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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대신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골동 보이차’…100년 넘은 희귀품 中갑부들서 인기
기사입력 2018.08.10 11: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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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가 건강과 다이어트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건강한 몸이 트레이드마크인 연예인 이효리 씨가 보이차를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이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보이차는 혈액 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을 낮추고, 체지방을 줄여 살이 빠지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혈당 감소, 동맥경화, 노화예방 기능이 다른 차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 임원으로 있는 A씨(48)는 지점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1년부터 보이차를 꾸준히 마셨는데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화가 날 때는 따뜻한 보이차 한잔을 마시면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뜨거워지면서 암세포에도 좋은 작용을 하는 것 같다”면서 “보이차를 마시면 피부가 개선돼 동안(童顔)을 유지하고, 시력 회복에도 좋다는 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보이차 효능이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일부 학계는 임상시험에 참가한 표본 수가 적어 효능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보이차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6월 보이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나 증가했다. 차류는 전통적으로 커피에 비해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이마트에서 보이차 종류는 지난해 1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종(티젠 보이차 40입, 쌍계 보이차 파우치 25티백, 담터 보이차 80입)으로 확대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TV방송 영향과 다이어트 효과가 알려지면서 보이차 수요가 크게 늘어 국내로 보이차 원료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보이차는 중국의 전통 발효차다. 중국 남부 윈난성 지역에서 자라는 찻잎을 햇볕에 말리고 가공과정을 거친 뒤 창고에 묵혀 발효해 만든다. 100% 발효가 되면 검게 변하는 색깔 때문에 ‘흑차(黑茶)’라고도 불린다. 발효차이기 때문에 오래 묵을수록 향이 좋고 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청나라 때부터 본격적으로 재배가 된 보이차는 당시 황실에 진상하던 귀한 차였다. 청나라 말기 서태후는 보이차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서태후의 시중을 들던 궁녀들 얘기를 담은 ‘궁녀담왕록’에는 “서태후가 방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먼저 보이차부터 마셨다”고 쓰여 있다. 또 중국 옛 문헌들에서는 보이차 효능에 대한 각종 기록들도 전한다. ‘우리 몸의 해로운 기름기를 제거하고 숙취, 소화, 갈증 해소를 돕는다’, ‘화기(火氣)가 생길 때 보이차를 끓여 마시면 그 기운이 밖으로 나온다’, ‘담(가래)을 없애고 장을 원활하게 한다’ 등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보이차는 제품 형태에 따라 분말, 티백, 소타차, 병차 등이 있다. 분말차는 찬물에 타서 마실 수 있는 제품으로 다이어트용으로 많이 팔린다. 티백은 대개 따뜻한 차를 마시는 용도다. 병차는 커다란 둥근 원반 모양으로 필요에 따라 조금씩 부숴서 마실 수 있다. 건강기능 차(茶)로 주목받고 있는 보이차에 대한 관심은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원액 숙성연한이 오래된 고(高) 연산 위스키일수록 높은 가격을 받듯이 보이차도 보다 긴 발효기간을 거친 제품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비싸게 거래되는 보이차 종류는 30여 년 전 생산돼 장기간 자연발효 과정을 겪은 일명 ‘골동(古董) 보이차’에만 해당된다. 골동보이차는 1990년 이전에 만들어진 뒤 오랜 발효를 통해 영양이 더해지고 맛과 향이 깊어지면서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1950년대 생산된 골동보이차 중 하나인 ‘홍인’의 경우 현재 매매가격이 1억원을 넘는다. 비교적 가까운 1980년대에 나온 ‘7542’ 제품은 1990년대 수입 당시 편당 3만원하던 것이 지금은 400만~500만원에 거래된다.



▶1920년대 생산된 복원창 가격 3억원 넘어

1990년대 수십만원 가격이 지금은 1억원

서울 안국동에 있는 한 보이차 전문점은 지난 5월초 1920년대 생산된 ‘복원창’ 한 편을 2억원 중반대 가격에 홍콩 부자에게 팔았다. 복원창은 1990년 이전에 생산된 골동보이차 가운데 최고로 꼽는 제품이다. ‘한 편(片)’이란 둥글거나 직사각형 모양으로 찻잎을 하나로 압축시켜놓은 것이다. 복원창이 국내에 수입된 1990년대 초만 해도 복원창 한 편 가격은 30만원대였지만 얼마 전 홍콩에서 열린 경매에서 3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5~6월 한 달 새 5000만원가량이 또 오른 것이다. 골동보이차를 취급하는 명가원의 김경우 원장은 “골동보이차는 숙성기간이 최소 30년이 넘은 것이라 공급이 부족해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면서 “물건을 팔려고 내놓으면 일주일 내에 매매가 될 정도로 환금성이 높아 고가의 그림처럼 소장하려는 부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중국과 홍콩, 대만의 갑부들까지 매입 붐이 일면서 골동보이차의 글로벌 매매가 더해져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희소한 상품인 만큼 구하기가 힘들어 전생에 복을 가진 자만 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고급 골동보이차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골동보이차를 거래하는 전문 매장은 3~4곳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는 골동보이차를 소장하고 있는 고객 명단을 확보해두고 중국이나 홍콩 등에서 매매 문의가 있으면 국내 소지자를 연결해준다. 익명의 보이차 전문가는 “골동보이차 세계는 아는 사람들만 즐기는 그들만의 소수문화로 전체 보이차 시장의 5%도 안 된다”면서 “이들에게 일반 보이차는 커피로 치면 믹스커피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오래된 보이차라고 해서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생산된 차창(차공장)이 알려져 있고, 이후 제대로 된 발효과정을 거쳐 풍미를 인정받은 제품만 고가에 거래될 수 있다”면서 “지금 사서 오래 놔둔다고 해서 부가가치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보이차들이 오래됐다고 해서 가격이 뛰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이차라는 이름은 찻잎이 중국 윈난성 보이시(市)에서 주로 재배된 데서 나왔다. 하지만 19세기 청나라 시절부터 보이차를 본격 재배한 중국에서 처음부터 발효를 거친 골동보이차를 마신 것은 아니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갓 따온 어린 찻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 마셨다. 당시엔 발효라는 개념이 없어 오래 묵힐수록 독특한 품질이 완성된다는 것을 몰랐다. 오히려 당장 마시기에 좋은 일찍 딴 어린 찻잎일수록 고급차에 속했고, 이것이 황실에 진상된 것이다. 서태후가 마신 보이차는 지금처럼 가격이 급등한 발효된 골동보이차가 아니라 그냥 잎을 따서 바로 차로 우려낸 것일 가능성이 크다.

발효과정을 거쳐 기품 있는 골동보이차가 탄생한 것은 찻잎 생산지인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에서였다. <골동보이차의 이해>(김경우 저)라는 책에 따르면 1856년 중국 윈난성에서 반란이 일어나 서쪽 티베트 지역으로 보이차 수출 길이 막히자 동남쪽인 홍콩, 광둥, 동남아시아로 보이차 판매시장이 새로 개척됐다. 특히 아편전쟁 이후 영국에 할양된 홍콩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딤섬과 함께 보이차 소비가 증가했고, 1930년대 이후 발효된 보이차 맛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중국 본토에서 구입한 찻잎이 홍콩 내 창고에서 오랜 세월 저장된 채 발효과정을 거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맛과 향을 내게 된 것이다. 김 원장은 “현존하는 골동보이차는 중국이 아니라 모두 홍콩에 있는 창고에서 나왔다. 홍콩을 제외한 어느 지역에서도 오래된 보이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홍콩 내 창고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동보이차는 생산시기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오래된 ‘호급보이차’는 중국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1900~1950년대 개인 찻집 같은 데서 생산됐다. 1950년대 이전에는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영 차창(차공장)이 존재하지 않아 개별 차창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개인 차창에서 생산된 보이차 일부가 홍콩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남아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차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 입장에선 차 소비 예측을 정확히 하지 못해 일부 찻잎은 재고로 남게 됐다. 창고에 쌓인 찻잎이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방치되면서 호급보이차로 변신한 것이다. 발효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흘러 저절로 발효가 됐고, 그 결과 상상 이상의 훌륭한 향과 맛을 갖게 됐다. 당시 사람들은 찻잎을 저장하면 발효가 돼서 상품성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호급보이차 최고봉으로는 ‘복원창’을 꼽는다. 1920~1930년대 생산돼 장기간 발효를 거치면서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마시면 뜨거운 열감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호급보이차인 ‘송빙호’ 역시 지난 2015년 거래가격이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는 1988년 부산에서 보이차 전문점이 처음 문을 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사찰을 중심으로 호급보이차가 보급됐고, 약리적인 효능이 알려지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보이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

종이로 포장된 골동보이차



▶“일주일 내에 팔릴 정도로 환금성 높아”

시기별로 호급·인급·숫자급 3가지

호급보이차에 이어 나온 ‘인급보이차’는 중국이 공산화된 뒤 국가가 찻잎 관리와 차 생산을 통제하면서 나왔다. 당시 보이차 생산은 4개 국영 차창에서 이뤄졌다. 보이차 생산 판매를 위해 ‘중국다업공사운남성공사’가 1950년 9월 설립됐고, 보이차 생산은 4곳의 국영 차창에서, 수출은 광동다엽수출입공사가 맡았다.

윈난성공사는 광둥에서 주문받은 물량을 4개 국영 차창에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급보이차는 호급과 달리 매 편마다 종이로 포장했다. 호급보이차는 종이를 싸지 않은 탓에 인급보이차에 비해 습기에 더 많이 노출됐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최고 보이차로는 1950년대 초반 맹해차창에서 나온 ‘홍인’을 꼽는다. 종이 포장이 깨끗하고 편당 무게가 320g 이상 되는 홍인 A급의 경우 현재 1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골동보이차 가운데 상대적으로 늦은 1970~1990년대 출시된 것은 ‘숫자급 보이차’라고 불린다.

1974년부터는 모든 보이차 이름을 숫자로 표시해 7452, 7532, 7542, 7572 등의 이름을 달고 있다. 앞의 두 숫자는 생산된 연도를 뜻하고, 세 번째 숫자는 찻잎을 병합한 비율, 네 번째 숫자는 생산공장 고유번호다.

일각에서는 골동보이차 가격이 계속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도 많이 한다. 비싼 값을 치를 만큼 과학적인 건강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가운데 높은 희소성만 보고 마치 수집하듯 가격만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중국식 체면문화가 골동보이차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한다. 중국에서는 지인들과 차를 마시면서 본인의 지위와 가풍을 과시하는 문화가 강한데 골동보이차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 요소라는 것이다. 예컨대 “골동 보이차 시장에서 가격 결정 내지 주도권은 건강과 재산 불리기에 관심이 큰 중국인들이 쥐고 있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2003년 중국의 윈난농대에 보이차학과가 생겨 골동보이차 효능에 대해 연구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검증을 해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골동보이차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는 우스운 얘기도 전한다. 원료가 하도 비싸져서 그것을 매입해 임상시험을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혈당감소 효능 vs 과학적인 입증 안 돼

중국에서는 골동보이차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과거 리어카에서 팔던 보이차 소유자가 이젠 값비싼 벤츠 주인이 돼 트렁크에 보이차를 싣고 다닐 정도가 됐다. 국내 보이차 전문가들은 1990년대 초반 중국산은 ‘가짜’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가 더 많은 골동보이차를 소장할 기회를 쉽게 놓친 것이 매우 아쉽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골동보이차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면 언젠가 가격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무작정 비싸게 사서 모으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

[김병호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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