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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준비로 바빠진 5대 그룹 총수 행보 | 이재용·정의선 배터리 협력 합의 눈길, 최태원·신동빈은 화상회의 소통 강화
기사입력 2020.05.26 1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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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기업들은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아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해외 공장들이 문을 닫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혔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를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던 기업인들의 발목도 묶였다. 초유의 상황을 맞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그룹은 총수들의 진두지휘 아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이후 차세대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단독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차세대 전기차 사업 협력을 위해 회동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초유의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3세대 총수’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지금까지 양 그룹의 총수가 정부 행사 등 모임에서 함께 자리한 적은 있지만 사업 협력을 위해 공개적으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양사 경영진은 천안사업장 전지동 임원회의실에서 삼성SDI 및 삼성종합기술원 담당 임원으로부터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기술 동향 등을 보고받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양사 경영진은 삼성SDI 배터리 생산라인과 전기차 배터리 선행 개발 현장도 함께 둘러봤다.

이번 미팅에서 구체적 사업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후 추가 협의를 통해 현대차 전기차에 삼성의 배터리가 탑재되거나 기술협력을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협력관계가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LG화학의 배터리,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탑재 비율이 높다. 지난해 현대차가 삼성SDI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두 그룹이 배터리를 넘어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협력 관계를 전방위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두 회사가 미래차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은 자율주행차, 차량용 전장(전자장비)부품 등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최근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 논의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재계 1·2위의 경영자들이 발 빠르게 현장경영과 미래준비 행보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우 ‘자녀 승계 포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과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첫 현장경영의 행보로 성장 동력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장을 선택하고 협력을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정 부회장과 미팅까지 가진 것이다. 이 부회장은 5월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삼성의 경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며 무노조 경영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국민의 눈높이와 국격에 맞는 삼성을 만들기 위해 준법경영과 시만사회와의 소통도 확실히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슬하에 아들(20)과 딸(16)을 한 명씩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삼성SDS의 지분을 각각 17.08%, 9.2%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0.7%), 삼성생명(0.09%) 등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자녀 승계를 포기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한 이슈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삼성 복합위기에 이재용 부회장 비상경영

삼성의 현재 상황에 대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불확실성과 실적 둔화 ▲중국 등의 견제와 추격 ▲미중 무역분쟁 재발 가능성 ▲각종 재판과 수사에 따른 조직 혼란 등에 둘러싸여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부회장은 작년 7월 이후 비상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격에 맞는 초일류 삼성’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위기관리 ▲대형 인수합병(M&A)과 초일류 인재영입 ▲성장 동력 발굴과 대형 투자 ▲시스템반도체 등 전략사업 육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 많은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M&A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삼성과 이 부회장도 빠르고 과감한 투자와 의사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4월 중순 이후에도 현장을 찾거나 주요 사장들과 회의를 이어가며 위기상황을 점검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새 시장질서에 대한 전략 등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입장 발표에서 사업과 관련해 위기요소, 과감한 신사업 도전, 인재영입, 국격에 맞는 뉴(New) 삼성 달성 등을 제시한 만큼 향후 경영행보 중 상당 부분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19일 현대차 정기주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이후 3세대 총수로서 책임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여파로 생산공장이 문을 닫았고 판매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9개 국가에 14개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현대·기아차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생산거점이 3월 이후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약 2개월 동안 쉬었다. 현대차는 국내공장(236만 대)을 포함해 550만 대에 달하는 글로벌 생산능력(연간 기준)이 300만 대 수준까지 쪼그라들었고, 기아차도 국내공장(180만 대)을 포함해 382만 대가 200만 대 수준으로 줄기도 했다. 5월 중으로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기지는 모두 정상화되긴 했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계속되고 있어 판매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현대차의 4월 해외 판매 실적은 8만803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4%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4월 해외 판매 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54.9% 줄어든 8만3855대에 그쳤다. 해외 판매가 급감하면서 올 1~4월 누적 판매 대수는 현대차가 106만2505대, 기아차가 78만290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6%, 10.8% 줄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극복 의지를 다지고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원 1200여 명은 4월부터 급여 20%를 반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임원들이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적부진으로 어려웠던 2009년과 2016년에도 자발적으로 급여를 10%씩 반납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현대차그룹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5거래일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총 817억원을 매수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거래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처음 보유하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회사 주식 매입을 통해 미래 기업가치 향상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한전부지를 매입한 지 약 6년 만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공사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10조5500억원에 옛 한전부지를 매입했다.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고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GBC 건립을 본격화한 것이다. 현대차는 투자자를 유치해 GBC를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동 부지는 미래 가치가 높지만 핵심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개발을 하려는 것”이라며 “수익을 창출해 현대차그룹 핵심 사업에 재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SK의 석유화학·에너지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로 폭락한 국제유가, 석유제품 수요의 감소 때문에 1962년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지속적 투자의 기조는 절대 바꾸지 않을 것임을 표명했다. 부진한 실적에도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관련 투자를 계획했던 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부문에 투입할 것으로 예고한 신규 설비투자비는 약 3조원에서 4조원 수준이다. 다만 투자비용은 현재 부진한 실적을 고려해 다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달 4월 27일 화상간담회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후 SK는 5월 11일 싱가포르 바이오 벤처 허밍버드 바이오 사이언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지속적인 투자 앞장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벤처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SK(주)는 5월 11일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 벤처회사 ‘허밍버드 바이오 사이언스(이하 허밍버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허밍버드는 다국적 제약바이오기업 사노피 출신의 전문가들이 항체신약 개발을 위해 2015년에 설립한 벤처회사다. SK(주)는 지난해 10월에도 중국에 비슷한 개념의 투자를 한 경험이 있다. 중국 항체 신약회사인 ‘하버바이오메드’에 투자하면서 싱가포르투자청 등 대형 준정부 펀드들과 공동으로 참여한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은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화상을 통해 직원들을 격려하며 꼼꼼히 현장을 챙기고 있다. 5월 7일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스포츠단 선수들 6명과 화상으로 만나 선수들의 근황을 일일이 챙기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본격화되던 4월에는 최 회장이 중국과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 해외 8개 지역 주재 구성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으며, 이들의 생필품 확보 현황 및 건강 등을 챙기기도 했다.

LG그룹은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건너뛰었다. 사업보고회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계열사별 전략회의다. 통상 상반기 회의에서는 구광모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업본부장들이 올 초 사업 성과와 올 한 해 경영전략에 대해 논의한다. 코로나19 여파로 LG그룹은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고, 구 회장이 참여하는 전략회의도 수시로 열리면서 상반기 사업보고회는 생략하게 된 것이다. 하반기 사업보고회의 경우 예년처럼 10∼11월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한 해 성과를 점검하는 한편 다음해 사업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구 LG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해법으로 고객가치 중심의 사업고도화 전략을 꺼내들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올해 ㈜LG 정기주주총회에서 서면 인사말을 통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LG가 LG유플러스 지분을 확대하겠다고 한 부분도 눈에 띄는 구 회장의 경영 행보다. ㈜LG는 4월 1일 LG유플러스 주식 853만 주를 장내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36.05%에서 3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고 지분을 분할 매수하고 있다. 매수 결정을 두고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제조·화학·통신 등 그룹의 3대 축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미약했던 LG유플러스에 힘을 실어 미래 포트폴리오를 단단히 다지겠다는 복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래 사업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의 기반이 초고속 통신망이라는 점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에서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사업을 펼지는 LG유플러스가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꾀하기 좋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회장 국내 복귀해 현안 챙겨

두 달 가까이 일본에 머물던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월 4일 국내로 복귀해 현안을 챙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부친인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른 후인 지난 3월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국내 복귀 후 14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오른 지난 2011년 이후 격월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을 해왔지만 두 달 가까이 일본에만 머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 있는 동안 신 회장은 매주 화요일 그룹 핵심 임원만 참석하는 주간회의뿐 아니라 현안보고와 비정기회의까지 모두 화상회의를 통해 원격으로 챙겼다. 지난 3월 화상으로 진행한 비상경영회의에서는 임원들에게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주요 계열사 실적이 악화되자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급여의 50%를 반납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비대면 경영만으로는 계속되는 위기 상황과 각종 현안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귀국길에 오른 것도 지금과 같은 그룹 비상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을 챙겨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고 있다.
수장의 복귀에 맞춰 롯데의 코로나19 극복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올해 첫 롯데 기업문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임직원의 위닝 스피릿을 키우자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롯데가 사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차별화한 기업문화정책을 개발, 운영하기 위해 내부 경영진과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지난 2016년 출범했다.

[서동철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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