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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저가공세에 시계제로 맥주시장...종량세 도입으로 국산 맥주 반격할까
기사입력 2019.03.06 14: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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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시작된 편의점 ‘수입맥주 만원에 4캔’ 행사는 우리나라 맥주 시장을 흔들었다. 작은 프로모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이 행사는 불과 4년 만에 국내 맥주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고 1972년 이후 유지되던 주세는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에 최종적으로는 종량세 도입이 불발되었던 것처럼 올해도 100% 전환을 장담하기 어렵다.

종량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높으나 이를 확신하기에는 시계제로인 상황이다. 이에 맥주 메이저 3사(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와 수입맥주업체 수제맥주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종가세 허점 파고든 수입맥주

‘수입맥주 만원에 4캔’ 행사 이전에 대형마트에서 이뤄지던 ‘세계맥주 만원에 4병’ 행사가 있었다. 이에 힘입어 수입맥주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했다. 그런데 이 시장에 불을 붙인 것은 2015년부터 보편화된 편의점 프로모션이었다. 2015년 우리나라 맥주수입량(관세청 무게 기준)은 전년대비 43% 증가했고 2016년 29% 2017년 50% 늘어났다. 지난해는 39만 톤에 육박해 불과 4년 만에 수입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

편의점은 유흥채널이나 마트에 비해서 수입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훨씬 두드러졌고 맥주 주 소비층인 20~40대에게 다양성이라는 즐거움을 줬다. 주류시장은 주점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유흥시장과 마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정시장으로 나눠져 있다. 수입맥주는 가정시장에서 국산 맥주 메이저 3사의 점유율을 초토화시켰고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기준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6.7%로 지난해에는 훨씬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맥주가 캔당 2500원에 판매될 수 있었던 것은 종가세의 허점 때문이다. 국산맥주는 마케팅 등 비용이 포함된 출고원가에 113%의 세금(주세 교육세 부가세)이 붙는 데 반해 수입맥주는 수입 시 신고가격에 세금이 붙는다.

수입신고가격을 낮추면 세금을 국산맥주에 비해 덜 낼 수 있다. 똑같이 원가가 500원이라고 하면 국산맥주가 내야하는 세금이 수입맥주 대비해 약 2배가 된다. 이것이 수입맥주가 편의점에서 국산맥주보다 싼 1캔에 2500원에 판매될 수 있는 비결이다.<관련기사 144p>

하이트 진로가 수입하는 크로넨버그 1664 블랑



물론 맥주 수입회사의 마진은 낮아지지만 이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입맥주 판매량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는 국내에서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회사들에 대한 타격으로 돌아왔다. 2014년 기준205만 킬로리터였던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15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17년은 182만 킬로리터까지 떨어졌다. 수입맥주 수입량이 줄어드는 만큼 국산맥주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들뿐 아니라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방에 생산시설이 있는 국내 맥주회사들에 비하면 수입맥주 회사들은 고용인원도 많지 않고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다. 조세당국 입장에서도 수입산 맥주가 국산 맥주를 대체하는 것은 세수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같은 판매량이라도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세금을 덜 내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들이 수입맥주와의 경쟁에서 처한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은 주세제도의 개편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소주, 전통주, 와인, 양주 등은 수입산 주류와 국산 주류의 경쟁이 사실상 없다. 소주와 전통주는 국산이, 와인과 양주는 수입산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주는 수입산의 공세가 국산의 산업기반을 흔들 만큼 올라온 상황이다. 지난해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맥주 관련 세제를 종량세로 개편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고 이것이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무산되었다. 어째서일까. 맥주 세제를 개편하는 것은 맥주산업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실생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종량세로 전환이 이뤄져 수입맥주 만원에 4캔 프로모션이 종료된다면 그동안 저렴하게 다양한 맥주를 마셔왔던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수입맥주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했던 편의점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이는 특히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악재다. 이미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자영업자들의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맥주만 종량세로 개편하면 다른 주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기반해 과세하기 때문에 도수가 낮은 주종에 유리하다. 하지만 반대로 전 주종에 종량세를 도입하면 도수가 높은 소주의 가격이 크게 뛸 수도 있다. 가장 대중적인 술인 소주의 가격이 뛰면 정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국산 및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맥주 먼저 종량세로 개편한 후 다른 주종은 차차 검토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다른 주종을 포함해 한꺼번에 개편할 경우 너무 일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종가세는 중소기업인 수제맥주 업체들에 불리하다는 설명도 있다. 수제맥주 자체가 니치마켓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수입맥주들과 경쟁하게 되는데 현재와 같은 종량세에서는 가격에서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 회사가 있을 정도다. 메이저 3사가 전부 수입맥주 사업도 병행하고 있는 대기업인데 반해 중소기업인 수제맥주 회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종가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수제맥주 회사들은 청년창업 및 고용이 많아(청년 채용 비율 77.5%) 고용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이처럼 주세개편은 소비자후생·고용·세수·지방균형발전·중소기업육성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여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잠재우면서 지방 및 청년층 일자리창출과 세수증대 효과가 큰 국내 맥주 산업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제주맥주 부산 팝업스토어 ‘부산시 제주도 전포동’ 1층 내부



특히 글로벌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이 그동안 수입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세제 개편은 더 힘을 얻고 있다. 관세청은 현재 하이네켄이 세금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는지에 대해서 조사 중이다.

그동안 업계에는 맥주 수입 원가를 추정해본 결과 하이네켄의 수입 신고가가 다른 맥주들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이 있었다. 다른 수입맥주들은 대부분 글로벌 본사와 별도로 한국기업인 수입회사가 있는 데 반해 하이네켄은 직접 한국법인이 경영을 한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수입가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입가를 낮춰서 본사의 수익을 최소화하지만 그만큼 적게 낸 세금으로 한국하이네켄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네켄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했다. 이 같은 이전가격(transfer price)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형적인 세금 회피 수단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계속 커지는 발포주·수입맥주 시장

종량세 개편안이 현실화되기 전 메이저 맥주 회사들이 내놓은 대안이 발포주다. 우리나라 주세법상 맥주의 주 원료 중 하나인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술은 맥주가 아닌 발포주로 구분된다. 발포주는 세금이 더 낮다.

‘하이트’맥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는 2017년 ‘필라이트’라는 발포주를 내놨다. 맥아 함량은 낮지만 기존 맥주와 알코올도수와 맛은 동일한 술로. 가격에 민감한 가정시장 맥주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큰 성공을 거뒀다. 낮은 세금으로 인해 필라이트는 수입맥주보다 훨씬 낮은 ‘만원에 8캔’ 프로모션을 할 수 있었다. 필라이트는 편의점에서는 프로모션을 하지 않더라도 캔당 가격이 수제맥주에 비해 훨씬 낮다.

필라이트는 출시 1년 반 만인 지난해 10월 4억 캔 판매를 돌파했다. 발포주 시장을 새롭게 연 것이다. 국내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도 결국 발포주 시장에 진입했다. 필라이트가 카스의 가정시장을 계속 침투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월 발포주 ‘필굿’을 출시하고 필라이트의 확장을 막아섰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필굿은 오비맥주가 필라이트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제품”이라면서 “제품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필라이트를 염두에 둔 것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필라이트가 코끼리를 캐릭터로 내세운 데 반해 필굿은 고래를 내세우고 있다. 필라이트가 캔의 디자인이 초록색과 진한 청색이 주를 이루는 데 반해 필굿은 연한 청색이 주를 이룬다.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후레쉬



만약 주세가 종량세로 바뀐다면 발포주는 어떨까. 발포주가 속해 있는 기타주류도 종량세로 전환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영향은 다르다. 그러나 필라이트가 가정시장에서 2018년 추정 매출이 1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커진 만큼 주세개편과 무관하게 발포주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종량세 전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수입맥주 참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산맥주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이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의 다양성이 확대되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종가세로 전환해도 ‘수입맥주 만원에 4캔’ 행사가 계속되고 수입맥주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메이저 3사는 수입맥주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1위 맥주회사인 AB인베브의 자회사 오비맥주는 AB인베브 소속인 형제 브랜드들의 국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버드와이저 스텔라아르투아 호가든 등 그룹의 글로벌 브랜드 광고를 늘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에 수입해오던 기린맥주에 대한 마케팅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입맥주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맥주 크로넨버그 1664블랑, 호주 1위 맥주인 포엑스(XXXX) 골드, 알코올 사이다 ‘서머스비 애플’, 유럽 1위 수제맥주 ‘브루독’이 최근 하이트진로에서 수입유통을 시작한 브랜드다. 롯데주류는 합작사인 롯데아사히의 ‘아사히’ 맥주와 별도로 ‘밀러’ ‘블루문’에도 힘을 싣고 있다.

수입맥주 확대가 사실상 자사 맥주의 시장을 깎아먹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메이저 3사가 나서는 것은 이미 수입맥주 시장이 무시 못할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판매망이 있는 메이저 회사들 입장에서는 훨씬 영업이 쉽다.

메이저 3사 이외의 수입맥주 회사들도 수입하는 맥주 브랜드를 확대하고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수입맥주 1위 롯데아사히주류는 기존 아사히맥주 외에 오키나와드래프트 맥주를 올해부터 추가 수입하고 있다. 비어케이에서 수입하는 중국맥주 ‘칭따오’는 지난해 스타우트와 위트비어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베버리지는 일본 삿포로 맥주 외 에비스를 라인업에 추가하고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양주회사들도 맥주시장에 뛰어들었다. 위스키 ‘골든블루’로 유명한 ‘골든블루’는 지난해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의 유통권을 가져왔다. 흑맥주 기네스를 판매하고 있는 국내 1위 위스키업체인 디아지오는 올해 초 크래프트 라거 ‘홉하우스13’의 국내 유통을 시작했다.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수입맥주들의 가격이 모두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수입가격이 높은 일본·아일랜드 산 맥주는 오히려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국이나 동유럽산 맥주는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는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 맥주시장의 약 1%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그러나 100여 개에 달하는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무엇보다 수입맥주들과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것이 성장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이미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제맥주의 마트와 편의점 유통이 가능해졌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성과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 수제맥주업계는 종량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 확대를 대비해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종량세 전환까지 버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수제맥주 회사들은 종량세 개편으로 수입맥주 4캔에 1만원이 없어지기보다는 수제맥주도 4캔에 1만원으로 판매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4캔에 1만원이 사라질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클 뿐 아니라 수제맥주들도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덕주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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