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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라이프 스타일 유통 매장, 일본 도쿄 가보니 서점에서 전기차도 파는 日 쓰타야 규제에 발목잡힌 韓과 천양지차
기사입력 2018.05.04 09: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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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번화가 시부야에서 쾌속전철을 10분 남짓 타면 도착하는 도쿄 세타가야구 후타코타마가와 라이즈 쇼핑몰.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양재동쯤 되는 이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들어선 복합쇼핑몰 단지 2층에 약 7000㎡ 규모 쓰타야 일렉트릭스(쓰타야가전)가 있다. 신개념 서점에서 라이프스타일 체험 매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 공간에는 뱅앤올룹슨 음향기기와 가전, 가구, 미용 등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

입구에서 편안한 가구들이 반기는가 하더니 매장 한가운데 작은 광장 같은 공간에는 편안한 의자들이 큰 나무 화분 사이에 펼쳐지면서 마치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고픈 공간으로 가득 차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앉을 자리를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입구 쪽에 배치된 가구 세트를 지나면 민트색 전기차도 2대나 전시돼 있었다. 실제 거실에 놓일 법한 가구 세트처럼 전기차는 바깥에서 보는 것뿐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볼 수 있게 했다. 쓰타야가전 매장은 집안에 활용하기 좋은 인테리어용품이나 가전 등과 함께 관련 서적이 나란히 배치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각자 관심사를 통합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구조가 무척 인상적이다. 매장의 구석 전시 공간에는 테이블 두개를 나란히 놓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아침 일찍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용하는 제품들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했다. 박물관 전시를 연상시키는 일상용품들을 보니 왠지 매일 쓰는 이런 제품 하나도 내 취향에 맞는 좋은 것을 고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1983년 오사카에서 시작한 서점 겸 CD 렌털업체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신개념 멀티 패키지 매장을 잇따라 내놓으며 오프라인 유통 혁신 선도자로 나서고 있다.

도심 쓰타야 매장의 경우 좁은 공간 제약 탓에 이곳만큼 다양하게 매장이 구성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시부야점은 저층부에 자리 잡은 스타벅스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일본의 단골 이미지로 유명한 시부야 교차로 번화가 장면을 찍기에 최고의 명당으로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인파가 가득해 앉기는커녕 음료를 먹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 건물 통째로 쓰타야가 들어서 있는데 이 서점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렌털사업의 원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CD나 DVD를 직접 들어보고 빌리거나 구매할 수 있는 기기가 곳곳에 있고, 판매용 음반과 책이 늘어서 있다. 이 건물 꼭대기층까지 올라가면 멋진 바도 있다. 책이 함께 진열되어 있는 공간이니 혼술을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득 찼다.



▶본격 휴식공간 갖춘 신주쿠 쓰타야 북아파트

신주쿠역에서 5분 남짓 걸어가면 대로변에 날씬한 하얀 건물이 서 있다. 1층 편의점에 이어 2~3층 한 편은 평범한 스타벅스 매장과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가면 오른편에 북카페와 판매하는 산뜻한 디자인의 고급 문구류 제품이 진열됐고, 왼편에는 호텔 프런트처럼 등록하는 공간이 있다. 벽에 걸린 큼직한 안내표에 따르면 기본 이용료가 시간당 500엔에 10분마다 100엔씩 추가된다. 독립 공간은 일단 1000엔부터 시작한다. 6시간당 2800엔, 12시간당 5500엔 요금도 병기돼 있다. 여성전용인 6층에 들어서니 부드러운 음성의 편안한 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전면에 휴식과 관련된 책들이 진열된 책장이 벽처럼 둘러싸고, 문은 잠겨져 외부인이 내부를 보기 힘들게끔 했다. 안에는 서가로 둘러싸인 실내 곳곳에 널찍한 소파 겸 침대가 있고, 책장과 결합된 벙커 형태의 1인실(booth)도 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책을 볼 수도 있지만, 아예 옆으로 누워서 보거나 자도 되는 나만의 공간이다. 태블릿을 무료로 쓸 수 있고, 추가 비용을 내고 샤워하거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도 있다. 구두를 벗고 편히 쉴 수 있는 다다미방도 있고, 공용공간에 글램핑하는 기분을 자아내는 공간도 있다. 라이프스타일 유통업체로 자리 잡은 쓰타야가 올해 1월 문을 연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다. 공간을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쓰타야의 장기를 살려 간이 숙박업 경계까지 허물었다. 쓰타야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 컬처컨비니언스클럽 주식회사 대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 하기보다 고객 가치에 집중하다 보니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팔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만이 가질 수 있는 파급력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여유와 긍정적인 사고가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려는 의지가 발현된 셈이다.



▶식료품 등 먹거리 강화하는 무인양품

고령화 추세 속에서 ‘비움의 미학’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무인양품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대표 잡화점 무인양품 플래그십 최대 매장인 유라쿠초점에 들어서면 왼쪽에 과일과 채소 등 청과물이 진열돼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생산자의 스토리를 담은 청과류를 팔기 시작했다.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스토리가 동영상이나 사진 이미지 등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청과물 매대 옆에는 몇 년 전 개발된 무지 하우스 견본주택이 있다. 방문객들은 견본주택 안에 들어가서 소파에도 앉아 보고 창밖을 관찰하면서 실제 이 집을 사볼까 고민하게 만든다. 소파와 책상을 둔 방 하나 공간인데 기초공사(약 125만엔)와 건축비를 포함해 300만엔이란 가격표가 제시됐다. 2층 ‘카페&밀 무지’ 앞에는 식사하려는 고객들 줄이 길게 이어졌다. 3500㎡에 달하는 공간이 3층이나 된다. 무인양품의 다양한 제품군이 한꺼번에 모여 있다. 무인양품은 이처럼 최근 식품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 처음 공개한 신촌 플래그십도 다른 매장보다 먹거리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 대표 잡화점 도큐핸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로프트(Loft)’도 3~6층 규모의 거대 매장을 지난해 6월 열었다. 3층 보디&뷰티, 4층 홈솔루션(주방용품), 5층 워크&스터디(문구), 6층 휴대용·여행용품으로 구성된다. 도큐핸즈가 저렴한 제품의 천국이라면 이곳에서는 아기자기한 제품 하나라도 더 고급스럽고 충족감을 주는 콘셉트다. 테마별로 선정된 제품들이 일종의 편집숍처럼 모여 있다.

도쿄 우체국을 복합쇼핑몰로 개조한 ‘키테’는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마루노우치 성지가 되고 있다. 최근 오픈한 복합쇼핑몰인 만큼 천장까지 뚫려 있는 공간이 여유로움을 안겨 주고 고급 백화점과는 또 다른 상품 구색으로 찬찬히 산책하듯 쇼핑하기 적당하다. 패스트 패션에 반기를 든 제품으로 유명한 영국 패션디자이너 마가렛 하월의 라이프스타일 숍도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요즘 복합쇼핑몰이나 백화점에는 일상복과 잡화를 잘 갖춰 놓은 편집매장 ‘어반리서치’가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편안한 스타일의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은 의상을 보니 최근 일본 고객들 수요를 간파할 수 있었다. 선물을 사기 딱 좋은 문구 편집숍 마크스 스타일 도쿄(MARK’STYLE TOKYO)도 오모테산도힐스 등 주요 쇼핑몰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사이트다.



▶이종 매장 동거도 트렌드

일본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업종 파괴는 끝이 없다. 전자제품 양판점 빅카메라가 대표적이다. 패스트패션 업체 유니클로와 전자제품 양판점 빅카메라와 결합한 빅클로(BICQLO) 매장이 곳곳에 생겨났고, 드러그스토어업체와 합쳐 만든 빅드러그 매장도 대표적이다.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되 빅카메라 매장 일부 층을 빅드러그 혹은 유니클로가 들어오는 구조다. 젊은층이 자주 구매하는 전자제품을 화장품이나 의류와 모으니 편리하기 짝이 없다.

독립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 체험관을 여는 경우도 많다. 가구라자카의 콘셉트숍 라카구는 힙스터들의 성지가 됐다. 라이프스타일숍 중에서도 고급 축에 든다. 널찍한 목재 건물은 쇼와 시대 때 지은 창고를 개보수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구마 켄고가 디자인했다. 외관은 예전 창고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2층으로 나뉜 실내 공간은 가림 없이 확 트여 있어서 여유로운 산책을 하기 적당하다. 북유럽풍 빈티지 가구와 현대미술로 장식해, 현대적 감각을 강조했다.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와 다양한 디자이너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숍이 마련되어 있다. 1층엔 카페와 디자이너 숍이 자리하고 있으며 2층엔 파머스 마켓이나 팝업 이벤트 등이 열리는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숍에는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들이 손수 제작한 수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세련된 옷부터 수제 책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디자이너 제품 외에 3000여 권의 디자인 관련 서적도 판매하고 있다. 1층 중간에 자리한 카페에선 커피는 물론 식사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파스타, 샌드위치, 카레 등 메뉴가 꽤 다양해 점심이나 저녁으로 즐겨도 문제없다.



▶북유럽 가구(라카구)와 문화강좌로 확산…

선물용 쌀부터 욕실용품까지 다 있어(아코메야)

개성 있는 쌀집으로 유명한 ‘아코메야’도 더 이상 쌀집으로 부를 수만은 없다. 신주쿠 복합쇼핑몰 뉴우먼 1층 한가운데 널찍하게 자리 잡은 도쿄 분점에는 늦은 저녁시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일본 각지의 쌀을 엄선해 원하는 대로 정미해서 판매하는 기본 정체성 때문에 직원 하나는 쉼 없이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대표적 아이템은 아코야마 로고가 박힌 일본 전통패턴 면직으로 개별 포장되는 쌀이다. 2인분이나 4인분 정도 크기 사각 포장을 종류별로 골라서 한 박스를 구성하면 일본을 상징하는 고급스러운 선물세트로 변신한다. 이 밖에도 쌀밥의 풍미를 배가할 만한 다시마 국물이나 젓갈류 등 반찬 식재료와 쌀로 만든 쿠키는 물론이고 그에 어울리는 그릇과 액세서리, 심지어 실내 슬리퍼와 양말, 욕실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프 스타일숍이다.

이곳에서는 한정판으로 도시락 장인이 만든 도시락을 실온에서 보관 판매 중이었다. 가격은 1000엔 수준이지만 찰진 쌀밥 위에 짭조름한 생선을 얹어 잎으로 감싼 모양새가 이쁘고, 숟가락으로 한입 베어 보니 고급 일식당 밥 못지않다. 일본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긴자점 본점은 아예 아코메야 주방이라는 레스토랑이 함께 있어 매달 바뀌는 쌀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재료 중심 메뉴, 고품질의 사케를 맛볼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쌀의 도정 정도를 선택해 지은 밥을 시켜 먹을 수도 있는 것도 특별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덜하긴 하지만 저가 온라인몰 공세에서 탈피하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생존을 위해 ‘라이프 스타일’을 키워드로 변신하고 있다.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로 사람을 끌어모아 체험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대안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생각해 공간 구성은 물론 물건 배치도 이뤄지고 있다.

김창주 리츠메이칸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철저히 고객 니즈에 맞추다 보니 라이프 스타일 제안형 유통업태가 대세가 되고 있다”며 “오프라인 영역파괴를 통한 유통업태 진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매장도 획일적인 공간 구획을 탈피하고 막힘 없이 매장과 매장 사이를 둘러볼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쌀 전문매장에서 시작한 전문점도 다양한 품목으로 구색을 갖추는 식이다. 일본은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등 소규모 단일 매장과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업태가 열린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신조 총리가 외국 관광객 몰이에 나서 각종 규제 철폐에 나섰다. 이런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본이 전 세계 쇼핑객들에게 1순위 방문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이한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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