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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편집숍 힘 싣는 패션업계 ‘간보기’ 안테나숍에서 돈 되는 효자 매장으로
기사입력 2018.05.04 09: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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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소재 ‘10꼬르소꼬모’ 내부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패션기업이라면 하나씩은 꼭 갖고 있는 편집숍. 하지만 그 겉보기 화려함과 달리 실제 이들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높은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선 대량생산·대량판매가 필수인데, 편집숍은 그 반대인 ‘소품종 대량생산’의 대표주자여서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봤던 것.

때문에 그간 편집숍은 각 기업이 해외 브랜드·트렌드를 들여와 시장 반응을 살피는 ‘안테나숍’ 역할에 그쳐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기류가 바뀌는 추세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이 편집숍 비즈니스에 대한 적극적인 강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PB 등 단독 상품 확대에 집중, 수익성을 확보해 진지한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는 행보를 걷고 있다.

한섬은 최근 PB·콜라보를 통한 단독 상품 강화를 무기로 자사 수입의류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비즈니스 강화에 나섰다. 가령 지난달 20일 해외 브랜드 10곳과 협업해 만든 단독 상품 ‘10 콜라보레이션 컬렉션’, 자체 PB상품으로 짜여진 ‘톰 10주년 캡슐컬렉션’을 동시에 선보였다. 각기 34개·62개 아이템으로 구성돼 단독 상품만 100종 넘게 늘리게 됐다. ‘가성비’ 중시 소비 트렌드에 맞춰, ‘블랙&화이트’를 주제로 남성·여성·아동 모두가 입을 수 있는 티셔츠 및 튤(망사) 디테일이 강조된 드레스와 스커트 등을 선보였다. 또한 진주로 포인트를 준 슈즈, 도트무늬와 레이스 소재 등을 활용한 양말 등 잡화류도 선보이며 톰그레이하운드의 유니크한 감성을 강조했다.

한섬 관계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브랜드별로 개성이 강해 국내에도 마니아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이번 컬렉션에 참여했다”며 “해외 브랜드와 국내 편집숍이 협업을 통해 단독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제품 출시에 힘입어 톰그레이하운드 전체의 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5% 신장됐다. 특히 캡슐컬렉션의 경우 출시 보름 만에 40% 가까운 높은 판매율을 기록, 매출·수익성 증가를 조기 달성하는 데 일조했다.

이에 한섬은 PB가 편집매장 수입 강화의 근간이 된다고 판단, 오는 202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0%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기준 톰그레이하운드 내 PB 매출 비중은 32%를 기록했는데, 출시 초기인 2015년 대비 약 3배 늘어난 수치다.

한섬을 비롯 현대백화점그룹 4개 계열사가 힘을 모아 만든 편집숍 ‘폼’ 시리즈도 단독 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가령 캐주얼 편집숍 ‘폼 더 스토어’, 컨템퍼러리 편집숍 ‘폼 스튜디오’에서 각기 40~ 50%에 달하는 PB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이 늘게끔 판매 가격도 전략적으로 책정했는데, 각 편집숍에 입점된 해외 브랜드 대비 약 30% 저렴하게 잡았다.

LF의 ‘어라운드더코너’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 전경



▶삼성물산, 현대백, LF, 코오롱 등 편집숍 각축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컨템퍼러리 편집숍 ‘비이커’를 중심으로 수익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판매 상품의 30%가량을 PB로 충당했으며 그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집중적인 판촉을 시작,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에 육박하는 매출 상승폭을 거두고 있다. ‘10꼬르소꼬모’는 기성복(Ready To Wear) 중심으로 확장 중인 비이커와 달리, 상대적으로 에코백 등 고유 그래픽을 활용한 액세서리 위주로 단독상품을 늘리고 있다.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역시 지난달 말 론칭 10주년을 맞아 해외 브랜드 10곳과 손잡고 한정판 콜라보 라인업을 출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수익성이 매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을 통한 독자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PB·콜라보·단독상품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LF는 여성 럭셔리 편집숍 ‘라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어라운드더코너’, 가장 최근에 론칭한 여행 전문 편집숍 ‘라움보야지’의 영역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모두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폭을 보이며 편집숍 비즈니스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어라운드더코너는 지난해 하반기 사업부를 기존 리테일사업부에서 숙녀캐주얼사업부로 바꾸며 심기일전에 나섰다. 지난 2일에는 브랜드만의 단독 온라인몰을 오픈했는데, 기존에 자사 통합 온라인몰인 FL몰 내 별도관으로만 운영되던 것을 분리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10~20대 고객층을 위한 스트리트 패션 비중을 늘리는 등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비즈니스 확대에 집중해 온 것과 맞닿아 있다. LF 관계자는 “젊은 고객층이 주력 타깃인 만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의 중요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같은 취지에서 향후 스트리트 패션 분야의 좋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입점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행 전문 편집숍 라움보야지는 올해 하반기까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기존 매장 수를 2배로 확대한다. 여행 준비 아이템인 캐리어뿐 아니라 여행 전·후 기대와 추억을 보강할 수 있는 제품까지 아이템 품목 다양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코오롱FnC는 남성복 편집 매장 ‘시리즈’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67개 매장이 있으며 각 점포마다 매장 콘셉트, 선보이는 제품을 달리해 인기를 얻었다.

가령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남자의 키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남자의 도구’,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가드닝’을 콘셉트로 매장을 운영해 오픈 반응을 얻고 있다.

자사가 운영하는 컨테이너 복합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내 자체 편집숍 ‘셀렉트숍(Sel ect Shop)’ 영역 확장에도 나섰다. 지난 6일 건물 2층만 쓰고 있던 기존 매장을 1층까지 확장해 리뉴얼 오픈했다.

지난해 4월 오픈 이후 꾸준한 매출 증가 추세를 기록, 성장가망성이 높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매장 오픈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고, PB 출시도 지난해 가을 이뤄져 아직 비중은 5%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확장으로 추가 공간이 발생함에 따라, 시장 반응을 분석해 PB·콜라보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PB 등 단독상품 출시 외 먹거리 문화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강화를 꾀하기도 한다.

코오롱FnC의 ‘에피그램’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매장과 함께 ‘올모스트홈 카페(Almost Home Cafe)’를 오픈했다. 전체 매장 규모 100평의 절반인 50평이 통째로 카페에 할애돼 있다. 에피그램은 시리즈의 세컨드 브랜드로 출발해 현재는 ‘편안한 감성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카페 역시 원목 가구 테이블, 의자, 나무접시 등을 비치해 ‘아늑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의 느낌을 주는 데 주력했다.

삼성물산 10꼬르소꼬모의 경우 오픈 당시부터 카페와 레스토랑을 결합한 ‘10꼬르소꼬모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슬로 쇼핑’ 테마 아래 패션·예술·음식·음악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 고객의 내점 시간을 늘리는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그간 패션업계 내에서 편집숍은 수익성과는 거리를 둔 단순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거나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경우,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모된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맨 땅에 헤딩하듯 투자하기에는 무리인 액수다. 더군다나 최근 2~3년간 패션 마케팅·유통 비용이 대폭 증가, 브랜드 론칭에 소요되는 비용도 그만큼 커지는 ‘점입가경’이 반복됐다. 때문에 편집숍에 잘 팔릴 법한 제품을 소량씩 모아 두고, 이들에 대한 고객 선호도·반응이 어떤지 살펴온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업계 성장 정체로 너 나 할 것 없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했고, 그 발걸음이 편집숍까지 닿았다. 편집숍 사업 모델이 날로 다양해져가는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는 최적합 모델이라는 점도 일조했다. 브랜드 중심의 소비패턴이 팽배했던 이전과 달리,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가치 소비 위주로 변모하면서 특정 카테고리 브랜드들을 한데 모은 편집숍이 자연스레 각광받게 된 것.

코오롱FnC가 자사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내에 운영 중인 편집숍 ‘셀렉트숍’



▶일본 편집숍 PB상품 각광

패션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편집숍 성공 모델도 영향을 미쳤다. 일정 수준의 규모·인지도를 갖춘 상태에서, PB 등 단독 상품 비중을 늘려간다면 충분히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앞서 보여준 것.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마진율 높은 PB상품으로 수익을 챙기는 업태는 정확히 일본 모델을 따온 것”이라며 “그간 편집숍의 수익성을 두고 업계 고민이 많았지만, 빠른 업계 환경 변화가 보다 적극적인 벤치마킹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편집숍은 ‘셀렉트숍(Select Shop)’으로 불리며, 2010년 일본 내 패션 셀렉트숍 주요 6개사를 합한 전체 매출액이 3000억엔(약 4조3000억원) 규모에 이를 만큼 거대한 시장이다. 대표 기업인 ‘빔스(Beams)’의 경우 지난 2016년 기준 약 16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해 공룡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빔스’ ‘유나이티드애로즈’ 등 현지 주요 편집숍 기업은 모두 PB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매출 확대를 달성한 사례다. 다수 거래처로부터 상품을 사들여 카테고리를 넓히되, 수익은 상대적으로 도입 비용이 적은 자체 브랜드에서 확충하는 식이다. 이들은 이같이 얻은 수익을 F&B·라이프스타일을 향한 카테고리 확대, 보다 신선한 브랜드 유치에 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이어갔다.


가령 ‘빔스’의 경우 국내에 한창 번지고 있는 ‘패션과 음식의 융합’ ‘라이프 스타일 매장’ 트렌드를 한발 앞서 주도한 기업으로 꼽힌다. 무려 28년 전인 1990년 요식업에 진출, 패션과 카페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매장 모델을 한발 앞서 선보였다. 또한 비슷한 시기 가구·인테리어 등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선도적으로 소개한 것도 빔스다.

[문호현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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