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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지점 통폐합 1년…점포 없는 ‘디지털 은행’ 글로벌 롤모델 될까
기사입력 2018.10.11 11: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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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 down Analogue(아날로그를 폐쇄하라).”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행보는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아날로그를 버리고, 완전한 디지털 금융을 구현하라’는 것. 지난해 7월 국내 영업 철수설, 대규모 구조조정설 같은 세간의 우려를 무릅쓰고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단행한 것은 사실 디지털화의 일환이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약 3개월 만에 기존 오프라인 점포수의 약 70%인 90곳을 없앤 일련의 과정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 스스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씨티은행은 약속을 지켜냈다. 국내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직원 감축도 없었다. 일상적인 은행 업무가 모바일에서 비대면으로 처리되는 한편, 오프라인에선 대형 센터 위주로 자산관리(WM)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경영실적도 비교적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총수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6% 증가한 6149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1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0.1% 감소하는 데 그쳐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의 변화상을 지켜보는 시중은행들의 심사는 복잡하다. 전면적인 디지털화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반기를 드는 은행은 없을 테지만, 이미 영업점 수만 1000개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큰 은행들이 한국씨티은행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지난해 말 4835개를 기록했다. 숫자는 2015년 말 5196개, 2016년 말 5023개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개별 은행 중에선 2015년 합병 후 통합 출범한 KEB하나은행이 87곳을, 가장 점포수가 많은 KB국민은행이 71곳을 줄였다.

한때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을 뒷받침해 주던 폭넓은 영업망은 비대면 뱅킹이 활성화된 오늘날엔 애물단지 신세가 돼버렸다. 한 은행원은 이런 딜레마를 토로하며 “씨티은행이 전환 전후 내부 인력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실적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관심은 영업점 운영을 둘러싼 은행권의 고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은행원 역할 전문화돼야

이에 한국씨티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지휘하고 있는 브렌단 카니 수석부행장(소비자금융그룹장)을 만나 직접 만났다. 브렌단 부행장은 2015년 한국씨티은행에 부임하기 직전인 2012~2014년에는 폴란드 씨티은행에서 지점 통폐합과 디지털화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는 “한국씨티은행에서 지난 1년의 성과를 말할 때 지점을 줄인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직무 재배치가 ‘디지털 전환’의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영업점 90곳이 사라지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 900여 명의 갈 곳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들은 현재 고객가치센터·고객집중센터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다. 각각 고객의 전화 문의에 응대하는 콜센터,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레마케터 업무다. 그는 “처음 직무를 이동할 때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루머가 많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직원 사이에선 고액의 퇴직금이 보장되는 희망퇴직 기대감이 컸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일각에선 고연봉·고스펙 정규직원들이 콜센터 하청업체 일감을 차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브렌단 부행장은 “각 센터는 고객의 포괄적인 니즈를 해결하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며 “고객은 전문성 있는 상담을 유선으로 편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채널을 통해 씨티은행과 접촉하더라도 만족하도록 고객 접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직무 재배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진 건 내부 소통 덕분이기도 하다. 브렌단 부행장은 “씨티은행에선 직원을 일방적으로 이동시키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인원이 필요한 직무는 내부 공개모집을 실시하고, 직원들의 근무 선호도를 조사해 면접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그뿐 아니라 영업점 창구에서 단순 업무를 보던 직원이라도 공모를 거쳐 자산관리 전문가로 경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렇게 올해 상반기에 발탁된 WM 등 특정 분야 전담직원만 150여 명에 달한다. 브렌단 부행장은 “이제 은행원은 단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관계와 지식을 전파하는 사절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점을 없애기에 앞서 고객과의 소통도 필수적이다. 브렌단 부행장은 “지난해 7~10월 약 90일 동안 90개 지점을 없애면서 금융감독원 민원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2~4개월 전부터 적극적으로 고객 응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점 폐쇄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ATM기를 제공해 불편을 줄이려는 노력도 기울였다”며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연내 제정할 ‘은행지점 폐쇄절차 모범규준’의 기준을 한국씨티은행이 세운 데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브렌단 카니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



▶‘낯선 편안함’ 디지털

무엇보다 지점 통폐합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고객 불편 등의 부작용을 상쇄시킨 건 디지털 비대면 채널이었다. 통폐합 단행 직전이던 지난해 상반기 모바일 플랫폼 ‘씨티모바일’이 출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점을 없애는 대신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은행 업무의 대다수를 처리할 수 있는 대체 기반이 마련된 것이었다. 이런 디지털 전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 배경에는 최고경영진의 빠르고 확실한 의사결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약점을 버리고 강점을 취해야 한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외국계 은행 특성상 상대적으로 왜소했던 영업망에 매달리는 대신,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활로를 찾은 셈이다. 그는 또 한국씨티은행의 모바일 서비스를 ‘익숙한 불편함이 아닌 낯선 편안함’으로 만들겠다는 길도 제시했다.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평균 7개의 앱을 설치해야 했던 여타 시중은행 앱들과 달리 처음부터 하나의 앱에 모든 서비스를 담았다. 클릭 수를 최소화하는 등 앱 개발 단계부터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손님을 만날 때마다 직접 앱을 틀어 보여주는 데에서도 이런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글로벌 부문을 총괄하는 스테판 버드 대표도 조직 내에서 손꼽히는 디지털 ‘급진파’로 알려져 있다. 의사결정 과정의 정점에 있는 최고경영진이 디지털·모바일에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장애물 없이 빠른 모바일화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전통적으로 영업점 실적을 기반으로 운영돼 왔던 탓에 해당 영업망이 수익·인사평가 등과 얽혀 있다”며 “이는 일부 은행에서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한국씨티은행은 더 이상 ‘왜 디지털화인지’를 묻지 않는다. 브렌단 부행장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고 했다. 그는 “오프라인 지점이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미 모바일에서만 한 달에 120만 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거래의 3%만 영업점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혁신 지향점은 신뢰 회복

물론 현재 진행형인 한국씨티은행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섣부른 시기란 업계의 관측도 있다. 이 브렌단 부행장은 “(디지털 전환은) 씨티은행에게는 완벽한 전략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단 씨티은행의 방식이 정답이 될 수는 없고, 대응 방안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단 얘기다. 그는 “저마다 가진 비전과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방식은 은행·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길은 있다. 신뢰 회복이다.
브렌단 부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던 2015년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 고객이 ‘은행이 내게 파는 상품이 나를 위한 건지 은행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 조사를 계기로 씨티은행에선 영업실적 달성을 위한 상품 판매 관행이 사라졌다. 대신 WM센터를 중심으로 고객의 재무 니즈에 적합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직원들의 성과 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정주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사진 한주형 매일경제 사진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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