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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모빌리티 혁명 온다… 네이버·현대차도 가세 ‘공유 전동 킥보드’ 전성시대
기사입력 2019.06.28 09:38:01 | 최종수정 2019.06.28 09: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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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오니 드문드문 서 있는 초록색 전동 킥보드가 눈에 띄었다. 스타트업 올룰로의 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이었다. 가방을 멘 한 학생이 킥고잉 모바일 앱을 켜고 킥보드에 갖다 대자 ‘잠금’이 풀리고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킥보드에 몸을 실은 그는 단숨에 학교 방향으로 내달렸다. 다른 학생들도 눈에 보이는 킥보드를 잡아 탔다. 대학생 김은영 씨(23)는 “연세대까지 걸어서 15분 걸리지만 킥보드를 타면 5분이면 충분하다. 마을버스처럼 기다릴 필요도 없고 캠퍼스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킥고잉 외에도 여러 색으로 꾸며진 전동 킥보드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 전동 킥보드, 전동 휠, 전기 자전거 등 개인용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모바일로 간편하게 이용하면서 택시보다 가격도 저렴해 대학생과 직장인들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중이다.

카카오·네이버·현대차 같은 대기업까지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었고,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하는 해외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업체도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전동 킥보드와 전동 휠 등 대안적 교통수단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에 맞게 법제도를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을 정도다.



▶‘라스트 마일’ 서비스를 잡아라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노리는 것은 라스트 마일이다”라고 말했다. ‘라스트 마일(Last-Mile)’은 본디 유통·물류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마지막 1마일(1.6㎞) 내외의 최종 배송 구간을 뜻한다.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이들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해진 정류장을 오가는 대중교통 특성상 어느 정도는 스스로 이동해야하는데 이 빈틈을 채워줄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전동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다. 자신의 집에서 1.2㎞ 떨어진 지하철역까지 이동하거나, 커다란 학교 캠퍼스 안에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가정하면 이해하기 쉽다.

IT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동 킥보드, 전동 휠, 전기 자전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공유업체는 15곳을 넘어선다. 지난해 9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을 출시한 스타트업 울룰로는 지난달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4월만 해도 3만 명 수준이었던 가입자가 서울 강남·송파·마포 등 도심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한 달 만에 세 배로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스타트업 PUMP는 지난달 초 킥보드 공유 서비스 씽씽을 출시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킥보드 3만 대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게다가 이제는 소규모 스타트업만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 성장 가능성을 눈치 챈 대기업들 역시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2016년 6만 대 수준에서 2017년 7만5000대가 되더니 2022년이 되면 20만 대 수준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도 글로벌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2015년 4000억원에서 2030년 26조원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시장을 누가 선점할지도 지켜볼 만한 일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카이스트(KAIST) 대전 캠퍼스 곳곳에 전동 킥보드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빌려 탈 수 있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트’란 이름이 붙은 이 공유 킥보드 서비스는 일단 전동 킥보드 50여 대 가량을 비치하고 시험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세종시 5-1 생활지역 스마트시티 구축 마스터플래너로 선정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서비스에서 현대자동차는 플랫폼 개발을 맡았다. 앱을 통해서 킥보드를 빌리는 기본적인 기능부터, 안전을 위해 속도 제한을 거는 등 다양한 기능을 실험해보고 있다.

이밖에 카카오는 지난 3월부터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 ‘카카오T바이크’ 1000대가량을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시 연수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고, 쏘카도 신촌 연세대 등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전기 자전거 공유 플랫폼 일레클을 개시했다. 네이버 창업투자회사 TBT펀드가 투자한 매스아시아도 공유 서비스 고고씽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 큰 수익이 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공유 모빌리티 기업도 한국시장을 노린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킥보드 공유 업체 라임은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2017년 설립된 라임은 미국, 유럽 등 20개 도시에서 공유 서비스를 전개하는 곳으로 시장가치 20억달러(약 2조3400억원)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다. 중국 1위 공유 자전거 업체 오포 창립자가 설립한 킥보드 공유 업체 빔도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빔이 국내 교통 규제 등을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규제 상황을 파악한 후 국내 서비스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단은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강남 등 서울권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동 수단은 물론 놀이기구와도 유사한 전동 킥보드의 특성상 제주도 등 관광지에서도 점차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운행 지역이 좁은 지방에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평이다.

‘고고씽’과 ‘GS25’가 세계 최초 배터리 교환방식의 공유 모빌리티 충전 시설을 편의점 점포에 설치하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협약을 진행했다.



▶전동 킥보드 뜨는 배경은?

그렇다면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이렇게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큰 장점은 이용 편리성이다. 모바일로 어플리케이션만 설치하고 나면 앱 내에서 결제, 예약, 충전시간 확인까지 다 되니 어려움이 없다.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뒤 원동기 면허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등록하면 바로 이용 가능하다. 위치기반서비스(GPS)와 연동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전동 킥보드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용자는 가까운 곳의 킥보드를 찾아 핸들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은 뒤 곧바로 사용하면 된다. 이용을 마친 뒤에는 인근 정해진 주차 장소에 킥보드를 두고 어플리케이션에서 이용 종료를 누르면 끝이다. 심지어 사용료조차도 앱을 설치할 때 등록해둔 카드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기에 따로 결제할 필요도 없다. 물론 초기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면 진입 장벽이 있기에 우선은 20~30대 위주의 사용자층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가격적인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단거리 이동수단인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는 가까운 거리를 갈 때는 택시보다 저렴한 편이다. 업체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다수 업체들이 보통 분당 100원 정도의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킥고잉의 경우, 기본 5분에 1000원이고 그 이후에는 1분당 100원이다. 15분 타면 2000원이다. 시속 20㎞로 탄다고 가정하면 2000원(15분)에 약 5㎞를 갈 수 있다. 같은 거리를 타면 택시는 6000~7000원이 나온다. 단가로만 따지면 전기 자전거와 유사하지만 더 짧은 거리를 주로 달리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교통 체증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 역시 전동 킥보드가 일반 차량보다 유리한 점이다.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업체 입장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 공유 차량, 카풀 사업자들이 택시의 반대에 가로막혀 악전고투하는 것과는 달리 애초에 라스트 마일에 집중하면서 기존 산업과 갈등을 빚을 요소가 적다. 또한 각 제조사의 경쟁 및 기술 발전 덕분에 일단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는 것도 반갑다. 전동 킥보드의 경우 모델에 따라서는 일반 소비자들도 2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니 각 업체도 보유 대수를 빠르게 늘리기에 유리하고, 투자 금액을 비교적 빠르게 회수할 수 있기도 하다.

최서호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상무가 주제발표를 위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연단에 오르는 모습.



▶안전은 아직 미지수

다만 아직도 시장이 성숙하기까지 보완할 점도 많이 남아있다. 기본적인 법령부터 다듬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고, 장점이 단점으로 변화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전동 휠·스쿠터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오토바이처럼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또 헬멧을 착용해야 하며, 차도만 달려야한다. 그러나 현재 킥보드 공유 서비스 중 일부는 사용자의 면허증을 확인하지 않기에 청소년들도 모바일로 결제해서 사용하기 일쑤다. 또한 헬멧 착용도 찾기 힘들 뿐더러 인도를 버젓이 운행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보호 장비가 없는 전동 킥보드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를 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위험성이 큰데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시속 25㎞가 넘는 교통수단을 담당하고, 행정안전부는 자전거만 맡는다. 경찰 역시 국토교통부를 통해서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 단속에 들어간다는 입장에 가까워 실질적으로 사고를 막을 길이 마땅치 않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지난해 23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기로 운행되다 보니 소음이 적지만 이는 도로 위에서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의 상황 인지가 어려워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비이용자들, 특히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비하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보험과 관련된 부분도 고민이 깊어진다. 고고씽은 아예 자체적인 보험을 적용하고 있는데 사용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 후유장해 시 최대 2000만원, 이용 중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히거나 재물을 망가뜨리는 경우에도 2000만원 한도의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관련 업계 종사자는 “서비스를 시작할 때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보험 외에도 이용자들이 스스로 안전을 더 강구할 수 있는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전기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의 도로 점용 기준을 마련하고, 장비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차량 공유 업체들은 주차장이나 건물을 임대해서 자동차를 주차하지만,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들은 길거리나, 가로수, 전봇대 옆 등에 방치한다. 이용자들이 킥보드 반납 장소가 아닌 곳에 놓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는 그 자체로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통행에 방해되는 요소가 되고, 배터리 교체나 회수 등 지속적인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오포는 한때 2300만 대의 자전거를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자전거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심지어 바퀴나 안장을 탈취해가는 등 사용자들의 일탈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정지한 상태이기도 하다. 또한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심한 한국 환경에서는 전기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의 배터리 교체 주기도 더욱 짧아지는 경향이 있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고씽은 GS25와 협업해 6월부터 편의점에서 전동 킥보드를 반납하고 충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씽씽도 심부름 대행 서비스 띵동의 메신저(라이더)가 씽씽 킥보드를 관리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며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지난 3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 운전면허 면제 등에 대해 합의하고, 시속 25㎞ 이하 전동 킥보드에는 면허 면제 및 자전거도로 주행 등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합의안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 이용은 불법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변화를 법이 반영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익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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