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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낚시·야구·승마에 성인 영화관까지 가상현실(VR) 중년을 홀리다
기사입력 2017.12.29 14:07:33 | 최종수정 2018.02.21 14: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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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대형스크린에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 앞바다의 풍광이 펼쳐진다. 잔잔한 파도와 갈매기 소리를 벗삼아 릴낚싯대를 던지고 잠시 기다렸다. 물살과 바닷속 고기의 움직임에 따라 찌가 움직이자 낚싯대에 그대로 전달됐다. 희귀종이 자주 나온다는 포인트로 찌를 이동시키자 줄이 급격하게 팽팽해지며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아당기지 않으면 버거울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속으로 ‘월척’을 크게 외쳤다. 도망치려는 고기와 사투를 벌이며 릴을 잡아당기고 감기를 약 3분 동안 지속한 끝에 고기가 물 밖으로 떠올랐다. 기대와 달리 15㎝짜리 잡어였다.



지난 2017년은 가상현실(VR) 시장이 상업화되기 시작한 원년이라 할 만하다. 전국 각지에 VR체험방이 생기고 방탈출 게임방이나 PC방이 자리했던 대학가를 급격히 파고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요거점지역에는 각종 게임이나 스포츠,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는 VR파크가 들어서기도 했다. 초창기 부족했던 콘텐츠가 장르별로 강화되며 점차 대중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가상현실 체험시장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된다.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머리에 쓰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통한 생생한 영상이나 게임을 즐기는 체험형 콘텐츠가 하나라면 스포츠나 신체활동에 주안점을 두는 스크린 스포츠가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2030젊은 세대에게는 전자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것은 후자 쪽이다. 전국적으로 50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 골프가 원조 격이다. 캐디비, 카트비, 장비 구매, 이동비 등에 대한 부담 없이 도심에서도 골프연습에 나서며 흥미는 물론 실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어받아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크린 야구도 최근 대중화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 리얼야구존, 스크라이크존, 레전드야구존 등 스크린 야구존은 업계추산 전국적으로 500개 수준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메이저리그 투구 기계를 도입하는 등 스크린 스포츠 업계는 차별화 시도를 펼치고 있다. 생활스포츠로 야구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구장 대여나 시간적인 제약이 많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크린야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바다낚시 가상현실을 입다

마니아들에게 있어 바다낚시는 로망이라 할 수 있다. 최근 VR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실내스포츠가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장년층 남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낚시도 등장했다. 국내 1호 스크린낚시 시스템 개발사는 골프존뉴딘그룹의 계열사인 ㈜뉴딘플렉스다. 스크린골프를 토대로 1세대 가상현실(VR) 스포츠를 대중화시킨 골프존이 스크린야구에 이어 내놓은 야심작이다. 스크린골프 브랜드인 ‘피싱조이’는 낚시를 뜻하는 Fishing과 즐거움을 뜻하는 Joy의 합성어로 실제 바다낚시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가로 22m, 세로 2.5m의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에 낚시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마라도와 욕지도의 풍광을 드론으로 촬영해 3D그래픽으로 옮겨 현장감을 높였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 등 리얼한 사운드 재생도 섬세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손맛’에 상당한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센서가 달린 전자릴 낚싯대를 사용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실제 낚시와 유사한 손맛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로 낚시꾼들과 낚시 애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가 어종별로 특유의 입질 강도와 움직임이 달라지고 크기와 무게 등에 따라서도 손맛과 긴장감이 달라진다. 릴을 당기는 타이밍이나 속도가 맞지 않으면 물고기가 도망가게 해 재미를 더했다. 최대 15명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특성을 살려 지정 좌석 간의 피싱 경기로 스포츠의 매력도 갖췄다. 시간당 이용가격은 (1좌대당) 1만원이다. 피싱조이는 지난해 9월 강남 신천1호점을, 지난해 연말 양평 2호점이 문을 열었고 군산, 경주, 대전 등에 입점 예정이다.

뉴딘플렉스 관계자는 “곧 발리와 보라카이 등 해외 유명 바다낚시 스팟도 추가할 예정”이라며 “국가와 지역별로 어종과 환경이 다른 만큼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펍(PUB)과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스크린낚시는 황무지에 가깝던 신사업 분야다. 골프존이 축적한 VR 기술력과 그래픽, R&D 노하우를 바탕으로 낚시의 묘미인 각 어종별 특유의 입질 강도와 움직임을 생생하게 구현해 내며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피싱조이는 실내낚시터의 폐쇄감과 탁한 공기 대신 개방감을 주는 파노라마 스크린에 쾌적한 환경을 채택해 가족동반 고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30명이 낚시를 즐길 수 있어 동호회 고객 등 단체 손님의 경우 별도로 마련된 룸에서 스크린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뉴딘플렉스 관계자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 속에 위치해 있으며 F/B존을 비롯한 편의시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스크린낚시뿐 아니라 낚시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 맥주와 피자 등 간단한 안주를 파는 펍(PUB)과 카페 등이 결합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낚시의 한계로 꼽히던 가족, 연인 단위의 시설 부재, 거리와 비용적 부담을 개선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뉴딘플렉스 측은 “전문 낚시인부터 낚시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손쉽게 낚시를 배우고 즐길 수 있으며 동시에 저렴한 가격으로 웨스턴 펍을 즐길 수 있어 낚시의 재미가 배가 된다”며 “700만 낚시 인구에 비해 정체된 문화를 피싱조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귀족 스포츠 ‘테니스·승마’도 부담 없이

장소 부족, 비용 부담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승마, 사격, 테니스 등 이른바 ‘귀족 스포츠’로 여겨지던 영역도 VR,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만나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공간적, 비용적 제약을 낮춘 테니스는 특유의 운동량과 운동감을 살려 스크린테니스로 새롭게 등장했다. 스크린야구 ‘스트라이크존’을 운영하고 있는 뉴딘콘텐츠가 선보인 ‘테니스팟’은 단순한 리시브나 서브 연습이 아닌 랠리가 가능한 스크린테니스 시뮬레이터다. 기존 테니스장의 8분의 1에 불과한 좁은 공간이지만 현실감 넘치는 테니스 경험을 맛볼 수 있다. 기존의 스크린테니스는 랠리를 구현하지 못해 연습용으로만 가능했지만 테니스팟의 경우, 스크린 속 가상의 상대(인공지능)가 사용자의 레벨이나 난이도에 맞춰 경기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랠리는 물론 코치의 역할까지 구현하며, 사용자의 타격에 대한 성공률, 연습량 등의 정보를 시각화해 체계적인 테니스 연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레슨비에 대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승마도 스크린을 통한 입문이 가능해졌다. 기존 실내 승마기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결합한 가상 실내 승마시뮬레이터를 개발해 승마와 경주를 실제처럼 즐길 수 있다.

‘탑홀스’는 실제 말을 탈 때 엉덩이 부분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산소 공급과 신체 순환을 돕는 기능에서 착안해 ‘비월장치’ 기술을 개발해 실제 말과 흡사한 움직임 체험을 통해 실제 승마장에 온 듯한 생생함을 제공한다. 취향에 따라 혼자서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싱글모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구현한 ‘온라인 배틀 게임’, ‘그랑프리 모드’ 등을 통해 스크린승마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성인에게만 허락된 ‘VR방’

# 청담에 위치한 한 VR룸을 찾았다. 2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가 VR기기(HMD)를 머리에 쓰자 영상선택 메뉴가 등장했다.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하자 1인칭과 3인칭을 선택하는 메뉴가 나타났다. VR의 특장점을 살리고자 1인칭을 선택하자 코앞에 반쯤 헐벗은 아리따운 여성이 나타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각오하고 체험에 나섰음에도 짐짓 놀라서 앞뒤 좌우 고개를 돌려 (영상 속) 방안을 살폈다. 일본식 다다미 방이었다. 영상 속 일본여성은 내게 무엇(?)인가를 원한다고 속삭이며 어느새 혀를 내밀어 키스하고 있었다. 민망함에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더욱 민망해졌다. 반쯤만 헐벗었던 그녀의 옷은 나머지 반도 거의 사라져 있었다.

VR시장에 가장 많은 관심이 몰린 분야는 게임과 성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성인용 VR 콘텐츠는 시장을 크게 활성화시킬 마중물로 꼽히고 있다. 산업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기대감이라 할 수 있다. 과거 3D TV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전업체들이 3D 촬영업체들에 3D 포르노 제작비를 댔다는 루머가 돌았다.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 표준화 과정에서 일본 마쓰시타의 VHS 방식이 소니 베타맥스 방식을 누를 수 있었던 데도 성인물 업체들이 호환성 높은 VHS 방식을 채택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리는 “2025년이면 VR 포르노 시장이 10억달러(약 1조2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비디오게임(14억달러)과 풋볼 경기 중계(12억300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높은 기대감을 안고 산업화에 나서고 있는 성인용 VR 콘텐츠는 여느 VR콘텐츠 못지않은 몰입감을 준다. 1인칭 콘텐츠의 경우, 본인이 영상 속 주인공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실제, 미국 등 성인물이 발달한 시장에서는 성인용품과 성인용 VR 콘텐츠를 결합해 실제 성관계와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공간도 생겨났다.

성인물 시장이 발달한 미국, 일본에 비해서는 느린 편이지만 국내에도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성인VR 콘텐츠는 온라인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즐기거나 오프라인 성인VR 전용체험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앱을 다운받거나 전용 플랫폼에 들어가 스트리밍 형태로 VR기기와 함께 성인VR를 보는 것이 기본 콘셉트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국내에도 성인 VR방이 생겨나며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그린라이트픽처스와 지방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피지맨게임즈가 성인용 VR리딩기업이라 할 수 있다. 피지맨게임즈는 광주에 첫 성인 VR방을 개업한 이후, 매장을 늘려 나가고 있다.

그린라이트픽처스는 성인용 VR 콘텐츠 유통에 더 초점을 두며 활동하다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1호 안테나 매장을 냈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130여 편으로 영상들은 대략 8~12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몰입감이 높지만 아직까지 기기의 문제로 화질이 부족한 점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이용금액은 편당 3000원으로 국내 콘텐츠도 있지만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 영상이 주를 이룬다. VR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그린라이트픽처스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하며 자체콘텐츠는 대량 보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린라이트 픽처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콘텐츠 수위는 포르노를 많이 접한 남성들에게 다소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건강한 연인들의 특별한 문화공간이 되도록 VR 영화관을 만들었다”며 “건전한 성문화와 양성적인 콘텐츠 유통채널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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