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쇼핑 대신 눈호강 하세요” 갤러리야 사진관이야… 예술작품 모시기 경쟁 백화점업계, 판매 공간에서 체험 공간으로 변신
기사입력 2019.07.08 13:41:32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지난 5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밤이면 ‘그림’으로 변신했다. 원래는 물고기 비늘을 연상시키는 동그란 조형물이 건물을 뒤덮은 형태지만, 지난달에는 네모난 건물 외관에 선으로 쓱쓱 그은 듯한 세로 줄무늬 미디어 아트를 입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진행하는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빛으로 표현한 것이다.

변신한 것은 건물 외관뿐 아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벽면에도, 건물 곳곳 코너에도 각양각색의 세로 줄무늬가 걸렸다. 지상 5층 기프트숍은 갤러리가 됐다. 박서보 화백의 2015년작인 를 비롯한 작품 두 점이 걸렸다. 캔버스에 한지를 입힌 후 지난한 작업을 거쳐 선을 만드는 박 화백의 작업을 기념해, 젊은 공예작가들이 만든 한정판 작품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진행한 박서보 화백 특별전 ‘서보 위드 갤러리아’는 백화점이 ‘그림 전시’에 얼마나 힘을 쏟는지 보여주는 행사였다. 백화점 콘텐츠 팀에서는 지난해부터 행사를 기획해 명품관 전체를 전시와 단독상품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몄다. 만년필 애호가인 화백의 친필을 받아 몽블랑 제품과 함께 진열하고, 작품 이미지가 담긴 엽서, 작품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패키징의 디퓨저를 제작해 판매했다. 박서보 회고전을 진행하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판매하지 않는 기념품을 백화점에서 살 수 있었다. 안지현 갤러리아백화점 차장은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나서 기념품을 구매하러 백화점을 다시 방문한 고객도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 서명이 담긴 100만원 상당의 아트프린트 액자를 3종류씩 구매하는 고객, 지방에서 일부러 작품을 구입하러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도 눈에 띄었다. 실제 기념품 기프트숍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9% 증가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협업하는 ‘위드 파트너스’ 프로젝트를 하반기에도 진행할 예정이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씩 큐레이팅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홍철기 갤러리아백화점 UCP(Urban Contents Project) 팀장은 “새로운 고객 경험을 통해 백화점의 존재와 의미에 가치를 부여하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판매시설 백화점이 비판매시설 늘리는 이유는…

‘체험’ 있어야 고객 발길 붙들어

백화점은 공간을 임대해주고, 상품이 팔린 만큼 매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물건을 팔지 않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백화점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줄어들어 손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판매 공간을 줄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쇼핑을 위해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매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백화점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물건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유통된다. 오히려 유통 마진이나 인건비 등이 적은 온라인에서 같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다. 백화점은 임대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들여온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온라인보다 빠르게 따라잡아 오프라인 공간에 옮겨 놓기는 불가능하다. 더 이상 ‘쇼핑’이 백화점만의 전유물인 시대가 아니다.

매출과 직결되는 ‘손님몰이’가 중요해지자, 백화점들은 체험에 눈을 돌렸다. 가상의 공간인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보고, 듣고, 느끼는 실제 경험만이 오프라인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꼭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백화점이 살아남는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새로운 공간과 특별한 체험을 강조하다보니 ‘준 테마파크’급 전시도 백화점으로 들어왔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6월까지 1년간 김포공항점에서 아시아 최초로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연다. 미국 유니버설사가 제작한 2015년 개봉작 <쥬라기 월드>에 나왔던 공룡들을 영화 스토리에 맞게 재현해 놓은 전시다. 관람객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페리를 타고 공룡 거주지 ‘이슬라 누블라 섬’을 방문한다. 이 섬에서 티라노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다양한 대형 공룡을 만난다. 이 공룡들은 근육, 피부 질감을 살린 ‘애니매트로닉스(애니메이션+일렉트로닉스)’ 기술을 활용해 만든 로봇 공룡이다. 조작에 따라 움직여 실제 살아있는 공룡을 보는 느낌을 준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쥬라기 월드>에 나왔던 실험실이나, 인큐베이터 속 아기 공룡 모습을 관찰하는 체험시설도 만들었다.



▶체험 공간 늘린 백화점 점포서 체류시간 두 배로… 매출도 증가

신세계백화점이 ‘쇼퍼테인먼트’ 점포로 분류하는 부산 센텀시티점, 대구신세계점을 보면 체험형 시설의 집객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부산 센텀시티에는 씨네드쉐프(영화관)와 반디앤루니스(서점), 주라지공원, 스파랜드, 골프연습장, 키자니아(유아동 직업체험공간) 등이 입점했다. 전체 시설 중 판매시설을 제외한 체험 공간 비중이 30%에 달한다. 대구신세계에는 아쿠아리움과 트램폴린파크 등 유아동 체험시설이 많다. 비판매시설 비중이 25%다.

부산센텀시티점과 대구신세계는 지난해 여름(7월 11일~8월 5일) 백화점 전체 평균 매출 신장률(9.9%)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폭염이 극성을 부린 한여름에 센텀시티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1%, 대구신세계는 15.5% 이상 매출이 늘었다. 강남 센트럴시티와 연계된 강남점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영등포점도 각각 14.1%, 14.8% 매출이 올랐다.

지갑이 열리는 이유는 역시 체류시간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한 고객은 평균 2.7시간을 머문다. 센텀시티점과 대구신세계는 이 고객 체류시간이 평균 5시간으로, 2배 가까이 길었다.

신세계백화점이 공룡 전시, 체험공간으로 운영하는 센텀시티 주라지공원



롯데백화점이 지난 5월 서울 명동 본점 영플라자 지하1층에 오픈한 ‘팔레트’도 집객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팔레트는 케이팝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됐다. 단순한 아이돌 굿즈 판매 매장이 아니라 연예인·가수와 팬들이 소통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든다는 목표다. 소규모 전시나 팝업스토어, 라이브 방송과 인터뷰 등도 예정돼 있다. 오픈 첫 기획인 ‘뉴이스트’ 관련 전시에는 하루 평균 4000명이 방문했다.

롯데백화점 쥬라기 월드 특별전



롯데백화점 잠실 월드타워 에비뉴엘에서는 사진을 테마로 한 ‘291 포토그랩스’ 매장이 대표적인 전시 콘텐츠로 손꼽힌다. 지난 4월 ‘협동조합 사진공방’, 충무로 ‘반도카메라’와 1년 준비해 만든 ‘사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매장’이다. 사진·전시, 스튜디오, 서적·커뮤니티, 카메라의 4가지 섹션으로 매장을 구성해, 신진 작가 사진을 구매할 수도 있고, 본인의 사진을 인화할 수도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요일별로 신진 작가들이 번갈아가면서 사진 촬영을 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픈 이후 1달간 약 1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백화점 5층인데다 전시 판매 복합 플랫폼인 점을 감안해 월 4000명 정도 방문객을 예상했으나, 방문자 수가 예상보다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체험공간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형식으로 실제 아티스트를 초빙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스웨덴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을 초청해 200여 명의 고객과 좌담회를 열었다. 이달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인 백승우 작가의 신작을 공개한다. 백화점 측은 고객이 사진작가를 직접 만나 소통하는 형식의 이벤트도 검토 중이다.



▶갤러리·미술관·테마파크·플레이스테이션 체험장… 종류도 다양해져

현대백화점은 5월 판교점에서 쇼핑과 놀이를 결합한 놀이공원 테마로 ‘판교랜드’ 행사를 열었다. 상설판매공간이 아닌 유휴공간이나 고객 휴식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놀이기구와 체험시설을 넣었다. 특히 10층 문화센터 홀에는 범퍼카, 미니기차 등을 들여왔다. 행사를 진행한 10일간 판교점을 찾은 고객 수는 지난해 같은 행사 대비 21.5% 증가했다. 10층 판교랜드 행사장을 방문한 고객만 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점포 중 전국 최대 규모인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을 넣어 체험 마케팅에 불을 붙였다. 판교점 내 별도 건물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연면적 2736㎡(약 830평) 규모의 상설 전시공간이다. 2개의 전시실과 5000권의 그림책을 보유한 서재,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실 등을 갖췄다. 기업이 만든 국내 첫 어린이 대상 정부등록 1종 미술관이다.

개관 4년 만에 이 미술관의 누적 이용 관객은 70만 명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많은 가족 고객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며 “앞으로도 어린이들에게 미술 관람과 창작 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주는 전시와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목동점, 미아점, 대구점, 울산점 등 8개 점포에서 ‘갤러리 H’를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이 직접 운영하면서 국내외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최신 미술 트렌드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보통 보름에서 한 달 간격으로 작품을 전시하는데, 한 해 약 150회의 크고 작은 미술 전시가 열린다. 백화점 방문고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작가들이 갤러리에서 직접 작품 설명도 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30~40대 가족 고객 방문이 많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부족한 신진 작가 작품 전시회도 매년 정기적으로 열린다.

잠실 에비뉴엘 291 포토그랩스 매장



체험 매장을 주로 찾는 사람들은 유아동·가족고객만은 아니다. 현대백화점이 목동점·판교점·천호점 등 5개 점포에서 운영하는 게임체험매장 ‘플레이스테이션 라운지’는 남성 고객이 대다수다. 올초 플레이스테이션 라운지 매장에서 진행한 플레이스테이션4 기기 할인행사에서는 200대가 오픈 2시간 만에 매진됐다. 백화점 개장 직후에 300명이 몰려 200m 이상 대기 줄이 이어졌을 정도다.

현대百 갤러리H



2017년 가든파이브에 1호점을 오픈한 후 5개 점포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한 방문객 덕분이다.
플레이스테이션 라운지의 월 평균 방문객은 약 2만여 명. 플레이스테이션 라운지에는 기존 게임 판매 시설과 달리 최신 패키지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이 있다. 판교점의 경우 172㎡ 공간에 방으로 꾸며진 체험존 3개와 VR체험시설 1개를 갖췄다. 대기 고객이 없으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고, 카페도 마련돼 있어 휴식을 즐기기 좋다.

[이유진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급성장하는 온라인 패션몰, 이베이 코리아·무신사 패션매출 1000억 넘어… LF·삼성물산 등 대기업도 온..

‘싸게 더 싸게’ 이마트의 상시 초저가 마케팅, 온라인·타임세일·쿠폰 공세에 대형마트 ‘대형할인’..

새벽배송 6개사 서비스 비교해보니… 마켓컬리 서비스 표준화, 쿠팡은 공산품 장점 SSG ‘새벽에 받아보..

5G 기반 초고음질 음원 서비스 인기 스튜디오 음질 수준 스트리밍 어때요

현대차의 과감한 변신… 大路는 자동차·골목길은 전동킥보드, 현대차 차세대 먹거리는 ‘통합 모빌리티..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