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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요람 자리 잡은 구글 캠퍼스…‘아씨오’ ‘플런티’ 등 성공 기업 잇따라 배출
기사입력 2018.07.31 16:24:40 | 최종수정 2018.08.01 18: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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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스타트업의 요람이 되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구글 캠퍼스’를 통해서다. 구글 캠퍼스는 구글이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이 효과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4년 동안 총 28개의 스타트업이 구글 캠퍼스를 거쳐 갔고 이들이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을 합치면 370억원에 달한다. 최근 카카오에 인수된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아씨오, 삼성전자에 인수된 챗봇 스타트업 플런티 등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구글 캠퍼스가 스타트업의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메마른 스타트업에 내린

단비 같은 육성 프로그램

네이버, 카카오, 블루홀, 엔씨소프트, 넥슨. 이 회사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60조원을 훌쩍 넘는다.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까지 받는 대기업 반열에 올랐고 카카오톡은 온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됐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 대박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린저씨’ 신드롬을 탄생시킨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리니지M’ 하나만으로 1조원을 벌어들였고 넥슨은 시가총액 17조원 가치의 글로벌 게임사가 됐다.

네이버의 이해진, 카카오의 김범수, 블루홀의 장병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넥슨의 김정주. 지금은 쟁쟁한 기업들의 오너지만 이들에게 따라 붙은 수식어는 ‘벤처 1세대’다. 이들도 한때는 소위 ‘스타트업’의 대표였다. 그리고 벤처 1세대란 말 뒤에는 가난이 숨어 있다. 지금은 큰돈을 쥐고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는 ‘선택권자’이지만 이들도 한때는 수없이 많은 투자가들을 만나 설득하고 또 부탁하는 ‘을’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죽음의 계곡을 넘고 또 넘어 지금의 기업을 이룬 것이다. 한때 이들에게 가장 급한 건 돈이었다.

지금의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급한 건 돈이다.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고심이지만, 스타트업들은 펼치고 싶은 미래가 뚜렷하고 의지도 확고하지만 당장 배가 고프다. 스타트업 민관협력 단체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매년 발간하는 설문 보고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14년 첫 발간 이래 3년 연속 스타트업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 1위로 ‘기반자금 확보’가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설문에선 처음으로 2위로 물러섰다. 항상 2위에 머물던 ‘규제완화’와 자리가 뒤바뀌었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풀러스’ 사태 등을 비롯해 규제완화 요구 목소리가 커진 영향도 있지만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꼽는 창업자들은 2015년 약 57%에서 지난해 약 42%로 15% 가까이 감소했다. 여기엔 3~4년 전부터 하나둘씩 늘어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한화 드림플러스, 삼성전자의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게임 오브 디캠프, 아산나눔재단의 마루 180 등 초기 스타트업에게 6개월에서 1년간 입주 공간을 제공하고 멘토링과 네트워킹, 1억원의 지원금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사무실 하나 내어주는 프로그램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들에겐 큰 힘이 된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를 만나러 돌아다니고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서울, 그중에서도 오피스 공간이 모여 있는 강남이나 여의도 등을 선호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위워크(WeWork)나 패스트파이브(Fast Five) 같은 공유 오피스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핫 플레이스다. 그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위워크 강남역점의 경우 5인 오피스의 월 사용료가 295만원에 달한다.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연간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왜 구글 캠퍼스일까?

‘구글 캠퍼스’는 수많은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스타트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구글 캠퍼스가 문을 연 뒤로 ‘가장 입주하고 싶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왜 구글 캠퍼스일까? 장소 측면에서 삼성역 근처라는 점이 장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화 드림플러스나 디캠프도 여의도와 강남, 선릉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 스퀘어처럼 1억원의 개발지원금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구글 캠퍼스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이유는 구글 본사와의 긴밀한 소통과 글로벌 네트워크다. 구글은 프로그램에 선정돼 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에게 ‘구글 엑스퍼트 서밋(Expert Summit)’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구글 엑스퍼트 서밋은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캠퍼스 서울에 2주간 머물며 입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 및 글로벌 네트워킹에 대해 도움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 구글 본사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10개 국가에서 온 14명의 구글 직원들이 경영전략, 마케팅, 영업, UI/UX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 각각의 전문 분야에 대해 공개 강연, 1 대 1 집중 멘토링 등을 진행했다.

해외 구글 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들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구글 캠퍼스 익스체인지(Campus Exchange)’는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함께 1주일간 구글 캠퍼스에 모여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해외의 다른 구글 캠퍼스를 방문하여 현지 투자자와 스타트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현지에서 직접 투자자,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교류 행사, 강연과 교육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돕는 것이다. 구글은 전 세계 5개 도시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2012년 영국 런던에 최초의 캠퍼스를 설립한 뒤 서울을 비롯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스페인의 마드리드, 브라질의 상파울루까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아시아에선 서울이 유일하다.

입주사들의 투자유치를 돕는 환경도 구글 캠퍼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구글 캠퍼스 서울엔 ‘500 스타트업스(500 Startups)’나 ‘스트롱 벤처스(Strong Ventures)’ 같은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한국 지사가 함께 위치해 있다. 때문에 캠퍼스 서울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은 이들과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하면서 도움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정식 교류 프로그램도 있다.

투자자를 만나서 어떻게 어필하면 좋을지 투자 피칭 및 코칭을 진행하기도 하고 벤처캐피털 입장에서 짚어 본 최근 산업 트렌드를 관련 스타트업과 함께 공유하는 세션도 마련돼 있다. 500 스타트업스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꼽히는 데이브 맥클루어가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구글 코리아 관계자는 “이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한국에 오면 구글 캠퍼스는 꼭 한 번쯤 방문해 스타트업들을 살펴본다”고 전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구글 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엔 ‘구글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스타트업들이 직접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이외에 투자사나 고객사들에게 간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영역은 ‘경력’뿐이다. 경력은 이전엔 어떤 곳에서 투자를 받았는지 혹은 어떤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는지 정도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를 받기 위해서 다른 투자 경력이 필요한 상황은 마치 신입사원 채용에서 경력을 묻는 이상한 상황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구글 캠퍼스 출신 스타트업이라는 이력은 큰 힘을 발휘한다.

구글 캠퍼스를 거친 스타트업들 중 하나인 데이블의 이채현 대표는 “캠퍼스 서울 입주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스타트업이라는 점만으로도 도움이 됐다”며 “정말 초반에는 창업자들의 경험과 이력 외에는 내세울 것이 부족한 스타트업이었는데 ‘캠퍼스 서울이 선택한 스타트업이다’라는 점 때문에 고객사분들이 한 번은 만나 주셨던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2의 플런티, 아씨오를 향해

구글 캠퍼스 서울 프로그램은 지난 2015년 5월 시작된 이래로 총 28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인공지능 챗봇이나 가상현실(VR)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육아나 컬러테라피 같은 생활형 서비스 스타트업,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스타트업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28개 스타트업이 지금까지 총 유치한 누적투자금은 약 370억원이다. 이 중엔 국내 유명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엑시트(Exit)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있다. 2015년 첫 입주 스타트업 중 하나인 ‘플런티’는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플런티는 2016년 5월 구글 캠퍼스를 졸업한 뒤 그해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입주사로도 선정돼 두 번째 육성 프로그램을 거쳤다. 그리고 결국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한 최초의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1기 스타트업인 사물인터넷 기술을 개발하는 ‘아씨오’도 지난 5월 카카오에 약 47억원에 인수됐다. 아씨오는 해리포터에서 원하는 물건을 소환하는 주문을 따 만들어진 이름으로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집안의 가전을 제어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다.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를 통해 홈 IoT 시장에 진출하려는 카카오는 “카카오미니 스피커를 통해 IoT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고 현재 건설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만큼 카카오의 IoT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지난 17일 올해 하반기 캠퍼스 서울에 입주할 6곳의 신규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이로서 구글 캠퍼스는 총 33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게 됐다. 이번 하반기 캠퍼스 입주 모집은 이미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3개월 이내 출시 계획이 있는 20인 이하 규모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ML)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을 찾아 집중 지원하고자 했다.

서류 및 발표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6곳의 스타트업은 ▲디자이노블(데이터 기반 패션 비즈니스) ▲아키드로우(인테리어 디자인 솔루션) ▲애포샤(데이터 처리 가속 솔루션) ▲커먼컴퓨터(AI/블록체인 솔루션) ▲하비박스(개인 맞춤형 취미 큐레이션 서비스) ▲휴먼스케이프(희귀질환 환우 블록체인 커뮤니티)이다.

선정된 캠퍼스 입주 스타트업은 6개월 동안 삼성동 오토웨이에 위치한 캠퍼스 서울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구글 직원과의 정기적인 미팅 및 구글 파트너 벤처캐피털 투자자 등의 외부 멘토 네트워킹 기회도 함께 주어질 예정이다.


조윤민 구글 캠퍼스 서울 프로그램 매니저는 “매번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에 참가해 기쁘다”며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다수 입주하는데, 입주사들의 성장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해외 구글 전문가들의 멘토링 프로그램인 ‘엑스퍼트 서밋’ 등 맞춤형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입주 스타트업인 애포샤의 김상욱 대표는 “캠퍼스 서울 하반기 입주사로 선정되어 기쁘다”며 “입주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다양한 멘토링 및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석희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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