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50주년 현대차]세계 5위권 글로벌 차 메이커 자리 잡았지만…지배구조 개편·친환경車 개발 난제도 산적
기사입력 2018.01.26 15:09:59 | 최종수정 2018.01.26 15:36:18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현대차가 지난해 12월 29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창립일과 관련한 기념식이나 기념사, 그 흔한 마케팅 행사도 없었다. 그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만 단체협약에 따라 하루 쉬었을 뿐이다. 업계에선 실적부터 노사갈등까지 얽히고설킨 실타래 앞에 터뜨릴 폭죽이 없었다고 말한다. 하필 잔칫날을 하루 앞둔 12월 28일엔 국토교통부가 NF쏘나타와 그랜저TG(91만5283대) 리콜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대 규모의 리콜이었다. 이래저래 우울한 창립기념일을 보냈지만 현대차는 새로운 반세기를 위해 다시금 구두끈을 고쳐 매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8년이 현대차그룹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1967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주도로 설립된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는 이듬해 완성된 울산공장에서 제휴사였던 미국 포드의 ‘코티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8년 후인 1976년엔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를 출시하고, 남미 에콰도르에 수출하면서 전 세계에 한국의 완성차제조사 ‘현대’를 알리게 된다. 이후 1985년에 엑셀을 시작으로 쏘나타, 그랜저의 출시가 이어지며 엑셀로 자동차 본고장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세계 시장에 현대차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계기는 1991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알파엔진’ 덕분이다. 1995년엔 현재 현대차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 잡은 ‘아반떼’가 탄생했고, 이듬해 경기도 화성시에 현대차 R&D를 책임지는 남양연구소가 들어섰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은 1997년 터키, 1998년 인도, 2002년 중국, 2005년 미국, 2008년 체코, 2011년 러시아, 2012년 브라질로 이어졌다. 현재 현대차는 국내 포함 8개 나라, 20개 공장에서 연간 522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1998년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후, 2000년 10개 계열사로 구성된 현대자동차그룹을 출범시켰다. 바로 이 시기에 정주영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게 된다.

2000년대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가격보다 품질을 앞세웠다. 그 결과 2004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J.D.Power의 평가에서 쏘나타가 1위를, 2009년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서서히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2010년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잊지 못할 해다. 창립 43년 만에 기술을 전수해 준 미국의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5위(판매량 361만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2015년엔 새로운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하며 전 세계 고급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미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과 ‘G90(국내명 EQ900)’이 미국시장에 진출했고, 최근 출시된 G70도 세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 50년간 약 70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한 현대차는 현재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수소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혁신기술로 다음 반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북경현대1공장라인



▶글로벌 혁신기술 확보에 총력, 5년간 23조 투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자율주행을 비롯해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어 “금년 상반기 출시될 수소전기전용차를 기점으로 시장 선도적인 친환경차를 적극 개발해 향후 2025년 38개 차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현대차는 올해 국내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등 다섯 개 도시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이들과의 협업과 공동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또한 스타트업을 포함해 현지 대학, 전문 연구기관, 정부, 대기업 등 폭넓은 구성원들과 공동 연구활동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창출 등의 프로젝트 운영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에 AI(인공지능), 모빌리티,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로봇, 헬스 케어 등 미래 핵심 분야를 선도하고 이에 대한 통합적 미래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기술본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지역에 오픈 이노베이션 5대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강력한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한 차원”이라며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미래 그룹 성장을 이끌 신규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월 17일 경기도 용인 현대차그룹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간담회를 가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5대 신사업 분야(로봇·AI, 전동차, 스마트카, 미래에너지, 스타트업)에 대해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하겠다”며 향후 5년간 미래차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고 4만5000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고 밝혔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차, 로봇·인공지능(AI) 분야의 사업 진출 계획을 공식화하며 미래성장 동력 확보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날 정 부회장은 김 부총리에게 직접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넥쏘는 110개 부품사가 함께 노력해서 만든 차”라며 “수소전기차나 자율주행차가 미래 먹을거리가 돼 협력사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38개 이상의 친환경차를 출시해 이 분야 판매량 세계 2위를 겨냥하고 있다. 전기차는 지난해 ‘아이오닉 일렉트릭’(한번 충전 191㎞)에 이어 올 상반기에 390㎞ 주행이 가능한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이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1월 15일 사전예약을 받은 코나 일렉트릭은 5일 만에 1만 대 예약을 넘어서기도 했다. 궁극의 친환경차라 불리는 수소연료전지 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 ‘투싼 ix FCEV’를 출시했고, 현재 17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 부문에서도 2021년 스마트시티 내 자율주행 상용화, 2030년 자율주행차 완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단일 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



▶글로벌 실적 하락, 노사문제도 난항

하지만 현대차의 미래 반세기 첫걸음을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도 수두룩하다. 현대·기아차가 밝힌 올 판매 목표는 755만 대. 지난해보다 70만 대나 줄어든 수치다. 그만큼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목표는 825만 대, 하지만 실제 판매량은 725만 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2015년 이후 3년 동안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완성차 업계에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특히 중국에선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전년 동기대비 판매량(1~11월)이 38.2%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도 10.5%나 판매량이 줄었다. 업계 일각에선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경쟁력 하락이란 근본적인 원인을 거론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UV가 전 세계 붐을 이루는 형국에 이 분야 신차 출시가 활발하지 못했던 점도 글로벌 시장 판매량 하락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위기는 심각했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연구소 조직을 중국으로 옮기고 상품과 조직, 디자인 부문 등을 대폭 개편하면서 철저히 현지화한 결과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현대차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할 여러 분야를 찾아서 보완했기 때문에 똑같은 위기는 다시 겪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협상과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중순 해를 넘겨 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했다. 현대차 노사협상이 해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월 16일 전체 조합원 4만9667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자 4만6082명(투표율 92.78%) 가운데 2만8138명(61.0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모두 24차례나 파업에 나섰고, 차량 7만6900여 대, 금액으론 약 1조6200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는 2018년 임단협 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벌써부터 투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를 비롯해 산업계의 시선이 현대차를 향한 이유이기도 하다.

2018 CES 현장에서 수소전기차 ‘엑쏘’를 공개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코앞에 닥친 지배구조 개편

지배구조 개편은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당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차그룹에 제시한 지배구조개편 기한은 지난해 말이었다. 10대 기업 가운데 현대차그룹만 순환출자구조로 남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지분 7%를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8%를,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9%, 기아차가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원형 띠처럼 이어져 있다. 증권가에선 그룹의 주력계열사 3곳을 분할, 합병해 지주사를 출범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현대차 입장에선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주력계열사에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확대하고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사외이사 선임방식을 외부 개방형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새 제도는 올 상반기 주주권익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현대글로비스부터 처음 적용된다. 현대·기아차는 주주권익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2019년, 현대모비스는 2020년부터 새 제도가 도입된다.

현대차그룹은 경영 투명성을 관리하기 위해 이사회 안에 ‘투명경영위원회’란 조직을 두고 있다. 2015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만든 조직으로 종전 윤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사외이사로만 구성했다. 투명경영위원회에선 사외이사 1명이 주주권익 담당 업무를 맡아 주주 의견을 경영진에 전달하는 키맨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그룹 계열사가 주주권익 사외이사를 뽑을 땐 일반 주주 추천을 받게 된다. 세부적으로 계열사별 사외이사 추천 공고를 내고 후보 추천 자문단을 구성해 주주들을 대상으로 후보 접수에 들어간다. 이후 자문단이 사외이사 후보군을 선발하면 사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해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하게 된다.
후보 추천 자문단은 학계, 거버넌스 전문기관, 국내외 투자기관 전문가 3~5명으로 구성된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가 사외이사 실험을 계기로 주주권익을 넘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진 못하더라도 주주친화정책 등을 통해 경영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0년 기업 앞둔 하이트진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속가능경영 실천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성과 이어져-美 JD파워 2018 신차품질조사서 제네시스·기아·현대 1~3위 석권

활발한 韓-대만 프랜차이즈 음식교류…한국 치킨 떡볶이 대만에서 상한가 대만 길거리 브랜드는 속속 韓..

나도 혹시 스마트폰 중독? 억지로 끊게 하는 ‘스마트 디톡스’ 美서 유행 10대 자녀둔 학부모 관련 앱 ..

年 10조 구글·애플 앱 마켓-유료앱 먹통 환불에 소비자 분통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