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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를 이용, 고객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심리학+통계학+엔지니어링+IT+디자인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이길 수 없는 이유
기사입력 2018.12.04 10: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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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 세계 5억 명이 이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파일저장 시스템 ‘드롭박스’. 대표적으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빠르게 성장한 IT 서비스 스타트업이 되었지만, 초창기 이 회사에게 고객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숙제였다.

마케터 숀 엘리스(Sean Ellis)는 ‘어떻게 하면 가입자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드롭박스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우연히 그는 “드롭박스를 사용하게 될 수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그리워할 것인가”를 사용자들에게 질문해 보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40%에 달하는 이들이 “드롭박스를 쓸 수 없다면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응답한 것이다. 곧바로 그는 제2의 가설을 설정했다.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들에게 드롭박스를 추천한다면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드롭박스를 쓸 것이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기존 고객이 드롭박스를 추천할 수 있도록 고안해 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그는 다른 무엇보다 추가공간을 250MB라도 더 받으면 고객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자신의 지인들에게 드롭박스 서비스를 추천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증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메일을 통해 친구들을 드롭박스로 추천하는 대신, 클라우드 공간을 추가로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추천을 통한 가입률은 60% 이상 증가했다.

그로스해킹은 드롭박스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숀 엘리스가 만든 용어다. 성장(Growth)을 해킹하는 방법. 남들보다 빠르게 고객들을 확보하고 고객들을 잡아둘 수 있는 방법론이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IT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설들을 과거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데이터에 기반하여 검증한 다음 실행하는 기법이다.

해킹이라고 하면 흔히 컴퓨터를 이용해 무언가를 뚫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해, 그리고 각종 IT 플랫폼들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게 바로 그로스해킹이다. ‘드롭박스’를 키우는 과정에서 숀 엘리스가 했던 방법론은 그로스해킹의 기본과도 같다.

드롭박스의 홈페이지 모습



▶스타트업이 가진 돌팔매, 그로스해킹

대기업이 골리앗이라면 스타트업들은 다윗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맞상대해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 예산도 적고, 인력도 적으며, 자본금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스타트업에게는 대기업이 갖고 있지 않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의사결정이 빠르다. 보통 3~4명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대기업이 결코 결정할 수 없는 사안들을 1~2시간 안에 후딱 판단해 버리는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둘째, 사람이 적기 때문에 새로 등장한 IT 솔루션이나 플랫폼들을 재빠르게 채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보통 새로운 ERP시스템이나 CRM을 도입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모되며 그와 별도로 구성원들이 그를 습득하게 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과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이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비해 가진 절대적 우위다. 셋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코 느긋하지 않다. 자신들을 몇 달 안에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틀린 판단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판단에 고착되지 않는다. 넷째, 본질적으로 혁신을 추구한다. 작은 존재가 큰 존재로 성장하려면 기존 질서를 크게 흔들어야(disrupt) 한다는 점을 스타트업들은 알고 있다. 다섯째, 스타트업에게는 제품이 완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로스해킹 과정에서 제품을 변화시킬 수 있다.

결국 스타트업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설을 재빠르게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검증된 가설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다. 대기업이 3~4달 걸리는 것과 달리, 스타트업은 그로스해킹이라는 도구를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이는 대기업, 즉 골리앗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다윗만의 돌팔매, 즉 무기다.

숀 엘리스와 그의 책 ‘Growth Hacking’의 표지



▶가설은 어떻게 설정하고 검증하는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수천만 명의 미국 시민들에게 이런 이메일을 돌렸다.

스팸메일 같아 보이는 이 이메일은 의외로 히트를 기록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자금을 기부하는데, 그 전체 규모가 수십억원에 달했다. 200명에 달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과 18명의 오바마 캠프 이메일 마케터들은 흥미로운 실험을 해 보았다. 제목을 ‘헤이’ 대신에 ‘돈이 곧 떨어질 거예요’ 또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을 믿는다면’,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등으로 바꾸어서 이메일을 보내 본 것이다. 그 결과 가장 성공률이 높았던 제목은 의외로 ‘헤이’였다. 다른 어떤 제목보다, 버락 오바마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은 친근감을 가진 제목이 높은 기부확률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로스해킹에 사용되는 A/B테스트라는 기법이 녹아들어 있다. 이메일을 보내는 대상(모집단)을 둘로 나누어서 A그룹에게는 ‘헤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보고, B그룹에는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 본다. 그러고 나서 어떤 집단이 더 많은 돈을 기부하는지 결과를 측정해 보는 것이다. 통상 A그룹과 B그룹 둘로 나눠서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A/B테스트라고 불린다.

오바마 캠프는 수없이 많은 A/B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어떤 이메일을 보내야 지지층들이 더 많은 자금을 후원할 것인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는 지금도 훌륭한 이메일 마케팅 사례, 또한 그로스해킹 사례로 남아있다. ‘감’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버락 오바마 2008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보낸 이메일 내용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고객을 늘렸나

가설을 검증한 다음에는 빠르게 자신의 제품이 가설에 맞는지 살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초창기 에어비앤비는 명확하게 검증된 사실을 하나 알고 있었다. 바로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라는 일종의 벼룩시장 같은 웹사이트에 자신들의 잠재고객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었다. 에어비앤비는 크레이그리스트에 머무르고 있는 고객들이 자신의 플랫폼으로 유입되길 원했다.

에어비앤비가 잘했던 점은 이를 위해 적절한 엔지니어링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가져다 붙였다는 점이다. 서울 연남동에 살고 있는 홍길동 씨가 자신의 집을 세놓겠다는 포스팅을 에어비앤비에 올린다 하자. 에어비앤비는 그에게 바로 이런 이메일을 보내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홍길동 씨 안녕하세요. 당신처럼 게시물을 에어비앤비에 올린 분들이 크레이그리스트에도 함께 게시물을 올리면 평균적으로 수입이 월 500달러 정도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크레이그리스트에도 글을 올리면 지금처럼 에어비앤비를 통해 당신의 숙박제공 사항들을 관리할 수 있으면서도,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요.”



누가 이런 옵션을 마다하겠는가. 숙박을 제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입이 과거보다 많아진다는데 말이다. 대신, 에어비앤비는 고객들이 에어비앤비에도 올리고, 크레이그리스트에도 같은 숙박사항들을 중복으로 올리는 불편을 해소해 주었다. 자동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을 한 것이다. 하지만 크레이그리스트에서 홍길동 씨의 연남동 집을 본 사람들은 에어비앤비 사이트로 이동해 결제를 진행하게 프로그램을 짜 두었다.

결과는? 당연히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숙박을 찾던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로 유입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과연 대기업이라면 이런 재빠른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로스해킹 이미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그로스해킹

오늘날 그로스해킹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인터넷 쇼핑몰 같은 곳에서 ‘제품 판매종료일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라든지 ‘지금 전 세계 10명이 당신이 보고 있는 호텔을 보고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뜬다면 그로스해킹을 이용한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문구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마케터들은 수천, 수만 명을 대상으로 A/B테스트를 진행했을 것이고, 그 결과 검증된 가설을 자신들의 쇼핑몰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플랫폼 ‘페이스북’과 매일 5억 명 이상이 들어오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그로스해킹에 적절한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케팅을 위한 상업 페이지를 설정해 두면 고객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A/B테스트를 하기 매우 간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개인정보동의를 받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광고를 푸시해서 보낼 수 있다. 그 결과 고객들의 데이터를 확보한 뒤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유의미한 결과들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맥주회사는 여러 형태의 광고 카피를 제작한 다음 페이스북을 통해 A형태와 B형태의 티저 영상을 내보낸 뒤 반응이 좋은 영상을 메인으로 마케팅을 실시했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

이밖에도 웹상에서 고객들을 분석하는 가장 좋은 툴로는 구글 애널리틱스가 꼽힌다.
가장 범용적이고 마케터들에게 친화적인 보고서들을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바로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옵티마이즐리(Optimizely) 역시 그로스해킹에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로스해킹이라는 용어를 만든 숀 엘리스가 창업한 ‘쿼럴루(Qualaroo)’는 사용자가 내 웹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설문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현규 매일경제 벤처지원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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