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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 엇갈리는 반도체 시장 전망 반도체 업황 올 上低下高? 침체지속? 삼성의 치킨게임, 미·중전쟁 결론이 변수
기사입력 2019.03.06 13: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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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_10나노급(1y) DDR5 D램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1975년 “반도체 집적 회로 용량은 앞으로 2년마다 2배씩 늘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반도체는 눈부신 속도로 성장했다. 마이크로SD카드는 2005년 158메가바이트(MB)에 불과했지만, 2018년 512기가바이트까지 용량이 늘어났다. 13년 만에 4096배나 늘어난 셈이다.

수십 년간 반도체 산업은 양적 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작년 4분기부터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1990년대와 2010년대 두 차례 벌어진 치킨 게임 끝에 살아남은 기업들이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축복 속에 공급을 늘리며 몸집을 불렸지만 작년 말 불어 닥친 가격 하락으로 인해 영업 이익이 고점을 찍은 것이다. 또 극한대의 미세 공정으로 인해 7나노미터(㎚·10억분의 1m)칩까지 개발했지만, 향후 5나노미터로 진입하려면 터널링 현상이 벌어져 합선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시설 투자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무어의 법칙을 패러디해 “반도체 공장 비용이 4년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는 ‘무어의 제2법칙’이 존재한다”는 농담마저 나돈다. 지금껏 집적도를 향상시키면 제조 원가가 줄어들어 수익이 비례해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집적도를 향상시키더라도 제조 원가가 예전만큼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반도체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낙관론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과 같은 IT기업들이 부상했고 이들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막대한 반도체를 구매하고 있어서다. 또 1980년대 PC에 국한됐던 반도체 쓰임새는 이제 TV와 승용차 냉장고 세탁기 전투기 등 온갖 곳으로 확산 중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면 가격이 상승하고 위기론이 소멸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반도체는 한국의 총 수출액에서 20.9%를 차지하는 한국의 대표 산업이다. 반도체 미래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떨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우선 업체들의 실적을 살펴보자.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7조7700억원으로 작년 3분기 13조6500억원 대비 43.1% 감소했다. 럭스멘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전망한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 평균을 낸 결과 9조79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2조원 가까이 낮았던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줄곧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17년 4분기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작년 1분기 11조5500억원, 2분기 11조6100억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작년 3분기땐 13조6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나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4분기엔 곤두박질쳤다.

SK하이닉스도 비슷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4조4301억원이었는데, 이는 직전분기인 3분기 6조4724억원보다 31.6% 낮은 수준이다. 앞서 증권사들은 평균 5조1000억원으로 관측했는데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 셈이다.

실적이 급락한 까닭은 수요 둔화로 인한 가격 하락에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DDR4 8GB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1월 말 현재 6.0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7.25달러 대비 17% 하락한 수준이다. D램 가격은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고점인 8.19달러를 유지 한 뒤 10월 7.31달러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6년 5월 이후 2년4개월 만의 하락세였다.

낸드플래시는128GB 고정거래가격은 1월 말 현재 4.52달러로 전월 4.66달러 대비 3.0%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는 그동안 8월 5.27달러, 9월 5.07달러, 10월 4.47달러로 줄곧 하향세를 보인바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서버고객들의 수요 견조세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미국 서버 고객들 수요 강세 역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망했는데 어긋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전망이 빗나간 데 대해 “D램은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낸드의 경우 경쟁사들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지속 부진 vs 상저하고(上低下高)

올해 사업에 대해선 업계와 증권사 간 전망이 엇갈린다.

애널리스트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가 성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역성장은 전례가 없는 상황으로 충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년 만에 반도체 가격하락이 시작되자 고객들이 메모리 재고를 축소하고 구매를 지연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평균판매단가는 전년 대비 D램은 10%, 낸드는 20%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관론의 근거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에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자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화웨이 지지를 선언했고 이로 인해 보이지 않는 미국산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를 애용하는 애플이 타격을 입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일시적으로 꺾인 것으로 본다. 올해 실적이 반도체 가격 흐름에 따라 상반기에는 부진하지만 하반기에는 회복되는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그릴 것으로 전망한다. 하반기에 서버 고객사들이 신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데다,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있어서다. 또 고객들이 그동안 보유했던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되살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텔이 새 CPU를 출시하고 5세대이동통신(5G)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는 것도 큰 호재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1분기 D램 출하증가율은 시장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반도체 산업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단기적으로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맞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장 사업·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개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석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 상무는 “2분기 수요가 1분기보다는 증가하고 3~4분기로 가면서 점진적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상·하반기 수요 비중이 40대60 정도로 하반기에 점점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출하량 증가 목표치를 D램의 경우 10% 중후반대, 낸드의 경우 30% 후반대로 잡은 상태다. 증시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월 삼성전자 주식을 2조3249억원어치 사들였고 SK하이닉스도 8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또 2월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삼성전자 지분 5.03%를 장내 매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반도체가 생산되는 클린룸에서 모니터를 보며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반도체의 정치경제학과 중국

국제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반도체는 안보 체인의 핵심 요소다. 반도체는 1947년 개발된 뒤 미국이 소련과 핵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에 핵미사일에 탑재하고자 양산이 본격화됐다. 현재 D램의 경우 미국(마이크론)과 동맹국인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이, 낸드의 경우 미국(웨스턴디지털·인텔·마이크론)과 동맹국인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일본(도시바)이 과점하고 있다. 또 중앙처리장치(CPU)는 미국계인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작년 중국 국영 펀드의 미국 반도체 시험장비 업체인 엑세라의 인수 협정을 불허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현재의 발전 속도를 유지할 경우 2028년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총 2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15%에서 2025년 7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한 것은 단지 경제 논리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방해 끝에 푸젠진화가 D램 생산 계획을 포기했지만,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는 월 4만 장 규모 낸드 생산에 성공한 상태다. 중국 업체들은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 격차를 줄이려하고 있다. 소니가 1970~1990년대 브라운관 시장에서 1위로 질주하자, 삼성이 LCD·PDP TV에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TV 시장을 장악한 것과 비슷한 행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는 2019년 64단 V낸드, 2020년 128단 V낸드를 각각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내 128단 V낸드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 격차가 자칫하면 1~2년으로 줄어들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반도체 공정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설계에서는 이미 대열에 낀 상태다. 세계 50대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중 중국 업체가 이미 11곳이나 되고,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SMIC가 세계 4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또 수요자로서도 큰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2018년 글로벌 반도체 고객업체 톱10 명단’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구매 상위 10개사 중 4개사(화웨이·레노버·BBK일렉트로닉스·샤오미)가 중국 업체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나란히 1·2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에서 중국 업체들이 크게 상승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구매액을 1년 새 145억5800만달러에서 211만3100만달러로 45.2% 늘리면서 5위에서 3위로 상승했고, 샤오미는 43억6400만달러에서 71억300만달러로 62.8%를 늘리면서 18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10위권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017년 9.8%에서 2018년 12.5%로 상승한 반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1.9%에서 9.1%로 하락했다. 구매력은 곧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가트너는 이에 대해 “중국의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한 결과 반도체 부문에서 구매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구매력 확대로 인해 반도체 업계가 높은 마진을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킨게임의 가능성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시장을 염려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은 극히 낮겠지만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치킨 게임’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마저 돌았다.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두 차례의 치킨 게임을 겪었다. 1990년대 20여 개에 달했던 D램 제조사들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의 95%를 점유하는 3강 체제로 정리됐다. 1차 치킨 게임은 2007년 대만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량을 늘린 것이 원인이었다.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고 이로 인해 512메가바이트 DDR2 D램 가격이 2009년 0.5달러까지 폭락했다. 그해 독일 D램 업체인 키몬다가 파산하면서 1차 전쟁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2010년에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다시 증산을 선언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졌고 당시 D램 점유율이 16.2%로 3위였던 엘피다가 마이크론에 매각되면서 끝이 났다.

만약 3차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면 이번에는 D램이 아닌 낸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시장 점유율은 2018년 3분기 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5.6%로 1위다. 이어 도시바 18.8%, 웨스턴디지털 14.9%, 마이크론 13.1%, SK하이닉스 10.8%, 인텔 6.4% 순이다.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도시바 간 격차가 두 배 가까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과 협업 관계이므로 이 둘의 점유율을 합하면 33.7%로 상승한다. 삼성전자와 격차가 불과 2%포인트 미만인 셈이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낸드 가격 하락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작년 9월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에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라인 ‘팹6(Fab6)’를 준공하면서 가격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일본 업체(도시바)가 점유율을 확대하고 매출을 늘리고자 가격을 낮추고 있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낸드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우안에 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시장

치킨 게임 가능성이 상존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을 과거의 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을 넘어 만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현재는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IC

인사이츠는 작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323억달러(약 36조4828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21년까지 매년 12.5%씩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HS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0년까지 553억달러(약 62조4613억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전자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특히 미래형 자동차는 PC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양의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현재 자동차 한 대에는 센서와 전자제어장치, 구동장치, 디스플레이 등 200~3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는데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2000개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비해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를 갖춘 모바일 AP ‘엑시노스’와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올 한 해 국내 업체들은 예년에 비해 투자 액수는 줄이더라도 미래 대비는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수요가 회복되면 공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만 승자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2공장과 평택 2라인을 각각 연내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금액은 시안 2공장이 8조원, 평택 2라인이 30조원에 달한다. 특히 평택 2라인이 들어설 평택고덕산업단지는 전체 부지가 축구장 400개(289만㎡) 크기다.


또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협력업체가 한데 모이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1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상황에 따라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R&D와 M16 공장 신규 건설 등 미래 성장 기반을 위한 투자는 축소하지 않고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덕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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