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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항공업계, 인수합병 잇달아 무산 우려 | 제주항공, 계약 해제 선언… 이스타 파산 수순? HDC현산 ‘묵묵부답’에 아시아나도 무산 가능성
기사입력 2020.07.27 14: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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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작년부터 추진되어온 항공업계의 인수·합병이 ‘노딜’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제주항공이 추진했던 이스타항공 인수는 사실상 무산 직전에 처해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HDC현대산업개발의 묵묵부답으로 인수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M&A 계약을 파기하는 쪽으로 잠정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지난 16일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추가 지원을 기대한다기보다는 ‘노딜’을 선언할 적절한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7년 10월 전북 김제 출신 사업가이자 정치가인 이상직 의원이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의 합작으로 출범한 신생 항공사다. 이스타라는 명칭은 동방의 별이란 뜻으로 극동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품었다. 2009년 취항을 시작한 이스타항공은 모기업의 재무 사정 불안 등으로 2013년까지 6년 넘게 적자 운영돼오다가 2013년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 매출 2894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하는 등 내실을 다졌고 2016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4월 국토교통부는 확인 결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자본잠식률이 157%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라고 밝혔고 2017년 실적을 보고 2018년도에 퇴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2017년 자본잠식률을 67%까지 낮춰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지만 2019년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경영 상태가 악화되며 본격적으로 매각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결국 2019년 12월 18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에서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애경그룹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이스타항공의 지분 51.17%를 인수하기로 한 주식권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후 매각 협상과정에서 코로나19의 글로벌 유행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지만 고민 끝에 애경그룹은 올해 3월 2일 당초 695억원보다 150억원가량 낮은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상반기면 종료될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전체 인수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국경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주요 운행수단인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임금체불과 야심차게 도입한 보잉 차세대 기종의 운행 중단 등으로 악재가 겹쳐서 발생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부채를 갖게 된 것은 그간 각종 악재를 겪으며 악화된 경영환경 때문이다. 지난해 야심차게 도입한 보잉 차세대 기종 737 맥스 기종은 추락사고 여파로 운항이 중단돼 매달 7억~8억원의 비용(보관료·리스료)을 지출하는 등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또 그해 하반기부터는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인한 여객감소 등으로 매출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는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각종 협력사에는 대금을 연체하기 시작했고, 3월부터는 임직원들의 임금체불이 이어졌다. 또 ‘셧다운’ 장기화로 운항증명(AOC) 효력이 중단돼 사실상 항공사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했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업계 최초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결단을 내렸다. 지난 4월 이스타항공은 근로자 대표와 회의를 열어 3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측은 기재 운용 등을 따져봤을 때 현재 필요 인력이 930명 정도라고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고 끝에 그 숫자를 축소했다.



▶항공업계 지형도 변화 예고… 시계제로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항공기 23대 가운데 2대를 이미 반납했으며 8대도 리스 계약을 종료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도 나섰다. 코로나19로 운항률이 급감한 만큼 부득이한 조치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30일 1∼2년 차 수습 부기장 80여 명에게 4월 1일자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통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미 유동성 부족으로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했으며 3월부터는 아예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뿐만 아니라 항공업계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탓에 향후 이 같은 ‘감원 칼바람’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은 탓에 결국 대규모 정리해고에까지 이르게 됐다”며 “향후 이스타항공과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도 임금체불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이 의원 측은 5개월 넘게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지난달 29일 이 의원 일가 소유의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전량 회사에 반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제주항공에 인수 포기의 명분만 줬다는 지적이다. 그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타이이스타 보증문제, 체불임금 등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해 왔는데 이 의원의 지분 반납으로 인한 재원마련은 결국 M&A가 성사된다는 가정 하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실상 제주항공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수 무산이 현실화된 현재 ‘빚덩이’인 회사 지분을 내려놓는 것 자체가 대주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는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이 선행조건 이행을 요구한 이후에도 직원들은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 등 고통 분담안까지 검토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은 5개월 넘게 임금도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주항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임금 반납까지 동의했다”며 “애초에 매매까지 가게 된 게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인데, 대주주가 추가로 사재 출연을 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보였더라면 이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요청했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의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면서 결국 그 불똥이 고스란히 인수합병에 나섰던 제주항공으로 튀었다. 기존 인수액보다 사실상 수백억 이상 비용이 추가되게 생긴 만큼 제주항공 측에서는 해당 문제의 선결이 없으면 인수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제주항공 측은 당장 계약을 깬다고 하기보다는 상호간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라고 에둘러 말하고 있지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은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 자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법정 관리에 돌입하면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6개월 넘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기대하며 임금 반납까지 동의했던 직원 1600명은 무더기로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이 경우 제주항공은 물론 양사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 측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0일 오후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제주항공을 규탄하는 한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피켓 시위와 집회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매각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전망도 밝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9일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밝힌 이후 채권단과 추가 협상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7월 2일 러시아를 끝으로 인수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상승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전히 선결 조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마찬가지로 현재 산재돼 있는 문제들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매각 진행 자체가 없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호산업이 현산 측에 인수를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지만 현산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세부 조건을 놓고 다투는 등의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면 내용 증명이 오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현산이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당장 구주 매각 대금 3200억원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산업 측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현산이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손을 떼게 되면 에어부산 등 계열사와의 분리 매각이나 채권단 관리 등의 ‘플랜B’가 가동될 수밖에 없다. 다만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려운 만큼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인 뒤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놓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파급효과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향후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항공이 유럽지역본부와 동남아지역본부를 폐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공적자금 지원에 걸맞은 자구노력 차원이다.



▶항공사 유동성 위기 고조

이처럼 작년 연말부터 업계 안팎의 관심을 끌었던 항공사 M&A가 모두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며 항공업계 재편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유동성 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국내 1위 기업인 대한항공은 최근 구주(유럽)지역본부와 동남아지역본부를 폐쇄하면서 몸 사리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공적자금 지원에 걸맞은 자구노력을 펼치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파리 소재 구주지역본부와 쿠알라룸푸르 소재 동남아지역본부를 폐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동남아지역 영업·운송·화물 기능을 각각 분리해 각 지역 상황에 따라 본사와 해당 국가 지점에서 소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미주(LA)와 중국(베이징), CIS(모스크바), 일본(도쿄) 등 4곳에서만 해외지역본부를 가동한다. 대한항공은 이번 해외지역본부 폐쇄 외에 운행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는 해외 지점의 지점장들도 일괄 귀국시키기로 했다. 비용을 줄이는 한편 조직관리도 효율화하려는 차원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본부 기능을 각국 지점으로 이관하면서 각 지역의 운영 전문성을 더 높일 방침이다. 또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본사와 각 지점이 직접 소통하면서 기존 대비 의사결정 라인도 간소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경영상황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안갯속이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고 있다. 공적자금 공급에 매칭하는 자구안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휴 부동산 매각에 이어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도 떼어내 시장에 내놨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8월 구조조정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항공업계가 받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이 8월에 끊기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으로 릴레이 휴직을 하며 버티고 있지만 지원이 끊기면 여력이 없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연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인수·합병 계약 파기 책임과 계약금 반환 등을 놓고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선결 조건 미이행으로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으나 이스타항공은 선결 조건이 모두 완료됐다며 제주항공에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도 선결 조건을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에 서면으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시한 것이나 금호산업이 계약 종결을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낸 것 모두 향후 계약금 반환 등을 둘러싼 소송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결국 사실상 인수·합병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후폭풍을 최소화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피해 최소화에 나설 것이란 의미다.

한편, 제주항공과의 M&A가 사실상 파기 수순에 들어가며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인수계약 파기 이후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경우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동훈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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