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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용어 100주년, 10년 내 2000만 대로 늘어난다… 제조업 넘어 농업·건축·반려 로봇까지
기사입력 2020.02.03 10: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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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섬의 보편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

헬레나: (손을 내밀며) 만나서 반가워요. 이곳은 다른 세상과 단절돼 있어 정말 힘들겠군요.

술라: 전 다른 세상은 잘 몰라요. 여기에 앉으세요.

헬레나: 어디 출신이에요?

술라: 여기에요. 바로 이 공장.

헬레나: 여기서 태어났다고요?

술라: 네. 바로 여기서 만들어졌어요.

헬레나: 뭐라고요?

도민: (웃으며) 술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글로리 양. 그녀는 로봇이에요.

체코의 극작가인 카렐 차페크가 1920년 쓴 SF 희곡 <로섬의 보편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의 일부다. 2020년은 로봇(Robot)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지 꼭 100년을 맞이하는 해다.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에서 노동을 뜻하는 단어인 로보타(robota)다. 로봇은 태생적으로 사람이 해야 하는 노동을 대신해주는 존재다.

지난 100년간 로봇은 아이디어 구상에서 개발까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1937년 웨스팅하우스는 7피트(2.1미터)짜리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바 있고, 1959년 유니메이트사는 산업용 로봇을 제작했다. 신기원이다. 2020년대 로봇산업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까. 매경럭스멘이 전망해본다.



▶225만 대에서 2000만 대로… 로봇의 팽창

연구 기관인 옥스포드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에 따르면, 로봇의 숫자는 향후 10년간 극적으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 로봇은 2000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해 2020년 현재 225만 대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순한 메카트로닉스에서 자동화, 엔지니어링, 배터리, 인공지능, 머신러닝의 발전이 함께 맞물리면서 로봇 자체가 고도화되고 있다. 또 부품의 발전은 로봇 생산 단가의 지속적인 하락을 부르고 있다.

이로 인해 로봇 대수는 향후 10년 뒤인 2030년 200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1400만 대는 중국에 설치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로봇이 발전하는 이유에 대해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로봇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늘겠지만, 상당수 제조업 일자리는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겠다는 것은 역으로 비생산적 인구의 도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2030년까지 최대 200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 약 170만 개, 중국에서 1150만 개, EU에서 190만 개가 사라진다. 또 한국에서는 약 8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봇 산업은 그동안 공장용을 중심으로 발달했다면 향후에는 물류 배송 농업 병원 건설 등 다방면에서 발전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상실 염려가 크지만 로봇의 발전은 막을 수 없다.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로봇 설비가 30% 늘어날 경우, 글로벌 GDP는 5조달러(약 5833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또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19년 3조4768억달러(약 4053조원)로 평가되고 있는데, 2020년에는 4조3664억달러(약 509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펀트로보틱스의 반려 로봇 마스캣



▶산업용을 넘어서 질주하는 로봇

최근 들어 로봇 도입이 활발한 분야는 건설과 농업이다.

영국 스타트업 큐봇(Q-bot)은 지난달 360만달러(약 41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큐봇은 건설용 특수 로봇이다. 영국에는 아주 오래된 주택들이 즐비하다. 1919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만 600만 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열 시공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상당수 주택이 문화재급이라 함부로 리모델링을 할 수 없다. 톱 리핀스키가 창업한 큐봇은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로봇을 개발했다. 잔디깎이 크기의 로봇인 큐봇을 바닥이나 천장 공간에 침투시키면, 큐봇이 단열재를 분사해 손쉽게 단열 공사를 하는 방식이다.

영국에서 건설용 로봇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 프랑스에선 포도 재배에 로봇을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비티봇(Vitibot)이다. 비티봇은 잡초 제거, 잔디 깎기, 포도 잎 떼어내기, 가지치기, 농약 살포 등 포도 농사와 관련된 전 분야의 업무를 할 수 있다. 특히 한 번에 10시간 연속 구동이 가능하다. 하루 2~3헥타르(1헥타르는 3025평)를 책임지고 농사를 할 수 있고, 경사는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 경작지가 15헥타르를 넘을 경우 트랙터를 활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군사용과 프랜차이즈용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미군은 대표 제품인 폭발물 제거 로봇 팩봇(PackBot)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팩봇은 사람이 원격 조정해야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은 사람의 손길이 적게 필요하다. 미국 육군연구소는 MIT, 카네기멜론대, 펜실베이니아대 등과 함께 로봇협동기술연합을 구성했고 음성 인식과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폭발물을 자동으로 탐지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또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타트업인 피크닉(picnic)은 시간당 피자를 최대 300개 제조할 수 있는 피자 전용 로봇을 개발한 상태다. 차량에 싣고 이동이 가능한 만큼, 스포츠 경기장이나 축제 현장에서 피자를 대량으로 생산 가능하다. 로봇은 컨베이어 시스템 형태로 제작돼 있는데, 치즈를 갈아서 뿌리고, 소스를 바르고, 페퍼로니를 얹을 수 있다. 특히 이 로봇은 머신러닝을 활용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어 스스로 최적의 피자 제조 방식을 학습할 수 있다.

미래형 로봇은 인간을 위로하기도 한다. 중국 선전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엘리펀트로보틱스’는 반려 로봇을 개발한 상태다. 반려 로봇은 치매 노인을 위해 안도감을 준다. 노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치매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당초 엘리펀트로보틱스는 로봇 팔을 전문으로 생산했지만,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반려 로봇을 개발했다. 엘리펀트로보틱스의 로봇 고양이는 걷는 것은 물론 바닥을 긁기도 하면서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강아지 타입 로봇 스폿미니



▶2020년 업그레이드되는 로봇 기대작

로봇 업계에서는 2020년 업그레이드될 로봇을 주목하고 있다. 2020년 기대작 중 하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폿미니(SpotMini) 신형이다. 스폿미니는 강아지 타입 로봇으로 초당 1.6미터를 걸을 수 있으며 높은 지형과 낮은 지형을 식별해 이동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머리에 로봇 팔을 옵션으로 달아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또 14㎏의 물체를 옮길 수 있으며 영하 20~영상 45도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스폿미니 신형에는 각종 상업용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다.

중국 유비테크는 2019년 개발한 휴머노이드 ‘워커’를 올해 본격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워커는 완전한 휴머노이드 타입이다. 사람처럼 물건을 잡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휴머노이드 특성상 어떤 용도로 쓰일지가 관건이다. 로봇 발전과 맞물려 부품 개발도 한창이다.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 장치와 멀티미디어 장치를 개발하는 엔비디아(NVIDIA)는 로봇 두뇌인 ‘젯슨 자비에르’ 신형 모듈을 선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로봇에는 상당한 부품이 들어가는데, 그 중 핵심은 연산 능력이다. 젯슨 자비에르는 가로 세로 10㎝ 크기로 센서와 연동해 사용이 가능하다. 로봇 개발자들은 젯슨 자비에르 칩을 활용해 시각 측정, 센서 융합, 매핑, 장애물 감지 등 원하는 대로 로봇을 제작할 수 있다.

영국 건축용 로봇 큐봇



▶ 로봇 산업의 대형화… 잇따른 M&A

로봇 산업이 발달하다보니 인수합병이나 투자가 활발하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M&A 등을 통해 로봇 시장 공략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적극 흡수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에 따르면, 중국 가전 기업 메이디는 2016년에 글로벌 3위의 산업용 로봇 업체인 독일의 쿠카(KUKA)를 인수했다. 메이디는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제조, 스마트 의료, 스마트 물류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로봇 회사들을 잇달아 M&A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프랑스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인 ‘알데바란 로보틱스’, 2017년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샤프트’를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가 미래를 위한 투자 목적이라면 아마존은 실전 도입을 위해 로봇 업체를 인수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키바 시스템’을 인수하고 아마존 물류센터에 키바 로봇을 전면 도입했다. 아마존 물류센터에는 수만 대의 키바 로봇이 이미 활동 중이다. 로봇청소기 모양인 키바 로봇은 최대 1.4톤까지 들어 올리는 힘을 발휘한다. 종전에 직원들이 넓은 매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물건을 옮겼다면, 키바를 도입한 뒤에는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한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물류센터 운영비용을 약 20%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산업용 장비 업체인 테라다인은 로봇 업체를 인수하면서 전면적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 2015년 덴마크의 협동 로봇 업체인 유니버설 로봇을 2억8500만달러(약 3325억원)에, 2018년 덴마크의 자율이동로봇 전문업체인 MiR(Mobile industrial Robots)를 2억7200만달러(약 3174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또 2018년에는 로봇 제어 및 머신 비전 분야 전문업체인 ‘에너지드(Energid)’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합병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에는 ‘오토가이드 모바일 로봇’을 인수했다. 이 같은 잇따른 M&A로 테라다인은 협동 로봇, 물류 로봇, 로봇 제어 솔루션에 걸친 로봇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토대로 로봇의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키의 아동용 로봇 코즈모



투자와 합병은 국내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벤처투자 펀드인 ‘삼성넥스트(Samsung NEXT)’를 통해 이스라엘의 AI 로봇 업체인 ‘인튜이션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에 투자한 바 있다. 인튜이션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엘리큐(ElliQ)’라는 노인 돌보미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LG전자는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전문업체인 로보스타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다. 1999년 설립된 로보스타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알려졌는데, 디스플레이·반도체·자동차 등 생산공정에서 사용되는 로봇을 생산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네이버의 연구개발 법인인 ‘네이버랩스’와 공동 로봇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또 쿠카(KUKA)와 공동으로 전자 분야용 소형 로봇에서부터 대형 로봇까지 다양한 산업용 로봇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한컴그룹 계열인 한컴MDS는 지능형 로봇 전문 기업인 ‘코어벨’을 인수하기도 했다.

프랑스 비티봇이 제작한 포도재배 로봇



▶로봇의 진화는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물론 로봇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섹스 로봇 제조로 악명이 높은 어비스크리에이션의 매튜 맥멀렌 최고경영자는 할리우드 출신 프로듀서 팀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맥멀렌 CEO는 이번 영입을 계기로 3D 비전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섹스봇이 주인을 바로 알아 볼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이 부상하다보니 죄악산업(Sin Industry)에서도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의 대법원이 2019년 리얼돌 수입을 허용했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이 맞물리면서 논란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일부 로봇은 생산 중단을 맞기도 한다. 아동용 인공지능 로봇 ‘코즈모(Cozmo)’로 유명한 로봇 스타트업 ‘안키(Anki)’는 2019년 폐업을 선언했다. 2017년 1억달러(약 1166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인덱스벤처스, 안드리슨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2억달러(약 2333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한 안키. 위기의 이유는 소비자들의 인식이었다.
창업자인 보리스 소프먼은 안키를 로봇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코즈모가 너무 앙증맞다보니 소비자들은 장난감 회사로 인식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신규 투자 유치가 힘들어진 것이다. 아동용 로봇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상덕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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