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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새벽배송 전쟁-반복·정기 구매 많아 ‘마지막 블루오션’ 잘하면 ‘유통업 포털’
기사입력 2018.06.29 10:16:18 | 최종수정 2018.06.29 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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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너도나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뛰어들고 있다. 이커머스 3사는 물론, 신선식품 배송 전문 벤처,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 그리고 편의점까지 가세했다. 일반 공산품보다 반복·정기 구매 빈도가 높은 신선식품 시장을 장악해 ‘유통업계의 포털’이 될 업체는 어디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레드오션된 공산품…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무주공산’

식품 시장 온라인 전환율 10% 안돼 성장 가능성 高高

그간 유통업계는 이커머스 3사를 중심으로 ‘일반 공산품 위주 빠른 배송’ 경쟁을 펼쳐왔다. 신선식품보다 훨씬 시장이 크고 성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 공산품 위주의 빠른 배송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공산품은 모든 유통업체들이 취급 가능하고 반복 구매 빈도가 낮아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유통업체들의 제 살 깎아 먹기식 할인 경쟁과 마진 악화로 이어지게 됐다. 적정 마진을 유지하면서 매출을 높이려면 남들이 안 파는 ‘단독 상품’을 팔아야 한다. 아직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비교적 덜 진출한 신선식품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그러나 신선식품은 짧은 유통 기간, 냉장·냉동 상태로 배송, 오프라인 쇼핑 선호 등의 문제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 이커머스 3사 중 가장 먼저 신선식품 직매입·직배송 서비스 ‘신선생’을 도입한 위메프가 최근 관련 서비스를 대폭 축소한 게 대표 사례다. 신선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관리·판매가 까다롭고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 부담이 커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유통업체도 발을 빼는 시장이다 보니 아직까지 신선식품 배송 시장은 ‘무주공산’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공산품은 제품 상태가 홈페이지 사진과 다르면 불량품이지만, 신선식품은 홈페이지 사진과 동일하면 오히려 신기해할 정도로 표준화가 어려운 분야다. 신선도를 유지하며 대량 재고를 관리하려면 설비 투자비가 많이 든다. 매출 3000억원을 올리려면 설비 투자비만 1000억원을 써야 할 정도다. 이런 이유로 이커머스 3사도 신선식품 배송 사업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업체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면 유통업계의 포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선식품은 카테고리 특성상 매일 소비해야 하는 반복 구매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추산 국내 식품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 단, 식품 시장의 온라인 전환율은 10%가 채 안 된다. 국내 배달 음식 시장에서 배달앱 점유율이 20%를 훌쩍 넘긴 것과 비교하면 같은 ‘푸드테크’로서 성장 여력이 많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확대되고 냉장·냉동 배송 인프라도 업그레이드되며 신선식품 배송의 시장성이 높아진 것도 매력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업체들은 유통업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인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마켓컬리·티몬·CU·야쿠르트

롯데·신세계까지 ‘봇물’

업계에선 이미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해 선전 중인 기업들이 적잖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 선구자 격인 마켓컬리는 출범 3년이 채 안 된 지난 3월 기준 월매출 100억원, 회원수 60만 명을 돌파했다. 판매상품 종류는 5000여 개, 일 평균 주문량은 8000건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은 466억원이었으나 올해는 두 배 이상인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켓컬리는 최근 자체 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을 일요일까지 주 7일로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월 신선식품으로까지 판매영역을 넓힌 티몬의 슈퍼마트는 총 1만4000여 종의 생필품 중 신선·냉장·냉동식품이 1600여 종에 이른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슈퍼마트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80%인데 반해 신선식품은 같은 기간 397% 성장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해 주는 슈퍼 예약배송을 도입, 다음날 아침 식사를 전날 밤늦게 주문하는 고객을 사로잡았다. 실제 티몬 신선식품 고객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구매 시간대는 밤 11시로 나타났다.

국내 편의점 1위 CU를 운영하는 BGF는 지난 6월 4일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의 자회사 ‘헬로네이처’에 300억원을 투자, 지분 50%+1주를 확보했다. BGF는 헬로네이처 대표이사 지명권을 확보,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한 셈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헬로네이처는 온라인에서 전날 자정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해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수도권 3040 여성들을 중심으로 5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나 그간 부족한 영업력이 약점으로 꼽혀 왔다.

BGF는 SK텔레콤의 ICT 기술력을 접목해 헬로네이처를 5년 내 국내 온라인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의 1위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일단 종전처럼 수도권 중심으로 영업하되, 향후 편의점 CU의 물류와 유통망을 활용해 전국으로 서비스망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도 뒤질세라 온라인몰 ‘GS프레시’를 통해 서울 지역에 간편식·신선식품 등 5000여 개 상품을 오전 1~7시에 배송한다.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유제품 새벽배송망을 활용해 자체 가정간편식 브랜드 잇츠온(EATS ON)의 새벽 정기배송 서비스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누계 매출 180억원을 기록 중이다.

온라인 쇼핑 인프라에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밝힌 신세계 이마트, 롯데슈퍼 등 유통 대기업들도 신선식품 배송 시장 다크호스로 주목받는다.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대형마트 업계는 신선식품이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실제 온라인쇼핑몰과 편의점에 밀려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마트의 경우 신선식품 매출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6년 22.5%였던 신선식품 매출 비중은 올해 1∼5월 23.3%로 소폭 증가했다.

이에 이마트는 신선식품 관련 사업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최근 프리미엄 신선식품 브랜드 ‘Just Fresh(저스트 프레시)’를 새롭게 선보이는가 하면, 이마트몰은 5월 16일부터 ‘쓱배송 굿모닝’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토요일에 전날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6~9시 또는 7~10시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서울 영등포 용산 지역에서 하루 500건씩 시범 운영 중이며, 7월부터는 강남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슈퍼도 온라인 배송 전용센터인 ‘롯데프레시센터’를 통해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롯데프레시센터는 ‘온라인에서 파는 신선식품은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세간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신선식품 신경영’ 제도를 접목했다. 과일의 질이 좋지 않거나 맛이 없는 경우 100% 상품을 교환·환불해주는 서비스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롯데 프레시센터 신선식품 카테고리는 온라인 전체 매출 가운데 50%에 육박하는 구성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구성비를 넘어선 수준이다. 조수경 롯데슈퍼 온라인부문장은 “롯데프레시센터는 고객 주문과 동시에 ‘피킹-출하-배송’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최대 2시간 이내에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대형마트를 가진 유통 대기업들이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도심 내 물류센터 기능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대형 매장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배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갈수록 온라인 쇼핑 고객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 내방 고객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송은 대형마트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배송 전문 벤처 등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온라인 업체들은 신선식품 직매입·배송·고객 관리 등의 인프라를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야 한다. 반면 유통 대기업들은 대형마트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면 된다. 마침 내방 고객이 줄고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던 대형마트의 가동률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내방 고객보다 배송이 매출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인구가 적은 지방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형마트가 100%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로 바뀐 ‘블랙 스토어’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해외도 신선식품 배송 경쟁 치열, 美 아마존 프레시·日 밀키트·中 드론 배송

해외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2007년 신선식품 배송업체인 ‘아마존 프레시’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유기농 슈퍼마켓인 홀푸드를 137억달러(15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통해 신선식품의 유통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쟁업체인 월마트도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 업체와 손잡고 신선식품 배송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은 신선 간편식 배송시장이 활성화됐다.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17년 10대 히트상품에 따르면 ‘밀키트(가정에서 쉽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도록 손질된 식재료)’가 4위로 선정됐다.

중국에선 신선식품 드론 배송 서비스가 처음으로 정식 개시됐다. 유통 체인인 ‘슈퍼 스피시스(Super Spicies)’를 산하에 둔 융휘윈촹커지와 드론 기업 이항(ehang)은 마트 기준 4.5㎞ 이내 소비자에게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면, 마트 담당자가 상품을 드론에 탑재하고 ‘이륙’ 버튼을 눌러 드론이 예정된 항로를 날아 목적지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5월 광저우시 정부 부처의 정식 비준을 받았다. 광저우 톈허 지역 반경 수 ㎞ 이내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늦어도 20분 안에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이만하면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훌륭한 배송시간이란 평가다.



▶시장 과열에 출혈경쟁 우려 사업 축소·적자 잇따라… 이커머스 사태 재현?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뜨겁지만 한편에선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산품의 빠른 배송을 위해 물류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쿠팡이 천문학적인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이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장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선 새벽배송은 인건비 부담이 주간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드는 고비용 구조다. 여기에 신선식품은 냉장·냉동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그럼에도 자칫 신선도에 문제가 생기면 폐기 처분해야 돼 이만저만 까다로운 게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흑자를 내는 기업이 거의 없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130대의 진입차량을 이용해 배달중인 마켓컬리도 현재 영업이익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금흐름상으로는 흑자를 낼 수 있지만 물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단계여서 아직 영업이익은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가 최근 3년 만에 배송비를 20% 인상한 것도 이 같은 수익성 저하에 따른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

헬로네이처를 인수한 BGF에는 ‘과도한 투자’란 우려가 쏟아진다.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물류센터 신설투자 등으로 4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43% 커졌다. 물론 매출이 2016년 65억원, 2017년 105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적자의 늪도 깊어지고 있는 셈. BGF가 적자 회사를 연매출액의 3배인 3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현재 사실상 유료인 배송료도 저가 공세로 무료화되면 업계 수익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의 경우 구매금액 4만원 이상은 무료, 4만원 미만은 3000원의 배송비를 각각 받고 있다.
이마트몰 ‘쓱배송 굿모닝’은 4만원 이상은 2000원, 4만원 미만은 5000원의 배송비를 책정했다. 하지만 편의점 CU, 롯데통합몰 등이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 본격 가세할 경우 초기 회원 확보를 위해 배송료나 신선식품 제품가 인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공산품 배송 시장 같은 치킨게임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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