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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패션’ 티셔츠의 반란, ‘원마일 웨어’는 옛말…정장 안에 셔츠 대신 티셔츠 입고 파티가요
기사입력 2018.08.10 11: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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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Pitti Uomo). 지난 6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워모에 참석한 아이돌 최강창민은 짙은 네이비색 수트 안에 화이트 헨리넥 티셔츠를 매치한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피티워모는 전 세계의 ‘옷 잘 입는’ 남성들이 모두 집결하는 행사로, 여기서 어떤 패션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행사에서 최강창민은 ‘수트에는 셔츠’라는 오랜 공식을 깨고 클래식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동네 패션’ 취급을 받던 티셔츠가 패션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티셔츠는 그동안 격식 있는 자리와는 동떨어진 하위 문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원마일 웨어(집에서 1마일 내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라는 기존 인식을 깨고 개성을 표현하는 대표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단독으로 입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장 안에도 셔츠 대신 티셔츠를 매치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포멀룩의 중심인 비즈니스 룩으로까지 침투한 것이다.

이번 피티워모에서는 리넨 수트에 티셔츠를 매치한 남성들이 거리를 물들였고, 화려한 패턴의 오버사이즈 반팔 셔츠 안에 티셔츠를 매치한 패피(패션피플)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명실공히 티셔츠의 반란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연예인들도 티셔츠를 매치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려원은 한 드라마에서 심플한 화이트 티셔츠에 화려한 롱스커트를 매치해 눈길을 끌었다. 스포티하면서 심플한 티셔츠가 여성스러움이 극대화된 스커트와 대조를 이루면서 균형 잡힌 스타일링을 보여줬다.

티셔츠의 인기는 이제 스트리트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도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다양한 티셔츠를 내놓고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가장 ‘핫’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도 티셔츠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18 프리폴 컬렉션으로 내놓은 티셔츠 스타일 수가 지난해보다 1.5배 늘었고, 구찌코리아에서 매입한 수량은 2배 증가했다. 그만큼 티셔츠 수요가 늘었다는 증거다. 여성용 대표 제품인 ‘Guccy internaive XXV’ 티셔츠는 구찌 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상징적인 숫자 ‘25’를 로마자로 표현했다. 컬렉션 화보에서 여성 모델이 롱스커트와 매치했다. 려원의 코디와도 유사한 스타일이다.

남성용 토끼 장식 로고 티셔츠는 구찌의 빈티지 로고 위에 크리스털 디테일의 스티치 토끼 패치가 포인트다. 두 제품 모두 가격이 70만원대로 티셔츠 치고는 상당한 고가이지만 인기를 끌고 있다.



▶구찌도 국내 수입량 늘려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스튜디오 역시 티셔츠 인기가 높다. 아크네스튜디오를 국내에서 전개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남성용 반팔 티셔츠 종류는 지난해(20종)보다 6종 확대됐고 수입 물량은 2배나 늘었다. 목 부분에 아크네스튜디오 로고가 프린트된 반팔 티셔츠와 가슴 부분에 브랜드 심볼인 페이스(얼굴) 모티브가 달린 피케 티셔츠는 국내에 120여 장이 수입됐는데 이미 ‘완판’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꼼데가르송은 ‘플레이라인’을 중심으로 티셔츠 판매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생산량을 전년대비 20%나 늘렸고 매출(5월 말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Z세대, 밀레니얼·제니얼 세대 등을 중심으로 소비층이 형성되면서 티셔츠를 활용한 스타일링이 힙(hip)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티셔츠가 이너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빈폴레이디스는 지난해까지 여름 시즌 티셔츠를 피케 티셔츠(목에 칼라가 있는 티셔츠) 위주로 생산해 왔지만 올해는 그래픽과 로고를 활용한 젊은 감각의 상품을 늘렸다. 티셔츠가 패션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구색을 확대한 것이다. 생산량을 작년보다 40% 늘린 결과 매출(5월 말 기준)도 10% 이상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정장 브랜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빨질레리는 셋업 수트(재킷과 팬츠를 따로 매치할 수 있는 정장)와 함께 입을 수 있는 라운드 티셔츠와 피케 티셔츠 스타일 수를 지난해보다 50% 늘렸다.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면·리넨 같은 젊은 감성 소재 채택

티셔츠의 소재도 더 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소 어른스러운 느낌의 실크를 썼지만 올해는 면과 리넨 같은 젊은 감성의 소재를 적용했다. 여기에 주머니와 빅로고 같은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주어 캐주얼한 느낌을 더했다. 에이지리스(ageless) 패션이 확산되면서 정장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들도 티셔츠처럼 캐주얼하면서 젊은 아이템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패션업체 한섬이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타임옴므도 셋업 슈트가 인기를 끌면서 이와 함께 매치할 수 있는 캐주얼한 티셔츠 아이템을 지난해 봄여름(SS) 시즌보다 15% 늘렸다. 이너 아이템은 정장 안에 입을 수도 있지만 티셔츠만 따로 입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전 연령대에서 구매가 많이 이뤄진다. 한섬 관계자는 “정장 안에 셔츠 대신 칼라(깃) 셔츠를 매치하면 최소한의 격식은 갖추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면서 “구두보다 깔끔한 화이트 스니커즈를 매치하면 무게감을 덜어주고 캐주얼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톰보이의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 역시 티셔츠 스타일 수를 41개로 지난해(26개)보다 확 늘렸다. 이 가운데 뉴욕 출신 아티스트 커티스 쿨릭과 협업해 만든 ‘러브 티셔츠’는 전체 티셔츠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송재훈 코모도 마케팅 팀장은 “최근 쿨비즈룩이 인기를 끌면서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재킷 안에 입는 사람들이 증가해 티셔츠 판매가 늘고 있다”면서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로고나 마크가 있는 제품을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로고 티셔츠 중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인기가 높다. 봄여름(SS)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 2월부터 반팔 티셔츠 판매했는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빅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헤리티지 라인’의 티셔츠 물량을 작년보다 3배나 늘렸고 물량의 65%가 벌써 팔렸다. 이 중에서도 브랜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FILA’ 로고체가 크게 들어간 티셔츠는 완판에 가까운 90%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심플하면서도 오피스룩으로 활용 가능한 레트로풍의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티셔츠 100만 장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셔츠 안에 티셔츠를 겹쳐 입는 복고 스타일도 다시 돌아왔다. 윤아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화이트 셔츠 안에 심플한 화이트 로고 티셔츠를 매치한 공항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코디는 피티워모에서도 목격됐다. 과감한 프린트가 새겨졌거나 화려한 색상의 오버사이즈 반팔 셔츠 안에 깔끔한 화이트 티셔츠를 매치한 남성들의 모습이 거리를 물들였다. 단추를 잠그지 않거나 반만 잠가 자유로운 느낌으로 연출하면 좋다.

티셔츠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고 타 분야와도 손쉽게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티셔츠를 캔버스 삼아 다양한 가치관과 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패션업체들이 식품 브랜드와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메인 아이템으로 티셔츠를 앞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재킷이나 팬츠 등과 같은 아이템에 비해 티셔츠가 새로운 시도를 접목시키기에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업종 간의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가치와 신선한 재미를 주기에 티셔츠처럼 적당한 패션 아이템도 없는 셈이다.

패션업체 LF는 남성복 브랜드 TNGT를 통해 삼양식품과 협업한 티셔츠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삼양라면, 나가사키 짬뽕, 불닭볶음면 등 삼양식품 대표 상품들의 로고를 위트 있는 그래픽으로 티셔츠 위에 담아냈다. 삼양라면의 로고를 전면에 프린트한 화이트 티셔츠, 나가사키 짬뽕과 불닭볶음면의 면을 와펜 패치로 활용한 귀여운 포켓 티셔츠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라 신선함을 준다.

김병준 LF TNGT 팀장은 “패션과 식품이라는 업종을 뛰어넘는 이색 협업을 기획해 브랜드에 생동감을 불어넣고자 했다”면서 “먹는 즐거움에 입는 재미까지 더한 협업을 통해 두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와 색다른 흥미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 분더샵이 쉐이크쉑 버거와 협업한 ‘케이스스터디’ 티셔츠도 불티나게 팔려 출시 3일 만에 완판됐다. 미국 브랜드 ‘차이나타운 마켓’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이크 셔먼이 햄버거와 감자튀김, 핫도그 등을 귀여운 캐릭터로 디자인해 접목한 제품이다.

쉐이크쉑과 패션 브랜드가 콜라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더샵이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기획했다. 케이스스터디는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 분더샵의 전문 편집매장이다. 기존 분더샵 고객들은 40~50대가 주류였지만 케이스스터디 론칭 후 젊은 세대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쉐이크쉑과의 컬래버레이션 역시 젊은 세대들이 즐겨 찾는 티셔츠를 통해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 게스는 제약사인 동화약품과 손잡고 ‘부채표 활명수’ 컬래버레이션 티셔츠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국내에서 제약업체와 패션 브랜드가 콜라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등록상표인 동화약품의 부채표와 게스 브랜드 심볼인 삼각 로고가 융합된 티셔츠가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고 중장년층에게는 친숙함을 줬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아예 티셔츠만을 위한 UT(UNIQLO T-Shirt) 컬렉션도 운영 중이다. UT는 유니클로가 지난 2003년부터 선보여온 그래픽 티셔츠다. 음악, 미술, 영화, 팝아트 등 다양한 장르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개성 있는 제품을 선보여 왔다. 지난 5월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등 세계적인 게임으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UT 컬렉션으로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III’ ‘하스스톤(HearthstoneⓇ)’ ‘스타크래프트(StarCraftⓇ)II’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Heroes of the StormⓇ)’ 등 세계적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블리자드의 6가지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남성용 상품 14종이 출시됐다.

같은 달 현대미술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와 첫 컬래버레이션한 ‘도라에몽 UT’도 출시됐다.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은 카카오프렌즈와 손잡은 티셔츠도 나왔다.

이처럼 화제성이 있는 컬래버레이션을 이어가다 보니 제품을 수집하는 마니아들까지 등장할 정도다.


 


▶화제성 있는 상품을 수집하는 마니아까지 등장

유니클로 관계자는 “UT는 테마와 디자인이 다채롭고 독특해서 시즌별로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라면서 “기본적인 패션 아이템인 티셔츠를 캔버스로 활용해 자신의 가치관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추구하는 유니클로의 철학을 보여주는 상품군”이라고 설명했다.

UT가 하나의 ‘장르’로 뿌리를 내리면서 유니클로는 전시회까지 열었다. 그래픽 티셔츠 UT 전시회 ‘WEAR YOUR WORLD-나의 세상을 입다’를 선보인 것. 일상의 다양한 순간을 함께하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표방하는 유니클로가 가장 기본적인 패션 아이템이면서도 개성과 가치관을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티셔츠에 대해 조명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다.

[강다영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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