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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가 돈 되는 시대…데이터 팔아 먹고산다
기사입력 2018.08.30 08: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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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5일 미국의 의류브랜드인 타미힐피거는 새로운 의류제품 ‘엑스플로어’를 선보였다. 의류회사가 신제품 라인업을 내놓는 것은 일상적이지만, 매셔블(Mashable), 테크크런치(Tech Crunch) 등 현지의 IT 미디어들이 이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기사들을 내놓은 것은 전혀 일상적이지 않았다. 대체 왜 IT매체들이 의류제품에 대한 분석 기사들을 내놓은 것일까.

IT 매체들이 이 제품에 집중한 이유는 타미힐피거가 ‘입으면 돈을 드리는 옷을 팝니다’라는 사실을 적시했기 때문이었다. 기원전 450만 년 전부터 인류가 옷을 입고 돌아다닌 이래 ‘옷’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주고 사 오는 재화였다. 그런데 도대체 옷을 만드는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돈을 드릴 테니 옷을 입어주십시오’라고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최초가 아닐까 싶다. (물론 최초로 옷을 살 때는 돈을 내야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데이터가 있다. 타미힐피거는 ‘엑스플로어’에 통신칩을 달아 고객들이 언제 어떤 날씨에 어디로 이동할 때 이 옷을 입는지 파악하고 싶었고, 그를 위해 각종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 8월 15일 국내 최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은 “걸으면 통신비를 할인받는 서비스를 내놓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다. 하루 평균 7500보를 일주일, 아니 정확하게는 5일 동안 꾸준히 걸으면 일주일에 3000원, 한달에 최대 1만2000원까지 통신요금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하루 평균 걸음걸이 수를 측정하고 있는데, 주중에는 보통 1만2000보 정도 걷는다. 만일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 통신요금이 3만원대로 떨어진다. 통신요금이 이만큼 절약되면 실질소득이 늘어난 효과가 발생한다. 줄어든 요금만큼 다른 곳에 돈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SK텔레콤이 이런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는 고객 데이터 확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열사인 SK C&C 측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 일반인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새로운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다.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해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면 공짜로 게임을 할 수 있다거나, 인터넷 방송을 볼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들이 데이터를 제공하면 통신요금을 받는다거나,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는 등의 서비스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북유럽에 위치한 IT 강국 에스토니아는 2018년 7월 1일부로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로 바꿨다. 대신 이용객들의 숫자를 늘려 언제 어떤 조건에 어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에서는 아예 개인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현금으로 바꾸는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은 내년 개인정보 거래를 중개하는 정보은행을 설립하는데, 이 은행의 역할은 자신의 데이터를 팔고 싶어 하는 개인과 그 데이터를 사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매개하는 것이다. 개인들은 먼저 자신들의 데이터를 은행에 넣어둔 다음, 어떤 데이터 수요자(기업)들이 있는지 목록을 살핀 후 자신의 데이터를 판매할 곳을 선택할 수 있다. 매월 약 5000~1만원가량의 데이터 사용료나 각종 프로모션 서비스를 받을 전망이다.

아직은 월 몇 만원 수준의 혜택들이지만, 이대로 가면 ‘살아서 숨 쉬며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는 ‘데이터 기본소득’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들도 나온다. 마치 병원에서 임상실험에 참여할 환자들을 찾고, 약을 투여한 다음 그 데이터를 얻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에게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것이 주 소득원이 되는 것처럼, 앞으로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인간의 기본적 생활을 할 수 있는 밑받침 소득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들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 ‘기본소득제’와 연결되면서 그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해 7월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 출연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의 물리적 노동이 불필요하다”며 “본격적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술담당 에디터인 존 쏜힐은 지난해 8월 이 신문에 게재된 칼럼을 통해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IT 기업들이 데이터를 판매한 수익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한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자본주의의 총 본산으로만 영국을 기억하지만,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9세기 사회주의를 디자인했던 배경이 된 장소 또한 영국이었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30년 이상 석유 채굴에 따른 수입을 거주자들에게 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미 미국에서도 기본소득이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래스카는 1976년 초기 석유 붐에서 나오는 수입을 영구하게 투자기금으로 조성시키고 거주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법규를 정해 두었다. 이후 이 기금은 어떤 정치인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었다. 그 결과 알래스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존 쏜힐은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는 1인당 국내총생산 측면에서 미국 주들 중 가장 부유한 곳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와 반대로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평등하고 가장 낮은 빈곤율을 가진 주들 중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 사장



▶데이터 산업은 21세기의 석유

흥미로운 점은 존 쏜힐이 ‘석유’와 ‘데이터’의 비유를 절묘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산업은 흔히 21세기의 석유로 비유된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 사장은 지난해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실리콘밸리 포럼에서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들은 엑손모빌, 쉘 등과 같은 석유기업들이었다”며 “하지만 오늘날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구글, MS,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과 같은 데이터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마치 알래스카에서 석유가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 준 것처럼, 미래의 어떤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생산하는 데이터가 기본소득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오늘날 석유처럼 가장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자원이 데이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데이터에 대한 갈증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아이디어들이 데이터를 통해서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생각보다 인종차별적 생각을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구글의 데이터과학자 세스-스테판 다비도비치는 “데이터를 통해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과거 뛰어난 경영자들이 내놓았던 동물적 감각이 지니는 식견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미국인들의 숨겨진 인종차별적 성향이 승패를 크게 갈랐다. 하지만 이런 통찰은 데이터가 모이지 않고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세계적인 디자인 상인 ‘레드닷 어워드’의 피터 젝 회장도 지난해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디자이너의 역할이 만드는 것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영역에서도 데이터를 통한 통찰이 가장 기본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양질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금을 쓰겠다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기업의 자금만으로 기본소득제를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기업들이 데이터를 제공하는 개인들에게 부여하는 혜택은 기껏해야 월 몇 만원 수준이다. 개인들이 다른 소득원 없이 데이터 제공만으로 소득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최소 월 100만원에 가까운 자금을 데이터에 대한 대가로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 정도로 자금을 낼 생각이 있는 기업들이 있느냐가 문제다. 몇몇 국가에서 벌어진 기본소득 실험들이 재원 부족 문제로 조기에 중단되고 있는 사례들은 데이터를 활용한 기본소득제 역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지난 8월 6일 연간 최대 1500만원가량의 자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시행 1년 만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원래 3년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러나 리사 멕레오드 온타리오주 아동사회복지부 장관은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이 시범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온타리오 주는 지난해 7월 기본소득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연소득 3만4000캐나다달러(약 3000만원) 이하 미혼자와 부부 합산 소득 4만8000캐나다달러(약 4100만원) 이하인 가구 중 무작위로 4000명을 뽑았다. 이 중 미혼자에겐 최대 1만6989캐나다달러(약 1500만원), 부부에겐 2만4027캐나다달러(약 2070만원)를 지급했다. 장애인에겐 6000캐나다달러가 추가됐다. 기본소득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해당 주민들의 취업이나 건강 등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찰하겠다는 일종의 데이터 실험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올해 6월 온타리오 주지사가 선거로 바뀌면서 좌초했다. 약 1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무작정 나눠주는 복지에 쓰기보다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돌리겠다는 결정이었다.

이에 앞서 기본소득제 실험을 세계 최초로 가장 체계적인 형태로 실시하기로 했던 핀란드 역시 해당 프로그램을 조기에 종료시켰다. 지난해 1월 시작한 핀란드의 기본소득 사업은 실업자 2000명에게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지난 4월 사회보장국의 예산 증액 요구를 거부하면서 내년 이후 지급 계획이 무산됐다. 당초 이 실험은 내년까지였지만, 정부는 올해 12월을 끝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 실험의 평가보고서는 내년께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차원에서 실시되는 기본소득 실험은 이처럼 막대한 재원소요 문제 때문에 정치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기업 차원 데이터 소득 실험 계속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실시하는 데이터 소득(Data as Labor) 실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다수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정부의 개입을 환영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자금을 주민이나 사회에 지급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나 일런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은 기본소득제를 옹호하는 인물들이다. 아마존도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 인근에 바나나 스탠드를 운영하며 연간 약 170만 개의 바나나를 나누어 준 일이 있다. 직원뿐만 아니라 오가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었다. 애플은 새롭게 건설한 실리콘밸리 쿠퍼티노 사옥 때문에 인근에 교통체증이 일어나자 스스로 비용을 들여서 하이퍼루프라는 최신 인프라를 도입하려는 검토를 하고 있다. 쿠퍼티노 시가 교통체증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려 하자, 차라리 그 자금으로 교통체증을 해결할 해법을 시 정부와 애플이 함께 민간투자 방식으로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는 민간인들이 데이터의 값어치를 인상시키려 하는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데이터 노동조합’도 나왔다”고 전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만약 모든 IT 기업이 사용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기 시작하면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들의 정보 독점을 막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 임금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일반인이 자신의 데이터 활용 현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통제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데이터 통제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어 변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가치가 점차 재발견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제공하려는 측에서는 기업에게 정당한 몫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에서 최근 시행한 것처럼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전 세계의 규제흐름은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에게는 추가적인 장벽이 될 것이고, 그 결과 기업들 입장에서 양질의 데이터는 더더욱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그 결과 데이터의 가격이 점차 올라가는 시대가 정말로 도래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아 숨 쉬며 소비하는 것만으로’ 기본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신현규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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