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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튜브로 돈 번다-엄마 잔소리·고양이 재롱·연애밀당…일상 소재가 돈 되는 콘텐츠로 뜬다
기사입력 2018.03.08 16:34:53 | 최종수정 2018.03.10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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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을 본 후 집에 들어온 엄마는 부엌에서 아들을 보자마자 기겁을 한다. 아들 머리가 형광빛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다. 엄마는 비닐봉지를 거실에 확 집어던지며 소리친다. “이 썅노무XX야. 머리가 귀신같이 그게 뭐여.”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들이 “이건 다 개성”이라고 대꾸하자 엄마는 더 열이 받는다.

“개성이 다 뒈져따. 그지 삼발이 머리지!”

우리 집 혹은 친구 집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장면은 320만 명이 본 유튜브 인기 영상이다. 일반인 정선호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핑크 머리로 염색한 걸 본 엄마’ 편이다. 성균관대 화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씨가 어머니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채널에 올린 첫 영상이다. 이후 정 씨는 ‘엄마의 말투를 따라해 보기’ ‘엄마의 옷을 입어 보기’ 등 다소 엉뚱한 영상을 재미삼아 올렸는데 “다 뒈져따” “이걸 콱!” 등 엄마의 찰지고 구수한 표현이 주는 매력이 입소문이 나면서 1년 새 85만 명(구독자 수)이 열광하는 인기 크리에이터가 됐다.



일반인 크리에이터가 유튜브를 발판 삼아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잘생긴 외모, 늘씬한 몸매, 프로급 노래 실력 등 연예인의 기본 공식은 찾아볼 수 없다. 욕 잘하는 엄마, 화장을 좋아하는 할머니, 애교 많은 남자친구…. 일상의 자연스러운 캐릭터가 소재가 되고 콘텐츠가 된다.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담은 짤막한 영상으로 유튜브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초창기 유튜브가 게임, 뷰티, 먹방, 요리에 집중하며 스타 크리에이터를 배출했다면 최근 유튜브는 펫, 연애, 모자관계 등 자신의 삶과 관심사를 솔직하게 풀어낸 일반인 크리에이터의 독무대로 변하고 있다. 다들 ‘재미 삼아’ 혹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었는데 어느새 유튜브에서 잠재적 재능을 발견하고 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은 동영상 제작을 넘어 광고 진출, 출판, 콘서트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김영원(80) 할머니는 유튜브 최고령 크리에이터다. 손녀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영원씨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구독자는 14만 명, 손녀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채널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머니의 주특기는 먹방이다. ‘타이거새우 먹기’ ‘간장게장, 양념게장, 간장새우 먹기’ 등 조곤조곤 말하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포인트다.

71세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도 손녀가 치매 예방을 위해 할머니 영상을 찍으면서 스타가 됐다. 채널 ‘박막례 할머니’의 부제는 ‘한번 보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 71세 크리에이터 인생은 아름다워’다. ‘가방 공개하기’ ‘카약 타기’ ‘생애 첫 요가 도전’ 등 할머니가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박 할머니는 유쾌하고 정겨운 사투리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구독자는 36만 명. 42년간 식당 일을 했다는 박 할머니는 최근에는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모델로 데뷔했다.

알콩달콩 예쁘게 연애하는 모습도 소재가 된다. 6년째 연애 중인 신소현 양과 조중우 군이 만든 ‘쏘야쭝아’ 채널은 구독자 34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 측에 따르면 시청층 대부분이 1020세대라고 한다. 신 양이 애교 많은 남자친구 영상을 올려봤는데 반응이 좋아 연애 전문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 꾸밈없는 둘의 연애가 소재다. 여자친구가 편의점 음식을 사와서 직접 요리한 거라고 남자친구한테 장난치는 내용, 감기 걸린 여자친구가 뽀뽀를 안 해주자 남자친구가 토라지는 내용 등이다. 시청자들은 “보는 내내 행복하다” “너무 귀엽게 사귄다”는 반응이다.

피아노 전공 여자친구와 기타 전공 남자친구가 만난 커플의 연애 일화를 담은 채널 ‘소근커플’, 20대 커플의 데이트 코스와 즐길 콘텐츠를 알려주는 채널 ‘성수커플’도 유명하다. 이 채널들은 커플이 함께 촬영하고 제작한다.

애완동물의 일상을 보여주는 펫 채널도 인기다. 크림히어로즈는 고양이 일곱 마리를 키우는 채널이다. 고양이 밥을 만들거나 고양이와 놀아주는 모습을 방영한다.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9시에는 고양이 모습을 생중계한다. 수리노을은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일상을 공개한다. 매주 일요일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고양이들이 사료 먹는 모습, 장난치는 모습, 목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애묘인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도 고양이들의 귀여운 재롱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유튜브 관계자는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은 친근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장점이다. 어디서 본 듯하면서 아기자기해서 자꾸 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일반인 크리에이터들,

처음엔 스마트폰으로 영상 찍었다가 콘텐츠 제작자로 전향

이들 영상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이러한 물음이 떠오른다.

‘나도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 불과 이들도 몇 개월 전에는 자신의 삶이 이토록 변할 거라고 상상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다른 점은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호기심, 그리고 빠른 실행력이 있었을 뿐이다.

한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 크리에이터들 대다수는 초기에는 스마트폰이나 소형 카메라만으로 촬영을 시작한다. 요즘은 카메라가 성능이 좋아서 스마트폰이나 소형 카메라로 촬영해도 볼 만하다”면서 “자신의 가치, 삶의 철학 등 차별화된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든 제작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쏘야쭝아’ 채널을 남자친구(조중우·24)와 함께 운영중인 신소현(23) 씨는 “2015년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남친의 애교를 페이스북에 올린 게 시초다. 남친의 귀여운 모습을 담고 싶어서 핸드폰으로 찍어 페북에 올렸는데 누적 ‘좋아요’ 8만 건을 기록했다”면서 “여기에 고무돼 2016년부터 유튜브 커플 채널을 운영했다”고 했다.

퓨디파이 유튜브 페이지

신 씨는 카메라 촬영, 동영상 편집을 학원이나 전문기관에서 배운 적이 없다. 윈도우가 기본 제공하는 무비메이커로 영상을 편집했다. 신 양은 “영상을 계속 제작하다 보니 필요성을 느껴 유튜브에서 편집이나 촬영 동영상을 보며 독학했다. 현재는 촬영할 때 ‘폰카’보다 80만원짜리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했다.

1년 넘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신 씨는 유튜브 수입에 대해 “평균 대학 등록금 수준을 번다”고 귀띔했다. 인기에 힘입어 ‘쏘쭝 커플’은 지난해 10월 자신들의 연애 경험을 담은 책 <너니까 좋아 너라서 좋아>를 출판하고 연애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티몬·호텔스닷컴 등 기업 브랜드 광고 의뢰를 받아 커플 콘셉트 광고 촬영도 했다.

신 씨는 “연극, 뷰티 등 다양한 관심이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는데 유튜브를 하면서 크리에이터의 길을 알게 됐다. 앞으로 전문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유튜브 구독자 200만 명을 보유한 라온(Raon Lee)씨는 치과 위생사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업한 경우다. 2015년 한 인터넷 카페에 기성곡을 따라 부른 녹음 파일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급속도로 올라가자 유튜브 채널에 눈이 갔다. 이듬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위주의 커버곡을 들려주는 전문 크리에이터가 됐다.

라온 씨는 “집에 방음부스를 설치하고 10만원도 안 되는 마이크로 녹음했다. 촬영 영상은 윈도우 무비메이커로 편집해 올렸다”고 했다. 이어 “영상 촬영 및 편집, 보컬도 배운 적 없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순수히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에 영상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낮에는 치과에서 일하고 퇴근 후 녹음과 촬영, 편집을 했다. 한 달에 한두 개씩 꾸준히 영상을 올리다 보니 어느새 구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크리에이터로 전향했다. 라온 씨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도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라온 씨는 유튜브 광고 수입만으로 “대기업 연봉 수준을 번다”고. 다만 그는 “수익이 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바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제 라온 씨는 유튜브 덕분에 가수의 꿈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라온 씨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했다. 연말에는 말레이시아에서 해외공연을 했다”면서 “유튜브에서는 타인의 노래를 불렀지만, 언젠가는 오리지널 곡으로 채운 앨범을 내고 싶다”고 했다.

유튜브 스타 ‘대도서관’ (본명 나동현)



▶“꾸준히 하면 대기업 수준 연봉 벌어요”

유튜브는 이제 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성 미디어가 주지 못하는 풍성한 기회를 주는 명실상부한 등용문이다.

유튜브는 조회수에 의거해 광고가 플레이된 비율만큼 창작자에게 수익을 돌려준다. 유튜브의 가장 기본적인 광고수익 배분 원칙은 광고가 1000번 재생될 때마다 광고주가 유튜브에 광고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유튜브는 이를 크리에이터와 45대55로 나눈다. 단 모든 채널이 조회수당 광고 수익이 동일하지는 않다.

구독자수에 따라 비율은 차이가 있다. 유튜브의 광고 시스템인 애드센스는 콘텐츠 공급 국가, 비디오 유형, 이용자 수, 주요 구독자의 국적 등에 근거해 1000회 조회당 가격을 결정한다.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 구독자를 많이 보유한 크리에이터일수록 광고 단가가 높다. 57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게임 유튜버 ‘퓨디파이’는 1000회 조회당 7.6달러를 받는다. 8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올가 케이’는 1000회 조회당 5달러가 수익이다. 반면 구독자가 45만 명 이하인 크리에이터는 1000회 조회당 1.5달러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1000회 조회당 1달러 미만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MCN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큰돈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영상이 쌓이고 시의성에 상관없이 조회수가 유지되는 동영상은 꾸준히 매출을 일으킨다. 이러한 동영상이 쌓이면 고정적으로 의미 있는 수입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대중의 공감을 사는 콘텐츠라면 무명의 크리에이터도 중소기업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게임 방송을 하는 영국 26세 청년 대니얼 미들턴은 작년 한 해 유튜브에서 1650만달러(약 178억원)를 벌어들였다. 장난감을 리뷰하는 어린이 유튜버 라이언은 1100만달러(118억원)의 수익을 올려 그해 가장 많이 돈을 번 ‘어린이 크리에이터’가 됐다.
포브스가 집계한 지난해 톱10 유튜버의 수입 합계는 1억2700만달러. 지난해(7050만달러) 대비 80.1% 증가했다.

최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공개한 ‘MCN 브랜디드 콘텐츠의 광고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중 구독자 기준 최상위 그룹으로 소개되는 대도서관, 양띵, 김이브 등은 연간 5억원 이상 번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국내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수는 1만 명이고 이 중 부업이 아니라 전업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는 1875명(2016년 기준)이지만 향후 이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선희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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