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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가 바꾼 유통가 풍경… 5월부터 바캉스 의류 에어컨은 제철 사라져
기사입력 2019.07.08 1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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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의 평균 최고기온은 25.5도였고 일조 시간은 298.2시간이었다. 기상청이 관측망을 늘린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 기온도 18.6도로 평년의 17.2도를 웃돌아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봄·가을이 사라짐과 동시에 여름이 길어지면서 유통가는 빠른 여름 장사 채비에 나섰다.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 들어서야 판매량이 늘던 상품들 매출이 일찍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경기가 악화되고 지난 5월 소비심리가 4개월 만에 다시 100 아래로 떨어져 비관적인 전망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유통가에서는 ‘그나마 날씨 덕에 살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외기와 에어컨을 하나로 합친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벽 타공과 배관 등을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사진제공=현대홈쇼핑>



▶‘극성수기’ 7월 무색… 여름 가전 장만 빨라졌다

지난 5월 가전 시장에서는 이른 더위를 준비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포착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지난해 여름, 에어컨 등 필수가전을 구비하는 데 보름 이상 걸린 경험이 소비자들 사이에 쌓였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2일까지 리서치 전문 업체 마이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남녀 소비자 총 5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에어컨 구매 계획을 설문 조사했다. 전체 응답자의 36.4%를 차지하는 182명은 ‘올해 에어컨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중 70%에 해당하는 126명이 ‘7월이 오기 전에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7월 이후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41명(22.5%)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가 놀라운 이유는 통상 가전시장에서 에어컨 극성수기는 7월 이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국내 에어컨 시장 성수기는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한여름 무더위가 이어지는 8월까지”라며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연간 에어컨 매출액 가운데 약 60%가 이 기간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7월 한 달간 판매된 에어컨 매출 비중도 35%에 이른다”고도 덧붙였다.

빨라진 에어컨 구매 패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5월 1일부터 27일까지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에어컨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0% 늘었다.

에어컨 구비에 걸리는 시간을 늘리는 가장 큰 요소가 ‘설치 인력 부족’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인력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이재완 롯데하이마트 스마트홈서비스팀장은 “에어컨 성수기에 대비해 전문 설치인력을 1700팀으로 지난해보다 300여 팀 늘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가전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진화한 여름 가전’이 눈에 띈다. 위메프는 지난 5월 20일에서 26일까지 가전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창문형 에어컨’ ‘무선 선풍기’ ‘무풍 에어컨’ 등 상품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창문형 에어컨은 기존 벽걸이 제품과 달리 벽에 구멍을 뚫지 않고 창문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음·진동 등 약점이 있지만 타공에 부담을 느끼거나 2번째 에어컨을 장만하려는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창문형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2배 이상 상승했다.

이동하기 쉽고 원하는 장소에서 사용이 가능한 무선 선풍기와 이동식 에어컨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각각 565%, 593% 증가했다. 일반 선풍기에 비해 회전 반경이 작아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날개가 없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타워형 선풍기 판매도 29% 늘었다. 직접적인 바람 없이 기온을 낮추는 무풍에어컨도 매출이 6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주방에서는 그간 관심을 받지 못했던 가전제품들이 인기를 회복하기도 했다. 식기세척기, 얼음정수기, 음식물처리기, 전기레인지가 대표적이다.

식기세척기는 설거지 수고도 덜어주지만 잔반이 묻은 식기를 세척기 내부에 한데 모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식물 처리기 역시 같은 원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기레인지는 열을 내지 않고 음식물을 데워 준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 하이마트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내린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4일까지 14일간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식기세척기의 매출액은 전월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얼음정수기, 음식물처리기 매출액도 각각 40%, 140%씩 늘었다.

선풍기 시장에서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휴대용 선풍기는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13일까지 32%의 매출 증가율을 보여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스탠드형 선풍기’도 신흥 인기 여름가전으로 떠올랐다. 책상 가장자리에 고정하거나 세워두고 원하는 곳으로 위치를 옮기면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탠드형 선풍기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7% 증가해 휴대용 선풍기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강한 바람으로 냉방 기능은 물론 공기 순환 기능도 갖춘 에어서큘레이터도 54%의 증가율을 보여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회전반경이 작고 날개가 없어 안전한 ‘신일’의 타워형 선풍기 <출처=위메프>



▶여름 과일, 건강기능식품 판매량 늘어…

‘얼음 대란’ 겪은 편의점은 공급처 늘리기도

롯데마트에서는 여름 관련 식품들 매출이 늘었다. 지난 5월 18일부터 31일까지는 보양식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복은 6.5%, 민어는 6.2%, 백숙용 닭은 15.7% 늘어난 것이다. 여름에 잘 팔리는 과일도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 5월 1일부터 19일까지 여름 대표 과일 수박은 전년 동기 대비 17.3%, 토마토는 6.4% 매출이 늘었다. 본격적인 시즌이 다가오지 않았으나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과일도 있다. 복숭아는 같은 기간 매출이 253.7%, 포도는 105.3%, 참외는 3.5% 늘었다. “여름 과일의 활약에 전체 국산과일 매출도 14.3% 증가했다”고 롯데마트 관계자는 말했다.

수입 과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수입 포도와 체리는 각각 매출이 38.7%, 6.2% 늘었다. 망고스틴과 용과 등 동남아 과일도 각각 매출이 356.7%, 19.7% 증가했으며 여름철 음료에 많이 사용하는 레몬과 라임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상승했다.

원기 회복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의 대표 홍삼 제품 ‘홍삼달임액’ 매출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전년 동기대비 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은 시원하게 섭취가 가능하고 파우치 형태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여름에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난다. KGC 인삼공사 관계자는 “이른 더위에 면역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홍삼 제품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CU에서는 일찍이 얼음, 탄산음료, 생수, 아이스크림 등 여름 필수 상품 매출이 늘었다. 지난 5월 한 달간 얼음은 24.2%, 탄산음료는 28.8%, 생수는 16.3%, 아이스크림은 18.4% 매출이 늘었다. 야외활동이 늘면서 판매량이 증가한 맥주 매출도 8.8% 상승했다.

칼로리가 낮고 높은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많은 곤약 상품도 매출이 늘었다. CU는 곤약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관련 상품을 20여 가지로 50%가량 확대했는데 이와 함께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658.9% 증가했다.

지난 4월 이마트는 예년보다 빨리 수박을 할인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제공=이마트>



지난해와 2017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얼음 공급이 달려 ‘발주 정지’까지 겪은 편의점 업계는 일찌감치 얼음 공급처도 늘렸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컵얼음 월 판매량이 2000만 개를 넘어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며 “지난해 겨울부터 준비해 2017년 4곳이었던 얼음 공급처를 지난해 5곳, 올해 7곳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GS25 역시 2017년 얼음 공급처를 3곳에서 4곳으로 늘렸다. GS25 관계자는 “올해도 이른 무더위로 예년보다 35% 이상 얼음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처를 1곳 추가해 5곳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틈새 바캉스족’에 5월 바캉스 의류 불티…

리넨·플리츠 등 여름 소재도 인기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여름휴가를 계획한 사람들이 늘면서 백화점 바캉스 매출이 예년보다 일찍 올랐다. 업계는 “본격적 휴가철인 7~8월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데다 휴가 인파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이러한 이유로 6월에 틈새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바캉스 패션은 원피스, 반바지, 래시가드, 샌들 등 상품군을 포함한다. 바캉스 상품이 주를 이루는 신세계백화점의 여성캐주얼·남성패션·아웃도어·스포츠 장르 5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여성캐주얼이 12.0%, 남성패션 8.7%, 아웃도어 15.1%, 스포츠가 21.0% 신장하는 등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당 분야의 매출 신장률이 각각 2.7%, 4.7%, 0.5%, 7.1%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바캉스 준비가 작년보다 빨라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에서도 나타났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한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서 여성 원피스 매출은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행용 가방은 12.7%, 선글라스는 46%, 샌들·슬리퍼는 16.2%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5월 한 달간 선글라스 매출이 12.7%, 우·양산이 13.6%, 모자가 18.3%, 수영복이 13.8% 느는 등 여름 관련 상품 매출이 늘었다. 여름 대표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마직류 ‘리넨’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리넨 할인 행사를 진행한 지난 5월 31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전체 패션 상품군은 전년 동기간 대비 매출이 9% 신장했다. 몸에 붙지 않고 통기성이 좋아 리넨과 함께 여름 소재로 꼽히는 ‘플리츠’도 인기다. 플리츠 소재 의류를 판매하는 ‘이세이미야케’와 ‘플리츠 미’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7%, 224.6% 증가했다.

이커머스에서도 여름 패션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21일까지 반바지 거래액은 지난달 대비 488%, 반팔티는 115% 급증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1층 김밥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김밥의 원재료 대체 판매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위생관리도 더 철저히

날씨로 인한 변화는 여름 상품의 매출 증가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위생관리라는 난제를 안겨주기도 한다.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채널들은 위생관리 프로그램도 예년보다 앞당겨 실시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오는 9월 30일까지 더위로 인한 음식물 변질에 대비하는 ‘하절기 식품위생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시점이 예년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졌다.

구체적으로는 변질이 쉬운 김밥·샌드위치·생과일주스 등의 판매기한을 조리 후 4시간에서 3시간으로 1시간 단축하고 베이커리와 반찬류의 판매기한은 8시간에서 6시간으로 2시간 줄였다. 특히 김밥과 잡채류에 주로 사용되는 시금치·깻잎·계란지단 등 변질 가능성이 큰 원재료는 우엉·어묵 등으로 대체했다. 계란은 포장 이후 7일간 판매하던 시스템을 5일로 단축했다. 이밖에 양념게장, 간장게장, 콩비지, 육회 등은 아예 판매를 중단했다. 냉면과 메밀 등의 육수류도 포장 판매를 중단했다.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기간 동안은 냉장육·생선 등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식품에 대해 얼음포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GS리테일도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5개월간 ‘식품 안전 관리 특별 강화 기간’을 선포하고 강화된 관리 기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식중독 위생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GS25, GS수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식품을 수거해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비용을 2배로 늘렸다.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신선식품을 제조하는 프레시푸드 공장의 점검 빈도도 평상시의 2배 이상 강화했다. 세븐일레븐도 5월부터 전국 7개 공장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했다.
주 1회 현장을 방문하는 데서 하절기 기간 동안에는 주 2회로 확대 실시하기 시작했다. 또 제조에서 점포 입고에 이르기까지 냉장 유통과정에서의 미생물 증식 여부를 분석한다.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실제 유통 중인 냉장 상품을 랜덤으로 수거해 대장균 및 식중독균 검사도 격주로 진행한다.

[강인선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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