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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굿즈에 푹 빠진 대한민국, 스타벅스 레디백이 촉발 ‘웃돈 얹어 사는 굿즈’… 카페·주류 등 업계에서 필수 마케팅 수단 정착
기사입력 2020.09.01 10:12:25 | 최종수정 2020.09.05 16: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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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한정판 굿즈(기념품)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패션업계에 한정됐던 이러한 굿즈의 인기는 최근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며 생활 전반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최근 한정판 소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던 분야는 의류, 신발 등 패션 분야다. 패션 업계에서 브랜드끼리 협업하는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기존 브랜드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다양화 전략을 타사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새로운 가치 추구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들의 눈길을 한방에 끈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 간 협업을 통해 출시된 신발이나 의류 액세서리는 제한된 물량이라는 희소성으로 그 프리미엄을 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다. 나이키는 지속적으로 타 패션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모델을 출시해왔다. 특히 올해 초 가수 G드래곤과 협업해 내놓은 나이키 슈즈는 20만원의 실제 판매가에도 불구하고 리셀 시장에서는 1000만원을 오가는 가격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이키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패션브랜드나 셀렙과 힘을 합쳐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패션업계에서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한정판 출시가 빠른 속도로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리미티드 에디션이 소위 대박을 친 곳은 카페업계 국내 1위 업체인 스타벅스다. 여름, 겨울 등 시즌별로 타월, 다이어리 등 굿즈를 내놓으며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스타벅스가 이번 여름을 맞아 내놓은 스타벅스 ‘레디백’은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평가다. 소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세대)들은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한정판 제품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시하고 공유하며 이러한 레디백 대란에 일조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까지 합세하며 레디백 배부 전날 밤부터 밤새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펴가며 기다리는 대기행렬까지 만들어냈다. 회사에 출근하는 남편들이 와이프의 등쌀에 밀려 아침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레디백을 받아간다는 인터넷 글들도 왕왕 찾아볼 수 있었다. 헛걸음도 상당했다.

화려한 인기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여름 이벤트를 두 달가량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초반부터 커진 화제 때문에 ‘없어서 못 주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한정판 굿즈를 되파는 시장인 ‘리셀’ 시장도 매우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상품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높은 가격으로 등장했고, 굿즈를 얻기 위해 여의도의 한 지점에서 음료 680잔을 주문한 뒤 가방만 챙겨 간 고객이 있다는 목격담까지 나타났다. 그린색에 비해 더 빨리 품절됐던 핑크색 스타벅스 레디백은 중고거래 시장에서 약 10만원 안팎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스타벅스발 굿즈대란은 여러 카페 프랜차이즈로 옮겨 붙었다. 도넛 프랜차이즈 ‘던킨도너츠’에 따르면 최근 고객 이벤트로 사전예약을 시작한 ‘노르디스크’가 반나절 만에 동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던킨은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사전예약을 통해 노르디스크 폴딩박스를 구입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했지만 예약이 몰리며 물량이 조기 소진돼 사전예약을 종료한 셈이다. 해피앱에서 1만8900원짜리 쿠폰을 할인한 1만6900원의 가격에 구매하면 1만원 교환권과 노르디스크 폴딩박스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노르디스크는 100년 넘게 사랑 받아온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텐트와 침낭, 매트 등 캠핑용품을 제작 및 판매한다. 디자인과 편의성을 갖춰 캠핑족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폴딩박스는 아이보리색으로 우드 느낌을 살린 상판이 부착돼 있어 다용도 박스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보관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오전부터 사전예약이 몰리면서 해피오더 앱마저 접속 끊김 현상이 이어졌다. 던킨 관계자는 “물량이 소진돼 사전예약은 오늘부로 종료하지만 오는 31일부로 시행되는 오프라인 매장 프로모션을 통해 폴딩박스를 다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할리스커피가 지난 6월 여름 프로모션 상품으로 선보인 ‘멀티 폴딩카트’ 역시 행사 첫날 몇 시간 만에 조기 매진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새벽부터 줄을 섰지만 폴딩카트를 구하지 못했다며 허탈함을 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SNS에서는 “오전 6시 45분부터 줄을 섰는데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2개씩 받아 가서 (멀티 폴딩카트를) 받지 못했다”며 “할리스 대란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굿즈 트렌드 긍정 인식 81% 달해

최근 다양한 굿즈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서는 20·30 소비자들이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이 같은 소비 경향은 가격보다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중요시하는 ‘가심비’ ‘나를 위한 소비’를 중요시하는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자기만족의 결과로 굿즈에 열광하며 판매 당일 매장을 찾아 상품을 조기 품절시키는가 하면, 오픈 전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에 나서는 등 이러한 인기현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유통업계 역시 단순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던 굿즈 마케팅을 팝업스토어, 컬래버 굿즈 판매 등으로 확대하며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하는 추세다. 전문가는 SNS 이용 증가에 따라 소비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이 같은 소비문화가 확산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는 “소비자들은 굿즈 구매의 대표적인 이유로 심리적 만족감을 꼽는다”며 “일반적인 상품보다 독특한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또는 자신이 취미로 생각하는 행위를 즐김으로써 큰 만족감·행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밀레니얼 세대 2128명을 상대로 실시한 ‘굿즈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3%는 “굿즈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 이유로 ‘소수의 한정판 제품을 갖는다는 느낌이 들어서(58.8%·중복응답)’, ‘선호하는 브랜드·가수 상품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어서(45.2%)’, ‘굿즈 수집이 재미있고 취미여서(37.1%)’ 등을 꼽았다.

이러한 브랜드 굿즈 인기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 출생한 세대로 실질적으로 이러한 브랜드 굿즈의 주 소비계층이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코카콜라 등 주요 브랜드의 굿즈 출시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하며 “밀레니얼 세대 역시 SNS를 통해 굿즈를 인증하는 등 굿즈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굿즈 트렌드를 ‘부정적(6.3%)’으로 인식하는 밀레니얼들은 그 이유로 ‘굿즈 상품들이 대체로 비싸고 비효율적이어서(68.7%)’,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 같아서(38.8%)’, ‘줄을 서서 사는 등 시간과 비용을 들일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26.9%)’ 등을 꼽았다. 굿즈의 적정 가격에 대해서 밀레니얼 세대는 ‘1만~3만원 미만(28.6%)’, ‘3만~5만원 미만(20.1%)’, ‘마음에 든다면 비용은 상관없다(18.2%)’ 순으로 답변했다. 굿즈 구매를 위해 오픈런(매장 오픈 시간 전 줄을 서서 기다림) 등 시간적 투자를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2명 중 1명인 50.2%가 ‘그렇다’고 답했다. 브랜드 굿즈의 주요 관심 타깃인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적으로 이러한 굿즈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도 증명된 셈이다.



유통계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구매 동향을 파악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타벅스 서머레디백(레디백)이 대표적이며 뿐만 아니라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빈에서는 우산을,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는 방탄소년단 굿즈를 판매하는 등 이러한 트렌드에 숟가락을 얹었다. 외식업계를 비롯해 주류업계, 출판계, 영화계 역시 다양한 굿즈를 내놓으며 가심비를 앞세우는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굿즈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사은품 증정 형식을 넘어 팝업스토어 등 본격적인 굿즈 판매에 나서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8월 17일부터 서울 성수동에 성인만 출입 가능한 캐릭터숍 ‘두껍상회’를 열고 참이슬 백팩과 두꺼비 피규어, 테라 상자 모양 병따개, 필라이트 코끼리 인형 등을 판매한다. 최근 인기리에 활동을 마친 MBC <놀면 뭐하니>의 그룹 싹쓰리 역시 앨범 발매와 함께 스티커, 패키지 등 다양한 관련 굿즈를 출시해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판매량 확대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싹쓰리 프로젝트’를 시작한 곳은 SPC그룹이 운영하는 던킨으로 자사의 스테디셀러 도넛 3종을 1990년대의 문화 아이콘 ‘카세트 테이프’ 패키지에 담아 제공하고 있다. SPC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싹쓰리와의 컬래버는 기존 컬래버 대비 150%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랜드의 스파오도 싹쓰리와의 컬래버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스파오는 그룹 싹쓰리 특유의 뉴트로 모티브를 담은 반팔 티셔츠 11종을 공식 판매 사이트를 통해 지난달 24일 출시했다. 당시 자정이 되자마자 공식 온라인몰 서버에 3000명의 대기 고객이 발생했으며, 10분 만에 티셔츠 7개 품목이 품절됐다. 이날 스파오 관계자는 “역대 스파오 협업 상품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많은 품목의 제품이 품절행렬을 이뤘다”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하루 종일 스파오 싹쓰리 티셔츠가 올라와 있어 뜨거운 인기를 실감 중”이라고 전했다.

본품 구매 시 부차적으로 제공되던 굿즈가 오히려 큰 인기를 끌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돈 주고 사은품을 산다거나 사은품을 사니 본품이 딸려왔다는 우스갯소리까지도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소비자로 하여금 과도한 소비를 하게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은품 형식으로 증정되는 굿즈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지출을 필수적으로 발생시켜 사실상 과소비를 부추기고 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 수법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최근 품귀현상을 빚었던 스타벅스 레디백의 경우, 소비자들이 ‘음료 17잔 이상 구매’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정판 굿즈 마케팅은 방해요소가 있으면 극복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저항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이다”라며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한정수량으로 준비돼 있기 때문에 더욱 소장욕구가 생겨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더불어 “스타벅스가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로 선례를 만들고 한정판 굿즈를 소유하는 것이 하나의 팬덤이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후발주자들이 생겼다”며 “다만 너무 과도한 이벤트는 리셀가 부풀리기 등 지나치게 상업성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이벤트 시행 업체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나치게 상업성 조장한다’ 비판도

또 굿즈 대란의 배경으로 ‘돈 주고 살 수 없는 굿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장욕과 과시욕 발현을 꼽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 이하 젊은 층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당장 손에 잡을 수 있는 한정판에 대한 선호가 강하게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러한 마케팅 수단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을 예로 들면서 사은품 수령 조건을 충족해도 수량이 없어 사은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가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실태점검이나 불공정행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어기면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거나,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연맹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판단은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기준을 세우고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수량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할 필요성이 있고, 만약 준비 수량이 너무 적었으면 증정품 자체가 미끼 상품으로 보일 측면이 있다”며 “수량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괜한 기대를 갖고 커피만 마시는 등 압박감을 준 게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동훈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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