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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부터 무인여객기까지… 영역확대 폭풍성장하는 ‘무인경제’
기사입력 2018.04.04 1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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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곳곳에서 인간이 사라지고 있다. IT와 로봇기술 발달로 서서히 진행되던 산업 무인화는 ‘최저임금 인상’이란 지렛대를 만나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이른 바 ‘무인경제’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무인경제는 제조, 서비스 등 경제 활동 전반에서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다는 개념이다.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로봇 등 각종 산업 기술의 발달로 기계 생산성이 인간 직원의 노동 생산성과 인건비 상승 부담을 훨씬 앞지르게 된 것이 주원인이다. 소비자들이 점점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도 무인 경제 확산 요인으로 꼽힌다.

맥도날드 시청점에서 소비자가 무인주문기를 이용하는 모습



▶제조·생산은 ‘스마트 공장’이 접수 완료

자동화율 70~100%… 무인화 가장 앞서

현재 무인화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단연 생산·제조 부문이다. 생산 공정 자동화율이 70~100%에 달하는 스마트 공장이 이미 수두룩하다.

국제로봇연맹(IFR,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지난 2010~2015년간 세계 로봇 시장이 연평균 16%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상용 로봇 시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서비스용 로봇의 2배 이상이다. 즉 스마트 공장이 전체 로봇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디지털정책학회는 세계 스마트 공장이 2016년부터 연평균 10.4%의 성장률을 기록, 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74억8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퉈 스마트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폭스콘은 중국 청두와 충칭에 있는 올인원 PC공장 등 10곳을 이미 완전 자동화했다. 2020년까지 중국 공장의 30%를 자동화한다는 것이 폭스콘의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여름 무풍 에어컨을 생산하는 광주공장 자동화율이 70%에 이르렀다. 특히 광주 공장의 금형센터는 가공·사출·프레스 관련 다양한 종류의 최첨단 금형 장비를 갖추고, 전 공정을 100% 자동화해 24시간 무인 가동이 가능하다. 사람이 하는 일은 제품 검사, 완성품 조립 등 숙련공의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일부 작업에 그친다. 한화테크윈 창원2사업장도 일부 공정이 FMS(유연생산시스템)에 의해 24시간 무인으로 쉬지 않고 가동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남 사천 공장도 항공기 부품 생산 자동화율이 87%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이제 생산·제조 부문에서 자동화는 더 이상 새로운 화두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부품의 품질이나 수요 및 납기 예측 등 정성 분석까지 기계가 알아서 하는 지능화·고도화가 다음 목표다. 임재영 한화테크윈 상무는 “수집된 빅데이터는 납기를 준수하고 불량 원인을 추적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라며 “2018년 말에는 모바일로 창원 공장과 베트남 엔진 공장의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무인 정미소



▶교통·운송·물류 무인 운행

신분당선 안전성 최고

제조·생산 다음으로 무인화가 가장 활발한 곳은 교통·운송업이다. 무인 운행이 가장 먼저 상용화된 건 철도 분야다. 세계대중교통연합(UITP)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운전 도시철도는 37개 도시, 55개 노선, 803㎞, 848개 역사에 달한다(2016년 말 기준). 무인 철도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속한다. 무인운전 철도 구간이 120㎞로 프랑스(128㎞)에 이어 세계 2위다. 신분당선과 용인경전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등이 현재 무인으로 운행되고 있다. 신분당선은 ‘완전 무인’은 아니다. 기관사 자격증이 있는 안전요원 1명이 탑승한다. 단 수동으로 전환해 운전하는 건 연 1~2회 정도에 불과하다. 이주창 신분당선 홍보실장은 “무인 운행하는 신분당선은 사고율과 지연율이 국내 철도 중 가장 낮다. 그럼에도 지하철 무인 운행 도입이 늦춰지는 건 경영진의 의지 부족 또는 일자리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선 연안 선박은 2020년대 초중반, 원양 선박은 2030년께면 무인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배에 승무원이 없어지면 조타실, 기관실 등의 공간이 사라져 화물 적재량이 늘어나는 등 공간효율성이 높아진다. 이는 제품 운송비를 감소시켜 수입 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다에 떠다니는 배 중 80%가 화물선이다. 그간 화물선은 한 번 출항하면 항해 기간이 길어 승무원 수급이 어려웠다. 무인 운항이 대중화되면 화물 운송비용이 낮아져 선주, 화주,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본다. 안전성도 높아질 수 있다. 선박 사고의 80%는 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2020년께부터 완전자율주행차가 출시될 전망이다. 단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2035년 이후로 점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25년께면 전체 자동차 중 자율주행차 비율이 13%, 2035년 25%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차 부품기술업체 이에스브이의 강조셉정환 대표는 “업계에선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 시기를 대략 2020년경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그 시기는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최근 무인 비행기 개발에 적극 나섰다. 이미 군사·정찰·촬영·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드론이 상용화됐다. 보잉은 지난 6월 무인 여객기 개발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최근 미국 무인항공기 개발업체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를 인수했다. 이젠 자율주행 여객기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외식·유통·금융

대면·전화 주문 옛말… 키오스크 확산일로

자영업 시장에서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부분 또는 완전 무인화 작업이 한창이다.

패스트푸드 빅3인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은 각각 600개(전체 매장의 50%), 190개(43%), 107개(33%) 매장에서 무인 주문대(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2017년 3분기 말 기준). 이들은 무인 주문대가 점심 시간 카운터로 몰리는 주문 수요를 분산시켜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며 가맹점들을 설득, 무인 주문대를 지속 확대 중이다.

전화로 피자 주문을 받는 것도 이젠 옛말이 돼 간다. 도미노피자는 이미 총 주문건수의 90%가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동 접수된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콜센터 대표번호를 통한 전화 주문은 10% 남짓에 그친다. 스마트폰 앱 주문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에선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지난해 3월 1호점을 낸 데 이어 올 2월 2호점을 냈다. 출입 통제와 결제가 모두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이뤄져 무인으로 운영해도 도난 사고 우려가 없다고.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 직원 업무의 60% 이상은 단순 계산이다. 직원이 계산대에서 해방되면 한 명이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멀티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무인화의 대표 주자는 셀프빨래방과 인형뽑기방이다.

셀프빨래방은 고가의 대형 세탁기를 들여놓기 힘들거나 이불 같은 대형 빨래를 소화할 수 없는 1인가구를 겨냥, 고시촌과 빌라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형뽑기방은 한때 자영업 최적의 성공모델로 꼽혔다. 인테리어비와 인건비가 거의 안 들고 100% 현금 장사여서 수익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단 최근 인형뽑기방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판매 아이템을 바꾼 ‘자판기’ 사업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자판기는 꽃, 사과, 성인용품, 건강식품, 아이스크림, 피자, 샐러드, 라면, 모자 등 다양하다. 성인용품 자판기는 모텔의 일부 객실 안에 설치돼 있다. 업계에선 성인용품 자판기를 이용해 성인 인증 후 출입할 수 있는 무인 성인용품 판매점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헬스장 전용 자판기도 있다. 단백질 보충제, 근력 강화제, 지방 분해제 등 몸매 관리에 유용한 제품을 무인으로 파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부 헬스장에서 10대를 시범 운영 중인데 반응이 좋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가격은 제품당 2000원 정도고 현금은 물론,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결제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무인 정미소’가 운영되고 있다. 수확한 쌀을 도정하고 시간이 지나면 맛이 없어지니 그때그때 갓 도정해서 먹을 수 있도록 곳곳에 무인 정미소를 세워둔 것이다. 단 무인 정미소는 밥을 해먹기 귀찮아하는 1인가구가 많은 도시 지역보다는 직접 농사를 짓고 거둔 쌀을 비축해 놓는 농촌 지역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다. 단 무인 자판기라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얼마 전에는 무인 정미소에서 도정한 쌀의 일부를 빼돌리도록 설계한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금융권도 무인경제 시대를 실감케 하는 업종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온라인뱅킹 영향으로 국내 금융거래에서 비대면 거래 비율은 90%가 넘는 수준이다.

오프라인 지점도 무인 운영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이미 2015년부터 화상통화나 손바닥 정맥 인식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는 방식으로 무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원을 거치지 않고도 계좌개설은 물론, 상품 가입도 가능하다. 펀드매니저 등 금융 전문가들도 로봇에 치여 사라지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주식 트레이딩에 인공지능 ‘켄쇼’를 활용해 2000년대 초반 600여 명에 달했던 트레이더를 2명까지 줄이기도 했다.



▶무인 시대, 부작용과 해법은

벤처·리쇼어링으로 일자리 감소 막아야

무인 경제 시대 전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일자리 감소, IT기업에 대한 종속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특히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는 가장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 2016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 활용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일자리 700만 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사람들의 희망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되는 미래와 충돌하면서 세계는 ‘충돌 코스(crash course)’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무인화는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애써 무인화를 지연시키기보다는 무인화에 따른 변화에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태억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일자리 보존을 위해 무인화를 늦췄다간 기업 경쟁력 도태로 기업 자체가 망해 일자리 감소를 더욱 앞당기게 된다”며 무인화 신기술을 활용한 신생 벤처 창업 활성화와 해외 생산 공장 리쇼어링(국내 귀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아디다스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지었지만, 최근 자동화 기술이 발달하자 다시 독일로 유턴시켰다. 자동화 공장은 그 자체로는 일자리 증대 효과가 적다. 그러나 생산 모니터링, 유지·보수·관리, 부품 공급 및 유통 등 전·후방 산업 활성화를 감안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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