‘소방도로 4m 확보’에 관련된 법 때문에 골목길에서 신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뜩이나 작은 땅에 이격거리를 다 떼고 나면 남는 면적은 턱없이 작아져 건물 디자인이나 건축이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주차장과 정화조 설치도 문제다. 하수종말처리장까지의 관로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동네는 정화조를 설치하는 날이면 마을 전체가 불만의 목소리로 들썩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화조 설비 정비나 공용 주차공간 확보 등 사회간접자본에 힘을 쏟는다면 골목길에 숨어 있는 필지들에서 신축이나 개축이 좀 더 자유로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협소주택 건축은 서울보다는 광역시 구도심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협소주택이 주목받음에 따라 서울 도심 내 자투리땅 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종로구 용산구 성북구 자투리땅의 경우 3.3㎡당 1000만~1500만원 하던 게 어느새 2000만원을 호가한다.

노은주 가온주택 소장은 “지방의 광역시도 주변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낙후되고 방치된 틈새 땅이 많다”며 “서울에서 시작된 협소주택 건축열기가 이들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환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9호 (2017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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