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K뷰티, 착한 가치·착한 소비가 뜬다… 천연 성분·가치 담은 화장품 등 각광
기사입력 2019.09.04 15:26:45 | 최종수정 2019.09.04 15:45:24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직장인 김인아(25) 씨는 화장품을 사기 전 꼭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구입하려는 제품을 검색해본다.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을 보기 위해서다. 유해한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천연 유래 성분은 얼마만큼 들어갔는지 확인한 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인지도 체크한다. 김 씨는 “소비자들에게 착하고 순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한다는 건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라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아로마티카 에센셜 바디 미스트



K뷰티에서 착한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부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올바른지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K뷰티’라고 불리는 한국의 뷰티업계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산업군 중 하나로 떠올랐다. 우수한 품질력과 합리적인 가격, 독특한 콘셉트가 더해진 제품들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열광하며 지난 몇 년간 K뷰티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K뷰티는 과도기를 지나가고 있다. 국내 시장은 포화됐고 해외에서도 점유율을 잃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화장품 브랜드 수만 해도 2만 개를 육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시장에서 K뷰티의 점유율은 5년 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주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성장 잠재력이 아직 매우 크긴 하지만 현재는 전환점을 맞아야 할 때”라며 “새로운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K뷰티의 새로운 미래가 착한 성분과 착한 가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미래 한국의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기존 미국, 프랑스 등 선진 뷰티 강국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으며 다양한 소비자들을 고려한 ‘건강하고 착한’ 뷰티 시장으로의 발전을 예상했다. 유로모니터는 한국 뷰티 시장의 미래 성장률은 향후 5년간 0.5%에 머무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제조사들의 행보에 주목하며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기회로 내다봤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 연구원은 “한국 시장은 규모와 성장률 면에서 뷰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다양한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는 제품군의 범위와 소비자 교육, 부가 가치 측면에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성장이 주춤해진 현 시점에서는 단순 시장 확장보다는 클린 라벨, 비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운 제품) 등 보다 다양한 소비자를 아우르는 이른바 ‘건강하고 착한’ 가치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며, 이를 고려하면 한국 시장을 넘어 선진국 시장에서 K뷰티의 선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유해 화학 성분 배제하고

동물실험하지 않은 제품 인기

실제 최근 들어서 화장품의 성분은 물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뷰티 제품들이 뜨고 있다. 비건 화장품이란 잔인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에서 채취한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의미한다. 환경, 동물 보호를 위해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비건’의 바람이 뷰티 업계까지 확산된 것이다.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8%씩 성장해 지난해 기준 33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208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성장세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최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이 최근 3개년 상반기준으로 비건 뷰티 제품들의 매출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신장률 3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화장품 원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성분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며 “올해에도 자연 유래 성분과 자연 친화적인 제조 공법을 내세운 ‘착한 화장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리브영의 대표 비건 뷰티 브랜드인 ‘아로마티카’는 식물성 원료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다. 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유효성분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아로마티카가 출시한 ‘에센셜 바디 미스트’의 경우 합성 향료와 동물성 원료를 일절 배제한 비건 제품으로, 100% 천연 에센셜 오일을 블렌딩한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국내 대표 비건 뷰티 브랜드로는 ‘디어달리아’가 꼽힌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체에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8개의 유해성분을 모두 배제했다. 일반 색조 제품에 포함되는 주요 동물성 성분을 모두 빼고도 발색력이 우수해 인기가 높다.

국내 시장에서 시코르, 온앤더뷰티 등 프리미엄 화장품 편집숍을 통해 판매하며 매출을 꾸준히 올려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5월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벤처캐피탈로부터 60억원 투자를 받았으며 최근에도 8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디어달리아를 알아본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뒤 최근에는 화장품의 본고장 프랑스의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입점했다. 미국의 백화점 니만 마커스 4개점과 온라인 몰에도 동시에 진출했다. 디어달리아 해외사업본부 관계자는 “전 세계 브랜드가 경쟁하는 해외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차별성과 독창성이 성공을 좌우하는 키 포인트”라며 “디어달리아만의 고유한 철학과 특색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글로벌 비건 뷰티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비건 뷰티 브랜드 ‘보나쥬르’의 경우 2019년 6월 기준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국내 최대 수치인 41건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뷰티브랜드 ‘닥터 브로너스’의 경우 제품 원료의 76%가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으며, 80%는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미국 브랜드지만 2008년 진출한 뒤 꾸준히 국내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2018년 기준으로는 한국 진출 시기 대비 약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의 비건 뷰티 브랜드들도 선전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들도 비건 뷰티 제품들을 한국에서 사가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현지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모든 제품이 동물실험을 거쳐야만 한다는 원칙이 있다. 즉 비건 뷰티 브랜드들은 중국에 직진출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착한 성분과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에서 비건 뷰티 제품을 구매해 가는 것이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 비건 뷰티 브랜드들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150%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비건 뷰티 브랜드들의 성장률이 높은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파머시(FARMACY), 디어달리아 등 신규 브랜드를 적극 입점시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전개하는 비건 지향 뷰티 브랜드 ‘아워글래스’도 면세점 성과가 좋은 대표적인 브랜드다. 아워글래스의 올해 1분기 면세 매출은 60억원으로, 지난해 브랜드 전체 매출인 50억원을 3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브랜드의 목표 매출을 40% 넘게 달성할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워글래스 관계자는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비건으로 대체하고자 동물성 성분을 제거하고 대체 성분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있으며, 2020년까지 전 제품 100% 비건 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착한 성분만을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품 용기를 플라스틱이 아닌 친환경 소재로 개발하거나 공병을 모아 재활용하는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이미 2009년부터 매년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며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를 그룹과 브랜드 차원에서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아로마티카 로즈마리 샴푸 본품과 리필



▶아모레퍼시픽 2009년부터 지속가능성 보고서 만들고 공병 수거해 매장 인테리어로 활용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친환경 캠페인은 공병 수거 캠페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등 매장에서는 고객이 다 사용한 스킨케어 제품의 유리, 플라스틱 용기를 매장에 비치된 공병 수거함으로 가져오면 뷰티포인트(아모레퍼시픽의 멤버십)를 적립해주며 고객들의 적극적인 패키지 재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2009년 이후 현재까지 공병수거 캠페인을 통해 저감한 이산화탄소량은 1511톤으로, 어린 소나무 1만3603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이니스프리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그룹과 협업, 그동안 모은 공병을 인테리어 소재로 활용해 마련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80년 된 한옥 두 채를 연결하고 목구조는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바닥과 벽면, 가구 등 내외부 공간의 70%는 23만 개의 이니스프리 공병을 분쇄해 만든 마감재로 장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미국의 재활용 솔루션 전문 기업인 ‘테라사이클’과 업무협약을 맺어 향후 3년간 매년 플라스틱 공병 최소 100톤을 재활용하고, 2025년까지 공병 재활용 10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헤라, 프리메라, 아이오페, 한율 등의 출시 제품 중 총 498개 제품의 단상자에 친환경 종이 패키지인 ‘FSC 인증’ 지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속가능하며 깨끗하고 착한 성분을 포함한 제품들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며 “9월부터는 마스크팩 정기배송 서비스 ‘스테디’를 통해 친환경 마스크팩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인데, 착한 성분은 물론 마스크팩 시트지를 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로마티카는 최근 베스트셀러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의 900㎖ 리필제품을 내놨다. 용기 재활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아로마티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이형운 팀장은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와 같은 베스트셀러 제품은 판매량이 많아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용기 재활용을 권장하며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의미로 리필제품 출시를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론칭한 브랜드 ‘스킨그래머’는 아예 시작부터 지속가능한 가치를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설정했다. 모든 제품에 착한 성분을 포함시킨 것은 물론 패키지까지 처음부터 재활용할 수 있고 생분해가 가능하게 했다. 배송 포장재도 ‘지아미’라는 친환경 완충재와 종이 테이프를 활용한다.

디어달리아



▶유로모니터 “K뷰티 향후 성장은 착한 가치에 달려있어”

브랜드를 론칭한 김도균 베이식스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두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환경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K뷰티가 이제 제품력뿐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 브랜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달 출시될 신제품은 재활용한 PET나 폐유리를 섞은 용기에 담아 판매할 예정이다.

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부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킨그래머를 론칭하면서 전 직원에게 텀블러를 제작해 선물로 돌려 사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친환경 캠페인도 꾸준하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모든 상품은 매출을 내기 위해서 기획하고 판매하는 것이 맞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우리의 브랜드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오래 사랑 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몇 개의 H&B 스토어들이 입점을 제안하는 등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의 한국 진출도 K뷰티의 착한 가치 바람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포라는 브랜드들에 ‘클린뷰티’ 기준을 적용해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특정 성분을 배제한 제품들만 입점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국내의 친환경 뷰티 브랜드들은 세포라 입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착한 성분을 사용하거나 친환경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일은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단가를 낮추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착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브랜드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 기존 상품보다 부대비용이 4배 정도 들어가는 편”이라며 “친환경을 실천하는 뷰티 기업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단가가 내려갈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대기업에서도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나. 앞으로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도 화장품 업계에서 성분을 잇는 기본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하경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뷰티, 착한 가치·착한 소비가 뜬다… 천연 성분·가치 담은 화장품 등 각광

‘콘텐츠 커머스’ 시대... 유통에서도 기획사 뜬다 '요괴라면·마약베개·우주인 피자' 신세대 ‘B급 감..

“신나는 음악 틀어줘” “수건 바꿔줘” 말만 하면 다 되는 AI호텔 인기

간편결제 전성시대, 어떤 서비스가 좋을까… 분산보다 ‘몰아쓰기’ 혜택 많아

내수 불황에 몸살… 위기의 대형마트 이마트 2011년 분사 후 첫 분기 적자 최저임금 인상·e커머스와 출..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