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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食)과 만난 패션·뷰티-편집숍에서 쇼핑하고 이탈리안식당 즐겨 화장품 고르며 제주도의 맛 느끼는 여유
기사입력 2018.02.02 14: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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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 CEO인 A씨는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 ‘10꼬르소꼬모 까페’를 찾는다.

오전 11시 반쯤 미리 도착해 1~2층 매장의 옷과 신발, 인테리어 소품, 화장품 등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간단하게 쇼핑을 한다. 낮 12시가 되면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으며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울 청담동 10꼬르소꼬모 매장에 가면 패션은 물론 레스토랑이 함께 자리 잡고 있어서 점심 미팅 전 잠시 들러 쇼핑과 식사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마치 잡지 한 권을 오프라인 매장에 다 담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을 모아 놓은 편집숍이라는 특성 때문에 바쁠 때에도 이곳에 잠시 들러 매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거기에 식사까지 가능해 바쁜 비즈니스맨들에게 너무나 편리한 공간이다.

10꼬르소꼬모



20대 직장인 B씨는 명동에 있는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에 자주 들른다. 화장품을 살 일이 없는 날에도 이 매장에 간다.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다. B씨는 “처음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궁금해서 가게 됐는데 디저트 가성비가 좋아서 자주 가게 된다”면서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에 화장품도 둘러보고 쇼핑도 한다. 한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패션·뷰티 업계가 식(食)과 결합하며 그들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는 맛을 즐기며 심신의 안정을 찾는 공간이자 트렌드 공유가 이뤄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패션과 뷰티 업체들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이만한 콜라보도 없다. 먹고 마시면서 소비자의 매장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브랜드들의 상품 노출 효과도 높아진다. 자고 일어나면 새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는 이 시대에 충성 고객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특히 패션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불황의 바람이 거세다. 자라·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브랜드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백화점에서 승승장구하던 기존 강자들이 위협받고 있다. 소위 ‘백화점 브랜드’라는 것만으로도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꼼꼼하게 따져 구매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세등등하던 SPA 브랜드들마저도 정체기를 맞았다.



▶패션업계의 화두는 ‘라이프스타일’

이런 추세 속에서 패션업계의 화두가 ‘라이프스타일’이 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패션 브랜드들은 더 이상 옷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일상 속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전통적인 유통 강자였던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이 약화되고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느냐는 생존과도 같은 키워드가 됐다. 그런 점에서 패션업계가 식(食)과의 결합을 시도하는 움직임은 필연적인 추세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0꼬르소꼬모는 시대를 상당히 앞서 나갔다. 10꼬르소꼬모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최초의 편집숍 브랜드다. 패션잡지 편집장이었던 카를라 소짜니 여사가 잡지를 오프라인 공간에 구현하겠다는 의도로 선보인 매장이었다. 1990년에 시작할 당시부터 이미 레스토랑을 겸한 매장으로 꾸며 시대를 20년 이상 앞섰다. 패션과 예술, 음악, 디자인, 문화가 융합된 장소로 ‘슬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태어났다.

10꼬르소꼬모는 2008년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손잡고 서울 청담동에 첫 매장을 오픈했고 2012년에는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에 2호점이 들어섰다. 2008년 청담동에 문을 열 당시 아시아에서는 첫 매장이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에 맞춰 패션 매장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이탈리아의 다양한 메뉴와 한국적인 맛이 새로운 조화를 이룬 메뉴를 내놓고 있다. 1년에 세 차례(봄/여름/가을·겨울) 메뉴를 바꿔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고자 노력한다. 캐주얼 다이닝을 표방하지만 까다로운 한국 고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밀라노 매장보다 훨씬 수준 높은 파인다이닝급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승 삼성물산 패션부문 10꼬르소꼬모팀 과장은 “호텔 출신의 셰프들이 최고급 재료를 활용해 수준 높은 이탈리안 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카를라 소짜니 여사도 이곳의 음식을 좋아할 정도로 호평이 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토스트 브레드, 무염 버터를 곁들인 칸타브리아산 엔초비’, ‘꼴뚜기와 새우튀김’, ‘느타리버섯을 곁들인 트러플 크림 소스의 딸리아딸레’와 다양한 스테이크 메뉴다. 밸런타인데이와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특별한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고객들의 경험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진 만큼 내부 인테리어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가득하다. 덴마크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인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스완체어를 매장에 매치했다. 레스토랑과 매장 곳곳에는 미국 출신의 미술가인 크리스 루스가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 미술품이 벽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10꼬르소꼬모는 이 매장에서 1년에 두 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한다. 과거 영국 디자인계의 거장인 톰 딕슨의 전시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톰 딕슨의 조명과 오브제 등 일부 제품들이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지승 과장은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꾸준히 방문하는 단골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쇼핑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겸 갤러리를 방문하는 느낌으로 자주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1층 매장 입구 맞은편 공간은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브랜드와 콘셉트를 바꾸어 가며 전시를 한다. 또한 매장 전체의 디스플레이도 자주 바꿔 질리지 않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10꼬르소꼬모 매장에는 과거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대표가 들어 화제가 됐던 알라이야의 핸드백을 비롯해 최근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패션 브랜드 베트멍, 발렌시아가 등의 최신 유행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이니스프리 그린카페’는 그 이름처럼 제주의 청정 자연을 그대로 재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객들이 그린카페라는 공간에서 먹고 마시면서 제주가 가진 건강하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해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때문에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메뉴 개발부터 재료 공수까지 이니스프리가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인 ‘그린’과 ‘제주 헤리티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매장 내부에는 인조 식물이 아닌 실제 식물들을 배치해 자연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이곳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메뉴 재료는 제주산 원물을 사용한다. 화장품 브랜드지만 F&B팀을 별도 운영하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 카페에 전혀 뒤지지 않는 디저트와 티를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이다.

허수진 이니스프리 F&B 운영팀 주임은 “눈 내리는 한라산의 모습을 디저트에 표현하는 등 시즌마다 제주의 계절적 요소를 담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면서 “제주를 음식으로 형상화하는 것에 대해 고객들이 재미를 많이 느끼고 인스타그램에 바이럴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들은 브랜드의 진정성과 헤리티지를 알리기 위한 작업이다.



▶패션, 화장품 업계도 음식료 매장 오픈

그린카페에서 판매하는 디저트와 음료는 가격대가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핫케이크도 1만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메뉴를 판매하는 다른 카페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한 번씩 진행되는 이니스프리 브랜드 세일 때에는 카페에서도 모든 메뉴를 할인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고객들이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니스프리 마케팅팀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린카페로 인해 고객들이 이니스프리를 더 특별하게 생각한다”면서 “매장에 들렀다 카페에 가거나, 카페에 들렀다 매장에서 화장품을 한 번이라도 더 테스트해보는 경우가 많아 시너지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사실 그린카페의 원조격이다. 2013년 4월 제주의 아름다움을 고객들이 다양하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제주하우스를 만들었다. 제주에서 자란 녹차, 동백, 비자, 화산송이, 유채, 한란, 곶자왈 등 화장품 재료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장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제주하우스에도 그린카페가 있어 식사와 음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제주 해녀바구니 브런치’, ‘제주 수제 소시지 핫도그’, ‘제주 딱새우 아보카도 번’, ‘제주 슈퍼푸드 샐러드’, ‘비양도 스프’ 등이 판매된다. 이니스프리는 색조 화장품의 컬러 네이밍을 할 때도 ‘톡 터진 금귤’ ‘달콤 꿀살구’ ‘석양 아래 동백꽃’ 등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린카페는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와 판교 플래그십 스토어에 있고, 제주하우스는 제주점과 서울 삼청점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표 메뉴로는 수플레 핫케이크 이외에도 제철 과일을 곁들인 ‘과일 오름 토스트’, 제주에서 키운 녹차를 사용한 ‘그린티 라테’ ‘유채꿀 라테’ ‘한라봉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한 끼 식사로 먹을 수 있는 그레인볼부터 샌드위치, 샐러드 등도 준비돼 있다.

패션업체 LF는 아예 식품 관련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패션업체지만 지난해 인수·합병(M&A)한 업체들 대부분이 식품 관련 회사들이었을 정도로 식(食)에 대한 관심이 어느 업체보다도 높다. 작년 인수한 회사 중 패션 관련 업체는 한곳도 없었을 정도다. LF가 이처럼 식품회사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이미 국내외 패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패션이라는 장르 하나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자회사로 LF푸드를 두고 있어 다른 패션업체보다 더 적극적으로 식품 관련 업체들을 M&A 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다. LF는 지난해 주류 업체인 인덜지에 지분을 투자했고 올해 인덜지를 통해 크래프트 맥주 공장을 설립해 맥주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즐겨 마시는 트렌드에 발맞춘 신규 투자다. 토종 수제버거 브랜드인 크라제버거 상표권을 인수한 만큼 맥주와 버거 간의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버거와 맥주라는 조합만큼 완벽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자회사인 LF푸드를 통해 일본 식자재 업체인 모노링크와 구르메F&B코리아의 경영권도 인수했다. 일본식 이자카야가 국내에도 늘어나고 있고 일반 가정에서도 일본 식자재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 여기에 베이커리 업체인 퍼블리크 지분도 추가로 사들이며 먹거리 관련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LF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패션시장에서는 추가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먹거리 사업으로 인수·합병(M&A)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추가 M&A를 한다면 이 분야에서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일찌감치 카페를 운영하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2015년 청담동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 안에 마련된 카페 디올에서는 프랑스의 유명 베이커리 피에르 에르메 파리의 마카롱과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맛볼 수 있다. 에르메스도 메종 에르메스 지하에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에르메스 브랜드 카페인 ‘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강다영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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