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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1등’ 오만에 치명상 입은 애플
기사입력 2018.01.26 15: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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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이 추락하고 있다. 세련된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로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애플이 고의로 스마트폰 성능을 저하시켰다는 ‘애플 게이트’로 인해 기업 신뢰도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가격, 까다로운 A/S(고객 서비스) 등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고질적인 불만은 많았지만 그래도 견고하게 응집된 애플 충성층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구매하며 아이폰 인기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충성스러운 지지층조차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30여 건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약 1조달러(1072조원)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됐다. 프랑스에서는 검찰이 ‘애플 게이트’ 조사에 들어갔고, 국내에서는 약 40만 명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국내 시민단체가 애플을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당장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량 감소 등으로 최소 10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의 매출 손실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고객의 신뢰를 잃은 데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이다. 전문가들은 “스티브 잡스가 쌓아올린 명성이 경영진의 안일한 선택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은 더는 ‘아이폰’을 고급 폰으로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 그렇게 ‘난공불락’일 줄 알았던 아이폰 신화가 10년 만에 금이 가고 있다. 사면초가에 처한 애플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애플의 위기를 짚어 봤다.

아이폰에 내장된 리튬이온 배터리



▶숨기고 있다가 들킨 애플, 사용자 실망 더 키웠다

지난해 2월 애플 이용자들은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했다. 애플은 이 업데이트가 어떠한 내용인지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용자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기능 개선이나 버그 수정을 담은 것이려니 했다. 그러나 아이폰5 이상 사용자들 사이에서 운영체제 업데이트 후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이 오래된 탓으로 여기고 신제품으로 교체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한 네티즌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업데이트 전후 아이폰6S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올렸다. 의혹은 사실이었다. 실험결과는 업데이트 후 현저한 속도저하가 있음을 보여 줬다. 이어 미국 IT 매체 긱벤치가 ‘성능 저하’를 통계적으로 확인하자 의혹은 들불처럼 번져 올랐다. 의혹에 침묵하던 애플은 긱벤치의 보도 후 이틀 뒤에야 “아이폰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속도를 지연시키는 업데이트를 시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용자들은 두 가지에 충격을 받았다. 첫째는 애플이 이 업데이트가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을 알고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도한 프로세스가 걸려서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다면, 소비자가 배터리 교체든 속도저하 업데이트든 선택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 권한조차 박탈했다는 점이다. 마켓워치는 “애플의 진정한 실수는 소비자들과 의사소통을 안 했고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는 애플이 이를 알고도 숨기다가 뒤늦게 발각됐다는 점이었다. 애플은 지난해 초 속도 저하 의혹이 나왔을 때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애플은 오히려 최고의 배터리 성능을 자랑하면서 “배터리 시스템을 완벽히 통제한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일관된 성능을 제공할 프로세서를 설계했다”고 공언해 왔다. 성능 저하 업데이트 후 10개월간 침묵하던 애플은 더는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자 마지못해 인정했다. 아이폰 속도를 떨어뜨린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과는 하지 않다가 8일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를 했다. 후속 조치로 구형 아이폰(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아이폰6S, 아이폰6S플러스, 아이폰SE,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에 대해 배터리 교체비용을 올 1월부터 1년간 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교체 비용으로 50달러를 지원하는 셈이다.

최필식 IT 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결국 애플이 이용자에게 배터리 성능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선택권을 차단함으로써 벌어졌다. 그런데도 사과하는 방식에서도 미덥지 않았다. 배터리를 싸게 보상해 주는 것만으로 아이폰 유저들의 불편이 보상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애플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쉽지 않다. 글로벌 기업 애플에 대한 믿음이 컸던 만큼 이용자들의 실망감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애플 게이트’ 계기로 ‘갤럭시 노트7 발화’ 극복한 삼성전자 재조명

애플의 이러한 태도는 불과 1년 반 전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으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내몰렸던 삼성전자 사례와 대조된다. 삼성전자는 솔직하고 투명한 원인 공개와 신속한 리콜 결정으로 오히려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2016년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가 발견된 지 7일 만에 국내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배터리 결함을 잠정 결론 내리고 글로벌 리콜을 결정했다. 며칠 뒤 삼성전자는 스스로 만든 제품에 대해 사용자에게 사용 중지를 권고했고, 제품을 단종시키는 결정을 발표했다. 손실이 수조원에 달할 수 있는 초유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제품 결함을 인지한 후 약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실수를 알고도 10개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한 애플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제품 조사 착수, 잠정 결론, 리콜 결정, 보상안까지 주요 과정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애플 사건이 터지면서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를 다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갤럭시 노트7 리콜 사건은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이 갈 수 있었지만 오히려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업 평판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 무엇보다도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컸다”며 “갤럭시 브랜드는 삼성의 미래이기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 하락은 치명타였다. 모두 공개하고, 사고를 수습하고 가자는 원칙이 유일한 해답이었다”고 했다.

애플의 1등 특유의 오만한 자세도 위기의 순간에 성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은 작은 기업에서 시작해 점차 성장하고 거대해지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화는 점차 사라져서 소비자에게 숨기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애플 게이트’가 기업 경영활동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박진호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이번에 애플의 수준 이하의 대처를 보면서 전 세계가 크게 실망했다. 신뢰는 쉽게 쌓을 수도 없고 회복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애플에게 뼈아플 것이다. 애플이 신뢰를 돌리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다”면서 “기업들은 경영 전반 프로세서를 신뢰에 기초해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재고 없어서 소비자들 분통… 3월 돼야 원활히 교체될 듯

현재 전 세계에서 애플이 보상을 약속한 배터리 교체가 실시되고 있다.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 등 구형 아이폰 배터리를 79달러에서 29달러로 교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3만4000원에 교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애플 고객서비스센터에서는 배터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고객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폰6와 6S, 7 등을 사용하는 사람이 배터리를 수월하게 교체하려면 두 달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 시내 애플 서비스센터(AS센터)는 재고 부족, 제품 파손 등의 이유로 배터리 교체를 거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정은(37) 씨는 “재고가 다 떨어졌다면서 나중에 오라고 했다. 언제쯤 들어오냐고 물어보니 수리점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애플의 무책임한 처사에 아침부터 헛걸음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애플 수리점 유베이스 관계자는 “아이폰6는 현재 재고가 부족하다. 아이폰6 배터리의 경우 재고가 적게는 1개, 많게는 140개씩 있을 때도 있다. 나가는 대로 애플에 주문을 넣는 방식이다. 현재 재고가 부족해서 애플에 주문을 넣었으니 기다려야 한다. 언제 들어올지 확답할 수 없다”고 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배터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체 초기 시점이라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며 “배터리가 충분히 공급될 것으로 보이는 3월 말이나 4월 초까지는 교체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국내에서는 애플스토어 매장 오픈을 계기로 A/S와 배터리 교체 등 사후 고객 서비스 전반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7일 국내에 애플스토어 매장 1호점이 오픈한다. 2009년 아이폰3GS로 국내에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지 9년 만에 국내 1호 애플스토어가 문을 여는 것이다. 애플코리아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 가로수길’이 27일 개장된다”고 밝혔다.

애플스토어는 약 505㎡(152평) 용지에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다. 1층은 제품 전시 및 판매, 2층은 개통 및 상담 공간으로 쓰인다. 지하 1층은 직원들이 상주하는 오피스 공간이며, 지하 2층에는 난방 및 냉온수 설비 기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매장 운영 시간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65일 오전 10시∼오후 10시다. 애플스토어는 애플 제품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A/S)뿐만 아니라 개통 업무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스토어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유통 채널이다. 애플 제품을 체험·구매할 수 있으며 수리도 받고 사용법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국내 애플스토어는 체험, 구매, A/S뿐만 아니라 휴대폰 개통 업무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애플과 소비자의 공식적 접점인 애플스토어가 국내에서 드디어 문을 열게 됐다.


최필식 IT 평론가는 “그동안 애플은 국내 고객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용자가 의견을 말하려고도 해도 공식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서 불편이 컸다”면서 “이번 사태로 애플이 소비자를 향한 소통의 문을 열길 바란다. 국내에 첫 공식 매장이 오픈된 만큼 이곳에서 이용자들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선희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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