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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애플 아이폰 신화, 노키아·모토로라 전철 밟나
기사입력 2019.02.08 14: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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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네이버 등 아이폰 사용자 커뮤니티에는 아이폰 서비스정책에 대한 성토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긴 대기줄, 수리 거부, 고가의 수리비 등 애플의 애프터서비스(AS) 정책에 대한 원성이 높다. AS 상담을 받기 위해 수 시간을 기다리거나 수리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지난해 아이폰 배터리 교체 기간에는 ‘아이폰 AS 대란’을 방불케 했다. 직장인 이남수 씨(39)는 지난 12월 26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 공식 대리점 애플스토어를 찾았다.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 성능 저하’에 대한 보상으로 진행하는 ‘배터리 할인 교체’가 12월 말 종료됨에 따라 더 늦기 전에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서다. 일단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고 30분쯤 기다린 다음에야 수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만났지만 담당자는 “배터리 교체를 비롯한 수리는 예약을 받고 있어 오늘은 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이미 일주일치 예약이 끝났으니 다른 수리점을 찾아달라”고 했다. 이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 방문했는데 아예 교체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교체를 원하면 다른 지점을 찾거나 다음날 아침 9시부터 다시 대기하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공인 서비스센터 애플스토어는 지난해 문을 연 서울 가로수길 지점 한 곳뿐이다. 일본은 9곳, 중국 43곳, 홍콩에는 6곳 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가 전국 185곳 운영되는 것과 비교하면 애플이 국내 AS에 얼마나 소홀한지 가늠할 수 있다.



애플은 외주 업체에 위탁해서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유베이스, 앙츠 등 사설 업체가 서비스를 담당한다. 이러다 보니 지점마다 AS 품질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긴다. 박 모씨는 “회사 앞 애플 서비스센터 앙츠에 갔더니 모서리 쪽에 스크래치가 나서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화가 나서 옆 동네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거기서는 직원이 수리를 해주더라”면서 “아이폰 수리는 ‘복불복’이다. 사람 가려 가면서 수리하는 것도 아니고 수리 받을 때마다 매우 불쾌하다”고 했다.

애플의 차별적 정책은 휴대폰 보험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일본 중국엔 있지만 한국에 없는 애플 서비스가 휴대폰 파손에 대비한 보험 프로그램이다.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애플케어플러스는 애플의 한국 시장 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애플케어플러스는 매달 9.9달러를 지불하면, 수리비가 비싼 아이폰의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2년간 제품을 보장하고, 소비자 과실로 인한 기기 파손도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수리해준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가 손상되면 약 35만원을 내야 하지만 애플케어플러스에 가입돼 있으면 3만원에 수리할 수 있다. 약 8만원 하는 배터리도 무료로 교체된다. 그러나 애플은 한국에서만 애플케어플러스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애플스토어 관계자는 “우리도 정말 원하지만 애플 본사에서 아직 어떠한 소식도 없다”고 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애플케어플러스 한국 도입을 위해 애플과 이통사가 협의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20일 현재까지 애플로부터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고객은 해외 애플스토어나 해외 계정을 통해 애플케어플러스에 가입하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출장’을 가서 수리를 받고 온다.

아이폰8 사용자 김선우 씨(41)는 “애플케어플러스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애플 서비스센터에 얘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액정이나 배터리는 자주 수리가 필요한데 애플 수리비가 부담돼서 다음부터는 아이폰을 못 쓰겠다”고 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XS·XS맥스·XR 등 신작 판매가 부진하면서 애플은 각국에서 할인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여기서도 예외다. 지난해 애플이 발표한 보상 프로그램 ‘트레이드 인’은 차별적 정책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내년 1월 말까지 아이폰 구모델을 반납하면 아이폰 신모델을 할인해주는 ‘트레이드 인’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상 후 구입비용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이 미국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아이폰XS는 가장 좋은 구 모델 아이폰8을 반납하면 78만원(699달러)부터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107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아이폰7 이용자 강 모씨는 “아이폰7을 XS로 교환하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보상금액이 17만원 정도인 반면 미국에서는 28만원이더라. 한국에서만 헐값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할인을 해도 한국에서는 ‘노 할인’이다. 방송통신이용자정보포털에 따르면 일본에서 1위 이통사 NTT도코모 기준 출고가는 아이폰 XS는 지난 11월 12만8592엔에서 출발해 12월에 한 차례 할인해 12만3768엔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더해 연말에 NTT도코모 등 일본 이통사들은 아이폰 XR는 최대 30%까지 내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차이나모바일 기준 11월 8649위안에 출고한 뒤 12월 8299위안으로 출고가를 내렸다. 게다가 판매가 계속 부진하면서 연말에는 중국 이통사와 유통업체들은 추가 할인에 들어갔다. 중국 내 최대 가전유통업체 선잉은 아이폰XR 128GB 버전의 가격을 6999위안에서 5799위안으로 대폭 내렸다. 그러나 국내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출고가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 협의로 정하고 보조금 등을 책정하는데 아이폰은 한국에서 (가격이)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성의 없는 AS정책과 서비스로 이용자들 원성

성의없는 AS정책과 서비스로 아이폰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정체 등 대내외적 악재가 겹쳐 애플 신화에도 금이 가고 있다. 1월 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12월 분기 전망을 기존보다 5~9% 낮은 840억달러(약 94조3000억원)를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이 신제품 분기 매출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은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으로서의 위세를 떨친 애플 주가는 대폭 하락해 시총이 7000억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는 2017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애플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 XS·XR·XS맥스는 생산 3개월 만에 글로벌 감산에 들어갔다. 특히 아이폰 XS맥스는 올해 1분기엔 당초 생산 목표량의 절반 가까이를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플이 본격 암흑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바라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노키아가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하고서도 ‘아이폰’이라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했듯이 스마트폰 성숙기에도 혁신적 시장 선도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혁신의 동력이 다 떨어졌다”고 해석했다.

지난 10여 년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던 애플은 지난 2~3년 새 혁신 동력이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는 가격이 200만원 가까이 올랐지만(아이폰 XS맥스) 전작 아이폰X와 비교했을 때 화면 크기를 늘린 것 외에 프로세서 성능, 배터리 성능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애플의 태블릿PC 제품 신형인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는 999달러 모델부터 1899달러에 걸쳐 출시된 고가의 태블릿이지만 출시 초기부터 구부림에 매우 취약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아이패드와 함께 여행이라도 할 경우에는 아예 제품 박스에 넣어두고 다니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2~3년간 혁신 동력 크게 떨어져

잦은 사고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도 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2017년 말 불거진 ‘아이폰 고의적 성능 저하’ 논란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떨어뜨려서 배터리 사용을 줄여 아이폰이 꺼지는 현상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능을 저하시키는 업데이트를 시행함에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최필식 IT 평론가는 “애플이 아이폰의 부족한 부분을 애플케어라든가 애플케어 플러스 등 서비스 모델로 풀려고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제품 문제는 회피하면서 돈을 내면 충분히 서비스해줄 수 있다는 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대외적 상황도 만만치 않다.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기술 향상으로 제품이 평준화되고,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는 상황도 외면할 수는 없다. 국내 스마트폰 부품 관계자는 “애플이 노키아가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했지만 ‘아이폰’이라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했듯이 스마트폰 성숙기에도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을 기대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실망이 크다”고 했다. AFP통신은 애플의 매출 전망 감소와 아이폰 판매 저하는 기술 분야 ‘혁신 리더’로 손꼽히던 애플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석했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애플이 주는 가치가 새롭지 않고, 교체주기도 길어지니 애플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다 각종 송사도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독일 법원은 애플이 퀄컴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판결하며 아이폰 일부 모델에 대해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중국 법원도 아이폰 6S부터 아이폰 X까지 7개 모델에 대해 같은 이유로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韓 기업도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들의 애플의 위기가 4차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한국 산업 전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한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 여력이 큰 신흥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AI나 블록체인이 주도한다. 기존에 구글이나 애플, 삼성 등 기업들이 독과점적으로 형성하던 생태계가 아니라 힘이 배분되는 형태로 갈 수 있다.
새로운 기술적 도전이 많은데 우리 기업이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돼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최필식 평론가는 “PC에서 포터블, 또 모바일 기기로 넘어온 상태에서 애플이 ‘넥스트 컴퓨팅’을 찾고 있다. 시각 컴퓨팅 역시 또 다음 세대가 될 수 있다”면서 “얼마나 빨리 제품을 출시해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지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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