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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감소재가 불러온 ‘아이스 패션’ 전쟁
기사입력 2018.07.12 09: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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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 벌써부터 무더운 낮 기온에 구슬땀을 흘리며 기력을 잃어버리는 이가 부지기수다. 이미 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이 평년(23.6도) 수준을 웃돌 것이며, 평균 폭염일수도 평년 평균인 10일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보했다. 본래 여름철은 바캉스복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패션업계 전반에 장사 안 되는 ‘비수기’로 꼽혀 왔다.

무더위에 축 처진 사람들이 체온을 되레 키우는 옷을 사러 바깥에 나설 리가 만무한 탓이다. 하지만 기술력의 힘으로 ‘체온을 낮춰주는 옷’을 선보일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예년보다 훨씬 더운 무더위가 예고된 현재, 아웃도어업계를 필두로 한 패션업계 전반이 고객들의 더위를 식혀줄 ‘냉감 아이템’을 내놓는 데 몰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간 티셔츠 등 웃옷에 집중돼 있던 냉감 제품이 하의·액세서리 등 다른 영역까지 늘어난 데다, 냉감 기법과 관련된 ‘소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점이 돋보인다.

아이더 ‘아이스 데님 팬츠’

▶아웃도어 “여름 아이스大戰, 스타일수·물량 늘려 실탄 장전”

우선 어느 분야보다 ‘냉감’을 주제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단연 아웃도어 업계다. 미리 예고된 무더위를 그간의 ‘겨울 한철 장사’ 사업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브랜드마다 너나할 것 없이 제품 스타일 수·생산 물량을 대거 확충했다.

‘아이스 대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아이더는 냉감류 전체 스타일 수를 지난해와 비교해 약 70%가량 늘렸다. 고객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냉감 소재로 감쌀 수 있는 라인업을 짜기 위해 자사 베스트셀러 ‘아이스 시리즈’ 상품수를 대폭 늘린 때문이다.

자체 개발한 냉감 기능성 소재를 토대로 티셔츠, 데님 팬츠에 이어 워킹화, 모자, 장갑, 백팩까지 아이스 제품으로 준비했다. 가령 백팩의 경우 내부 수납공간 중 일부를 휴대용 선풍기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해, 여름철 땀이 배인 등에 선풍기 바람을 쏘일 수 있도록 했다.

블랙야크 ‘야크 아이스’ 시리즈 ‘B3XU9티셔츠S’

블랙야크도 냉감 관련 제품의 물량을 지난해와 비교해 20%가량 늘리고, 그간 티셔츠 등 상의에 한정돼 쓰이던 아이스 가공 공법을 일부 팬츠 제품까지 확대 적용했다. 네파는 자사 냉감 라인업 ‘아이스 콜드’ 시리즈의 총 물량수를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122% 늘렸다. 아이스 콜드 티셔츠 등 상의 스타일수는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지만, ‘아이스 콜드 팬츠’ 8종을 새로 선보이며 냉감 출시를 하의까지 확대했다.

K2의 ‘쿨360 시리즈’도 그간 티셔츠 종류에만 한정돼 쓰이던 냉감을 팬츠까지 넓혀 적용했다. 기존 반팔 티셔츠 중심에서 긴팔 티셔츠, 집업 티셔츠, 쿨 하이킹타이즈, 쿨 반바지 등 다양한 냉감 제품을 출시해 토털 코디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라인업이 풍부해지며 전체 냉감 스타일수도 전년대비 2배로 뛰었다.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이 봄·여름 시즌 핵심 아이템을 냉감으로 잡고, 어떻게든 시장을 선점하려다 보니 라인업이 하의까지 넓어지고 출시 시기도 빨라졌다”며 “날씨 변화에 가장 민감한 복종인 데다, 불볕더위는 확정적으로 예고돼 있던 탓에 당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쾌적함만으로는 부족… 항균·항취 등 부가기능 ‘필수’

아웃도어업계에 ‘냉감’과 같은 기능성 의류는 브랜드별로 자사만의 기술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종전에는 겨울 방한 제품, 등산복 등 특수복에만 최첨단 기술을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그 기술력의 방향이 ‘냉감’으로 대표되는 여름 의류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제는 각 브랜드가 내세우는 기술·소재명이 의류가 아닌 최첨단 IT 기기에 쓰이는 기술명을 연상케 하는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또한 단순한 쿨링 기능을 넘어 땀냄새·여름 세균을 잡아주거나, 자외선을 막는 등 부가적 효과 확보에도 주력한 점이 특색이다. 역시 치열한 ‘아이스 대전’ 속에서 경쟁 브랜드와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방편이다.

블랙야크의 냉감 제품군 ‘야크 아이스’에는 자일리톨(Xylitol)과 에리스리톨(Erythritol) 같은 당 알코올을 이용한 ‘용해 가공법’이 적용됐다. 이들 성분에 땀이 닿을 경우, 성분이 물에 녹으면서 흡열 반응을 일으켜 옷과 접촉한 피부의 온도를 낮춰주는 원리다.

K2 ‘쿨360 반팔 라운드2’

K2의 ‘쿨360 시리즈’는 체온이 상승하면 열을 흡수하는 ‘상변환 물질(Phase Change Material, PCM)’을 핵심 키워드로 밀고 있다. 가령 대표 제품인 ‘쿨360 반팔 라운드2’의 앞면과 소매 부분에 PCM이 활용돼 전방위 냉감 기능을 구현했음을 어필하고 있다.

상변환 물질은 고체에서 액체·기체 등 다른 상태로 분자의 물리적 배열이 바뀔 때, 열을 축적하거나 저장한 열을 방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물질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열을 흡수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열을 발산하는 특성이 있어 우주와 같이 급격한 기온 변화가 있는 곳에서의 체온 보호 장치로 쓰인다.

이외에 옆구리 부분에는 ‘쿨링 티타늄 도트’가 사용됐다. 열전도율이 낮은 금속인 티타늄을 안쪽에 붙여 피부에 닿는 순간 시원함을 느끼게 만드는 원리다.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Merrell)은 데오드란트를 활용한 ‘서미트 쿨 아이스(SUMMIT COOL ICE) 티셔츠’를 선보여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땀이 쉽게 나는 겨드랑이 안쪽 암홀 부위에 탁월한 소취 효과를 지닌 데오드란트 테이프를 적용했다. 땀, 암모니아 등 체취를 효과적으로 중화해 제거하는 동시에 박테리아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자체 개발한 ‘엠-셀렉트 쿨 아이스(M-Select COOL ICE)’ 기술력을 원사 및 가공에 적용해 탁월한 냉감 기능을 확보했다. 액티비티 중 피부로부터 땀을 흡수함으로써 체온을 낮추는 효력이 있다.

네파의 ‘아이스 콜드’ 시리즈는 냉감 효과 극대화 기법으로 ‘하이퍼쿨링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역시 땀이 났을 때 흡열 효과를 발휘, 주위의 온도를 즉각적으로 낮춰주는 냉감 프린트 기술을 등판에 적용한 것이다. 역시 암홀 안쪽에 항균·항취 기능을 갖춘 데오드란트 테이프를 적용했다.

레드페이스는 자체 개발 냉감 소재인 ‘이엑스 쿨 앤 드라이(EX-COOL&DRY)’ 소재와 ‘아이스’ 소재를 다양한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이엑스 쿨 앤 드라이’ 소재는 특수 단면 구조에 의한 모세관 현상이 탁월하며, 흡습·속건 기능으로 신체 내 수분 및 체온 조절을 돕는다. 피부에 닿았을 때 차가운 감촉을 전달하며, 무더위와 장마철 높은 습도의 아웃도어 환경에서도 쾌적감을 유지해 준다. ‘아이스’는 착용 시 체온이 내려가는 효과뿐 아니라, 나노 기술을 접목시켜 여름철 강력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머렐 ‘서미트 쿨 아이스 티셔츠’



▶“지속가능 소재를 사용하라” 이색 친환경 소재 경쟁

최근 전 세계 패션계를 강타한 친환경·지속가능성 의류 선호는 냉감 제품에마저 ‘친환경’ ‘자연 유래’를 내세운 소재가 투입되게끔 이끌고 있다. 자연 친화적 소재는 각 브랜드 제품을 차별화하는 ‘심벌’로도 쓰일 수 있어 관련 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추세다. 여기에는 옥을 갈아 만든 파우더부터 유칼립투스 추출물, 한지, 키토산·녹차 등 각양각색 소재가 동원되고 있다.

K2의 ‘쿨360 시리즈’ 중 ‘쿨360 반팔 라운드1’ 제품 원단에는 옥을 갈아 만든 ‘콜드스톤 파우더(COLD STONE POWDER)’가 적용됐다. 차가운 성분을 함유한 옥을 갈아 미세한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냉감 기능은 물론 항균·항취 기능까지 확보했다.

제품 뒤편에는 소재를 부분적으로 태우는 ‘번아웃 기법’을 활용해 청량감과 통기성을 부여했다. 소재를 부분적으로 태우거나 그을려, 독특한 느낌의 작은 구멍을 만들어 공기 순환과 땀 배출이 원활하게 만드는 원리다. 자연 친화성과 쾌적함을 고루 갖춘 소재로는 우리 전통 ‘한지’를 빼놓을 수 없다. 청량감이 우수한 데다 유해 세균 발생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는 효력이 있고, 옷에 배긴 땀을 빠르게 건조하고 불쾌한 냄새를 제거해 주는 등 항균·소취성도 우수하다.

K2가 전개하는 골프웨어 브랜드 와이드앵글도 ‘아이스 플로우’ 라인을 통해 냉감 제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글 제품의 주원료로 쓰이는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을 사용한 점이 특색이다. 유칼립투스 성분을 미세한 캡슐 형태로 가공해 원단에 적용, 더위로 발생한 땀이나 열을 빠르게 없앨 뿐더러 항균과 벌레퇴치 기능까지 확보했다. 여름철에 유달리 많은 모기 기타 날벌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블랙야크의 ‘야크 아이스’ 시리즈에 투입된 크레오라 프레시 원사도 천연성분을 활용해 항균·항취를 달성한 케이스다. 키토산·녹차 등 천연성분으로 항균 처리해 여름철 골칫거리인 땀 냄새를 효과적으로 잡아준다. 환경 친화적이면서 쾌적함을 주는 소재를 얘기할 때는 우리 전통 ‘한지’를 빼놓을 수 없다. 옷에 배기는 땀을 빠르게 건조시켜 꾸준히 쾌적함을 유지해 주는데다, 불쾌한 냄새를 제거해 주는 등 항균·소취성이 우수하다.

블랙야크는 한지를 적용해 자연 그대로의 시원함과 쾌적함을 제공하는 ‘한지 티셔츠’ 4종을 선보였다. 닥나무로 만든 한지 섬유를 사용해 유해 세균 발생을 억제해 주며, 몸을 자극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촉감도 갖췄다. 흡한속건·소취 기능도 뛰어나 땀 냄새와 수분을 빠르게 제거해 준다. K2도 냉감 폴로티셔츠 제품군인 ‘티바’ 컬렉션에 닥나무에서 추출한 친환경 한지 소재를 도입했다.

 

▶골프웨어·이너웨어까지 퍼진 냉감 레이스

냉감 의류에 대한 열기는 아웃도어 바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야외 활동’을 염두에 둔다는 점에서 아웃도어와 공통점을 갖는 골프웨어·스포츠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품이 신체와 가장 먼저 접촉하다 보니, 쾌적함과 편안함을 생명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이너웨어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세엠케이가 전개 중인 LPGA골프웨어는 냉감과 함께 고기능성을 강조한 ‘아이스윙 라인’을 출시했다. 이탈리아 유로저지 사의 센서티브 원단과, 여름 날씨에 특화된 얇은 두께의 스트라이프 타입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자외선 차단, 냉감 효과 등 빠른 건조 기능성을 구현해 다가올 여름시즌에도 쾌적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벤제프의 여성 니트 제품 ‘쿨에버 메쉬 풀오버’는 흡습속건 기능을 갖춘 자체 개발 소재 ‘쿨에버’를 사용해 제작됐다. 땀과 수분을 빠르게 흡수, 땀에 젖은 옷에 의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라운드 시 땀이 많이 발생하는 팔 부분은 특수 공법을 사용해 그물망 형태로 메시 처리했다.

패션그룹형지의 까스텔바작은 하의 개발에 주력, ‘망사 프린트 플레어 큐롯’을 출시했다.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하는 흡습속건력도 갖춰 상의뿐만 아니라 많이 걷고 움직여야 하는 하체 체온변화를 최소화한다. 여름철 자외선 차단을 막는 기능과 함께 속 비침 방지 기능도 갖췄다.

골프웨어업계 관계자는 “야외 운동인 골프 특성상 덥고 습한 날씨에는 시원한 의류 착용이 라운드에 큰 영향을 미쳐, 기능성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며 “자체 개발한 소재나 수입소재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냉감성을 강화하고, 펀칭이나 메시 소재를 더해 통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너웨어 분야에서는 유니클로의 ‘에어리즘’, BYC의 ‘보디드라이’ 등이 기능성 소재로 쿨링을 구현한 대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BYC는 2018년형 보디드라이의 제품 라인·컬러를 총 101종으로 확대해 스타일수를 대폭 강화했다. 냉감 원사 사용과 흡습속건에 더해 항균·냄새 제거 기능으로 야외활동에나 일상생활에서 최상의 착용감을 선사하는 데 주력했다. 유니클로의 에어리즘은 세계적인 섬유회사인 ‘도레이’ 및 ‘아사히 카세이’와 공동 개발한 신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문호현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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