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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vs 커피전문점 경계허물기 영토전쟁
기사입력 2018.10.31 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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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시애틀에 ‘프린치(Princi)’라는 새로운 베이커리가 생겼다. 그런데 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회사는 다름 아닌 시애틀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커피기업이 된 스타벅스다. 매장 위치도 파이크 플레이스에 위치한 스타벅스 1호 매장과 멀지 않다.

프린치는 소위 아티장(장인) 베이커리다.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고 빵을 구워 판매한다. 뿐만 아니라 샌드위치, 샐러드 등도 판매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스타벅스 리저브 프린치’ 블렌드라고 스파벅스가 프린치 매장을 위해 직접 만든 시그니처 커피다.

프린치는 1986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로코 프린치가 연 아티장 베이커리다. 밀라노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런던을 포함해서 5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2016년 프린치에 투자하고 글로벌 라이선스 권한을 얻었다. 이후 프린치의 빵을 프리미엄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와 중국 상하이 로스터리 등에서 판매해 왔다. 이번에는 아예 프린치의 이름을 걸고 단독 빵집을 낸 것이다. 올해 9월에는 시카고에도 단독 2호 매장을 냈다. 스타벅스는 향후 전 세계에 1000개의 프린치 베이커리를 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언젠가는 한국에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성장의 벽에 부딪힌 스타벅스가 베이커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전 세계 2만8000여 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는 최근 미국 내 성장속도가 둔화됐다.

이에 따라 리저브·로스터리 등 고급화된 매장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빵으로 차별화 요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급 베이커리를 통해 스타벅스 푸드 메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린치 단독 매장을 통해 기존의 베이커리들과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는 설명도 있다.



▶두 산업 경계 빠르게 허물어져

이미 과거에도 카페에서 빵을 먹고, 베이커리에서 커피를 먹는 문화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산업적인 측면에서 두 산업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커피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단순히 구색 맞추기식의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경쟁력 있는 베이커리를 표방하고 있고, 베이커리들도 스페셜티 커피를 비롯해 커피전문점 뺨치는 커피를 팔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커피전문점이 베이커리를 강화하고, 베이커리가 커피를 강화하고 있다. 카페와 베이커리의 이종격투기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베이커리 쪽으로 먼저 움직인 것은 커피전문점이다. 1990년대 말 할리스커피·스타벅스 등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전문점의 등장으로 국내에 카페문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케이크 등 디저트를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다 점차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베이커리류는 샌드위치·크루아상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매장규모가 큰 커피전문점의 경우 베이커리를 넘어 샐러드 등 푸드 메뉴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다.

할리스커피는 최근 미니라운드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데니쉬식빵 등 커피와 어울리는 베이커리 9종을 출시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최근 음료에 어울리는 베이커리 메뉴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 디저트 케이크 외에도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미니라운드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데니쉬식빵 등을 출시하며 베이커리 라인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커피로 유명세를 탄 소규모 카페들도 베이커리로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2002년 강릉에서 출발한 테라로사다. 테라로사는 일찌감치부터 매장 내에 베이커리를 만들고 빵과 함께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현재 강릉과 광화문·코엑스 여의도·서종·서귀포점 등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커피가 아니라 빵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고객이 많다.

2015년 공덕에서 시작한 프츠커피는 출발부터 커피전문가와 제빵전문가가 손을 잡고 시작했다. 3개 매장마다 별도의 제빵시설을 갖추고 현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다. 커피생두 수입업체인 엠아이커피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페이브’도 베이커리로 더 유명하다. 작은 커피집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커피와 베이커리의 시너지 효과는 강력하다. 최근에는 테이크아웃 중심 커피전문점도 베이커리를 강화하고 있다. ‘골목식당’ 등 방송으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한남대교 건너 3호선 신사역 5번출구 앞에 ‘빽스커피 베이커리’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더본코리아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통 빽다방이 큰길을 피해 골목에 있고 좌석도 10여 석에 불과한 데 반해 ‘빽스커피 베이커리’는 50여 석의 자리가 있다.

무엇보다 다른 빽다방과 가장 큰 차이점은 베이커리라는 이름답게 매장 내에서 직접 빵을 굽는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이면 신선한 빵들이 깔리는데 대부분이 오전이면 매진된다. 식빵, 초코소라빵, 스콘 등 20여 종의 빵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빽다방 베이커리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들을 전국 560여 개 빽다방 매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빽다방 베이커리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뛰어난 빽다방 베이커리의 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저가커피 이미지가 컸던 이디야커피는 빽다방보다 먼저 베이커리 부문을 강화했다. 2016년 베이커리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섰다. 플래그십 매장인 논현동 ‘이디야커피랩’에서 먼저 내놔 성공을 거둔 제품을 가맹점에 보급하고 있다. 디저트 메뉴인 ‘에클레어’가 이를 통해 가맹점에서 성공을 거뒀다.



▶커피전문점 고객 수요 따라 베이커리 메뉴 늘려

커피전문점들이 베이커리 메뉴를 늘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고객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의 등장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카페’ 문화가 자리 잡았다. 매장은 단순히 커피를 테이크아웃으로 사가는 곳이 아니라 긴 시간을 체류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됐다.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고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빵을 커피와 페어링해 먹게 됐다. 특히 카페의 주 고객인 여성층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빵이다.

한미영 아르테사노스 랩 대표는 “기존에 음료 쪽에서 추가매출을 기대했던 카페들이 지금은 베이커리와 푸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셔도 케이크든 빵이든 곁들여 먹는 문화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매출증가 효과다.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단순히 커피를 사가는 고객보다는 푸드를 함께 소비하는 고객의 객단가가 훨씬 높다. 이미 우리 국민들의 커피소비가 연간 500잔에 달해서 더 이상 커피음료로만 계속적인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푸드 쪽에서 성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커피전문점들이 베이커리 메뉴를 강화하는 이유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미 커피전문점은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홍차·녹차 등 차음료와 함께 각종 음식을 파는 장소가 됐다”면서 “커피전문점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푸드 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커피전문점들의 도전에 베이커리들도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전형적인 베이커리 고객들의 소비패턴은 매장을 방문해 빵만 사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베이커리를 찾는 고객들이 빵을 사면서 커피를 사는 경우도 많아졌고 매장에 머무르면서 빵과 커피를 함께 즐기는 고객도 많아졌다. 고객들은 맛있는 빵집에서 자연스럽게 맛있는 커피까지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2015년 매장 내 커피메뉴에 ‘카페 아다지오’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직접 소싱한 원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인도·콜롬비아산 원두를 적절히 블렌딩해 베이커리에 어울리는 커피를 만들어냈다. 뚜레쥬르도 2016년 ‘그랑 드 카페’라는 이름으로 빵에 어울리도록 원두를 리뉴얼했다.

이같이 커피를 강화한 것은 베이커리에서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카페 아다지오’가 나온 후 파리바게뜨 가맹점 커피 메뉴 매출이 평균적으로 1.5배가량 늘어났다. 커피 매출 비중의 확대와 더불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좌석이 있는 카페형 매장’ 비중도 증가했다. 2018년 10월 현재 3400여 개 파리바게뜨 직가맹 매장 중 카페형 비중은 50%가 넘는 1800여 개에 달한다.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도너츠 프랜차이즈 ‘던킨도너츠’는 커피를 강화한 ‘던킨 커피포워드’라는 매장을 내놨다. 과거 던킨도너츠도 커피가 유명했지만 커피 메뉴 자체는 아주 단순했다.

강남역 1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던킨 커피포워드 강남스퀘어점’은 기존의 던킨도너츠와는 사뭇 다른 곳이다. 도넛 중심의 기존 던킨도너츠 매장과 달리 커피가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브룩클린 스카이라인’ ‘레드훅 아티스트’ 등 다양한 원두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판매하는 식품들도 도넛을 벗어나 샌드위치, 샐러드 등으로 다양하다.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전문점에서 도넛도 함께 파는 느낌을 준다. 이미 수원AK, 연세세브란스빌딩 등 전국에 6개 매장을 열었다.



▶제빵 업체들의 커피 산업 비중 커지는 추세

우리나라 대표 제빵기업이면서 최대 외식기업인 SPC그룹은 전체 사업에서 점점 커피사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로 제빵 프랜차이즈 시장을 평정한 SPC그룹은 2002년 이탈리아 브랜드 ‘파스쿠찌’를 통해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커피앳웍스’로 고급 커피 시장에도 진입했다. 파스쿠찌 450여 개, 커피앳웍스 1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리나스 등 매장에서도 SPC그룹의 커피가 사용된다. SPC그룹 관계자는 “커피기업들이 제빵시장으로 많이 넘어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제빵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면서 “다만 소비자들이 빵과 커피, 빵과 커피의 마리아주에 익숙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커피를 강화하는 것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만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윈도베이커리인 ‘김영모 과자점’도 커피와 음료를 강화한 매장을 준비 중이다. 빵을 테이크아웃으로 사가는 고객뿐 아니라 매장에서 먹고 가는 고객을 위해 음료 메뉴를 강화하겠다는 것. 주차장 공간도 확보해 먼 곳에서 오는 고객까지 붙잡아 두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커리 밀도는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지하1층 ‘카페알토 바이 밀도’를 열면서 핀란드 커피원두로 만든 커피와 다양한 시그니처 커피 메뉴를 내놨다. 밀도 자체는 식빵 전문 빵집이지만 카페매장을 내면서 커피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샌프란시스코 유명 빵집인 ‘타르틴베이커리’는 지난해 글로벌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커피 매뉴팩토리’라는 커피 브랜드를 만들었다. 커피회사 버브에서 CEO로 일하던 크리스 조던을 영입하고 커피를 강화했다. 타르틴베이커리는 2015년 한때 블루보틀과 합병을 추진하기도 한 회사다. 한국에 타르틴베이커리가 진출하면서 커피 매뉴팩토리도 한국에 자연스럽게 진출했다. 커피 매뉴팩토리의 커피는 국내 타르틴베이커리 1·2호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가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숍인숍’ 규제를 완화하면서 베이커리와 카페가 같이 있는 매장을 내는 것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예전에는 일반·휴게음식점·제과점 간 복합 매장(숍인숍·shop-in-shop)을 운영하기 위해선 하나의 영업장이라고 하더라도 독립된 층 또는 벽으로 공간 분리가 의무화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구획·선 같은 것으로 구분해도 복합 매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덕주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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