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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휩쓴 韓 뷰티업계 판도변화 LG생활건강 3년 만에 화장품 시장 선두
기사입력 2018.03.08 16: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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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 전역을 뜨겁게 달군 2월이었다. 올림픽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이자, 동시에 한계라면 ‘메달리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는 주목받을 기회가 적다는 점이다. 어떤 종목이 있으면 거기서 1~3위를 차지한 이들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이 ‘1~3위 규칙’은 사실 올림픽뿐 아니라 모든 사회 분야에서 적용되는 법칙이다. 유통가에서 특정 품목의 판매 순위를 발표할 때도 3위 미만에 세세한 설명을 붙이는 경우는 드물다. 소비자가 많으면 3개의 상위 제품만 기억한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깨우친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프랑스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 내부에 입점한 설화수 매장 모습



최근 화장품업계에서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인 ‘1~3위’ 위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한 해 업계를 강타한 사드 보복은 어떤 기업엔 흔들림을, 어떤 기업엔 ‘역전의 기회’를 가져왔다. 사드의 냉혹함이 시장을 휩쓴 지금, 이에 따른 판도 변화와 기업 간 희비 교차에 전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1·2위 자리…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의 ‘라이벌전’ 향방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 1월 연이어 발표한 실적에서는 두 기업이 직면한 ‘온도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다. LG생활건강은 매출 6조2705억원, 영업이익 9303억원에 이르는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며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기록했음을 강력 어필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기 2.9%, 5.6% 증가한 수치이며 당기순이익도 6.8% 상승한 618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뒤이어 실적을 발표한 아모레퍼시픽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룹 전체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0% 감소한 6조291억원에 그친 것.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기 7315억원과 4895억원으로, 전년도 누계와 비교해 각기 32.4%·39.7% 급락한 수치다. 무엇보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매출·영업이익 양면에서 LG생활건강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준 점이 뼈아프다.

양사의 희비를 가른 건 사업 포트폴리오 면에서의 ‘하중 분산’ 여부였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의 3개 다리가 떠받치는 ‘삼발이’와 같았고, 덕택에 사드 보복이라는 강풍(强風) 아래서도 기우뚱거림 없이 자세를 지켰다. 실제 지난해 약 6조3000억원에 달한 LG생활건강 매출의 25%를 생활용품이, 22%를 음료가 맡았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의 80% 이상이 화장품에 집중돼 있는 데다, 그 안에서도 거의 전 브랜드에 걸쳐 대(對)중국 사업·면세점 채널 비중이 높았다. 업계는 국내 매출의 30%에 달하던 아모레퍼시픽 면세점 매출이 사드 보복으로 지난해 24% 선까지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에뛰드 등 아모레 주요 계열사가 일제히 9~18%에 이르는 매출 감소를 신고하며 “관광객 감소에 따른 국내 면세 채널, 주요 관광 상권 내 영업 부진”을 이유로 든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기준을 화장품 부문에만 한정한다면 여전히 1위는 아모레퍼시픽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화장품 매출액을 약 5조6000억원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 3조3000억원 선에 비하면 2조3000억원가량 높은 액수다. 하지만 업계 순위가 기본적으로 화장품·생활용품 등을 모두 포함한 그룹 전체 매출로 결정될 뿐더러, 사드 보복이 ‘단일 브랜드 기준’ 국내 화장품 매출 1위 자리까지 바꿔 놓았을 가능성마저 언급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후’는 단일 브랜드 기준 연매출 1조4000억원 선을 기록했는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이보다 낮은 1조2000억원 미만의 매출을 거뒀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기업 정책상 브랜드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결과가 다를 순 있으나, 확실한 점은 최근 ‘후’가 급격한 성장세로 브랜드 간 매출 격차를 급격히 좁히고 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도입한 면세점 구매 수량 정책이 되려 성장 동력 억제라는 ‘역풍’을 가져왔다고 지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보따리상의 무분별한 구매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 구매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 보따리상은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화장품을 사들인 뒤, 중국 유통업자에게 넘겨 이익을 챙긴다. 이렇게 불법으로 유통되는 화장품은 가격이 판매자 멋대로이므로, 정식 루트로 판매되는 화장품 가치를 떨어뜨린다.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은 온·오프라인 면세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을 기존 대비 최대 75% 축소했다. 하지만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구매제한을 강화한 이후인 지난해 4분기 면세점 매출액이 그 전년 대비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안다”면서 “LG생활건강도 비슷한 제한 정책을 실시했지만,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해 시장 반응이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LG생활건강이 ‘후’에 집중했던 전략도 실적 차이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이니스프리·에뛰드·헤라 등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에 관리한 반면, LG생활건강은 ‘후’ 방향 설정과 판매 증진에 역량을 증진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의 경우 LG생활건강 내 유일한 1조 브랜드인 만큼 집중 관리 대상이 됐으며, 중국 현지에서 벌인 고급화 전략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라이벌전’은 사드 보복이 완화될 것이냐, 연이은 장기화로 ‘뉴 노멀’이 될 것이냐를 가르는 올해 그 피크를 맞을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신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가령 에뛰드가 2월 쿠웨이트, 3월 두바이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중동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다. 3월에는 라네즈가 호주 세포라에 입점하며, 마몽드는 1분기 중 미국 뷰티 전문점 ULTA에 입점 예정이다. 또한 헤라가 4월에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등, 아세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룹 전체 매출이 하락한 가운데, 아시아 부문 매출이 2016년 대비 10% 성장한 1조7319억원을 기록한 점에 주목한 결과다. 또 지난해 9월 프랑스 백화점에 설화수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유럽 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다.

LG생활건강 역시 해외 시장을 공략하되 상대적으로 중국에 초점을 두고 있다. ‘후’에 이은 오휘·빌리프·VDL 등 후발 주자 브랜드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후’와 ‘숨’ 중국 매장도 지속 확충하고 있는데,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각기 33개, 55개씩 늘어난 192개와 70개를 기록했다. 아울러 현지에서 1980년대 초반~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확장 중이다.

 

중국 상하이 소재 빠바이반 백화점 내부의 LG생활건강 ‘후’ 매장 모습. LG생활건강은 ‘후’의 중국 내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위를 빼앗아라” 동메달 사냥 나선 기업들

하늘 위에서 뷰티업계 1·2위가 라이벌전을 벌인다면, 땅 위에서는 ‘3위 결정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본래 화장품 업계 내에서 고정적인 3위는 브랜드숍 ‘미샤’를 갖고 있는 에이블씨엔씨가 차지해 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미샤’의 힘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만큼, 3위 자리 확보에 지금만한 찬스가 없다는 게 경쟁사들의 시각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을 제외한 브랜드숍 운영기업 중 특히 중국 현지 유통망,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경우에 속했다. 때문에 사드 보복은 지난해 상반기에 걸쳐 에이블씨앤씨 실적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3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28.6% 증가한 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개선에 성공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832억원으로 여전히 전년 대비 11.2% 감소세였다.

더군다나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으로 따지면 매출과 영업이익 양편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8% 줄었고, 매출은 7.9%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누적 연매출로 따지면 4000억원 초반 선에 머물렀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사드 여파로 타격을 받았지만 비용감소를 위한 물류·제품원가 개선 등 시스템 개선에 노력한 부분이 3분기부터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3위 자리에 ‘의외의 복병’이 이미 치고 나왔을 수 있다는 평가다. 그 주인공은 화장품 브랜드 ‘AHC’를 운영 중인 카버코리아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가 약 22억7000만유로(약 3조630억원)의 거금으로 인수하면서 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1999년 설립된 카버코리아는 피부관리실 전용 화장품 브랜드로 시작해 2013년 홈쇼핑 시장에 진출하며 규모를 키웠다. 얼굴 전체에 쓰는 아이크림 ‘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 시리즈’가 효자 상품이다. 이 상품은 2012년 출시된 뒤 아이크림은 눈가에만 바르는 화장품이라는 기존 상식을 뒤엎으면서 지난해 하반기까지 4200만 개가 팔렸다.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재오픈한 미샤 명동 1호점 모습. 미샤가 진행 중인 BI 리뉴얼 과정에 맞춰, 매장 내부를 기존의 어두운 검정·흰색 톤에서 밝은 톤으로 교체했다.

카버코리아는 지난 2016년 기준 연매출 4295억원, 영업이익 1800억원을 기록했다. 각기 전년 대비 무려 174%, 237% 늘어난 수치다. 국내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은 편이었으나, 중국 시장에선 보유 제품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카버코리아와 유니레버의 ‘결합’이 단순 수치를 뛰어넘는 막강한 시너지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그간 마스크팩·아이크림 등 AHC의 인기 제품은 ‘따이공’으로 불리는 보따리상을 통해 주로 중국 내에 유통돼 왔다. 반면 이 같은 비공식 루트를 뺀, 정식 수출·판매 루트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빈약한 측면이 있었다. 때문에 사드 보복과 함께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가 시행됐을 때, 카버코리아를 비롯한 ‘따이공’ 의존 기업의 실적도 타격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게 업계 관측이었다. 하지만 40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 공룡 유니레버와의 결합은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줬다. 유니레버가 보유한 중국 내부 유통경로를 AHC 제품이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를 통해 아시아 화장품 시장 공략 거점을 마련하는 한편, 카버코리아는 유니레버의 유통망을 그대로 업어 오는 ‘윈윈’을 이루게 됐다”며 “이 같은 융합이 지난해~올해 실적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중요 이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카버코리아 외에도 중장기적 시각에서 ‘3위 공략’을 천명하고 나서는 기업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지난 1월 김홍창 잇츠한불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내놓은 목표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중장기 목표로 ‘2020년 국내 빅3 화장품 기업 도약’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중점 추진사항으로 ▲국내 시장지위 제고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육성 ▲해외시장 본격 확대 ▲경영인프라 선진화 및 협력적 조직문화 구축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필요하다면 회사의 보유 자산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 및 브랜드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며 “(달팽이크림과 같은) 시장을 리드하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변화하는 유통구조에 발맞추어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육성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3위 천명기업’은 토니모리다.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주요 경영 방침을 ‘혁신과 성장’에 두고, 장기적으로 오는 2025년 국내 화장품 기업 3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업무효율화 ▲상품, 브랜드 라인 구조 개편 ▲4대 카테고리 집중 육성 ▲신규채널 확대 ▲직원역량 및 복지 강화 총 5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우선 각 부서 간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업무 진행 속도를 높이고 각 부서의 실무자들이 현장과 적극 소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고도의 ‘업무 효율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는 가맹점주·파트너사와의 관계 강화로 기존 매장들의 효율성을 늘리고, 해외 방면으로는 미국·유럽·중국 등지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3위 에이블씨앤씨는 신규 도전자들의 연이은 출현에 맞서 ‘철벽 방어’를 다짐하고 나섰다. 최근 대표 브랜드의 총체적 재개편과 공격적 확장, 중국 영업망 대규모 투자 등 경쟁사 대비 ‘통 큰 행보’를 공언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국내 토종 사모펀드 IMM PE가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하며, 회사 전략에 그간 찾기 어려웠던 ‘대변혁’을 예고했다. 우선 대표 브랜드인 미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BI) 자체를 리뉴얼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간 경쟁 브랜드 대비 ‘확고한 색깔’이 없었다는 뼈저린 자기반성에서 나온 행보로 늦어도 오는 3월 결과물을 선보인다.

또한 올해부터 2년간 총 2289억원을 회사 경쟁력 강화에 투자한다.
특히 잇츠한불 등 ‘따이공 위주’ 기업 대비 중국 현지 유통망이 강력하다는 점에 주목, 현행 유통망의 보강·확충에 주력하기로 했다. 2년간 총 1009억원을 시설자금으로 사용하는데, 이 중 300억원을 중국 주요도시 내 30여 개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 개설에 투자한다. 국내 점포 730개 중 600여 개 리뉴얼에 238억원을 쓰는 등 국내 영업망 보강도 강화한다.

[문호현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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