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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 입김 세진 올 주총 스케치… 책임경영·이사회 독립·사외이사 확대가 대세
기사입력 2019.04.03 10: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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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압박 속에서 2019년 3월 주주총회를 ‘무난히’ 넘겼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권 행사에 나섰고, 엘리엇 등 외국계 헤지펀드와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공격적으로 주주제안을 하면서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상당한 긴장감이 흘렀다. 재벌개혁 일환으로 추진되는 상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가운데 기업별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편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를 독립하며,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등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리더십을 재정비했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로 올라서며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들도 사외이사로 줄줄이 영입됐다. 법조출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추세도 이어졌다. 특히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배경으로 하는 상당 수 유력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추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뉴리더십’ 정의선-최태원-구광모 책임경영 강화

젊은 리더십으로 무장한 재계 3~4세들이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은 3월 기아차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2010년부터 기아차에 상근하지 않고 이사회에 참석하는 기타비상무이사였지만 이번에 사내이사로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4개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한다. 그는 작년 말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해서 경영권을 공고히 구축한 데 이어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 최일선에 나서게 됐다.

계열사인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으로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전격 영입하는 파격인사도 결정했다. 포스코 출신의 생산기술 전문 인력의 노하우를 접목해 현대제철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현대차 부회장으로 지내다가 작년 말 현대제철로 옮긴 김용환 부회장이 이번에 등기이사를 맡지 않은 것도 현대차 그룹차원의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부터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40대 초반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40년 LG맨’인 권영수 (주)LG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애 LG·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 3곳의 이사회 의장 자리를 맡겼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그룹 전략수립 등 미래성장 동력분야 조율자로 활동하게 된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겸임하던 이사회 의장을 뗐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경영 현안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LG그룹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구본준 LG부회장은 LG그룹에서 가졌던 모든 공식 직함을 내려놓고 고문으로만 남는다. 이로써 구광모 회장 경영체제가 보다 굳건해졌다.

구 회장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그룹 운영과 전략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권영수 부회장이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그룹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주)SK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규정한 정관을 변경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서 이사회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이로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SK 대표이사만 맡고 이사회 의장에는 신임 사외이사인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게 넘기기로 했다. 또 (주)SK는 사외이사 정원을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이로써 김병호 하나은행 자문위원(하나금융지주 전 부회장)도 (주)SK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삼성 ‘신중모드’…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상정 안돼

삼성그룹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중하게 이사회를 구성했다. 사내이사 임기만료(2019년 10월 26일)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삼성전자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재판을 남겨두고 있어 당분간 2선에서 글로벌 경영현안을 묵묵히 챙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에서는 이상훈 이사회 의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5명의 사내이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참석하는 사외이사 중에 일부는 새 인물로 교체된다. 삼성전자는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등 2명을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하기로 했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선임해서 감사위원회 위원까지 맡기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서울대 1호 벤처창업자를 사외이사로… CEO 직속 기업시민위원회 설치

포스코는 이사회를 통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신임 사외이사로 ‘서울대 1호 벤처 창업자’인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선임해 신성장부문 분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또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는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 포스코는 2006년부터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고 있다. 또 포스코는 김학동 생산본부장(부사장)과 정탁 마케팅본부장(부사장)을 사내이사 명단에 올렸다. 이로써 최정우 회장, 장인화 사장, 전중선 부사장 등과 함께 사내이사는 5명으로 꾸려졌다.

최정우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원가절감 활동으로 수익성을 제고해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미래사업 발굴 활성화를 위한 신사업 추진체계를 확립해 장기·안정적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룹 신성장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인 2차전지 소재사업은 조속한 시일 내에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대표이사(CEO) 직속 자문기구인 기업시민위원회도 출범시켰다. 기업시민위원회는 사외전문가 및 사내외 이사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분기별 위원회를 개최해 포스코 그룹의 기업시민 경영이념과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초대 위원장에는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이, 사외 위원으로는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및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출신의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선임됐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최태원 SK(주) 회장, 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승연 회장 최측근 금춘수 부회장이 한화 사내이사로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 이사회는 신임 사내이사로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을 추천했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한화차이나 사장을 역임한 금춘수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금 부회장은 한화시스템 상장을 시작으로 한화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오너 3세 후계구도 구축 등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남일호 건원엔지니어링 비상근감사, 육사 33기인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준선 법무법인 홍윤 대표변호사 등이 (주)한화 사외이사로 새롭게 활동한다.

▶신동빈 회장,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재선임현대重, 대우조선해양 시너지 박차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신 회장은 14년 4개월째 롯데케미칼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임병연 기타비상무이사를 사내이사로,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각각 낙점해 롯데케미칼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산업은행과 맺은 뒤 새 출발을 알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하반기 임명한 공동대표이사인 가삼현·한영석 사장을 모두 사내이사로 올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새로운 경영진으로 교체된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장이 신임 사내이사로서 신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어 최용석 대우조선해양 지원본부장도 신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중에서는 조대승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가 새 얼굴로 등장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 영향력 확대… 재계 속앓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기업별 주주총회에서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바탕으로 배당확대와 특정인사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예를 들어 신세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원정희 법무법인 광장 고문의 신세계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했으나, 원안대로 의결됐다.

또 국민연금은 한미약품의 이동호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해당 안건은 통과됐다. 그러나 우군이라 믿었던 국민연금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 따라 재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에, 재계는 주주총회를 열 때마다 국민연금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엘리엇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을 결집한 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과도한 배당과 사외이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한진칼 2대주주로 올라서며 한진그룹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또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기관투자가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명확한 기준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회사 존속까지 위태롭게 하는 과도한 요구사항은 결국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법조출신 사외이사 여전히 두각… 교수들도 중용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이 속속 기업 이사회에 포진한 뒤 ‘거수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법조출신 사외이사 선호현상은 여전했으며, 친정부 인사나 교수들도 중용됐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 사외이사후보추천위위원회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천거했다. 특히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이번에 사외이사로 대거 이름을 올렸다.

CJ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했던 천성관 김앤장 변호사,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일했던 김연근 김앤장 고문을 신임 사외이사로 낙점했다. 천성관 변호사는 올해부터 두산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서울지방법원 판사 경력의 이준호 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동국제강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던 김용상 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뽑았다. CJ홈쇼핑 중국사업부문장을 거친 김흥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근 고문은 포스코대우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강계만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3호 (2019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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