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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수단서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車가 나를 읽고, 무엇이든 대신해주는 세상
기사입력 2020.07.31 14: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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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란 말은 최근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려온다. 이제는 자동차, 완성차, 차란 단어보다도 미래차가 더 많이 쓰일 정도다. 미래차는 차라리 식상할 정도로 낯익은 개념이 됐다.

미래차는 세 가지가 핵심이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는 익숙하다. 친환경차는 화석연료를 ‘직접’ 주입하지 않는 차, 다시 말해 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일컫는다. 하이브리드차(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도 있지만 내연기관차에서 EV·FCEV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쯤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자율주행차가 있다.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다. 2020년 현재, 도로에서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살 수 있는 자율주행차는 깜빡이를 켜면 알아서 차선을 바꾸고 앞차, 뒤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을 따라 고속도로를 달리는 수준이다.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는 세계적으로 2030년에 상용화된다고 한다.

친환경차·자율주행차와 달리 커넥티드카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커넥티드카는 차량과 차량의 연결, 차량과 사물의 연결, 즉 ‘커넥티비티(Connectivity)’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커넥티드카가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우리의 운전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커넥티드카가 만들 수 있는 혁신의 모습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최신 커넥티드카는 차 안에서 멀티미디어를 즐기고, 내비게이션을 더 똑똑하게 해주며, 차량의 조명과 온도를 최적화해준다. 미리 시동을 켜거나 차 안에서 집안의 가전기기를 조종할 수도,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미래의 커넥티드카는 차량을 원격조종하거나 교통 혼잡을 줄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커넥티드카는 탑승자의 상태를 읽고 알아서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차를 멈춰세우는 데까지 이를 것이다.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기업과 정보기술(IT) 업계는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오늘도 숨 가쁜 경쟁을, 치열한 합종연횡을 펼치는 중이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스트럭처를 연결하는 커넥티드카. 제공:현대자동차그룹



▶2035년, 전 세계 9000만 대 넘는 車 ‘커넥티드’ 된다

커넥티드카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사물 간 통신을 위한 부품 모듈인 텔레매틱스를 기본 장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서 텔레매틱스를 탑재한 커넥티드카 판매량은 2300만 대였다. 2025년 커넥티드카 판매량은 65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커넥티드카 시장은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 후지경제에 따르면 2035년에는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 규모는 942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기관 맥킨지는 커넥티드카와 관련 시장 규모가 2030년 기준 1조5000억달러(약 1806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당장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까지 자체 커넥티드카 서비스 가입자를 1000만 명(가입자 계정 수 기준) 확보한다는 목표다.

기업들은 스마트폰의 확장형 모바일 플랫폼으로 커넥티드카에 주목하고 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커넥티드카는 강화된 연결성을 바탕으로 도로, 기상정보와 같은 운전자 보조서비스를 실시간 제공하며 각종 엔터테인먼트, 실시간 차량정비 서비스도 가능하다”면서 “커넥티드카 서비스 확산에 따라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회의가 가능한 사무공간, 여가를 보내는 휴식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넥티드카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전 세계 상용화와 발 맞춰 성장한다. 5G 이동통신은 이전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5~20배 빠르다. 5G 통신 기술 기반의 커넥티드카는 시속 500㎞의 속도에서도 지연 없이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특히 5G 통신망에서는 1제곱킬로미터(㎢) 내 10만 대의 통신 기기를 수용하면서도 0.1m 이내의 위치 정확도를 보인다. 기기 밀집으로 인한 통신 지연도 없다. 박 수석연구원은 “5G 이동통신은 빠른 속도와 높은 신뢰도로 자동차 분야의 활용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미래 커넥티드카에서 탑승자들이 모바일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차를 바꾸는 커넥티드

최신 현대·기아차 모델은 블루링크·UVO를 통해 커넥티드카 기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블루링크 가입 차량만 2020년 상반기 현재 150만 대 이상이다. 블루링크는 150만 대가 전국에서 실시간으로 보내는 교통 상황, 카카오에서 공유하는 목적지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길을 안내한다. 블루링크 서비스 초창기에는 일반 내비게이션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길 안내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가입차량이 100만 대를 넘어서면서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내비게이션 중 최고의 정확도·효율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집에서 나가기 전, 차량의 시동을 걸거나 차의 실내 온도를 최적화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홈투카(Home To Car) 기술은 현재 도로를 달리는 최신 커넥티드카에서 상용화돼 있다. 차에서 스마트홈 가전기기를 조작해 집안 온도를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이밖에 운전자를 위한 커넥티드카 상용 서비스는 실시간 도로정보 체크, 주차 보조, 기상 정보, 클라우드 등이다. 탑승자들은 차 안에서 비디오 스트리밍, 소셜 미디어, 게임, 쇼핑·원격결제가 가능하다. 또 정비·진단, 차량 추적도 현재 가능한 커넥티드카 서비스의 일부다.

SK텔레콤(SKT) 커넥티드카 시스템이 적용된 BMW X5. 사진제공:BMW그룹코리아



▶운전자 읽고, 교통 흐름 조절

업계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읽어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인근 병원까지 스스로 움직이는 똑똑한 커넥티드카가 몇 년 내 현실로 다가온다고 전망한다. 차량을 원격조종하거나 수백 대 차량을 통합 제어하는 일도 꿈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칼스텐 바이스 현대모비스 차량인포테인먼트(IVI) 개발시스템센터장(상무)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미래의 커넥티드카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커넥티드카의 궁극적 지향은 ‘사고를 줄이는, 안전한 운전’이다. 바이스 상무는 “현대모비스가 지향하는 커넥티비티는 병원·서비스센터를 포함하는 인프라스트럭처와 차량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모비스는 현재 운전자의 안구 움직임을 감지해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신체 이상을 인식하면 차량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자율주행하는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의 전(前) 단계로 운전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차량을 안전지대로 스스로 이동시키는 ‘DDREM 시스템’을 2021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이다.

2002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의 미래 도시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는 도로 위 차량들이 일종의 통합 제어 방식으로 대규모 흐름을 이루어 자율주행하고 운전자는 앉아 편안히 휴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사당국이 범죄자로 점찍은 주인공의 차를 강제로 도로의 교통 흐름에서 빼내 원격조종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미래 커넥티드카는 차량의 원격조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차량을 원격조종하는 일뿐 아니라 차량과 차량 간 통신을 기반으로 교통 흐름을 통제하는 통합 제어도 가능하다. 이는 교통 정체를 최소화하는 혁신적 시스템이다.

자동차 업계는 교통 정체가 발생하면 일부 차량을 원격조종으로 빼내는 통합 제어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전 세계 완성차·이동통신사가 참여한 5G 이동통신 자동차협회(5G AA)는 이미 이런 구상에 대한 기초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G AA는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전 세계 연합체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SKT)은 물론 폭스바겐, BMW, 르노, 인텔, 화웨이 같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기아자동차가 CES 2019에서 공개한 탑승자 생체 신호 반응 차량제어 시스템 R.E.A.D.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커넥티드카 둘러싸고 달아오르는 합종연횡

커넥티드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IT 공룡들의 각축전은 치열하다. 모바일 플랫폼의 강자인 애플과 구글은 각각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개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도 차량용 운영체제(OS)인 AWAY를 내놨고 카카오는 T모빌리티를 출범해 택시·대리기사 호출, 주차 서비스 등을 통합했다.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선두를 차지하려는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지난해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구글과 현지 최대 완성차 기업 GM은 커넥티드카 동맹을 맺었다. 2021년부터 출시되는 GM 차량에 구글의 음성인식 비서(보이스 어시스턴트), 구글 맵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애플리케이션(앱) 에코시스템이 탑재되는 것이다. GM 차 소유자는 별도의 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차 에코시스템에 미러링(연동)하는 것으로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본 자동차·통신업계를 대표하는 토요타자동차와 NTT도 5G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2017년 시작했다. 양사는 5G를 사용한 커넥티드카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도 활용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와도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두의 커넥티드카 시스템을 탑재한 현대자동차 싼타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완성차 업계는 주요 지역별 대표 IT·통신 기업과 협력해 각 시장 특성에 맞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략을 편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부터 구글, 카카오와 협력해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카오 지도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국내에서 운영 중이다. 쌍용자동차는 LG유플러스와 커넥티드카 파트너십을 맺고 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국내 시장으로 보면 BMW는 SKT, 메르세데스-벤츠는 KT와 협력해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하고 있다.

KT는 최근 르노삼성자동차와도 차세대 커넥티드카 파트너십을 맺었다. KT가 르노삼성에 공급하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차량에 내장된 통신 단말을 통해 실시간 음악 스트리밍, 팟캐스트 등 오디오 서비스 이용과 날씨·미세먼지 같은 외부 환경 확인이 가능하다. KT는 르노삼성에 제공하는 커넥티드카를 AI 오토 어시스턴트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의 일과에 맞춰 목적지를 제안하고 차량 상태에 따라 주유·정비를 추천한다. 주행상태나 교통상황을 고려한 주행보조 시스템 추천, 차량 내 온도·습도·공기질 모니터링, 환기 기능도 제공한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는 수백만 대의 완성차가 도로 위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공개해 커넥티드카 서비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스타트업이 현대차그룹에서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별도 가입 절차 없이 현대·기아·제네시스 완성차에 적용하는 선순환을 노린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대 디벨로퍼스’, 기아차는 ‘기아 디벨로퍼스’,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디벨로퍼스’ 등 각 브랜드별 데이터 오픈 플랫폼을 지난해 10월부터 잇따라 출범시켰다. 윤경림 현대·기아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은 “데이터 오픈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 중 하나인 커넥티드카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가 르노삼성자동차에 탑재하는 커넥티드카 시스템 구현도. 제공:KT



▶화웨이의 커넥티드카 중국夢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대표 IT 기업, 화웨이의 커넥티드카 행보도 주목된다. 화웨이는 중국 커넥티드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을 착착 실천에 옮기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커넥티드카 플랫폼 ‘하이카(HiCar)’를 출범시켰다. 하이카는 안드로이드 오토나 카플레이와 유사하다. 기본적으로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화웨이는 10개 이상 자동차 메이커에 하이카를 탑재해 중국 내 커넥티드카 수백만 대를 단숨에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GM의 중국 내 합자사인 상하이GM에서 바오준 브랜드에 하이카를 탑재한다고 발표했고 아우디 등도 따라올 방침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감시·규제 대상 1순위 기업이다. 화웨이는 규제 때문에 구글 맵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제공도 불가능하다. 대신 화웨이는 유럽의 글로벌 정밀 지도 서비스 기업인 ‘히어(Here)’와 제휴했다. 또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맵마이인도(Mapmy Indi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한 화웨이는 완성차를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자동차 메이커에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공급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자동차 개발을 꿈꾸는 구글 웨이모, 미국 테슬라모터스 등과 다른 행보다. 특히 화웨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차량 탑승자에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고장 진단, 차량 안전 지원 같은 자동차를 위한 커넥티드카 서비스 제공에도 초점을 맞췄다.

화웨이는 연간 2000만 대 이상 완성차가 팔리는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커넥티드카 서비스 공급자로 부상 중이다.
또 중국에서 5G·AI 기술의 선두주자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화웨이는 커넥티드카 사업을 담당한 인텔리전트 오토모티브 솔루션(IAS) 부문을 장기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뿐 아니라 커넥티드카 대전에 뛰어든 전 세계 완성차·IT 기업이 화웨이의 행보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종혁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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