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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잔당 3000원… 대중 공략 나서는 와인회사들-태국 레스토랑 ‘와인커넥션’ 한국 진출
기사입력 2018.12.04 10: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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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와인커넥션’이라는 곳이다.

방콕뿐 아니라 푸껫, 코사무이까지 태국 주요 관광지에 있는 이 체인 레스토랑은 가성비 높은 음식과 와인으로 유명하다.

와인커넥션은 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도 8개의 레스토랑이 있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도 진출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도 와인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식당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 이 와인커넥션이 한국에 진출했다. 현지법인 와인커넥션코리아를 설립하고 지난 9월 홍대입구역 인근 서교동에 문을 열었다.

와인커넥션의 가장 큰 특징은 식당 옆에 와인숍이 바로 붙어있다는 것이다. 이 숍에서 파는 가격이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같다. ‘숍 가격=테이블 가격’이라는 것이 와인커넥션의 핵심적인 전략이다.

와인커넥션 홍대점에서 판매하는 보르도산 프랑스 와인 ‘바롱 라 로제(2015년)’의 가격은 2만1000원(750㎖)이다. 1잔당 가격은 4500원(125㎖)에 불과하다. 호주산 와인의 가격은 더 충격적이다. 웨스트엔드 에스테이트 ‘리치랜드’(2016년 빈티지)는 1병 가격이 1만4000원에 불과하다. 1잔당 가격은 3000원(125㎖)이다.

이 가격은 이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다른 주종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카스 생맥주는 300㎖ 기준 5000원에 판매되고 있고 수입맥주 하이네켄 350㎖ 병은 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를 10㎖ 기준으로 환산하면 국산맥주는 10㎖당 166원, 수입맥주는 10㎖당 257원, 호주산 와인은 10㎖당 186원이다.

와인커넥션은 1999년 외국인으로 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프랑스인 미카엘 트로체리가 창업했다. 당시 그는 24살에 불과했다. 와인 유통을 주업으로 하던 그는 와인숍에서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숍과 동일한 가격으로 와인을 팔기 시작하자 젊은 고객들을 끌어 모으면서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큰 와인 유통 회사가 됐다. 동남아시아에서도 관세가 높아 와인에 대한 장벽이 높았는데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대중들을 끌어들였던 것이 주효했다. 와인커넥션은 동남아에 80여 개 직영매장을 갖고 있고, 올해 국내에 진출해 향후 40개 직영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한국도 ‘와인=고급주류’라는 인식이 강한 곳이라 동남아와 비슷한 전략이 통할지 주목된다. 와인커넥션은 2014년 아브라즈라는 사모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추가 진출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저가와인의 원조는 와인커넥션이지만 국내에서 잔당 3000원 와인의 원조는 사실 ‘와인카페’다. 와인 한 잔을 2900원에 판매하는 콘셉트의 주점이 2016년부터 등장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늘와인한잔’, ‘와인주막차차’ 등의 와인주점 프랜차이즈가 있다. 이런 곳에서는 와인가격이 2900원(스페인·칠레산)에서부터 시작한다. 한 병 가격도 1만8000원에 불과하다.

주점 프랜차이즈 ‘와라와라’에서 시작한 오늘와인한잔은 벌써 전국에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쳐 30여 개 매장을 냈다. 이곳은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와 메뉴구성을 했다. 와인별로 ‘고생했어 토닥토닥’, ‘넌 예쁘니까’와 같은 식으로 별명을 붙여서 스토리를 입히고 심리적인 장벽을 낮췄다.

와인커넥션의 경우 직소싱이 가격을 낮추는 가장 큰 비결이다. 2017년에만 250만병 이상의 와인을 판매하면서 바잉 파워가 생겨서 전 세계 와이너리들과 직접 거래를 하고 있다. 와이너리와 계약을 통해 독점공급하고 물량을 확보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와인커넥션에서 판매하는 와인들은 국내 다른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와인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와인커넥션이 이미 거래하는 곳이라도 국내 유통사들과 독점 계약을 이미 맺은 제품들은 들여오지 않는다.

‘오늘와인한잔’을 운영하는 오늘와인도 별도의 와인소싱팀을 두고 있다. 또한 와인 디스펜서(와인을 따른 만큼 질소가스를 주입해 와인을 오래 보관하는 장비)의 보편화도 글라스 와인 판매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글라스 와인의 경우 품질 관리가 어려웠는데 와인 디스펜서를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덜 수 있게 됐다.



▶유통업체들도 저가와인 쏟아내

이처럼 외식 쪽에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와인유통업체들도 저가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와인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 잡은 대형마트들이 파격적인 와인을 미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 그룹은 자회사 신세계L&B, 롯데그룹은 롯데주류를 통해 직접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그동안 수입맥주가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들을 마트에 끌어들이는 제품이었다면 이제는 와인에서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최근 2병에 9980원의 ‘투보틀 카베르네 소비뇽(칠레산)’을 판매하고 있다. ‘투보틀’은 칠레 와이너리 ‘보데가스 데 아기레’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이마트는 미국 할인점 트레이더 죠가 2달러에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찰스 쇼’ 와인처럼 트레이더스를 대표할 와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9월 호주산 와인 ‘피터르만 바로산 쉬라즈’를 국민와인으로 선정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해외 판매가가 18달러인 와인을 국내에서도 1만9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와인장터 행사도 전국 점포로 확대했다. 이 행사는 2008년 10월 시작된 와인 창고 개방행사로 ‘앙드레 끌루에 브뤼’ 3만5000원, ‘코노수르 비씨클레타 샤도네이(1500㎖)’ 2만원 등 고가 와인을 행사가격에 판매한다. 이마트는 물처럼 와인을 마시는 시골 노인들을 등장시키는 ‘와이너리(里)’ 웹 광고를 내놓는 등 대중 와인 시장을 확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월 25일부터 11월 4일까지 롯데쇼핑 창립 39주년을 기념해 100만 병의 와인을 선보이는 ‘와인 슈퍼 쇼’ 행사를 전점에서 개최했다. 이때 5000원대 와인부터 고가의 와인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는데 이탈리아의 ‘메이크 미 스타 키안티 클라시코’를 5만원에,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 양조사 39명이 함께 만든 ‘씰(SEAL) 39’를 2만원에 판매했다.

홈플러스는 와인페스티벌을 열고 이탈리아 ‘카스텔로 델 포지오 모스카토 다스티(750㎖)’를 1만2900원에, 칠레 ‘몬테스 클래식 까베르네 쇼비뇽/멜롯(750㎖)’을 각 1만29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10월 28일까지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4%가 상승했는데, 저가 와인이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 와인이 18.9%, 화이트 와인이 5.3%, 스파클링 와인이 4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에서도 2016년 7.4%, 2017년 -4.5%로 지속 약세를 보인 와인 매출은 올 들어 7% 이상 증가하고 있다. 와인 대중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다른 곳은 소용량 와인과 편의점이다. 소용량 와인은 일반적인 와인 용량인 750㎖ 보다 적은 375㎖의 하프보틀을 비롯해 187㎖, 200㎖ 등 다양한 용량의 와인을 말합니다.

롯데주류의 소용량 와인 매출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약 16.6%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성장세가 이어지며 2018년 상반기까지 약 13만2천 병이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약 21.6%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소용량 와인이 잘 팔리는 곳은 편의점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 층이나 격식을 차리지 않고 와인을 편하게 마시고 싶은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와인을 찾기 때문이다.

CU는 올 들어 와인 매출이 34% 늘면서 ‘혼술족’과 ‘홈술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용량 와인을 강화했다. 얄리샤도네이W(375㎖), 얄리까버네쇼비뇽R(375㎖)가 각각 5900원에 판매하고 있고 2종 2병을 9900원에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까레띤또노블R(375㎖)는 3~6개월 오크숙성을 거친 젊은 와인으로 과일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옐로 테일 미니사이즈(187㎖) 3종도 오는 27일 출시된다. 3병 구매 시 9900원 최저가 행사도 진행한다.

GS25도 와인 카테고리 매출이 올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0%나 성장했다. 이는 2016년 22.3%, 2017년 30.2% 증가한 데에 이어 큰 폭의 성장세다. GS25에서 기획한 넘버 나인 크로이쳐(2만5000원), 넘버투로만체(1만5000원) 등이 성공을 거둔 결과다.



▶40대 남성 와인시장 정체…

불황으로 콜키지 프리 인기

기업들이 대중 공략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기존의 성인 남성 중심의 시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와인 수입 규모는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것은 2006년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유행이다. 이때 40대 이상 남성층을 중심으로 와인을 공부하고 골프나 영업으로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퍼졌다. 칠레산 와인 1865가 골프장에서 18홀을 65타에 치라는 의미로 인기를 얻은 것이 유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가라앉았던 와인시장은 다시 성장을 계속했으나 40대 남성 시장은 슬슬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와인업체들은 젊은 층과 여성을 새로운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와인을 잘 마시지 않던 젊은 층들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여성들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상그리아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달달한 술을 선호하는 여성소비자들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와인마켓카운실의 2017년 7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와인소비자의 59%가 여성이다. 특히 다른 술은 마시지 않고 와인만 마시는 여성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두 번째 이유는 불황이다. 국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와인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소비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와인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의 5대 샤토(보르도산 최고급 와인) 클럽에서는 하룻밤에만 1000만원어치 와인을 마실 만큼 고급와인을 선호했었다”면서 “지금은 가성비를 따지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황에 따른 영향은 와인숍 활성화와 콜키지 프리(손님이 가져온 와인에 대해서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 것) 문화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처음으로 와인판매 매장인 와인앤모어를 벌써 19개나 냈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은 와인숍에서 구매한 와인을 콜키지 프리 매장에서 마신다. 투뿔등심, 한와담, 로스옥 등 유명 고기집들도 콜키지 프리를 내걸고 있다.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의 레스토랑G도 콜키지 프리를 내걸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 와인 수입회사 중 1위인 금양인터내셔날도 올해 2월 여의도에 ‘와인몬스터’라는 매장을 내고 소비자 직판에 나섰다. 와인몬스터는 그동안 B2B 판매에 집중했던 금양인터내셔날이 처음 시작한 오프라인 매장이다. 현재 나라셀라가 ‘와인타임’을, 아영FBC가 ‘와인나라’라는 와인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덕주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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