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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공룡’ MS 깨운 사티아 나델라 CEO, 모바일 버리고 클라우드 택한 게 신의 한 수
기사입력 2019.01.07 16:15:58 | 최종수정 2019.01.07 16: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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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51)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로 취임한지 5년 만에 이 회사가 미국 뉴욕 증시에 시가총액 1위에 복귀했다. ‘잠자는 공룡’에 비유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혁신 아이콘인 애플의 주가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 11월 30일 마감된 미국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은 주당 110.89달러로 마감했으며 시가총액은 8512억달러(약 955조500억원)가 됐다. 이날 애플 주가는 0.5% 하락해 178.58달러로 장을 마감해 시총 8374억달러가 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보다 시가총액 40억달러 가량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후로도 12월 내내 MS는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되찾고 12월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계속 이를 유지하자 월가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때 선두 기업이라 하더라도 쇠락한 이후에 상장폐지되거나 사라지는 수순을 밟는 회사가 대부분이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1위 재등극은 미국 기업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2월 들어서도 애플의 주가 하락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상승세는 대조적이었다.

애플은 결국 12월 10일 자사주 매입까지 발표했지만 애플로부터 시가총액 1위를 찬탈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이날 107.59달러로 2.64%나 급등하면서 애플과의 시가총액 격차를 더욱 확대해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 1위 탈환에 따라 지난 5년간 주가를 3배 정도 성장시킨 나델라 CEO의 리더십과 뚝심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연말 미국의 기업 평판 조회 사이트 캄퍼러블리(Comparably)는 미국 내 5만여 기업 임직원들이 지난 1년간 사이트에 남긴 CEO에 대한 평점을 바탕으로 순위를 발표했는데 나델라 CEO는 임직원 500인 이상 대기업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인도 출신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인 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2년 MS에 합류했고 기업용 클라우드 담당 부사장을 거쳐 2014년부터 CEO를 맡았다. 나델라는 CEO 취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구조를 과감하게 전환해 제2의 중흥기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윈도 등 컴퓨터 운영체제(OS) 중심이던 회사의 사업 모델을 기업용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 등으로 다각화했다. 그는 겸손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하며 엔지니어를 존중하고 혁신을 독려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캄퍼러블리 제이슨 나자르 CEO는 “마이크로소프트는 3년 전만 해도 기술 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고, 직원들도 나델라 CEO의 성과에 매우 고무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뒤를 이어서는 미국의 생활용품·공구 판매점 홈디포의 크레이그 메네어 CEO가 차지했다. 이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3위, 파이낸셜 소프트웨어 기업 인투이트의 브래드 스미스 CEO가 4위, 소프트웨어 업체 허브스팟의 브라이언 핼리건 CEO가 5위에 각각 랭크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6위에 그쳤고, 애플 CEO 팀 쿡은 12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19위를 차지했고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로 미 의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33위에 머물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고침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영체제(OS) 판매에 안주하고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지 않아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쳤다. 과거에 안주하며 변화를 거부했다가 추락했고 그때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나델라 CEO는 2017년 10월에 펴낸 자서전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회생의 비결을 이른 바 ‘새로 고침’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취임 당시 직원들은 피로감과 불만을 느꼈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에 신물이 난 상태였다”며 “직원들의 초심을 일깨우고 공감·다양성을 추구하면서 혁신을 이끌어냈다”고 썼다.

컴퓨터 키보드에 새로 고침(F5) 버튼을 누르면 웹사이트의 주요 뼈대는 그대로인데 내용은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된다. 즉 본질을 유지하면서 변화와 혁신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살려내겠다는 의지였다. 그 시작은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부터 예견됐다. 그는 직원들에게 “ICT를 기반으로 한 기술들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나 기업, 조직들이 누리게 하고자 한다”는 지향점부터 제시했다.

나델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점을 고정관념, 자만심, 도전하지 않는 문화라 진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내부 조직 간 갈등이 첨예하던 회사였다. 협업이나 소통보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회사를 움직였다. 윈도를 만드는 부서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도 오히려 화합에 방해가 됐다. 나델라는 엔지니어링, 영업, 지원부서 등의 협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새로 구성했다. 사업부 간 협업도 강조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갖게 되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며 “스마트폰에서 뒤처지자 스티브 발머 전 CEO가 했던 선택은 노키아를 인수함으로써 뒤늦게 시장을 따라간 것이었고, 그게 MS에게 독이 됐다”고 말했다.

나델라 CEO는 취임 이후 잘못된 길이라고 확신하면 곧바로 과감하게 사업을 접었다. 스카이프, 야머, 노키아 등의 잘못된 방향의 인수를 포기한 것이다. 노키아 인수만 72억달러(약 7조9000억원)를 쏟아 부었지만 전혀 시너지가 나지 않자 스마트폰 개발팀을 해체하고 애플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으로 전환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결국 2013년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무선사업부는 2016년 폭스콘에 매각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클라우드 컴퓨팅 폐쇄 버리고 공유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배경은 사티아 나델라 CEO 취임 이후 기업 고객을 겨냥한 클라우드 사업 등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온 전략으로 분석된다. AP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주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선택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1990년대 PC 시장의 강자가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 기술 분야의 총아들을 밀어내며 부흥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가장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13% 정도로 3년 새 두 배 가량 늘어난 반면 AWS 점유율은 33%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클라우드가 MS를 고성장 회사로 탈바꿈시켰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성장률이 7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절대적인 매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AWS(46%)보다 성장률에서는 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과 경쟁하는 소매 기업들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놔두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하는 일이 늘고 있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미국 의류업체 갭(GAP)은 마이크로소프트와 5년간의 애저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갭은 전자상거래 운영, 재고, 인력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월마트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

MS는 폐쇄의 대명사였다. 오피스만 쓰도록 하고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배척했다. 하지만 나델라 CEO는 달랐다.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용 MS 오피스를 개방한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제품을 어떠한 운영체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결과를 잘 보여 준 것이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 러브 리눅스의 발표였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모든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난해 10월 OIN(Open Invention Network)에 합류했다. 리눅스 등 오픈소스를 위해 특허 6만여 개도 무료로 공개했다.

클라우드서비스 애저는 가상머신 중 40% 가 오픈소스화됐다. 이는 애저가 호환성이 아니라 연속성을 지원해 사용하는 소스를 그대로 활용,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안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폐쇄적인 비즈니스 구조에서 ‘개방’이라는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했다는 얘기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지난 6월 세계 최대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GitHub)’를 인수한 것이다. 이런 성공적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지난 5월 구글 모회사 알파벳 시총을 추월했고, 이는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에 따른 오픈 전략은 완벽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변화로 이어졌다. 결국 취임하자마자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이 사업은 곧 회사의 캐시카우로 키워냈다. 윈도우, 오피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중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하면서 윈도·오피스에 치중된 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생산성 오피스 365를 내세웠고 클라우드와 AI를 연계시킨 미래 사업을 통해 MS를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소셜(링크드인), 비디오 게임기(엑스박스), 하드웨어(서피스) 등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인사시스템과 인센티브 제도를 혁신했다. 그전까지 SW 라이선스를 잘게 쪼개 개인의 매출기록을 급여와 연관했는데 이를 혁파하고 협업과 참여를 인센티브 체계와 인사고과에 반영했다. 결국 기존 제도에 머무르거나 따라가지 않고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조직, 인사시스템, 교육 및 훈련, 문화 등 모두 바꾸는 변화를 결정했다.

철학 그리고 미래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 페이스북이 데이터 유출 사고 등으로 곤혹을 겪는 사이 잡음 없이 조용히 성장했다. 공감은 그의 경영 철학을 대표하는 단어다. 뇌성마비 아들을 키우며 공감을 체득한 그는 “첫아들이 뇌성마비를 안고 태어나면서 아들이 겪는 고통과 환경에 차츰 공감하게 됐다”며 “삶의 부침을 통해 공감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혁신에 대한 영감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감은 다양한 가치를 가진 직원들을 융화하도록 하면서 소비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항상 강조한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비즈니스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나델라 CEO는 윈도의 경쟁 운영체계(OS)인 리눅스와 협력을 선언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와 리눅스의 오픈소스를 활용해 클라우드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애플, 구글과도 경쟁하는 대신 공존을 선택하면서 오히려 시장에선 성장하는 효과를 거뒀다.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클라우드에서도 최대 경쟁사인 아마존과 경쟁·협업을 같이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과 각사 AI 비서인 코타나와 알렉사를 상대 서비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했다.

이런 공감능력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향후 AI의 방향성 문제 때문이다. 그는 “컴퓨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을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윈도10에 시선 추적 기술을 추가했다. 시선 추적 기술은 눈동자 움직임으로 컴퓨터 화면을 조종하는 기술이다. 뇌성마비와 루게릭 환자 등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을 안겨주는 ‘시각 인공지능(Seeing AI)’과 파킨슨 병 환자를 돕는 ‘엠마 프로젝트(Emma Project)’ 등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삶을 ‘증강’ 시켜주는 도구로 AI 개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안면인식 AI의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다며 이에 대한 규제를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애 겪는 사람 위한 재해지역 복구, 아동 보호, 인권 존중 등 AI를 활용하는 ‘인도주의 AI 프로젝트(AI for Humanitarian Action)’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해 “AI가 인간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생활 보호와 윤리가 전제돼야 한다”며 “국가적으로도 AI의 악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연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 정책그룹 총괄부사장인 크레이그 샹크(Craig Shank)는 인간 중심의 마이크로소프트 AI 철학에 대해 발표한 후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AI의 기술적 진보로 당면한 사회적 과제와 해결책, 기업이 존중해야 할 가치 원칙에 대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인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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