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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공룡’ 세포라 등장에 들뜬 화장품 시장,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 동시에 열어
기사입력 2019.11.29 15: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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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가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세계 뷰티시장을 주도하는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이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는 소식에 업계는 물론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던 소비자들도 들뜬 모양새였다. 특히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외여행 때 꼭 한 번 찾던 세포라가 한국에 문을 연다는 소식에 오픈 첫 날 아침에는 매장 앞에 500m가 넘는 대기 행렬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한국 오프라인 시장에 처음으로 소개된 제품들은 날개 돋힌 듯 팔리면서 매장 내에선 ‘품절’ 문구가 쉴 새 없이 붙었다. 첫 시작은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화장품 업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으로 꼽히는 한국 시장에서 세포라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시장에서 실패한 전력이 있는 만큼 방심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견제가 엿보였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세포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과연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등장했는가”라는 기대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1970년 프랑스에서 시작해

세계 34개국 글로벌 브랜드로

세포라는 1969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업했다. 화장품을 한 곳에 모아두고 고객이 자유롭게 테스트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콘셉트였다. 파리 시내에는 샹젤리제, 생제르맹, 오스만 등 유명 명품거리에 만들어지면서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97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인수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로 확장했다. 1998년 미국 뉴욕에 처음으로 해외 매장을 열었고 1999년부터는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현재 34개국 2300여 개 매장까지 확대됐다.

세포라가 설립 49년 만에 한국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브랜드 화장품이 집결한 백화점 1층 매장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로드숍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등 한국 화장품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세포라가 이 같은 침체기가 자신들을 드러낼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보고 있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서비스유통부문 선임연구원은 “세포라는 뷰티업계의 강국이라고 볼 수 있는 한국 진출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며 “시코르 등 프리미엄 뷰티채널과 올리브영, 롭스 등의 헬스앤뷰티(H&B)로 뷰티업계의 유통채널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포라는 현 시점에서 한국에 진출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시코르·아리따움·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등 뷰티 전문 매장 판매량은 3조2089억원,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부츠 등 H&B 판매량은 2조4464억원으로 5조6000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2013년부터 5년간 H&B의 시장규모는 연평균 32.8%씩 성장하면서 5년 새 시장규모가 30배 넘게 커졌다. 화장품 시장에서 편집숍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주 소비자층인 20~30대가 해외여행에서 친숙하게 느낀 세포라라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자리 잡기에 최적의 시점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세포라는 한국 진출에 공을 들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약 3년간의 준비 기간 동안 한국 화장품 시장에 맞는 전략을 고민하면서 한국적인 특색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김동주 세포라코리아 대표는 세포라 국내 첫 매장인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점 개점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고객에게 맞는 특성을 잘 살려 한국적인 세포라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험을 한국에 주입할 것이라는 업계의 선입견과 달리 세포라가 가장 염두에 둔 전략은 국내 현지화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세포라는 한국 고객만이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기존 포털 계정을 이용해 로그인이 가능하며 최근 보편화된 간편결제 기능도 반영했다.

오프라인 매장 공개에 앞서 온라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세포라는 자체 온라인 스토어가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될 수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포라가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 초부터 국내 역량 있는 온라인 상품기획자(MD)를 속속 채용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를 동시에 열어 고객이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원하는 때에 세포라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옴니 채널로 구성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제품을 피부에 발랐을 때 어떻게 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발색 사진’도 한국인의 피부색에 맞춰 제공한다. 한국 고객들의 구매 결정에 후기 글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리뷰 기능을 강화해 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늘렸다.

김동주 대표는 “세포라는 요리하듯이 뷰티를 즐기는 공간”이라며 “화장품을 자유롭게 즐기면서 각자가 가진 본능을 깨워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8% 글라이콜릭 솔루션 토너, 브로우 파우더 듀오



포인트 제도도 한국 고객의 특성에 맞게 책정했다. ‘뷰티패스’라는 이름의 포인트 제도를 마련해 구입 금액에 따라 화이트·블랙(30만원 이상)·골드(150만원 이상) 등급으로 나뉘며 등급별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가장 높은 골드 등급 회원에게는 뷰티패스 세일 우선 참여권, 세포라 주관 브랜드 론칭 행사, 메이크업 클래스 행사 우선 초청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매월 뷰티 어드바이저에게 45분간 무료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또 매장에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브랜드 제품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세포라가 없을 때는 해외여행이나 직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제품들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컸던 제품들이다. 타르트, 후다 뷰티,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 조이바, 스매쉬박스 등 40여 개에 이르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매장에 비치했다. 앞으로도 분기별로 새로운 제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김동주 대표는 “한국 고객에 맞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연구해 해외 대비 높은 적립률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본사가 정한 글로벌 가격 정책에 따라 한국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하되 독점 브랜드는 해외에서 직구하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라네즈’가 세포라를 통해 북미에 진출한 것처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교두보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1호 파르나스몰점을 오픈하면서는 해외에서 평가받는 한국 업체의 제품을 소개했다. 활명, 탬버린즈, 어뮤즈 등 국내 업체가 생산해 해외 시장에 먼저 선보인 제품들이다.

김 대표는 “내 미션이자 포부는 세포라가 한국의 좋은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해 글로벌로 수출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며 “현재 3~4개 브랜드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라는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12월 명동 롯데영플라자에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이후 신촌 현대유플렉스점을 포함해 내년까지 7개 매장,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뷰티업계도 긴장

PB 강화·체험형 서비스 확충 나서

세포라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자체브랜드(PB)를 강화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 브랜드를 단독으로 입점시켜 고급 브랜드 중심인 세포라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다채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세포라가 지향하는 체험형 서비스에서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 H&B 업계도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인지도가 높아지는 PB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제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다. H&B 업계 1위 올리브영은 2015년 7월 론칭한 색조 메이크업 PB ‘웨이크메이크’로 세포라에 맞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연평균 약 15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코덕(코스메틱 덕후)’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장용 도구 전문 PB ‘필리밀리’는 지난해 11월 리뉴얼 이후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 ‘V컷 파운데이션 브러시’는 론칭 1개월 만에 1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매장 리뉴얼도 단행했다. 올리브영은 서울 홍대입구점을 ‘올리브영 홍대’로 리뉴얼해 세포라 개점일인 24일 공개했다. 매출 3위를 기록해온 홍대입구역점을 새 단장한 매장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최적화된 상품을 선별하고 새로운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홍대 지역에 있는 4개 매장의 구매 데이터 1000만 건을 분석해 적용했다. 고객의 쇼핑 패턴과 제품 선호도를 철저히 반영한 ‘맞춤형 매장’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온앤더뷰티’는 ‘뷰티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 개개인에게 알맞은 상품을 추천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로,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 후 매장을 방문하면 피부 진단을 통해 전문가가 제품을 추천해준다. 최근 수많은 뷰티 아이템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론칭 당시부터 세포라와 비교됐던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도 PB 상품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첫 제품인 마스크팩부터 시작해 보디 제품, 화장용 도구, 스킨케어, 색조 메이크업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세포라 1호점 가보니 피부 상태 측정부터 메이크 오버까지… 다양한 체험 공간 마련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는 콘셉트로 주목을 끈 세포라.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한국 고객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지, 고객이 알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해 주는지, 화장품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매장인지 등 다양한 궁금증을 안고 매장을 직접 찾았다. 오픈 이후 약 3주가 지난 11월 13일 오후 3시께 매장 내 분위기는 차분했다. 첫날 수십 명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복도에서 대기하면서 북새통을 이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대기가 없어 고객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여유롭게 제품을 시험하고 있었다. 매장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포라를 상징하는 흑백으로 채워져 있었다. 고객들을 응대하는 화장품 전문가 ‘뷰티 어드바이저’들도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먼저 오픈 당시부터 화제가 됐던 ‘스킨크레더블’ 서비스를 받아보고자 가까운 직원에게 요청했다. 스킨크레더블은 고객의 피부를 촬영해 진단하고 그에 맞는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고출력 LED 라이트로 피부를 비춘 뒤 특수 제작한 30배줌 렌즈로 촬영해 피부 상태를 분석한다. 직원이 가져온 측정기는 애플 아이폰에 별도로 제작한 렌즈를 케이스 형태로 씌운 모양새였다. 평소 쓰는 스마트폰이 익숙하면서도 과연 제대로 측정해 줄지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피부 상태를 찍기 전 먼저 원하는 스킨케어 종류와 평소 가지고 있던 피부 고민을 입력했다. 촬영한 피부 상태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심리적인 부분도 충족하기 위한 절차였다. 나는 겨울을 맞아 건조해지는 피부에 맞는 제품과 주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 추천을 요청했다. 몇 번 클릭을 하자 피부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 화면이 등장했다. 부위별로 4번 촬영한 뒤 분석한 결과 80점이라는 예상치 못한 높은 점수가 나왔다. 모공 건강도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가 나왔다. 방문 당일 비가 내려서인지 수분도에서도 높은 점수가 나왔다. 다만 주름 개선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와 그에 맞는 추천 제품을 보기로 했다.

화면에 나온 ‘추천 제품 보기’ 버튼을 누르자 피부 고민에 맞는 제품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직원은 추천 데이터에서 피터토마스로스의 ‘8% 글라이콜릭 솔루션 토너’(150㎖, 6만원대)를 써볼 것을 권유하면서 테스트 제품을 화장솜에 적셔 기자의 손등을 닦았다. 거친 피부톤을 매끄럽게 정돈하고 피부에 쌓인 유분과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화장솜을 사용하는 게 좋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수분 밸런스 유지를 위해 토너 제품을 사용하라는 조언도 추가했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약 5분 동안 피부 상태, 추천 제품, 화장법에 대한 정보를 모두 얻은 것이다. 현재 매장에 비치된 측정기가 3대에 불과하고 분석에 활용되는 데이터가 싱가포르 고객 1000명의 분석 결과로 다소 한국 시장에 맞지 않는다는 평이 있지만 데이터 축적을 통해 한국인에 맞는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매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뷰티 플레이’ 코너에서는 전문가들이 무료로 메이크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 립 등 얼굴 부위별 7가지 메뉴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뷰티 어드바이저가 화장법과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약 15분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 매장에 비치된 태블릿 PC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자 대기 순번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대기 시간동안 매장을 둘러보자 재차 순번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전문가에게 눈썹 메이크업을 추천해줄 것을 요청하자 매장에 비치된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의 ‘브로우 파우더 듀오’(0.8g*2, 3만4000원대) 애시 브라운 컬러를 가져와 시범을 보였다. 살짝 비스듬한 브러시로 제품을 발라 눈썹 아래를, 그리고 눈썹산까지 형태를 만든 뒤 속을 채워갔다. 지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픽서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화장에 익숙지 않지만 피부 결점을 가리고 싶은 남성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최근 화장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뷰티 플레이 서비스를 받는 남성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세포라 관계자는 “최근에는 얼굴의 윤곽을 드러내는 컨투어링 화장법을 배워가는 남성 고객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매장을 방문했을 때 고객 10명 중 3명은 남성이었다. 이성친구나 지인과 함께 방문한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스스로 여러 제품을 비교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박대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1호 (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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