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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없인 안돼”… 패션브랜드도 줄줄이 동참
소비자 구매 축 온라인 이동에 패션 업체들 관련 플랫폼 강화
기사입력 2018.03.08 16: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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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한섬입니다.”

35세 직장인 강예나(가명) 씨는 패션업체 한섬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에서 지난밤 옷 세 벌을 주문했다. 결제는 하지 않았지만 집으로 물건이 배송됐다. 집에서 입어 보고 결제를 결정할 수 있는 ‘앳 홈(at HOME)’ 서비스 덕분이다. 한섬은 소비의 새로운 중심 채널로 떠오른 온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지난달 앳 홈을 선보였다. 한섬이 운영하는 브랜드인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은 물론 폼 편집숍까지 포함해 총 21개 브랜드, 1300여 개 품목을 앳 홈 서비스로 체험해 볼 수 있다.

강 씨는 “최근에는 모바일로 옷을 사는 경우가 많아 굳이 매장에 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도 “마음에 안 드는 물건을 반품할 때 반품비를 내는 것이 아까웠는데 앳 홈 서비스는 그런 부담이 없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앳 홈 서비스는 한 번에 최대 3벌까지 무료로 입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 번에 배송받을 수 있는 옷은 3벌로 제한되지만, 한 달에 몇 번이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원하는 만큼 무한대로 입어볼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수령하거나, 고객이 사전에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한섬이 이번에 내놓은 홈피팅 서비스는 패션과 유통업계를 통틀어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어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객은 온라인몰에 접속해 옷걸이 모양의 아이콘이 표시된 상품 중 마음에 드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앳 홈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배송 시간대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해당 제품은 앳 홈 서비스를 전담하는 직원이 전용 차량을 이용해 집까지 배송해 준다. 결제를 원한다면 배송 후 이틀 안에 결제하면 된다.

한섬 관계자는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번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모바일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온라인 진출이 다른 업체보다 훨씬 늦었다. 2015년 10월에야 온라인 판매를 처음 선보인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온라인 매출은 2016년 250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으로 두 배나 뛰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성장세는 눈에 띄게 빨랐던 것이다. 올해는 이보다 60% 늘어난 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F의 ‘마이슈즈룸’에서 선보인 제품



▶한섬, 집에서 입어 보고 무료 반품 서비스

해외에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에 한해 최대 15개 품목까지 구매 전 미리 입어볼 수 있는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를 지난해 도입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온라인쇼핑몰인 네타포르테도 VIP 고객 대상으로 홈 피팅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온라인 시장을 둘러싼 서비스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한섬은 이 같은 해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한섬은 ‘노세일’ 정책으로 일관하는 콧대 높은 패션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온라인 비즈니스로 중심 축을 빠르게 옮겨가는 중이다. 과거에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도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핵심 판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글로벌 3대 럭셔리 브랜드로 손꼽히는 루이 비통도 최근 한국에서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1991년 서울에 국내 첫 매장을 선보인 지 27년 만이다.

한섬의 ‘앳 홈’ 서비스 모습



▶루이 비통도 국내 첫 온라인 판매 시작

온라인 판매 서비스는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도까지 포함해 대한민국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핵심 제품인 핸드백 같은 가죽 제품은 물론이고 액세서리, 시계, 주얼리, 여행 가방, 기프팅 컬렉션, 향수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사실상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에 옮겨 놓은 셈이다. 그동안 럭셔리 브랜드들은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매장 특유의 품격 있는 분위기와 대면 서비스가 럭셔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이 비통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에르메스, 샤넬과 함께 소위 3대 럭셔리 브랜드로 손꼽히는 루이 비통은 국내에서 전 카테고리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첫 사례다.

루이 비통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고객들에게 온라인을 통한 쇼핑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남녀 슈즈와 의류 컬렉션 등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자택이나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고, 배송비는 무료다. 매장에서 수령할 경우에는 30일 동안 수령 가능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미나(가명) 씨는 “원하는 제품이 매장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전날 오후 4시에 주문했는데 다음날 오전 9시에 바로 배송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혜나(가명) 씨도 “이제는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매장에 일일이 전화하거나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돼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거주 고객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제품을 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멀리까지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는 만큼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온라인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에는 가격대가 비싼 고급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정설처럼 여겨졌지만 고가 브랜드인 ‘르베이지’ ‘톰브라운’ ‘10꼬르소꼬모’, ‘이세이미야케’ ‘란스미어’ 등을 자사 통합 온라인몰인 SSF샵에 순차적으로 입점시켰다. 온라인과 모바일 페이지를 한국어뿐 아니라 영문과 중문으로도 운영해 해외 고객들 편의까지 배려했다. 배송 역시 국내뿐 아니라 중국, 미국, 프랑스, 호주 등 40여 개국으로 나간다.

르베이지는 40~50대 여성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판매가 순항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50~60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고가의 시니어 브랜드들도 온라인에서 잘 팔린다”면서 “SSF샵의 매출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했고 유입 방문자 수도 3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SSF샵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후 3~5시간 안에 배송해 주는 퀵배송 서비스도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평일에는 오전 9시~오후 8시까지, 토요일에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퀵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

온라인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앱 기반 플랫폼 기업인 고고밴(GOGOVAN)과 계약을 맺고 퀵배송 전담 기사를 별도로 운영한다. 모든 기사들은 유니폼을 착용하고 배송 서비스에 임한다.

상품 크기에 따라 이륜차와 미니밴으로 구분해 제품을 배송하고, 배차나 배송 현황, 완료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SSF샵의 퀵배송 서비스는 1회당 5000원이다. 다만 반품이나 교환을 원할 때에는 택배만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유료 서비스지만 VIP 고객이라면 1년에 2회까지 무료로 퀵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VIP 등급은 연간 3회 1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1년간 부여된다.

박솔잎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사업담당 상무는 “O2O 서비스는 물론 퀵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고객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퀵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체 LF는 O2O 서비스로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O2O 사이즈 오더 서비스인 ‘e-테일러’가 대표적이다. LF몰 앱으로 신청하면 전문 테일러가 직접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신체 사이즈를 신청한 뒤 수트를 완성해 주는 서비스다. 사이즈 측정을 위해 ‘무빙 스토어(움직이는 매장)’ 콘셉트로 초대형 벤을 개조한 ‘e-테일러 카’가 직접 고객을 찾아간다. 전문 교육을 받은 테일러가 이 차량을 타고 함께 출동한다. LF몰 모바일앱에서 이름과 연락처만 입력하면 신청이 완료되고, 3일 이내에 담당 테일러가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찾아간다.

e-테일러 카에는 다양한 패턴의 주요 사이즈별 샘플이 구비돼 있어 고객마다 체형에 맞는 제품을 입어보고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최신 고급 원단과 부자재 샘플을 직접 볼 수 있다.

LF가 이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가장 까다로운 품목인 남성복 판매를 혁신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다. 닥스남성, 마에스트로, 질스튜어트뉴욕 등 LF가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다. LF 관계자는 “남성복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혁신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O2O(Online to Offline) 사이즈 오더 서비스를 온라인몰 최초로 기획했다”면서 “클릭 한 번으로 개개인의 몸에 꼭 맞는 최상의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맞춤으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LF가 운영하는 슈즈 전문 편집숍인 라움에디션은 온라인으로 신발을 주문생산하는 ‘마이슈즈룸’ 시즌2를 최근 론칭했다.

마이슈즈룸은 크라우드 펀딩 형태의 플랫폼 서비스. 일정 수 이상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에 한해 생산에 들어간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재고처리 비용을 없앨 수 있고, 소비자는 재고 부담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최근 각광받는 판매 형태다.

최근 진행한 시즌2 프로젝트에서는 질바이질스튜어트의 자넷 로퍼 3종을 주문받았다. LF 관계자는 “가격과 만족도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가치소비 성향의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면서 “시즌1 당시 제품당 최소 주문수량의 3배가 넘는 주문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LF몰은 앞으로 벤시몽, 버켄스탁, 콜한, 핏플랍 등 라움에디션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마이슈즈룸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임유미 LF 풋웨어리테일사업부장(상무)은 “마이슈즈룸 시즌1에 대한 성원에 힘입어 시즌2 프로젝트를 론칭했다”면서 “마이슈즈룸을 활용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기획해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전문 사이트도 등장했다.

지난해 3월 론칭한 온라인 큐레이션 플랫폼 하고(HAGO)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패션 사이트다. 하고와 계약을 맺은 파트너(브랜드)가 시제품을 사이트에 올리고, 일정 기간 안에 생산자가 정한 수량만큼 구매하려는 소비자 숫자가 채워지면 생산에 돌입한다.

하고에서 판매된 핸드백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특히 뜨겁다. 홍정우 하고L&F 대표는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제품을 만드는 공장과 연계해 제품을 만든다”면서 “백화점 판매 상품과 품질은 같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으로 보지 않고 사야 하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큐레이션’이다. 하고의 큐레이터들은 입점하는 브랜드를 선정하는 작업은 물론 각 브랜드의 개별 상품을 직접 써본 뒤에 검증한다. 상품과 관련된 동영상도 사이트에 올려 객관적인 설명을 해준다.


이 같은 플랫폼 역시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에버레인. 지난 2013년 온라인 전문 패션업체로 시작한 에버레인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의 원가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다. 오프라인에서 팔지 않는 대신 원가가 얼마나 절감됐는지를 보여줘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다영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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