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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후에도 불타는 BMW EGR 외 혹시 다른 결함도?
기사입력 2018.08.29 08: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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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엔 엔진오일 교체기간 훨씬 전부터 전화로 서비스센터 예약부터 잡아야 한다더니 안전진단 받으려고 전화할 땐 먹통도 그런 먹통이 없더군요. 큰 맘 먹고 산 차인데, 부러워하던 친구들이 왜 그런 차를 샀냐고 걱정할 땐 속이 쓰리고 아립니다. 할 수만 있다면 환불하고 국산차로 바꾸고 싶네요.”

10년 넘게 타던 국산 SUV를 처분하고 올 초에 BMW의 디젤 세단을 구입한 A씨에게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결함으로 인한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는 일종의 노이로제가 됐다. 화재가 날 때마다 주변에서 걱정스럽다며 농반진반으로 보내오는 카카오톡 사진 때문이다. 불붙은 BMW 차량을 사진으로 볼 때마다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건 이제 일상. 할 수만 있다면 환불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 “업무시간엔 본 업무에 주력하고 퇴근시간 이후엔 서비스센터로 이동해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기간이라 해외에 계신 분들도 있어서 한 분 한 분 일일이 전화를 하고 있어요. 제 여름휴가요? 휴가는 잊은 지 오래예요. 빠른 시간 내에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사태가 해결되길 바랄 뿐입니다.”

BMW코리아에서 근무하는 B씨는 자신의 업무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고객과의 통화를 시작한다. 리콜대상 차량 중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차량 소유주에게 조속히 진단받을 것을 부탁하는 안내 문자와 전화를 계속 돌리고 있다. B씨만 일상이 달라진 건 아니다. 같이 근무하는 이들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새벽 4시 17분, 전북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 하촌마을 부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BMW X1 차량에 불이 붙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량이 전소돼 소방서 추산 17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 차는 2012년 4월에 출시돼 리콜 대상에서 빠진 차량이다. 국토부 조사결과 BMW 차량 화재는 올 1월부터 이 사건까지 총 40건이나 발생했다. 이 중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총 10건. 4대 중 1대 꼴로 화재 결함이 없다고 단정한 차량에서 불길이 일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BMW를 소유한 운전자는 계속 차를 타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BMW 측은 EGR 부품의 냉각수가 새면서 뜨거운 배기가스에 불이 붙은 게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도 연달아 화재가 발생하며 결함은폐 의혹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소프트웨어 등 EGR 결함 외에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고급차의 대명사이던 BMW가 주행 중에 불이 났는데, 그게 한두 대가 아니라는 게 더 충격적이란 반응입니다. 부러워하던 시선이 우려의 시선으로 바뀌었다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사태로 BMW 직원들은 퇴근 시간도 반납했다던데….”

이번 사태에 대한 한 수입차 딜러의 전언이다.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차를 산 사람이나 판 사람 모두 일상이 바뀌었어요. 불이 붙으면 안 되는 차에 불이 났으니 원….”

지난 8월 6일 열린 BMW 차량의 화재사고 관련 기자회견에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왼쪽 첫 번째),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왼쪽 두 번째)이 참석했다.



▶BMW코리아 사상 최대 리콜,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차량의 화재사고가 이어지며 논란의 중심에 선 BMW코리아가 지난 8월 20일 리콜을 시작했다. 이날부터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한 결함 시정 조치가 시작된 것이다. 대상 차량은 2011∼2016년에 생산된 520d 등 42개 디젤 차종 10만6317대다.

이번 리콜을 통해 BMW 측은 주행 중 엔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와 밸브를 개선 부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를 청소할 예정이다.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 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이고, EGR 밸브 오작동으로 냉각되지 않은 뜨거운 배기가스가 빠져나가 침전물에 불이 붙으면서 엔진에 불이 붙었다는 게 BMW 측의 설명이다.

10만 대가 넘는 리콜은 수입차 사상 최대 규모다. BMW는 통산 1~2년이 걸리는 리콜 일정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에서 들여올 교체 부품을 선박이 아닌 항공편으로 공수하겠다고 밝혔다. 교체 부품을 확보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이다. 하지만 리콜과 관련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같은 이유로 리콜이 진행되는 상황에 부품 확보가 원활하겠냐는 의구심이다. 일부 차주들 사이에선 예약된 리콜 날짜가 수개월 미뤄졌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선 이번 리콜 개시가 BMW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화재가 난 것처럼 이번 리콜 기간 이후에도 사태가 지속된다면 폭스바겐 게이트처럼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리콜 이후 화재사고 여부가 사태 확산의 기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콜 결정 이후 시행된 긴급 안전진단, 국토부의 안전진단 미실시 차량에 대한 운행중지 명령 등은 모두 화재사고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

리콜 개시 이후 불이 번지지 않는다면 사태가 사그라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면 의혹의 불씨도 살아날 수밖에 없다. BMW코리아 측은 “8월 19일 0시를 기준으로 리콜대상 차량 약 10만6000대 중 약 10만대가 안전진단을 완료했고, 약 4300대가 예약 대기 중”이라며 “총 10만4300대가 안정권에 있다”고 밝혔다. (리콜개시 첫날, 경북문경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안전진단을 받은 BMW520d 차량이 전소됐다. 이로써 8월 20일까지 총 40대의 차량이 불탔다.)

피해자 모임

BMW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하는 김현미 장관

▶국토부에 화재 원인 규명 시험 요청

BMW의 결함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8월 2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BMW 피해자 모임 등이 독일 본사와 BMW코리아 등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문건은 BMW가 국토부와 환경부에 제출한 EGR와 이 장치의 결함을 다룬 서류로 알려졌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나선 상황이다.

이 청장은 “BMW 차량의 화재를 예방하고 시민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소유주들에게 신속하게 점검받도록 계도하고 안내하도록 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BMW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소한 ‘BMW 피해자 모임’은 지난 8월 16일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에 ‘화재 원인 규명 시험’을 요청했다.

테스트 트랙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 BMW 520d를 고속 주행해 원인을 밝히자는 것이다. 엔진룸 등 차량 내부 곳곳에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 등을 설치한 다음, 시속 120㎞ 이상 고속으로 주행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그 즉시 화재를 진화하고 차량을 분석하자는 요구다. 피해자 모임은 지난 8월 12일 인천의 한 자동차운전학원 앞에서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켠 채 대기 중이던 BMW 120d에서 불길이 일었고, 화재 발생 부위가 엔진룸이 아닌 실내 사물함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피해자 모임 측은 “120d 화재는 BMW 화재 원인이 EGR가 아닌 다른 데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미국과 영국에서 BMW 화재 원인이 전기배선 결함과 전기적 과부하로 판명돼 대규모 리콜이 실시된 전례가 있어 우리도 시뮬레이션 테스트로 화재 발생 부위와 원인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화재 원인 불명으로 판명된 BMW 1대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내 화재 원인 분석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뢰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모임은 BMW가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보다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EGR은 많이 가동되도록 설계해놓고 EGR 쿨러나 밸브는 그 설계를 따라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BMW 측이 EGR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원인분석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고차 시장도 BMW의 몰락?!

이번 사태 이후 중고 수입차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우선 내 차 팔기 견적비교 서비스 ‘헤이딜러’가 자사 경매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BMW 520d의 평균 중고차 시세가 국토부의 운행중지 검토 발표 이전(7월 23일∼8월 4일) 2919만원에서 발표 후(8월 5∼15일) 2502만원으로 14.3% 하락했다고 밝혔다. 헤이딜러에 따르면 화재사고 발생 전후(6월 18∼30일, 7월 23일∼8월 4일)로 520d의 중고차 시세는 2936만원에서 2919만원으로 0.6%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운행중지 발표 이후에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온라인 경매에 나온 520d 중고차 물량은 화재 사태를 계기로 3배 이상 늘었지만, 딜러들의 매입 의사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차주들이 헤이딜러의 중고차 경매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판매요청’은 화재 사태 이전 열흘간 220대였으나 이후에는 556대, 운행중지 검토 발표 후 671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SK엔카닷컴이 2015년식 BMW 520d 차량을 대상으로 시세와 판매대수 등을 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판매 비중(전체 등록대수 대비 판매대수)은 화재 사건 이후 약 2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홈페이지를 통한 구매 문의 건수도 약 400건에서 330건으로 19% 줄어들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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